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시리즈들을 모두 숙청한 날...

온실을 폐쇄하고 난 후 오르카 호는 조용해졌다.

이제 오르카 내에서 꽃내음이 나는 일은 사라졌다.

그 안에는 이제 돌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갈 꽃들 뿐일테니까.

무엇보다 이 꽃들을 관리하는 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이에 아무말도 하질 못했다.

하는 순간 다음의 희생될 건 자신들이라는 생각에

이제 그 온실에 남아있는 건 전까지만 해도 현 사령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키워졌다가 이제는 쓸모없이 말라죽어갈 꽃들과

자매들의 숙청에 절망에 망가져버린 한 바이오로이드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페어리 시리즈를 숙청한 후

전 사령관은 자신의 방에 의자에 앉아 창가를 보았다.

창가에는 늘 자신이 보던 어두컴컴한 심해와 같은 바다 속과 그 안에서 희미하게 나오는

불빛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그날 갑자기 모든 게 바뀌어버렸던 그 날...

아르망이 말하는 회귀의 날

아르망이 모든 진실과 회귀하기 전의 기억을 말해주었던 그 날...

그녀들의 대한 전 사령관의 반응은 두려움이었다.

그 동안 자신을 조롱하기 바빴던 브라우니 개체가 

자신에게 이 곳에서 들어보지도 못했던 우렁차고 큰 소리로 했던 경례소리

다른 이가 봤다면 충성심이 강한 개체라고 생각했겠지만

전 사령관은 달랐다.

큰 소리로 한 말은 누군가 다른 이가 듣고 그 장소로 와서

자신에게 경례를 강요했다는 있지도 않은 언질을 할거라는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경례하는 브라우니 개체를 무시하고 방으로 돌아갔었다.

보나마나 또 자신을 놀리려는 생각머리일 게 뻔하는 생각에

그러다가 방에 들어가기전 우연히 다시 브라우니가 있던 곳으로 잠시 눈이 갔었다.

브라우니 개체는 거수를 풀지 않고 있었다.

그 떄 전 사령관의 생각은 어지간히도 사람 놀려먹을 준비를 했나보네하며 들어갔다.

그러다가 몇 분 후 괜시리 생각이나는 불편함에 다시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었다.

그 곳에는 조금 전까지 경례를 하던 브라우니를 피닉스가 발로 걷어차며 구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당황해서 다가갔는데 다가가면서 점점 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대체 뭘 잘못하고 뭘 못했길래 사령관님이 경례도 안 받아줘!

 이 무능하게 짝이 없는 것 같으니라고!"


"죄..죄송합니다! 제발 그만 걷어차주시지 말입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제대로 할테니까!"


그녀들의 말이 가까워졌을 때 전 사령관은 피닉스의 행동을 말렸었다.

그렇게 날 못 놀려먹은 게 짜증이 났었냐는 생각으로 

그런데 피닉스가 보인 행동은 달랐다.


"아! 사령관님! 오셨어요! 필승!"


조금 전까지 험상궂은 얼굴로 브라우니를 걷어차던 피닉스가

전 사령관을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은 웃음과 함께 자신에게 경례를 하고 있었다.

다만 어딘가 불안한 듯이 고개를 까딱거리는 모습과 함께 떨리고 있었다.

솔직히 적응이 안되는 걸 넘어 속이 울렁거렸다.

자신이 아는 피닉스는 자신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다가 그녀의 불안한 듯한 행동에 이내 다시 생각을 바꾸었었다.

보나마나 자신을 놀려먹으려는 계략일테니까.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피닉스에게 안하던 짓 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무슨 장난이냐는 식으로 말했다.

아니라고 말하는 그녀를 뒤로 한 채 돌아갔다.

그러다가 몇 시간 후 아르망이 오고 현재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의 처지를 

듣게 되었다 솔직히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 놈이 없으니까 자신을 대타로 세우려는 꼴이니까

하지만 전 사령관을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호라이즌을 살려야 했기에..

