모음집


~평화로운 오후, 카페 호라이즌~


"핫팩 주인님~ 주문 나왔습니다~"


"오, 천아. 오늘은 출근했네?"


"오늘이 우리 핫팩 쉬는 날이라는 소문이 쫙 돌았으니까, 보나마나 카페에 들리겠다~ 싶었지?"

"덕분에 사람이 몰려서 일손이 좀 필요해 보이기도 했고~"


"그래? 열심인 모습이 보기 좋네."



(야...! 이번 주문은 내가 나갈 차례잖아...!)


(뭐래, 븅신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 임자인거지.)


"장화도 있었네? 저항군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아서 기뻐."


"으...응. 쥬인님..."


('쥬인님'이래. 진짜 소름 돋는거 알지?)


(닥쳐...!)



"...저도 있습니다. 주인님."


"뭐야, 바닐라는 왜? 아예 취직을 한거야?"


"아뇨, 일전 복장과 주방을 빌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 표시로 가끔 도와드리기로 한 것 뿐입니다. 평소 하던 업무와 크게 다르지도 않으니까요."


"헤에... 그으래..."


"오늘은 좀 자중해주십시오. 직원이 세 명이나 갑자기 빠져버리면 손님 감당이 안된다구요."


"에잉.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이 언니는 감회가 참~ 새롭네. 죄다 죽여버릴 거라고 설치던 애가, 몇 달만에 그 세력의 수장 앞에서 이런 꼴로 서있다니~"

"예전 장화를 알던 사람이면 말해줘도 못 믿을걸~"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장화양이 처음 합류하실때만 해도 걱정이 좀 있었는데, 역시 처음에 튕기는 사람 치고..."



"왜, 왜 저를 그딴 표정으로 보십니까?!"


"그래그래, 그것도 참 걸작이었지? 카페에 취직하자마자 비밀의 방에 쪼르르~ 달려가서는, 뭐였더라? '쥬인님~ 장화를 쥬인님의 꺼스로 만드러주새오~' 이랬던가? 킥, 븅신."


"아, 그건 저도 기억이 나는군요. 분명..."


~언젠가의 비밀의 방~


"주인님... 장화는... 장화는 주인님이 없으면 안 돼요... 장화를 주인님의 것으로 만들어주세요..."


(이건... 이건...! 백만, 아니 천만 조회수가 보여요오...!)


~다시, 카페 호라이즌~


"...였을 겁니다."


"잠깐, 너희가 그걸 어떻게...?!"


"븅~신. 허구한날 그 사이트만 들여다보고 있으면서, 정작 지가 나오는 줄은 몰랐어?"

"그것 뿐만이 아냐~ 얼마 전엔 바닐라 영상도 올라왔던데?"



"...그게 벌써 올라왔습니까?"


"그럼~ 주간 인기 영상 순위권이던걸~"

"어휴, 난 어디서 유니폼을 하루만에 해먹고 온건가~ 싶었어? 킥킥."


"아, 그건 나도 본 것 같네..."


"큼, 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에 미안한데 말이지."

"바닐라, 저번에 부탁했던 수업 준비는 되었을까? 지원공격이랑 협동공격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했던 것 말야."



"문제 없습니다. 미리 언질만 주시고 교실로 찾아 오시길."


"부럽네~ 나도 핫팩이랑 교사와 학생 플레이 하고 싶은데~"


"그... 그런거라면 나도..!"


"그, 그런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교실에서는."


"흐흐흫"


"뭘 그렇게 웃으시는겁니까!"


"아니, 그냥. 좋아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동료끼리 잘 지내는 것 같아 참 다행이야.)


.

.

.


~며칠 뒤, 바닐라의 교실~


"오셨습니까, 주인님? 수업시간에 늦지 않으시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요."


"그래도 맨날 늦지는 않았다, 뭐..."


"잔말 말고 앉기나 하십시오. 오늘 수업은 짧게 끝낼 생각이니."


