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라오문학] 응애 나 아기사령관 

ㅇㅇ(218.50)



"응애!"


오르카 사령관실에선 큰 회의가 열렸다.

평범한 아침마다의 그런 회의가 아니다. 어쩌면 오르카의 미래를 담보할 그런 거대한 회의였다.



"하아 그러면 어찌하는게 좋겠소..."


무적의 용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 표정엔 난색이 여력하다. 과거 블랙리버의 용병대를 총괄하고 멸망전쟁때는 인류군 함대를 이끈 그녀였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였다.



물론 그녀뿐만이 아니라 오르카내 모든 바이오로이드 역시 처음 겪을 일이긴 매한가지긴 했지만 말이다


"일단 지금 사령관의 상태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영구 적인 건지부터 알아두는게 좋을것 같아. 알 방법은 있는거야?"



레오나가 말했다.

하지만 모두들 안색이 밝지가 않다. 그 말을 꺼냈던 레오나 역시 얼굴이 굳어졌다.


그랬다



바이오로이드는 피해를 입어도 수복실의 수복 장치에서 얼마든지 피해의 원상 복구가 가능하다.

거기에 오리진 더스트에 의한 강화효과로 엔간한 질병에도 걸리지않는 마치 만독불침의 육체.

그렇기에 오르카 내 제대로 된 선의가 없는 것을 모두들 깨달은 것이었다



일류 요리사와 일류 재단사는 존재하지만 일류는커녕 제대로 된 의사조차 없다.


당황스런 결과에 모두들 말을 잊고 말았다.

새삼스래 사령관이 바이오로이드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이 모두들의 마음에 확 와닿은 것이었다.



"그...다프네양은 몇몇 기종이 간호사로도 활용된 적이 있는걸로 알고 있어요. 혹시 다프네양 주인님께 도움이 될 만한 의학에 관한 지식이 있나요?"


"죄송합니다... 저로서는..."



콘스탄챠가 다프네에게 묻자 풀죽은 대답만이 돌아왔다.

사실 그녀로서도 크게 기대를 하고 물은 것은 아니었다.



다프네가 간호사로 쓰인 적이 있었기는 하나 극소량의 몇몇 개체만이 사용된 전적이 있었던 것 뿐이었다. 사실 페어리 시리즈 자체가 그리 많은 생산이 되지는 않은 브랜드이기에 말이다.



티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정말로 큰 정원이 딸린 억만장자는 사실 그렇게 많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페어리 시리즈는 생산도 적었는데다 사실 크게 팔린 기종도 아니었다.

다프네가 간호사역으로 매매가 되었던 실제 이유역시 다프네의 상냥한 성격을 바탕으로 재고품을 처리하기 위한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각하께선 정말 심각해 보이시는데..."


"응애!"



사령관이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은 장님이 아닌이상 명명백백한 일이었다.

가끔 큰 충격을 받으면 일시적 기억상실이 올 수는 있으나 기억상실에 유아퇴행까지 된 것은 여간 심상치 않은 일이 아니었다.

영구적으로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백치로 여생을 보내게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재 회의실의 분위기는 다들 평등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다.

회의실의 바이오로이드들의 시선은 계속 한쪽을 째려보며 힐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모이는 자는 바로 라비아타였다.



사실 사령관이 이렇게 된 것은 몇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멸망 전의 우스갯소리로 모텔에 들어갈때는 둘이지만 나올 때는 셋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 오르카호의 비밀의 방에 들어갈땐 둘이었으나 나올땐 보호자 한 명과 유아뿐이었던 것이다.


그 원인이 라비아타의 성벽에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기에 더욱더 그녀에게 비난의 시선이 쏠리는 지도 모른다.



라비아타는 180킬로라는 거체와는 반대로 들고 박히는 수치스러운 플레이를 좋아했다

사령관과 그런 플레이를 하다 사령관이 결국 그녀를 계속 지지하지 못하고 사령관을 깔아뭉개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운이 없으려면 정말 없는게 이 세상의 법칙이듯이 하필 라비아타는 무릎으로 사령관의 머리를 가격하고 말았다.



