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astorigin/8057932 


"꺄후~ 신난다!"

"조용히 좀 해! 들키려고 작정했어?!"

"아 걱정마셔~ 들킬 일 없으니까! 설마 누가 우리가 반지를 훔쳤을거라고 예상으겤"


울창한 숲속을 신나서 달려가던 워울프는, 순간 들려온 총성과 함께 왼발의 기동장치가 망가지면서 그대로 땅바닥에 얼굴부터 넘어졌다. 


"워울프!"

"적 저격수다! 모두 엄폐해!"


탈론페더, 카멜은 각자 나무 뒤에 일제히 숨었다. 칸은 넘어진 워울프를 수습하던 중 날아오는 총알을 간신히 피하고는 나무 뒤로 숨을 수 있었다. 총탄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곳을 칸이 돌아보니, 그 곳에는 땅바닥에 튕겨나간 마취탄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칸 대장님, 저격수의 스코프가 보이질 않습니다. 탐지도 어렵구요."

"발키리인가..."

"아, 역시 내 친구 사격솜씨는 끝내준다니까. 여어~"


워울프는 쌍코피를 흘리면서도 한 손만 내밀어 저격수에게 인사했다. 다시 한번 총성이 들렸고, 안일했던 워울프의 손바닥 정중앙에 마취탄이 꽂혔다. 카멜은 기겁하면서 워울프를 잡아 마취탄을 손에서 뽑아냈다.


"뭐하는 짓이야 이 바보가!"

"아니 난 그냥 인사하는거라고! 전쟁터의 낭만 몰라? 적과 적으로 만나는 친구, 전쟁을 넘나드는 우정! 영화에서도 봤다고! 그 영화가...어우 뭐였더라...갑자기 졸리네..."

"정신차려요 워울프!"


탈론페더가 뺨을 갈기자, 워울프는 간신히 감기던 눈을 떴다.


"...분명 내가 빠져나오는길에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상하군."

"그러게말이야...나도 별로 얘기 안 했었다고..."

"...별로라면...몇명에게는 했다는 말인가요?"

"내 친구들한테만."

"아."

"아."

"아."

"버리고 가죠?"

"그러지."

"자...잠깐...전우를 이렇게 버리고 가는게 어딨어!"

"대장님. 저격수 위치는 대략 2시 방향인듯한데, 여기 이 쪽으로 가면 엄폐하면서도 현재 속도를 유지하면서 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래. 페더가 먼저 적 위치를 파악하면 우리가 뒤따라가지. 가자 카멜."

"대장! 날 버리고 가지 말아줘! 부탁이야! 이런 곳에서 잠들기 싫어! 이렇게 잠들순 없다고오오오"


워울프의 절규를 뒤로 하고, 호드는 저격수를 우회하는 동선을 따라 이동했다. 탈론페더의 정찰에 따라 멸망 전 도시의 잔해에 엄폐해가며 움직이던 칸은 수상함을 느꼈다. 분명히 인공적으로 설치된듯한 바리케이드들과 무언가를 급하게 끌고간 자국, 그리고 최근에 버려진 간식 쓰레기들이 칸의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적이 없는 것 맞나?"

"생명 신호가 감지되지 않습니다 대장님. 혹시해서 AGS 위치정보도 대조해보고 있는데 AGS들도 다 다른 곳에 있고요." 

"그렇..."


순간, 칸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조잡한 로봇를 발견했다. 다리가 4개 달리고 작은 카메라만이 달린 로봇. 이건 분명...


"함정이다! 모두 퇴각!"


칸의 말이 끝나자마자, 폐허에서 수십개의 탑돌이들이 마취탄을 발사하면서 호드를 공격해왔다. 칸은 응사하면서 탑돌이들을 여럿 박살냈지만, 퇴로에도 탑돌이들이 깔리면서 어쩔 수 없이 가까운 건물 안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카멜의 목덜미를 붙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숨을 돌리던 칸은, 카멜의 몸에 이미 마취탄 수십발이 꽂혀서 곤히 자고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아채릴수 있었다.


"젠장...미안하다 카멜...탈론페더! 탈론페더 어딨나! 현위치는?"


