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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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


아스날과 앨리스가 추욱 늘어졌다. 어린애들 앞에서 그런 노래를 부른 벌로 동침일정표에서 두 사람을 빼버렸기 때문이다.


생기를 잃은 눈동자는 공허했고  벌려져있는 입에서 침이 늘어져 나왔다. 존나 더럽다.


"끌고가"


쿵 쿵, 기간테스가 아스날과 앨리스를 들고 날랐다. 떡 좀 못친다고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정말이지 오르카호의 미래가 암울하다.


*


잠깐 중지되었던 대회가 다시 진행되었다.


앞서 선례가 있었기 때문일까 고 두 년 처럼 야시꾸리한 노래를 부르려던 바이오로이드는 자진 기권을 했다.


얘들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마법소녀는 잊어라! 사악한 대마왕으로 화려한 컴백! 뽀끄루 대마왕!"


함성과 박수소리가 무대를 메웠다. 스포트라이트는 무대의 정중앙을 비추었다. 하지만 뽀끄루는 나타나지 않았다. 개꿀잼 몰카?


"뽀... 뽀끄루 대마왕?"


스프리건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렸다. 관객들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키이잉


어디선가 톱날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시발?


"뽀에에에에!!!"


무대 뒤편에서 대마왕 차림의 뽀끄루가 뛰쳐나왔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공포에 젖어있는 뽀끄루가 보였다.


"거기서라! 뽀끄루 대마왕!"


그 뒤로 백토가 뛰쳐나왔다. 아무래도 마법소녀 복장이 아닌 대마왕 복장의 뽀끄루를 보고 저러는거 같다. 역시나 정상은 뽀끄루 말고 존재하지 않는 D엔터 다운 지능이다.


"백토! 이 미친 또라이야! 복실아!!!!! 뽀끄루 살려!!!!"


뽀끄루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데!


"크윽! 함정을 팠구나!"


자기가 지랄하다 구속되었다는 생각은 끝까지 하지 않는 백토, 나도 저런 철면피를 가지고 싶다.


백토는 AGS 중에서도 강한 기간테스의 힘에 짓눌려 이도저도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손발이 전부 묶인 백토지만 그 살기가 담긴 눈빛 만큼은 살아있었다.


"뽀끄루 대마왕!"


기간테스에게 연행되는 도중, 백토는 겁에 질려있는 뽀끄루에게 소리쳤다.


"반드시 찢어주겠다!"


"진짜 미쳤구나"


미친년이 따로없다.


그렇게 백토가 사라졌다. 스프리건이 바닥에 주저앉아서 오들오들 떨고있는 뽀끄루에게 조심히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저... 뽀끄루씨?"


"뽂....."



"앗"


기절했다.


*


이러나저러나 대회는 계속 진행되었다. 뽀끄루는 수복실로 넘어갔다. 백토는 감금되어 48시간 라비아타 교정 동영상을 보게 될 예정이고


"여러분들은 오늘 진정한 요정을 보게 될 것! 오베로니아 레아!"


라이트가 비춰지는 무대 중앙에 레아가 등장했다. 평소 메이드복이 아니라 서약할 때 입으라고 챙겨준 웨딩드레스를 입고서


아이고 레아야, 그걸 왜 거기서 입니


"모두들 방가방가?"


"크흐흡...!"


스프리건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스프리건만이 아닌 내 옆에 있는 콘스탄챠와 슬레이프니르 마저 옆구리를 꼬집으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스프리건이 웃은 것 때문에 레아가 화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


레아는 그저 웃고있었다. 정전기도 튀기지 않고 고요하게 웃고만 있었다.


"스프리건씨? 이제 시작해도 될까요?"


"ㄴ... 네!"


스프리건은 쫄았다. 그녀는 레아의 요구에 들고있던 마이크를 레아에게 넘겨주었다.


"자! 시작할게요!"


노래가 흘러나왔고, 레아는 눈을 감고 노래를 시작했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그것은 시련이었다. 그 어떤 바이오로이드도 웃을 수 없었다. 심지어 페로 조차도 웃지 못했다. 만약 웃게 된다면 번개의 심판이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지옥과도 같은 시간 흘러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저 느리게 흘러만가는 시간을 원망하기만 했다.


"모두들 제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했어요!"


1초가 1분 같은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레아의 무대가 끝났다.


무대와 관객석은 쥐 죽은듯이 조용했다. 하지만 우리는 불행히도 계속 살아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