결국 그는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마치 구원을 위해 나타났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그것들을 도저히 주변에 둘 수 없었다.

아르망은 이에 대해 일단 돌아가서 철저하게 다가올 그녀들을 무시하라고 했었다.

전 사령관이 그 오르카를 떠날 수 있는 건 필연이라고 하면서

그래서 선을 그었다. 아르망의 말을 믿었다.

아르망은 전 사령관에게 말했었다.

그녀들은 이제 뭘하든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거라며 이에 전 사령관은

단상에 섰다. 그리고 자신은 그 놈이 돌아오면 또 물러날거라며 그녀들에게 확실하게 말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사령관실과 비밀의 방을 때빼고 광냈던 그 노고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어차피 온전한 내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아르망의 조언으로 오르카호에서 버텨왔다.

하지만 버틸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

이전과 다른 오르카호 바이오로이드들의 모습들...

이전까지 전 사령관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바이오로이드의 기본적인 일조차 안 하려던 블랙 리리스의 얼굴에서 미소가 보였고

사소한 일에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불러달라고 하는 모습

전 사령관이 고통 받으면 외면하기 바빴건만 이제는 자신이 해야할 일들이라며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콘스탄챠의 모습...

근처에만 오면 피하거나 위협히기 바빴던 페로가 도움이 필요하냐는 말과 함께

다가왔을 때 전 사령관은 무심결에 다가오지말라는 말과 함께 그 손을 뿌리쳐버렸다.

페로가 그 모습에 허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전 사령관에게는 닿을 일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 사령관을 헛구역질 나오게 만들었던 건

늘 전 사령관이 무엇을 말하든 비난부터 하기 바빴던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의 태도였다.

이전에는 할 줄 아는 게 뭐냐며 비난하고 소리지르며 무시하기 바빴던 것들 입에서

처음으로 전 사령관은 나쁘지 않다, 실수 할 수도 있는 거다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늘 앞장서서 전 사령관을 조롱하고 비난하던 레오나와 메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때

전 사령관은 이유를 모를 허탈감을 느꼈다. 

그 년들 입에서 위로섞인 말이 나온 걸 전 사령관은 처음 봤으니까.

오르카호에 남으면서 좋았던 것도 없진 않았다.

떠나거나 사라진 줄 알았던 전 사령관을 따라주었던 이들을 다시 만났었으니까.

그러는 한편으로는 화가 치밀었었다. 그렇게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애들이

모두 현 사령관을 따르는 것들에 의해 냉동캡슐실안에 수면 상태로 있거나

아니면 그 주변에 감금되어있었을 줄은 몰랐었다.

방벽도 두꺼웠고 무엇보다 오르카 구석에 있었기에 

전 사령관도 알아채질 못 했었다.

그런 짓을 벌이고도 현 사령관 놈하고 침대에서 뒹굴면서

자기들 성욕이나 채우고 산 것들을 생각하니 화가 났었고 무엇보다도

여전히 자신은 이 악몽 같은 오르카에 있으니까.

그러다가 미호와 마주쳤다.

한 때 자신이 유일하게 믿었던 그녀

그러나 보란듯이 전 사령관을 농락하고 그 놈한테 떠나버린 채

그 놈 아랫도리에 매달려 애원하며 교태부리던 그녀.

홍련이 전 사령관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빌며 애원했었다.

자신이 미호를 그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미호의 변화에 자신이 기억을 조작한 거라며

미호의 선처를 부탁했지만 선처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뭐가 됐든 미호가 전 사령관에게 상처를 준 건 달라지지 않기에

그래서 전 사령관은 미호를 다시 만났을 때 멀리 파견을 보내게 했다.

미호의 성격 변화가 홍련과 현 사령관의 짓이라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한 번 곪은 상처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 상기시키기만 할 뿐....

