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 사령관과 워울프.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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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초 사령관과 레오나.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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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하고 화학적으로 오염된 연기가 어둡고 공허한 하늘로 뿜어져 나가다, 환풍기 속으로 천천히 슥 빨려 들어가며 잔상을 남기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사령관은 그저 멍하니, 고개를 올린 채 담배 연기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한 손에는 그를 위한 호신용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지휘실의 전등을 꺼둔 채, 의자에 기대고 있었다. 어둠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의 장막 너머로 고개를 들어밀었다가, 천천히 꺼져가며 수면 아래에서 들끓었다. 대부분은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한 회상이었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해지는 순간이, 불청객처럼 가끔 그에게 찾아왔다. 니코틴으로 자극된 뇌는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그를 그 불청객의 영역으로 밀어가고 있었다. 그건 마치 모래 사장에서 맨 발로 파도를 느끼는 느낌과 유사했다. 처음엔 차가운 파도가 발가락 끝을 건든다. 그리고 발가락을 담구고, 발등, 발 전체를 잠겨 버린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안으로 걸어들어가며, 수면 아래로 익사해 들어가는 기분. 그 감정들이, 기억하기 싫은 것들이 지나가면서 그의 머리 속을 찔러댔다. 그는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크게 빨아당겼다. 그리고 내뱉었다. 폐 안에 응겨있던 잿향기가 기도를 통해 뿜어져 나와, 아까 전과 같이 환풍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장전되지 않은 권총으로, 두통에 빠져있는 관자놀이를 툭툭 쳤다. 강철의 차갑고 냉랭한 느낌이 그가 빠진 우울의 그물망 역할을 했다. 그가 아직 해야할 일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먼지가 되기 전에, 잿냄새와 잿향기에 불과한 존재로 변하기 전에, 아직 숨이 붙어있을 때, 그 자신이 해야할 일. 어디론가로 도망치는건 불가능한,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들었다. 그래봤자 그를 만나러 온 바이오로이드일 것이라는 생각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역시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하필 그가 총구를 관자놀이에 댄 순간에, 그녀가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고함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저, 사령관이 인식하기도 전에 달려나갔다. 서류들이 어지러이 놓여져 있는 책상을 밟고, 총구를 관자놀이에 댄 그를 덮쳐, 의자와 함께 넘어뜨렸다. 사령관은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졌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권총은 덮친 괴한에 의해 멀리 날아갔고, 담배 역시 지휘실 땅바닥 어딘가로 떨어졌다. 그보다 중요한건, 강한 충격으로 인해 머리 뒤통수랑 허리가 쪼개질 듯이 아프다는 점이었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아니, 오르카 호에 입성하고 나서 정말 드물게 보여준 분노의 목소리로 이 바이오로이드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그래서 얼굴을 찡그린 채 눈을 떴고, 그의 앞엔 블랙 리리스가 있었다.


 패닉에 빠져, 어쩌지도 못할 것 같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그저 공포에 질려 그를 바라만 보고 있는,


 리리스가, 거기에 있었다.


 그는 붉은 감정이 담배 연기처럼 순식간에 흩어지는걸 느꼈다. 그녀의 커다란 두 황금안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그는 손으로 그녀의 떨리는 팔을 조심스럽게 부여잡았다. 그리고 밖에서 대기 중이던 페로가 콰당, 하는 큰 소리에 빠르게 그를 불렀다. 이 장면을 페로에게 들킨다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게 뻔했기 때문에, 그는 괜찮다며, 잠시 의자에서 넘어진 것 뿐이라며, 리리스가 부축해줬고 들어올 필요 없다고 말했다. 페로는 아마도 그의 명령이 불만족스러웠겠지만, 명령은 명령이기에 지킬 것이었다. 다시 지휘실의 문이 닫히고, 어둠이 찾아 들었다. 그녀의 그 아름다운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그의 뺨에 떨어지고는 덧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우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에 휩싸인 채, 그를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을 잃을 뻔한 그 가련한 아이의 표정은, 사령관에게 수많은 죄책감의 탑 위 또 다른 돌을 올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리……."

