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갤에서 봤던 문학임. 작년 11월쯤


칸 나오는 문학찾다가 생각나서 여기없는거 같길래 올려봄


원작자가 내리라고 하면 바로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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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은 지휘관들이 모이는 오르카 정기 회의

철충의 상황과 오르카호의 병력 및 자원 문제, 앞으로의 전략 등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언제나처럼 회의가 마무리 될 쯤, 사령관은 ags들은 나가고 바이오로이드만 남도록 했다.

회의장에는 각 분대의 지휘관과 부관만 남았다.


"흥 이번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그러지?"

거만하게 다리를 꼬아 앉은 메이가 언제나처럼 이죽거렸다.


"용건만 빨리 전했으면 좋겠군"

날카로운 눈화장의 칸이 조용히 거들었다.


"으..음. 그러니까 내가 귀관들만 따로 남으라 한 이유는.."

평소에는 헤실거리지만 지휘관들 앞에서는, 특히 회의할 땐 근엄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 사령관이 목을 가다듬으며 콘스탄챠를 바라보았다.


콘스탄챠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리 준비한 파일을 지휘관과 부관들에게 나눠주었다.


"시간을 내서라도 귀관들과 사적인 티타임 자리를 가지려 한다. 회의에서는 말 할 수 없는 심적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고, 또 부대를 이끌며  느끼는 애로사항을 말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략적으로도 유의미하다고.."


"잠깐 이게 뭐야!"

"무슨 꿍꿍이지?"


사령관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메이와 레오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 우리 부대는 나 대신 저 껌딱지 빨래판인데!"

"내가 누락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줬으면 좋.겠.어. 사령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아 어리둥절한 나이트 앤젤에게 삿대질을 하는 메이와 우아한 목소리에 분노가 스며있는 레오나를 사령관은 고개를 갸웃 하며 바라보았다.


"그야 귀관들이 나를 싫어하니까 이런 사적인 자리까지 강요 안 하는 거다."


찬물을 쏟은 듯 한 순간 회의장은 조용해지고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나왔다. 브라우니가 사고치는 것을 본 레프리콘이나, 워울프가 바보짓을 한 걸 수습하는 칸의 표정을 메이와 레오나가 짓고 있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령관은 말을 이었다.


"난 여러가지 면에서 귀관들보다 부족하다. 그런 내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령관이 되어서 불만스럽겠지. 난 바이오로이드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존중하려 한다. 싫어하는 상대와 사적으로 티타임을 갖도록 명령 하는건 직권 남용이라 생각한다."


메이는 그 어떤 전쟁 때보다도 최대한 모듈을 가동시켰다. 평소에 거만하게 대하던 자신을 길들이려 하는 작전인가?하지만 선진병영을 이루고 바이오로이드의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는 저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면 저 바보 멍청이 빡대가리 사령관은 진짜로 자신이 사령관을 싫어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결론을 레오나도 내렸는지 뭔가를 설명하려 하지만 입이 채 떨어지지 않았다. 사령관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좋아한다고, 솔직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이제와서 솔직하게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차마 허락하지 않았다.


"아..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보군..사과하지"


메이와 레오나의 벙찐 표정을 보고 느끼는게 있는지 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저 둔탱이가 아무리 둔해도 저 정도는 모를리가 하는 희망을 가지고 메이와 레오나는 눈을 반짝이며 사령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공적인 자리에서 귀관들이 날 싫어한다는 사실을 남에게 공개적으로 말하는건 생각해보니 당사자에게 예의가 아닌거 같군. 생각이 짧았어."


그렇게 실낱같던 희망이 뚝 끊어졌다.


"흠..흠..저 주인님..마리 대장과 레오나 대장은 어쩌면 주인님을 생각보다 많이 신경쓰지 않을까요?


보다못한 콘스탄챠가 저 가엾은 두 영혼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아니야, 하치코나 리제나 소완, 리리스를 보면 날 좋아하면 어떻게 표현하는 지 알 수 있어. 그런 점은 내가 잘 알아."


레오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사령관은 평소에 늘 애정을 갈구하는 메이드들 틈바구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밀고 당기기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메이나 레오나 본인이 츤츤 거리며 밀어낸 걸, 사령관 입장에서는 싫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면 마리, 칸, 나이트 앤젤 그리고 발키리는 스케쥴을 확인하도록 하고 이만 해산하도록."


사령관이 먼저 퇴장하고 그 뒤를 따라 콘스탄챠가 나갔다. 마리와 칸은 남은 두 대장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지나갔다. 메이와 레오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기에 나이트 앤젤과 발키리도 그 옆을 지켜야했다.


"그러길래 평소에 적당히 하시지 그랬어요.. 사령관님이 착하셔서 받아주니까 너무 나갔어요 대장"


평소와는 달리 비꼬는 게 아닌 나이트 앤젤이었지만 메이는 날카롭게 받아쳤다.


"빨래판 주제에 나한테 훈계하지마!"


나이트앤젤의 역린을 마구 찔러댔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어린 아이의 투정이었기에 오히려 나이트 앤젤이 안쓰러운 눈으로 메이를 내려다 보았다.


"이..이익..! 날 내려다보지 마!이 키만 멀대같이 큰 주제에!"


제 분을 못 이긴 메이는 자리를 쾅 차고 일어나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달려나갔고, 나이트 앤젤은 그 뒤를 성큼성큼 쫓아갔다.


다시 조용해진 찾은 회의장에서 침묵을 깬 건 발키리였다.

"대장.."

레오나는 아무 대답도 않고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평소처럼 우아하게 걸어나갔다.




"지금부터라도 사령관에게 솔직하게 말해봐요. 자존심 세우느라 날 세우는건 그만두고요."


나이트 앤젤의 말이 메이의 머릿속에서 멤돈다. 안다고, 그걸 누가 모를 줄 알아! 하지만 메이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정처없이 오르카호를 터벅거리던 메이의 눈에 흡연 부스가 들어왔다.


"야 한 대 줘"

흡연 부스 안, 더치걸 대여섯이 옹기종기 모여서 담배를 피우다가 불청객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저건 또 뭔 개싸가지 ."

더치걸 하나가 어이가 없어서 말하는 걸, 넋나간 듯한 메이의 얼굴을 본 다른 더치걸이 제지하고 아무말 없이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쓰읍하고 담배롤 깊게 들이마시다 익숙하지 않은 매캐한 냄새에 메이는 기관지가 아프도록 쿨럭거리며 기침을 내뱉었다. 심한 기침 탓인지 눈물이 고였다.


"이런건 꼬맹이한테 안좋아."

"여물어"



..."저 씨발년이"


이후 흡연부스에서 난투극이 벌어졌으나 다행히 흡연부스는 더치걸 외에는 잘 안 가는 장소여서 이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