겉으로는 이 진심으로 자기를 따르는 게 아닌 이전에 따르는 자가 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를 따르는 이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버티려고 했지만

점점 아르망의 조언으로도 버티기 힘들정도로 정신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무언가 불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요안나 아일랜드


그저 부상이나 회복이 힘든 바이오로이드들의 삶의 터전을 위해서 마련한 섬...

자신이 떠나고 그곳이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갔다.

그래서 발키리에게 부탁해서 요안나 아일랜드의 현황을 알아와달라고 부탁했다.

전 사령관은 부디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랬다.

그러나 현실은 비참하고 냉정했다.

발키리에게서 돌아온 보고는 자신이 꿈꾸었던 요안나 아일랜드가

부상당하거나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는 채로 구조된 바이오로이드들의 쓰레기장이 되었다는 보고였다.

그리고 그 주동자가 현 사령관과 어떤 한 대표형 바이오로이드의 합작이라는 사실과

오르카 자체가 이걸 방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전 사령관을 놔버렸다.

그리고 전 사령관의 입에서는 어떤 한 지시가 내려왔다.


"당장 오르카 내에서 오베로니아 레아와 의무실 업무를 제외한

 페어리 시리즈들을 잡아들이고 조사 들어가!

 이번 요안나 아일랜드 사태에 그것들이 얼마나 관여하고 있고

 오르카나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걸 방관하고 말리지 않았는지 모두 알아내도록 해!"


그리고 이내 그녀들에게 찾아온 건 아르망의 지시에 의해 내려지는

네오딤의 자기력 고문이었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이 사실을 알고 전 사령관을 찾아왔었다.

오베로니아 레아는 그 당시 자신이 애원하고 모든 걸 책임지면 이들이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온 전 사령관의 표정엔 감정이 없었다.

전 사령관 역시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책임을 다 맡으려는 그녀를 봤지만

그저 냉담할 뿐이었다. 그 동안 자신의 꿈을 실현할

바이오로이드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곳을 만드려했던 자신의 꿈을 짖밟아와놓고

이제와서 비는 오베로니아 레아가 혐오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자신을 죽이고 자매들을 용서해달라는 그녀에게 전 사령관은 이렇게 답했다.


"마치 모든 죄가 너한테 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데.

 그것들도 너랑 다를 바가 없는 것들일 뿐이야. 

 그것들이 말하더라 자기들은 그저 지시를 그렇게 따랐을 뿐이라고

 근데 이미 그런 지시가 몸에 밴 것들이면 언제든 이 오르카를 뒤통수 칠 

 생각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되지 않아?

 그렇게 막 내다버리는 데 그것들이 나라고 안 버리겠어?"


"아..아니예요..사..사령관님. 절대..절대 그럴일 없을거에요.

 제발..제발 자매들을 살려주세요."


"얌전히 돌아가. 너에게 내려질 처벌은 따로 있다.

 명령이다. 지금부터 내가 처벌할 것들은 네 자매들도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도 아니야.

 그저 제조실에서 찍어내 만들어지는 일련번호 단 채로 같은 바이오로이드를

 내다버리는 것만 배워온 내가 바라는 인류재건의 미래에서는 쓸모없는 것들일 뿐이야."


그렇게 전 사령관은 마지막 지시를 내리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나려했다.

오베로니아 레아가 마지막까지 그를 붙들고 애원을 했지만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이제 더는 미련이 없어. 여기에는 

 애초에 여긴 내가 있을 장소가 아니었던 거야.

 그게 아니었다면 요안나 아일랜드가 그 꼴이 되지는 않았을거니까."


그렇게 애원을 뿌리치고 전 사령관은 페어리 시리즈에게 오르카에서

장비 폐기 및 방사선으로 오염되 독초와 독나무만 자라는 무인도 재건 및

재건시 한정 복귀형을 내리고 추방시켰다.