"그나저나 오늘은 고양이 옷 안입고 하는거야? 괜히 수업에 잘 집중되는 것 같고 그랬는데."



"최소한 수업 중에는 안 됩니다."


"그럼 수업 끝나곤 된다는 소리 맞지?"


"푸켉?!"


"집중이나 하시죠."


"수업이 끝난 뒤에는 뭐... 고려해보겠습니다."



"오늘의 수업 주제는 '대상 지정과 그리드 지정' 입니다."


"뭐야, '지원공격과 협동공격' 하는거 아니었어?"


"토 달지 마십쇼."


"넹"


"지원공격과 협동공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스킬 지정 방식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해당 수업에 이어서 원하시던 주제에 대한 강의를 진행할테니, 집중해주시길."



"스킬 지정 방식에는 크게 '대상 지정' 방식과 '그리드 지정' 방식이 있습니다. 이 중 '그리드 지정' 방식은 땅을 찍는다고 하여 '땅찍'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 그건 들어봤어. 뭐랬더라, 땅찍도 못하는 바보들이라고 그랬던가?"



"그럼 그 '바보들'엔 저도 포함됩니다만."


"앗."


"그리드 지정 방식이 유리한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니 고려하고 봐주시길."



"먼저 '대상 지정' 방식입니다. 이름 그대로 '대상'을 직접 지정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저의 2스킬인 'HEDP 유탄'등이 포함됩니다."

"이런저런 특징이 많습니다만, 주인님의 지능을 고려하면 실제 사례로 확인시켜드리는게 빠르겠군요."



"이 상황을 보시죠."

"제 2스킬은 사거리 3의 세로 2칸짜리 공격입니다. 따라서 이론상 후열의 나이트칙을 공격할 수 있어야 하나..."

"보시다시피 공격할 '대상'이 필요한 대상지정 방식의 특성상 나이트칙을 타겟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에, 바닐라 완전 구려."



"히데붑!"


"현재 제 성능이 좋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만, 해당 특성은 저 뿐만이 아닌 모든 대상 지정 방식의 스킬을 가진 전투원이 공유하는 문제이니 감안해 주시길."



"그럼 다음 상황을 보시죠. '대상 지정 방식'에서 '대상'이 이동하였을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보시다시피, 대상의 이동 여부와 관계없이 원래의 타겟을 지정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알파 같이 넉백 스킬이 있는 전투원이랑 사용할 땐 편리하겠네!"


"그렇습니다. 또한 스펙터와 같이 '이동'을 우선시하는 적이 있을 때도 효과적입니다."



"다음은 지정 범위 안에 적이 있더라도, 원래 목표였던 '대상'이 사망하는 경우입니다."



"첫 목표였던 범위에 나이트 칙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대상'이 없어졌기 때문에 자동으로 스킬 사용 대상을 재지정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좋은거야, 나쁜거야?"


"상황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일단 목표로 하던 적을 노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겠죠."


"헤~ 바닐라 완전 구ㄹ..."



"엄."


"멸망 전엔 파블로프라는 생리학자가 있었다는데, 주인님의 모습을 보자면 그의 연구가 헛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대상이 재지정될 경우 타겟은 자동 전투시의 알고리즘대로 선정되니, 참고하시길."



"그럼 다음은 '그리드 지정' 방식 스킬입니다."

"역시나 이런저런 특징이 있습니다만, 영상 자료를 준비해왔으니 그쪽으로 확인하시죠."



"이터니티양의 2스킬, '편히 잠드소서'는 사거리가 4인 스킬입니다."

"따라서 후열의 나이트칙을 직접적으로 타겟할 수는 없습니다만... 여기서 그리드 지정 방식의 장점이 빛을 발합니다."

"그리드 지정 방식은 지정 위치에 반드시 적이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빈 공간인 중앙을 타겟함으로써 후열의 나이트칙과 동시에 중열의 모든 적을 스킬 범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역시 뽀삐야! 믿고 있었다구!"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러한 특징은 이터니티양 뿐만이 아닌 그리드 지정 방식 스킬을 갖고 있는 모든 전투원들이 해당됩니다."
"뭐, 이터니티양의 전투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만..."