사령관이 아무리 김지석의 비밀 시설에서 만들어진 강화 육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연약한 두뇌는 180킬로에 중력가속도가 곱해진 무지막지한 물리량을 견뎌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라비아타가 살아 숨쉬고 있을수 있는 이유는 어쨌든 그간의 공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령관이 합류한후 유명무실해진 단순 명예직이 되버린 통령의 직책이라지만  어쨌든 한때 인류 저항군을 통솔했던 존재였긴 했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녀가 브라우니 같은 위치였다면 당장 리리스나 리제에게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어 떨어져나갔을 것이다.



리리스는 이미 라비아타를 언니 취급조차 하지 않는지 명백한 적대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건카타로 라비아타의 목을 칠듯 그녀의 손은 허벅지의 건홀더의 권총을 손마디가 하얘지도록 움켜쥐고 있었다.


"하지만 사령관이 의외로 제정신으로 금방 돌아올지도 모르겠소"



무적의 용이 그 분위기를 견디다 못해 운을 떼었다


"일단 기억상실이라고 해도 의사소통이 완전히 불가능한 수준은 아닌것 같으니 사령관에게 편하게 대해준다면 기억이 금방 돌아올지도 모르오"


"어떻게 장담하지?"



"물론 장담은 못 하오. 다만 나는 과거 연합전쟁때 블랙리버군을 이끌며 인간이 ptsd같은 정신장애를 겪는것을 많이 보아왔소. 블랙리버가 바이오로이드 용병집단이라고는 해도 인간도 어느정도 있었기에 말이오. ptsd는 지속적인 상담과 일정 기간 마음을 편히 갖게 해준다면 대부분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곤 했소. 아마 이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지..."



레오나의 질문에 그렇게 답변한 그녀였지만 어미부분이 시원찮게 말을 맺고 말았다. 물론 말끝을 흐린이유는 역시 그녀역시 확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사령관의 문제는 ptsd같은 정신적인 문제가 아닌 물리적 타격에 의한 증상임을 그녀역시 알고 있었기에 말이다.



하지만 죄다 의학에 문외한인 지금으로서는 딱히 대체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볼 수 밖에 없다


"응애 맘마조"



책상위에 누워 아기같은 포즈를 하고 있는 청년

어찌보면 징그럽기도 한 모습이었다.

만약 멸망전 인류가 이 광경을 봤으면 무언가 시리즈물같은 하드코어 av를 찍고있는지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시..시장하시옵니까. 소첩이 곧 음식을 준비하겠나이다"



잠시 방을 나간 소완이 밀대를 밀고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밀대위에는 모락모락 김이나는 하얀 죽 한접시가 올려져 있었다.


"그...고형물이나 질긴 것은 현재 드시는데 거부감을 느끼실 거라 생각해 미음을 대령했사옵니다"



그녀는 역시 일류 요리사이긴 했다.

진정한 요리사는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 뿐만이 아닌 먹는 사람까지 배려하여 맞춰 만드는 것이 참된 요리인의 길이다.

사령관은 현재 건장한 청년의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정신연령은 유아.

당연히 유아식같은 미음을 준비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그럼..."


소완이 쌀죽을 한술 떠 호호 불어 식혀 사령관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사령관은 그것을 보고 그 숟가락에 입을 대더니



쨍그랑


"안 머거"


멋지게 그녀의 수저를 든 손을 쳐내었다.

그녀가 뜬 죽은 숟가락과 함께 떨어져 회의실 바닥에 흔적을 남겼다.



의외의 상황에 회의실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르카호에 사령관이 합류한 것은 채 일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들 대다수는 사령관 합류 이후 그가 유전자 씨앗을 가지고 생산해낸 개체들이다

다시말해 실제나이로 말하면 아직 한살이라는 것이며 당연히 육아를 해 본 적이 없기에 아이 돌보기에 무지했다

사령관은 정말 정신마저 유아로 되돌아간게 확실한 것 같았다.



"오호호호홋!"


그 광경을 보며 뒤에 서 있던 블랙 리리스가 다가왔다.

손에 입을대고 마치 귀족영애 포즈를 지으며 눈웃음을 보낸다.