사실상 영구 추방이었다. 장비도 없이 독초와 독나무들만 있는 곳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재건하라는 거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리고 레아는 감정모듈이 망가진 채 온실과 함께 유폐됐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묵묵히 그저 말없이 앉아있던 전 사령관이 있는 방에

아르망과 발키리가 들어왔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아르망...괜찮아....이 차벌주의자들만 가득한 잠수함에 있다는 걸 빼면..."


그의 대답에 아르망이 말을 하질 못했다.


"아르망..네 말대로라면 이제 이틀 남은 거지?"


"네...폐하가 떠날 날까지 이제 이틀 남았습니다."


"근데 어떡하지? 난 이제 이 빌어먹을 곳에서 이틀도 더 못 버틸거 같은데?"


아르망은 생각했다.

회귀하고 전 사령관을 다시 사령관직에 올리고 모든 걸 되돌리려고 한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의 계획은 사실상 이 시점에 물거품이 된 거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관계를 돌이키려고 했지만 

이제는 돌이키는 게 기적이다 할 수준에까지 와 버렸다.

전 사령관 입장에서는 인간한테도 그딴 식으로 구는마당에

바이오로이드들끼리도 차별을 두었으니 누가 이것들에게 뒤를 맡기고 싶을까..


"사람도 능력으로 생긴 걸로 차별질한 것도 모자라서

 같은 사람 안 따른다고 냉동시켜 가둬놓고

 싸우지도 제 능력도 못 쓴다고 섬에 쓰레기마냥 버리는 것들이 어떻게 나를 지키겠냐고!"


아르망은 그 모습을 보다가 전 사령관의 방에 들어왔다. 

들어오기 전 발키리에게 오르카 바이오로이드 중 누군가가 오는지 경계를 부탁했다.

그리고는 괴로워하는 전 사령관에게 다가와 살며시 그의 머리를 안아주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폐하...버티셔야합니다.

 희소식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유미가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펙스의 레모네이드 파이하고의 통신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녀도 현 상황에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폐하께서 떠나는 날에 바로 펙스 인원을 보내 맞이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버티셔야 합니다. 

 폐하께서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이 곳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질테니까요."


그녀의 위로에 전 사령관을 그저 그녀의 옷자락 속에 잠시 안겨있었다.

그리고 아르망이 전 사령관을 위로하고 피곤에 지친 그를 재운 후에

방을 나가고 난 후 전 사령관은 잠들기 전에 마음을 굳혔다.

이제 이틀이다. 이틀이면 이 곳을 떠날 수 있다라고...

전 사령관의 마음에서 오르카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전 사령관의 마음 속에서 오르카 호는 인류 재건을 위한 장소가 아니게 된지 오래였다.


한편 전 사령관을 위로한 후 방을 나온 아르망의 눈에

 경계하고 있는 발키리가 보였었다.


"무슨 일 있었나요?"


"아..아닙니다. 단지...거슬리는 벌레하나가 다가오려고 해서 막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아르망이 발키리가 보던 방향 쪽으로 눈을 돌리자 그 곳 벽 쪽에 

작지만 손톱으로 벽을 짚고는 할퀸 흔적이 보였다.

흔적으로 보아 CS페로였을거다.


"하! 가장 먼저 앞장서서 폐하를 멸시하더니 이제 와서 뭘 하겠다고 온 건지 모르겠네요."


"아마 각하의 현 상황이면 자신들이 조금만 말해도 받아들여 주겠지 하며 온 거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


"웃기지도 않네요. 보나마나 블랙 리리스 그 년이 지시한 거겠죠."


아르망은 그렇게 답했으나 한 편으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페로부터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아마 다음에는 더 많은 이들이 전 사령관에게

다가와 같잖지도 않은 감언이설을 하며 그가 펙스로 가는 걸 막으려 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르망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샬럿이 리제와 아쿠아와 함께 있었다.