"그럼 역시 사례들을 보시죠. 라비아타 언니의 1스킬, '철충 파괴'는 그리드 지정 방식의 열공격입니다."


"기억나네... 저 커다란 검으로 철충들 세마리를 한번에 쓸어담는 모습이 꽤 호쾌했었지..."


"검의 이름은 '트롤스버드'라고 합니다. 라비아타 언니도 피나는 노력으로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가능해지신거겠죠."

"그럼 이제 본론입니다만. 이 스킬로 적 하나를 타겟하고, 그 적의 위치가 옮겨졌을때의 상황을 보시겠습니다."



"보시다시피 그리드 지정 방식의 스킬도 이동하는 적을 따라와 공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후열 중앙을 지정했음에도 이동한 나이트칙을 중심으로 스킬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영역 내에 적이 홀로 남아있을 경우 그 적을 중심으로 스킬을 사용한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보이네. 근데 이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 넉백이나 당겨오는 스킬들은 잘 사용하지도 않는 걸."


"아까 말씀드렸듯 '이동'을 우선시하는 철충들이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또한 다음시간에 배울 지원공격/협동공격과 관련해서도 두 타겟 방식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니 기억해두시길."



"마지막으로 볼 상황은 이전과 유사하지만, 지정 범위 내에 여전히 적이 남아있을때의 경우입니다. 영상부터 확인하시죠."



"나이트 칙 실더가 전열로 이동했습니다만, 또 다른 타겟인 나이트 칙이 중열에 남아있기 때문에 원래 지정 위치 그대로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ㄱ..."


" '그래서 이게 좋은거냐 나쁜거냐' 라고 물으신다면, 역시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원래 주요 타겟으로 하던 적이 이동했을 경우는 꽤 큰 손해가 되겠죠."


"흐응~ 라비아타도 구리네에~"


"...라비아타 언니의 성능적인 경쟁 상대가 많은 것은 맞습니다만, 혹여나 언니 앞에서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입니다. 일견 복잡해보여도 실전에서 체험해보시면 금방 익히실 수 있을겁니다."


"오우! 그럼 오늘 수업은 벌써 끝인건가?"



"그렇다고 하고 싶지만, 한 가지만 더 보고 마치겠습니다."

"일부 전투원들은 단일 타겟 스킬임에도 '그리드 지정' 방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 좋은건지 나쁜건지 말씀드리자면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버프형 스킬의 경우, '대상 지정' 방식은 자기 자신에게 사용할 수 없으나 '그리드 지정' 방식은 자기 자신에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대상 지정'인 레오나 님은 이터니티 양과 함께 매우 효과적인 페어를 이룰 수 있고, '그리드 지정'인 케시크양은 본인에게 보호 무시를 부여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럼 램파트나 메리는?"


"메리양의 경우, 본인에게 2스킬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패널티에 가깝습니다."
"램파트씨의 경우에도, 타겟으로 지정한 적이 이동할 경우 그 공격이 무작위로 재지정된다는 점에서 패널티에 가깝겠죠."



"그럼 이번 수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요청하신 '지원공격 및 협동공격'과 관련한 수업은 이어서 편성 될 예정이니,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와주시길."


"쉬는 시간이면, 자유 시간이란 의미지?"


"...최소한 교실에서는 안됩니다."



참고자료1 (대상지정과 그리드지정의 차이)

참고자료2 (지정보호 상대로 대상지정과 그리드지정의 차이)




고마워요, 바선생님!


잠시 쉬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저도 모르겠네요~




이전화가 너무 길어져서 중간에 자른건데, 얘도 기네에...

그래도 내용 자체는 저번보단 쉬?우니까 괜찮지?? 않을까???


말은 잠시 후라고 했지만 당연히 다음화가 잠시 후에 올라오지는 않을거임


오류수정/피드백 항상 받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