소완을 비웃고 있음이 당연해 보인다.


밀대로 다가온 리리스는 미음을 한 수저 떠 맛보더니 다시 웃음을 짓는다



"오호호호홋! 소완! 요리는 잘 하나 역시 식객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하시군요! 참 요리인이 아니예요"


라며 입을 가리며 웃음을 지었다.

마치 그 유명한 잘못 환생한 양산형 악역영애 포즈를 지으며 소완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녀



다가오며 사령관이 쳐낸 숟가락과 바닥에 떨어진 미음을 마치 보지 못한양 짓밟는다.


물론 우연을 가장했지만 소완에게는 이미 명백하게 보이는 분명한 행동이었다. 리리스도 그걸 바란 것일 테고 말이다.

리리스가 자신의 뮬로 떨어진 죽을 밟고 조금 발을 비틀어 짓이기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음식을 밟다니 정말 천박하시군요. 주인님의 호위란 자가 그런 천박한 분이어서야"


"어머나! 몰랐네요 그러나 상관없어요. 요리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진흙이나 다름없었는걸요 뭘. 마음이 들어가지 않은 요리는 요리가 아니라 그냥 쓰레기죠"


그러며 소지품에서 무언가 병을 꺼내는 리리스.

그녀가 꺼낸것은 무언가 향신료 통 같아 보였다.



"...후추통?"


"틀렸습니다. 설탕이랍니다 후후"


그러며 밀대 위의 죽에 설탕을 탈탈 뿌려간다.

좀 과하다 느껴질 정도의 양의 설탕을 뿌리고 그녀는 숟가락을 들어 죽을 잘 휘저어 섞었다.



"무엇을 하시옵니까? 그런 과도한 설탕을 넣었다간 주인님의 건강이..."


"후훗 어린아이는 본능적으로 단 맛을 좋아하지요. 우리는 지금 단순히 식사를 하는것이 아니라 주인님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일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소완"



소완은 무언가 더 말을 하고 싶은듯 보였으나 입을 다물었다

앙다문 입에서 무언가 작게 욕설이 나온듯 했으나 굳이 더 시시콜콜 따지지는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긴 했기에 말이다.

일단 사령관을 제 정신으로 돌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거기다 단 맛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성질이 있고 좋아진 기분에 유아퇴행된 사령관의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멍하니 그녀를 지켜보던 소완은 결국 소리를 치고 말았다



"뭐!...뭐 하시는 것이옵니까!"


"아니! 이게 무슨!"


"파렴치해!"



회의실에 바이오로이드들은 아랑곳 않고 리리스는 그대로 상의 탈의를 해 나갔다

풍만한 그녀의 가슴이 드러나고 마치 그 모습을 자랑하듯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리곤 그녀는 그 풍만한 가슴에 미음을 바르더니 자랑스럽게 웃었다



"어린 아이는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젖을 찾게 되죠! 이것이 진정 식사하는 당사자를 생각한 사랑의 식사랍니다!"


하며 자랑스럽게 사령관에게 다가가 가슴을 내미는 리리스



"자 드세요 주인님! 저 리리스의 사랑이 가득 들어간 식사를! 후후"


그녀의 말대로 사령관은 반응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가슴을 알아보는 것일까? 그녀의 가슴에 다가가 입을 대는가 싶더니!



철썩!!


"꺄악!"


그녀의 가슴을 힘차게 때린 사령관


"드러워"


"더..더럽다니!!"


현기증이 난 듯 머리를 부여잡는 리리스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발이 꼬인듯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물론 사령관이 진심으로 그녀를 때린 것은 아닐것이다.

사령관은 유아퇴행된 상태. 단순히 입가에 다가온 그 물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단순히 손으로 도리질을 한 것이었을 뿐이다.



단지 그의 신체는 건장한 성인남성.

결과적으로 가까이 다가온 리리스의 젖을 힘껏 처내고 만 꼴이 된 것이었다.



페로가 다가오더니 얼이 나간 리리스를 조용히 끌고 나갔다.