"아닙니다. 그저 벌레 하나가 폐하곁에 오려고 했던 걸 발키리가 막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랬군요.."


"그딴 해충 내가 막았읕텐데 왜 나를 안 부른거야?"


"리제양은 어디 벽하나 부술 게 아닙니까?

 가뜩이나 주인님께서 힘들어 하시는 데 그런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면

 얼마나 더 힘드시겠습니까?"


"크흑....칫!"


리제는 더 말하지 못했다. 전 사령관과 관련된 일이었기에

그러다가 아르망은 살럿과 리제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그나저나 샬럿과 리제에게 부탁이 있어요."


"네?"


"부탁이 뭔데?"


둘이 묻자 아르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직은 추측이지만 분명히 여기 있을거예요.

 죽지 않은 채 아마 살아있다고 해도 멀쩡하지는 않을테고요.

 그것들도 그 놈을 좋게 보지 않을테니 한 번에 죽이지는 않겠죠."


"그게 대체 누군데 해충!"


리제의 재촉에 아르망이 답했다.


"두 분께 현 사령관이 어디 있는지 찾는 걸 부탁하고 싶어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두 사람도 놀란 눈치를 보였다.


"혹시 모르니까 호라이즌을 지원병력으로 대리고 가세요."


"...그 자가...여기 있는 게 확실한가요?"


"네..그 것들 입장에서는 아직 살려야하니까요.

 아마 그 놈 입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인수인계하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강제적으로 폐하를 앉히지 못하니 호라이즌을 빌미로 폐하를 대리직으로 앉힌 것처럼

 그 놈을 잡아다가 고문하다가 제풀에 지치게 만들 후에 

 그 놈 입으로 직접 오르카의 명령권을 폐하에게 넘기겠다는 말을 하게 해

 제들 입장에서는 정석적으로 명령권을 폐하에게 넘겨주었다는 

 명분을 만들 생각이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는 시점에서..."


"네...폐하를 또 이용해먹는 꼴이 되는 거죠."


"용서 못해...이 해충들! 내가 직접 죽일꺼야...

 그 개자식을 내가 직접 죽여서 도륙을 낼꺼라고!"


"아니 죽이는 건 안되요 리제."


"뭐!?"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잡아내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니요?!"


둘의 당황스러움에도 아르망은 자신의 답을 말했다.


"그 놈한테 떠넘길 겁니다. 이 시한폭탄같은 오르카호를...

 그리고 오르카 호를 그 놈과 같이 자멸시킬겁니다."


한편


오르카 내 회의실

그 곳에 파견을 나간 아스널과 캐노니어를 제외한

오르카 내 지휘관들이 모여있었다.

모두가 침울했다.

페어리 시리즈가 완전히 사라졌다.

전 사령관 손에

자신들도 그렇게 될 거라는 불안감보다는 

이제 전 사령관과의 관계가 회복될거라는 기대는 사라져버렸다.


"방심했다....부대를 재정비한다는 목적에 빠져서

 제일 중요한 장소의 회복을 내버리고 있었다니..."


'부대 재정비는 얼어죽을... 

 그 놈 따르는 것들 골라내서 숙청시킨 게 재정비라고?'


칸의 대답에 레오나가 속으로 답했다.

하지만 레오나 역시도 침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자신들을 좋게 안 보는 전 사령관인데

이번 일을 기점으로 돌아올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으니...

한편 그녀들이 있던 회의실에

페로가 들어왔다.


"페..페로 어떻게 됐어요? 주인님은 마..만났나요?"


리리스가 다가와서 페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페로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전박대 당했습니다.

 발키리가 막고 있더군요.

 막으면서 그 동안 사령관님을 그렇게 박대해놓고

 뭐가 아쉬워서 오냐면서 

 그리고 혹시 리리스 언니의 지시로 온 거면

 꿈도 꿀 생각 마시라고 하면서요..."


그 대답에 리리스는 주저 앉아버렸다.

