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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7년 11월 13일. 2시 24분. 하차 지점은 목표의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숲길.

인원은 날 포함해서 총 4명. 거대 기업의 후계자를 담그러 가는데 너무 적은 수가 아닌가 싶었지만, 사장은 ‘이것도 과하다.’ 라며 여지를 없애버렸다.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쉬운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SUV안은 적막했다.


“1분 전. 각자 장비 체크하고 하차준비.”


“M1 이상 무.”


“M2 이상 무.”


“M3 이상 무.”


“전 장비 이상 없음 확인. 하차한다.”


차량에서 하차한 고블린들과 나는 적막한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낙엽들은 이미 누군가 치워 놓은 덕분에 발소리는 나지 않았고, 가로등조차 없어 은밀하게 움직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정문에 경비 둘. M3는 경비실 확보해.”


“확인.”


파공음과 함께 미간에 깔끔하게 구멍이 난 경비 둘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뭐야?! 이게 무슨...”


M3가 경비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고, 소음기 소리가 서너 발 울려퍼졌다.


“여기는 M3, 경비실 cctv 확보.”


“순찰조 위치는?”


“저택 북쪽에서 현 위치로 이동 중, 예상 도착 시간 2분.”


“전원, 매복한다.”


“확인.”


우리는 구석에 쌓아둔 낙엽 더미에 몸을 숨겼고, 이내 말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거기 무슨 일이야!”


“순찰조 둘, 좌측 화단. M1은 좌측, M2는 우측.”


“확인.”


우드득 소리와 함께 두 경비의 목이 부러졌다.


“M3, 외부에 남은 경비 병력이 있는지?”


“없다, M1. 진입해도 좋다.”


우리는 저택 입구로 향했다.

문 손잡이를 조심스레 당기자 소리 없이 열렸다. 역시 부잣집이라 관리를 잘 해놨다.


“음? 정문 경비와 연락이 안 돼.”


“새끼들, 또 자고 있나? 빠져가지고...”


내부 경비들이 아직까지도 총소리를 못 들은 걸 보니 저택은 생각보다 방음이 잘 되는 모양이다.


“돌입! 돌입!”


소음기를 끼웠음에도 온 저택에 총성이 울려퍼졌다. 이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M3, 저택 정문으로 합류해라.”


“이동 중.”


잠시 후, M3가 합류하고 우리는 목표가 있다는 2층으로 향했다.

어둠이 내리깔린 조용한 복도 사이에서 나지막히 부산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HQ에서 전 대원에게. 약 10분 뒤에 현지 경찰이 도착할 예정이다.”


뒤져야 할 방은 5개. 시간이 빠듯하다. 팀을 나누는 수밖에.


“알겠다. M2, M3는 맨 끝 방부터 확인한다. M1, 맞은편 방을 맡아.”


“확인, 이동하겠음.”


“알겠습니다.”


걷어차인 문이 열리고, 옷가지가 즐비한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숨어있더라도 여기는 아니다.

다음 방 방문을 부수려고 벽에 몸을 붙이자, 문 너머로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바로 벽 하나를 두고 누군가가 매복해 있었다.

들어가 싸울 것도 없이 벽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램파트의 방패도 뚫는 총알이 고작 벽 따위에게 막힐 리 없었다.


“흐억!”


바람이 빠지는 비명소리에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자, 중년 남성이 피를 흘리며 주저앉아 있었다.


후안 리오보로스였다.


“프라임이 전 대원에게. 잭팟. 반복한다, 잭팟.”


“M1 접수, 합류하겠음.”


“M2, M3 접수, 퇴출지점으로 이동 중.”


후안 리오보로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노려봤다.


“젠장... 앙헬 녀석. 진작에 손을 봐 뒀어야 하는데... 기어코 일을 저지르다니...”


때마침 M1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고갯짓으로 후안을 가르켰다.


“당신은 고위험 등급 인물로 식별되었습니다. 위험인물을 제거하겠음.”


AGS나 할 법한 말을 잘도 자연스럽게 내뱉은 M1은 후안의 머리통을 짓밟아 터트렸다.

피가 사방에 튀기고, 옷장 속에서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인 마리아 리오보로스겠지. 뻔한 곳에 숨었네.

M1이 날 바라보자 나는 출구를 가르켰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여기는 프라임, M1과 함께 퇴출지점으로 이동 중.”


“확인. 퇴출준비 완료.”


“프라임이 HQ에게, 목표물 제거 완료.”


“확인했다, 프라임. 3분 남았다.”


“확인.”


창 밖으로 뛰어내릴까도 생각했지만 괜한 짓은 안 하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뛰어내리듯이 내려가 현관을 나서자 SUV가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차량에 탑승하고 안전벨트를 맬 때쯤,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우리 옆을 지나갔다.


“좋아, 임무 완료. 통신 완전히 종료했고, 녹음기도 껐어.”


팀원들은 드디어 끝났다는 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


“후, 드디어 끝났지 말임다.”


“사장의 말대로 우리 넷으로 충분했군요.”


“그나저나 형님, 마리아 리오보로스를 살려둔 이유가 뭡니까?”


“난 앙헬이 싫어.”


M1, 고블린 캡틴은 내 두서없는 대답에 고개를 으쓱했다.


“쯧, 그러시다면야. 근데 그 양반 아래서 일하고 있는 한, 우리도 저 여자의 적입니다.”


“그리고 내 적의 적은 내 친구지. 안 그런가?”


“대장님 말이 맞습니다. 그 여자가 우리와 협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으니까요.”


M2의 대답에 M3가 난색을 표했다.


“그렇다 해도 너무 리스크가 큰 것 아님까? 사장한테 걸리거나 그 아줌마가 우릴 싸그리 담그려들면 어떡함까?”


“적어도 사장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어차피 우리에게 떨어진 명령은 다름 아닌 ‘후안 리오보로스의 처리’이지 않습니까. 고블린 특유의 경직성이라고 결론지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슴다. 으으...”


M3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남아있다면 언제든지 수틀릴 수 있다. 비단 M3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캡틴, 오늘 2300에 애들 전부 모아.”


“알겠습니다, 대장님. 혹시 이유가...”


“가지치기. 겨울이 다가온다.”


“...! 알겠습니다.”


“지, 진짜 하는검까? 혹시 들키면...”


“걱정하지 마, 그럴 리 없으니까.”


설령 들키더라도 고작 바이오로이드 몇 기가 죽는 것 따위는 신경도 안 쓸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앙헬이니까.

떨어지는 낙엽들이 앞 유리에 붙었다가 이내 멀리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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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을맞이 창작대회 (10.1 ~ 11.15)


가을대회 내도 되나 모르겠으나 그냥 질러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