탈론페더의 응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건물 지하에서 분주한 발걸음이 들리더니, 누군가 그녀가 있는 층에 연막탄을 투척하고는 마취탄을 쏘며 진입하기 시작했다. 칸은 카멜을 둔채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응사했다. 커다란 하얀색 방패 뒤에서 몇몇이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하얀 방패는 끊임없이 전진하며 칸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분전하던 칸은 순간 창문 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반갑습니다 칸 대장님."

"샌드걸. 알비스를 상당히 잘 훈련시켰군."

"말을 잘 듣는 아이니까요. 그나저나, 반지를 저희에게 주시지 않겠습니까?"

"안타깝지만 그럴 수 없겠군."

"그렇군요."


샌드걸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관포를 통해 칸이 있는 층에 마취탄을 퍼부었다. 칸은 굴러서 순간적으로 피하면서도, 실탄으로 샌드걸의 왼쪽 날개를 맞춰서 그녀가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읏! 제법이시군요. 알비스! 이대로 몰아붙이세요!"


알비스가 진입하면서, 고글을 쓴 님프가 지원사격을 하면서 넘어진 가구에 엄폐한 칸을 몰아붙였다. 칸은 님프와 알비스를 상대하면서도, 창문 밖에서 지원하는 샌드걸, 그리고 멀리서 저격으로 지원하는 발키리의 사격을 받아내고 있었다.


"네? 아. 대장님. 네..."


순간, 칸을 향한 총성이 멈췄다. 칸이 바깥을 내다보자, 그곳엔 레오나가 당당히 서있었다.  그 옆엔 탈론페더가 꽁꽁 결박당한채로 발키리와 안드바리의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었다.


"칸! 포기하고 반지를 내놓는게 어때?"

"웃기는 소리. 난 하루종일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네 부하도 그럴까? 안드바리. 시작해."

"네."


안드바리는 품에서 탈론페더의 태블릿을 꺼내고는, 터치스크린으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메이드장과_사령관의_뜨거운_정사_대화대박.mp4 이거부터 시작하죠."

"그래...삭제해."

"안돼애애앳!"


탈론페더가 달려드는것을 발키리가 붙들었다. 


"칸, 네 부하가 고통받는걸 즐기는건 아니겠지? 아니라면 순순히 나오는게 어때?"

"크윽...어쩔수없"

"...안돼요! 대장님! 저는 아직 버틸수 있습니다!"

"호오...안드바리. 다음건?"

"네. 젖소3마리와_지칠때까지_착유플레이.mp4입니다."

"아앗! 그...그건! 희귀한 플레이라 다시 못구하는건데!"

"삭제해."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탈론페더의 고문은 계속 이어졌다.


"자신만만한_포대장_애널굴복함락.mp4"

"삭제"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브라우니&레프리컨_200명_4시간내내.mp4"

"삭제"

"히에에에에에에에엑"

"삐진그녀_달래주기_3p완전절정실신_발할라로가버림.mp4"

"아니 이 미친년이...! 삭제!"

"후에에에에에에에에엥"
"이건...아!"


태블릿을 본 레오나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지는걸 본 탈론페더는, 순간 그녀의 가장 귀중한 컬렉션이 위험에 쳐했다는것을 본능적으로 알수 있었다.


"...칸대장님과사령관님_완전순애리드.mp4"

"아...아앗! 부탁입니다! 그것만은 제발...! 그게 없으면 전...살아갈 이유가...!"

"흐음..그럼 무릎 꿇고 빌어봐."


탈론페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땅바닥에 붙이고 울먹이면서 레오나에게 비굴하게 빌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앞으로는...그러지 않겠습니다..."

"뭘 그러지 않겠다는거야? 난 잘 모르겠는걸."

"깝치지...않겠습니다...도촬도...안하겠슴미다...다...잘못했습니다...제발...그것만큼은..."

"아~ 깝치지않겠다는거구나~ 들었어 칸? 네 부하가 나에게 깝치지않겠다는데?...흠, 이거 보는 재미가 있는걸. 그래도 칸이 나오질 않으니, 어쩔수 없이 삭"

"잠깐!"


그 말과 동시에, 칸은 창문 밖으로 손을 들어 항복했다.


"칸 대장님! 안돼요!"

"대단한 충성심이네. 이런 충성심의 반만큼이라도 도촬당하는 사람들을 좀 존중해줬으면 좋을텐데 말이야. 칸? 무기를 내려놓고 얌전히 건물 밖으로 나오도록 해."