 "주인님." 그녀가 말을 끊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인님."

 "리리스." 그는 그녀를 내려오게 만들려고 했다. "일단 내려오고 이야기……."

 "주인님!" 


 리리스가 고함쳤다.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설사 비틀렸다고 해도 이 오르카 안에서 그녀만큼 그를 사랑하는 사람 역시 별로 없었다. 매일 일거수일투족을 붙어있고 경호하는 그녀의 입장에서 사령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남달랐다. 아니, 사령관, 그의 주인은 그녀의 전부이자 세계였다. 그렇기에, 누가 봐도 사령관이 권총으로 자살 시도를 하려고 보이는 그 상황에서 이런 패닉에 빠지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 전에 사령관이 단 한 번도 이런 일을 보여준 적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사령관이 머리에 권총을 대고 있던 그 순간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 귀 아파."

 "주인님, 농담할 기분이 아니에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짓을 하려고 하신거죠?"

 "그냥 그건 장난이었어."

 "장난……?" 리리스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서 불빛이 꺼져가는건 착각일까. 사령관은 내심 농담에 가까운 생각을 했다. "장난이요?"

 "어, 장난. 그저……."

 "그게 장난으로 할 짓인가요!"


 또 다시 고함. 그리고 이번엔 뺨이 얼얼해졌다. 단 한 방에 볼 안을 터뜨리는 강력한 싸대기였다. 그는 입 안까지 얼얼해지자 자신이 단어를 잘못 선택함을 깨달았다. 그녀 역시 방금 전에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사령관의 뺨에 싸대길 날리다니. 본래였다면 바로 해체기로 직행할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도, 그도,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하지도 못했다. 분위기가 싹 가라앉았다. 리리스의 분노에 차 가쁜 숨과, 사령관의 한숨만이 싸늘한 적막 안에서 맴돌았다.


 "다시 묻겠습니다. 주인님,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건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더치 걸의 광산용 드릴처럼, 분노와 공포에 절여져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자살 기도처럼 보이는 일." 그는 이제 담담하게 사실을 말해주기로 했다.  "알아, 착각하기 딱 좋은거. 미안해."

 "그게 착각할 일이었다고 하는 겁니까……!" 리리스가 이를 빠득 갈며 그의 멱살을 거칠게 틀어쥐었다.

 "착각이야."

 "착각이 아닙니다!"

 "리리스." 그는 우울의 바다에서 수영해 수면 위로 올라오기로 했다. 그녀를 위해서. "저 총은 장전이 안되어 있어. 난 여기 있어. 어디 가지 않아."

 "아뇨, 착각이 아닙니다! 당신은, 주인님은, 머리에, 당신의 머리에, 이 곳에, 스스로 총을……!"


 리리스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멱살을 풀고 관자놀이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는 따뜻하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리리스는 그의 품 안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의 머리를 꼭 감싸안은 채로 서럽게 울었다. 상실의 가능성. 세상에서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을 그 상상이 가시화된 순간, 그녀는 이미 무너졌다. 철충도, 레모네이드도, 그 어떤 위협적인 것을 상정하여 경호를 하던 그녀에게 주인의 자살이라는 생각치도,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현실이 될 뻔한 순간은 착각이라도 그녀의 정신을 무너뜨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는 불편한 자세로 그녀를 끌어안은 채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녀의 서러운 울음이 훌쩍임이 되고, 훌쩍임이 침묵이 될 때까지. 리리스는 아이로 돌아가, 부모를 잃을 뻔한 어린 아이처럼 그를 단단히 꼭 끌어안은 채였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계속해서 속삭여 주었다. 난 어디 가지 않아, 리리스, 걱정하지 마렴. 모든게 괜찮아. 네가 본 건 그저 우연했던 일일 뿐이야. 난 어디 가지 않아. 널 두고 말이야. 리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으스러지게, 그를 꼭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녀의 품에서 느껴지는 이 온기가 거짓말처럼, 담배 향기처럼 어디론가로 흩어져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은 공포가 그녀 마음 속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었다.