그녀들에게서도 이제 상황이 얼마남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들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엿들고 있었다.

바로 둠브링어의 정확히는 회귀전에는 둠브링어였으나

전향하고 펙스가 되었던 나이트앤젤이었다.

그녀는 회의실을 벗어나 꿍한 표정으로 오르카 호를 돌아다녔다.

부관이 자릴 떠도 되냐싶겠지만 알게 뭐냐?

애초에 지금의 메이는 자신과 둠브링어를 

죽음으로 내몬 년이니 따를맘이야 진작에 떠난 지 오래였다.

오르카가 점점 전 사령관에게서 멀어져가는 건 기쁜일이었지만

아직 자신이 오르카 소속이었다.

나이트앤젤 입장에서는 이대로 가면 자신도 같은 오르카 소속으로 

죽게되거나 아니면 똑같은 자들로 부류되어 전 사령관이 떠날 때 

이 지옥같은 오르카 호에 남겨질 상황이었다.


'아직은 안돼! 젠장할 부관직만 아니었어도 

그냥 다 때려치고 회장님 곁으로 가는 건데....

게다가 다이카가 최근에 날 보는 눈이 이상해졌어

만약에 그 날의 일을 들키게 된다면...

탈출은 고사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고 말거야...

대체 어떡하지...내 처지를 알릴 사람이 지금...아무도 없어...'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 벗어던지고 전 사령관에게 가려고 해도 

둠브링어 부관직이 자신의 발목을 잡았고

설사 전 사령관 쪽으로 간다고 해서

자신을 믿어줄 상황도 못 되었다.

회귀전 시간대의 둠브링어는

처음으로 레모네이드 파이에게 용서를 빌었던

그 때의 기억만 복제된 채 펙스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존재들이었고

회귀 전 시간대의 펙스 소속 멸망의 메이는

전 사령관과 재회하고 용서를 빌었던 시간대까지만 복제된 채

펙스에서 재생산된 개체였다.

그러니 오르카 소속인 상태에서 계속 유지되다가 전향으로

펙스 소속이 된 건 나이트앤젤이 유일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는 자신의 출신을 알아봐줄 자들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전향을 직접 인정한 레모네이드 파이는 회귀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나이트앤젤은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떻하지...같은 편인데 증거가 없어서 믿어주는 사람도 없어...

섣불리 움직이면 되려 오르카 호내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


그러던 중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바로 샬럿과 리제 그리고 호라이즌 무리였다.

아쿠아는 이번 작전에서 빠진 채 샬럿이 돌려보냈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 자식이 다른데도 아니고 여기 오르카 안에 버젓이 있었다 이거지?"


"가만 안 둘거야...그 녀석 때문에 사령관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데."


"죽일거야...그 망할 해충..."


"그래도 죽이는 건 안됩니다...아르망이 그랬으니까요..."


그녀들이 걸어가는 방향을 보고 나이트앤젤은 파악을 했다.

그녀들은 지금 현 사령관을 찾고 있다는 것을


"근데..정말 여기 있는 게 맞을까? 이 곳으로 돌아오고 나서 있을 곳을 다 찾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는잖아요.."


운디네의 말에 세이렌이 답했다.


"그래도 찾다보면 나올 거예요. 그것들 입장에서는 반란으로 지도자를 앉히는 게 아니라

 합법적 절차를 내걸고 앉히는 게 덜 껄끄러울테니까요."


"어느쪽이는 기분나빠...그렇게 사령관님을 몰아낸 건 자기들이면서 이제와서 합법적이니 

 뭐니 하는 꼴이니까."


"그래도...어디 있는지 모르겠잖아...그렇게 찾아다녔는데..."


보아하니 현 사령관을 찾고 있지만 아직 찾질 못한 듯 했다.

그런 그녀들을 보고 나이트앤젤은 생각했다.


'차라리 저들에게 현 사령관의 위치를 말할까?