건물 주변은 너무 조용해서 칸이 한발자국씩 내딛으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릴정도였다. 칸은 생채기만 난 모습으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그렇게까지 해서 가져가야만했나?"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인걸.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사랑을 쟁취해야지. 안 그래?"


순간, 커다란 포성과 동시에 대지가 흔들렸다. 깜짝 놀란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지? 철충인가?"

"아냐. 이 섬의 철충은 다 정리했잖아! 이건...!"


박격포들이 수차례 도시 주변에 떨어지면서 엄폐물로 쓰일 반파된 건물들을 모조리 박살냈다. 그러자 멀리에서 비장한 군가가 레오나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높은 산 깊은 곳~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날~ 순절한~ 그 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나를 잊었네~"


"스틸라인...!"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무는 레오나를, 칸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걸 지킬 준비가 됐길 바라지."


***


스노우페더는 들떴다. 그녀가 컴패니언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으로 전원이 모이라는 언니의 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자매들끼리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라도 갖는걸까? 아니면 다과회? 그런 들뜬 마음을 하고 컴패니언 생활관에 들어온 스노우페더는 리리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자매들이 무릎 꿇고 얌전히 앉아있는 무서운 광경을 목격하자 기대가 산산히 깨져버렸다. 유일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리리스는 책상 위에 놓인 칸의 사진을 나이프로 찍찍 긋고 있었다. 


"어머, 우리 막내 왔구나. 여기 의자에 앉으렴."

"...앉아도 되는건가요, 큰언니?"

"다들 의자에 앉으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여기 무릎을 꿇더라고."


스노우페더가 의자에 앉으려는 찰나, 그녀는 리리스의 살기 어린 눈빛과 마주했다.  분명 리리스의 살기는 자신이나 자매들을 향한 것은 그녀의 이성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은 이 의자에 앉으면 죽을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스노우페더는 본능을 믿기로했다.


"...저도 바닥에 앉을게요."

"그러렴."


스노우페더가 바닥에 꿇어앉고 한참이 지나서야 리리스는 입을 열었다.


"...그 너구리가 반지를 가져간것까지는 좋아. 뭐 어차피 함장실에 허락없이 들어간건 결국 죗값을 받을거고. 이 몸은 주인님의 정실부인이 될 몸이니까. 반지를 몇번째로 받건간에 말이지...후훗."


순간, 그녀는 나이프로 책상에 놓인 칸의 사진을 쾅쾅 내려찍기 시작했다.


"근데! 그년이! 감히! 내가 주인님께! 드린! 리모컨에! 손을 댔다고! 나와! 주인님만의! 사랑의징표에! 아아아아아아악!"


리리스는 계속 나이프를 책상에 쑤셔박다가 어느 순간 나이프가 책상에 완전히 박혀 뽑히지 않자, 그녀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자매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주인님의 반지를 찾아서 자리에 되돌려 놓아야 할 것 같아. 얘들아."

"네. 언니" x4

"아, 그리고 그 너구리 년은...보자마자 두 다리를 분질러 놓도록 해. 알았지? 자, 출발할까 얘들아?"

"네. 언니" x4


대화가 끝나고 잠시 할일이 있다고 빠져나온 스노우페더는 덜덜 떨면서 페로를 붙잡았다.


"저, 저 언니. 이건 대체..."

"아...못 들으셨나보군요. 칸 대장이 리리스 언니를 제압용 리모컨으로 제압하고 주인님의 반지를 탈취해갔어요. 워울프발 소식에 따르면 반지를 역으로 먼저 드리는 쪽이 신부가 되는거라나..."

"그, 그럼 그 두 다리를 부러트리라느니..."

"뭐...우리가 먼저 찾으면 될거에요. 하치코는 맘이 약해서 못할거고. 펜리르는 진짜 부러트리겠지만..."


페로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칸 대장이 함장실에 우리 허락 없이 출입한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걸 바로 잡아야해요. 이것만 알면 됩니다. 알겠죠? 스노우페더?"

"네...그리고 맏언니는...원래 저러신 분인가요?"

"리리스 언니요? 언니는 원래는 안..."


페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네. 원래 저러신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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