 그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지휘실과 연결된 비밀의 방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지휘실에도 당직용 침대가 있었지만, 그래도 안방인 이 곳의 침대가 훨씬 나았다. 사령관은 리리스를 침대에 내려놓기보다는 그냥 같이 눕기로 했다. 옷입은 채로 침대에 뒹구는건 그닥 좋은 생각은 아니였지만, 그보다 리리스를 케어해주는 것이 먼저였다.


 "리리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리스?"

 "부르지 말아주세요."

 "리리스."

 "부르지 말아주세요, 주인님, 지금 주인님이 절 부르시는 그 목소리가, 목소리가, 이 리리스를 두고 어디론가로, 리리스가 지키지 못할, 머나먼 곳으로 가버릴 것만 같아서……."

 "쉬." 그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괜찮아."

 "괜찮지 않아요. 괜찮지 않았어요. 그 순간에, 주인님이 자신의 손으로 당신 스스로를 겨누고 있었을 때, 저는, 전."

 "괜찮아."

 "괜찮지 않았어요!" 리리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괜찮지 않다고요!"


 리리스가 그의 가슴팍을 강하게 두들겼다. 아아악, 하는 비명과도 같은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 모든 울음들이, 그녀가 견뎌온 두려움의 무게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강력한 태풍에 댐이 박살나듯, 그 안에 묶여져 있던 슬픔이 비명스런 울음으로 터진 것이겠지. 리리스가 그의 가슴팍을 때리던 두 주먹은 이내 가슴을 긁어내리는 미련한 손길로 변했다. 그 모든게, 사령관의 죄책감이 되서 돌처럼 얹어졌다. 그는 이제 긁다 못해 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우는 그녀를 품에서 간신히 떼어냈다.


 "리리스, 자, 리리스, 착하지. 날 보렴."

 "주인님……."

 "약속 하나 해주겠니?" 사령관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어떤 약속인가요?"

 "아까 전과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면, 날 막아주겠다는 약속." 그는 눈물로 축축해진 그녀의 뺨과 눈가를 연신 닦아주었다. "약속해줄 수 있지?"

 "제가 막을 수 있을까요?"


 두려움에 찬 두 황금이, 그를 바라보았다.


 "응."

 "제가 어떻게요? 제가, 리리스가, 나쁜 리리스도 착한 리리스도 주인님이 스스로 죽으려는건 막을 수 없어요!"

 "아니, 막을 수 있어."

 "어떻게요? 어떻게요?"

 "아까 전처럼."

 "아까 전처럼요?"

 "명령을 줄게. 날 덮쳐. 그리고 뺨을 세게 한 대 쳐주는거야. 뭘 하고 있냐고." 그러면서 그는 아직 얼얼한 자신의 뺨에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올려주었다. "알겠니?"

 "리리스는, 리리스는 잘 모르겠어요……."

 "잘 몰라도 괜찮아. 믿고 있으니까."

 "주인님이요?"

 "난 날 믿지 않지만 리리스는 믿거든. 리리스가 자신을 믿지 않아도 좋아, 네 주인인 내가 널 믿고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자신감을 가지렴, 리리스."


 사령관은 리리스를 꽉 껴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남겼다. 그것은 표식처럼, 리리스에게 꺼질 듯 말 듯한 안정감을 간신히 되돌려 주었다.


 "그러니 날 지켜줘, 나의 경호대장 님."

 

 이 모든 것들로부터.




 



원래 목표는 리리쮸랑 밤이슬 데이트였는데 어째서 자살소동이 됐고 급발진이 됐는지 모르겠다

쌔벽만 되면 존나 우울해서 그런듯 그래서 글도 좆같이 써졌다... 미안하다


마음이 조금 우울하고 슬픈 라붕이들도 어떤 상황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말고 늘 항상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 그 누구든 내밀어주니 걱정말고 내밀자


건강하게 살자! 다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