 하지만 날 믿지 못하면 어쩌지...'


갈등을 했지만 그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예정된 전 사령관이 떠날 날까지는 앞으로 이틀 후

오래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그래...차라리 운에 맡기자. 지금은 그것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이트앤젤은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무언갈 찾고 있는 건가요?"


그녀의 등장에 샬럿 일행들이 나이트앤젤을 경계했다.


"당신..여긴 어쩐 일이죠?"


"그 전에 무기부터 넣어주십시요. 전 여러분과 싸울 맘이 없습니다."


나이트앤젤의 답에 테티스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하! 싸울 맘이 없다? 우릴 임무 명목으로 내쫒아 죽게 만들려고 했던 것들 말을 어떻게 믿어!"


"그건 테티스 말이 맞아요. 저흰 오르카의 사람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녀들의 반응에 나이트앤젤은 자신의 장비를 손수 해제했다.

그 모습에 경계하던 이들이 적진 않게 놀란 모습을 보였다.


"네..여러분들에게 전 오르카 일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분들께 도움을 주려고 하고 또 도움을 부탁하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손수 제 장비까지 해제했고요. 

 결코 여러분들께 쓸 일도 없을거고 오르카 일원들에게 보고하는 일도 없을겁니다.

 이 정도면..여러분께 신뢰를 줄 상황이 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전 당신들이 찾고 있는 게 어디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찾으려는 게 뭔지는 아시나요?"


"현 사령관 아닙니까?"


그 대답에 일원들이 부정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나이트앤젤이 말했다.


"그가 갇혀있는 곳은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랑 

 그 부관급 바이오로이드 밖에 모릅니다.

 함부로 못 찾게 그리고 함부로 그 놈이 탈출하지 못하게 이중 삼중으로 유폐되어 있으니까요.

 그 자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겠습니다. 물론 손에 넣는 것까지도요."


그 모습에 샬럿이 세이렌에게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죠. 지금 여기 우리들 중에서 제일 직책이 높은 건 세이렌씨 당신인데요."


"네?! 아..저요!?"


"물론 나중에 아르망이나 발키리씨께 설명은 해야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세이렌씨가 결정해야되요."


샬럿의 말에 세이렌이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일단은 믿어보죠. 당장 저희에게는 찾을 수단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세이렌은 나이트엔젤에게 다가갔다.


"혹시 모르니까 당신의 뒤에 네레이드와 테티스를 붙일 거예요."


"그건 상관없어요. 애초에 도망칠 맘도 없지만 말이죠."


"그럼 그 자가 어디 있는지 안내하세요."


"...알겠어요..제가 앞장설게요."


"네레이드와 테티스는 나이트앤젤씨의 후방을 맡으세요 도망칠 걸 막기위해서니까요."


"알았어."


"응!"


전방은 살럿씨와 운디네한테 부탁할게요."


"알았어."


"맡겨줘!"


"리제씨는 최후방에서 뒤따라오는 자들을 맡아주실수 있을까요?"

 

"알았어...망할 해충들 따라오기만 해 봐..."


그렇게 세이렌 일행들은 현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나이트앤젤이 물었다.


"그나저나 물어볼게 있습니다."


"뭐예요?"


"그 놈을 찾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시는 건가요?"


나이트앤젤은 보나마나 찾자마자 숙청하겠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들은 현 사령관에 의해 추방되거나 유폐되었던 이들이니까

그러나 세이렌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우리는 그 놈을 다시 오르카 사령관에 앉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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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죽지 않고 살아서 겨우 생존신고 했습니다.

변명 같은 이유를 하자면

현생 일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동안 틈틈히 써놨던 내용들이 한 순간의 실수로 전부 날라가는 바람에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진짜 그 거 다 날라가니까 쓰던 의욕이 전부 사라지더랍니다.....

게다가 쉬는 날에는 대부분을 잠으로 날리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