정신이 나간듯 자신의 젖을 쥐어짜며 아니야.. 더럽지 않아.. 더럽지 않아...라며 녹음기를 튼듯 국어책읽기를 시작해버린 그녀가 더 추해지지 않게 페로 나름대로 배려를 한 것이었다.



소완은 의기양양해 졌으나 다른 바이오로이드 들은 점차 침울해 지는 전개였다

사령관을 식사시키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내가 한번 해 보지"


이번엔 반대편에 앉아있던 마리가 일어섰다.



이번엔 리리스의 경우보다 더욱 인중속에서 반발이 컸다.

불굴의 마리는 군인. 그것도 블랙리버 소속으로 전장만을 누비는 지휘관 개체다.

애니웨어나 배틀메이드처럼 가정용이 아닌 그녀가 사령관을 돕겠다니?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난 반대야. 저 돌머리가 더 상황만 악화시킬 거야. 나도 모르는 육아 지식을 저 녀석이 알고 있을 리가"


"레오나 자넨 나를 너무 모르는군. 나는 멸망전 연합전쟁 시절부터 살아온 개체지. 다시말해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다는 말이다. 단순히 방구석 지휘관인 너와 같은 취급을 하지 말아주겠나"



마리는 그러며 이전 리리스가 했듯이 밀대로 걸어가 죽을 한 스푼 떠서 맛을 본다.

맛을 음미하는지 우물거리며 잘 씹는다.


"핫 바보아냐? 죽을 뭐 저리 씹는거야 하하 뭐 질긴 음식 씹는 마냥. 안그래 나앤?...응?...어라...?"


마리를 비웃던 메이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진다..상황 판단이 느린 그녀였으나 사령관에게 다가가는 마리를 보고 무언가 근본적인 직감이 든 모양이었다.


'후후 각하'



마리는 과거 보았던 동물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고 있었다. 동물들은 유아시절 이빨이 나기 전에는 어미가 사냥해온 음식을 어미 본인이 직접 잘게 씹어서 입과 입으로 넘겨 준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사랑하는 사령관과 페이스 투 페이스. 립스 투 립스로 다이렉트로 연결될 생각밖에 없었다.


'아아. 각하가 이걸로 정신을 차리신다면...'



마리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고마워

마리 사랑해 결혼해줘

마리 우리 아이는 8명만 낳자

마리 우리 결혼기념일인데 어디 여행이라도 갈래?

엄마 사랑해

나도 나중에 엄마같은 멋진 엄마가 될 거야



그녀의 머릿속에는 벌써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통통배타고 바다건너 괌까지 이미 일주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줄 친애하는 사령관에게 얼굴을 맞댄 순간


"개물!"


순간 그녀의 순간적 이해를 벗어나는 불가해의 단어로 인해 마리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각하가 뭐라고 하신 거지?

개물?

개울을 잘못 말하신 건가? 아니면 거울?

아니면 개와 물을 합쳐 말씀하신 건가?



뜬금없이 물컵을 들고오는 하치코를 생각하던 그녀는 얼이 빠져 아랫턱이 열린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참으로 오늘의 두번째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녀의 벌어진 입에서 그녀가 씹어놓은 액체 죽이 주르르 흘러나오는 것을 본 사령관은 울음을 터뜨리며 얼이빠진 마리도 인지할수 있도록 커다란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앙 괴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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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런지라 한동안 난리 법석이었다



마리는 현실을 부정하며 점차 뒤로 뒷걸음질 치더니 벽에 성대하게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벽을타고 내려와 조용히 허물어지며 절망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후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르카 호 내에 그 하루동안 지옥이 강림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오르카호가 통째로 이벤트 호라이즌마냥 지옥을 워프했다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회의실에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은 인사불성이 되었다.



아줌마도 아닌 할머니 소리를 들은 레아가 갑자기 죽은 눈이 되더니 숟가락을 쥐고 자신의 목을 찔러 근원회귀를 시도했다


갑자기 레오나와 발키리를 돌아보더니 발키리를 가르키며 저 누나가 이쁘고 그옆에는 호박이라며 파국을 초래했다



무적의 용에게는 이름 진짜 바보같애라며 천진난만한 꺄르르 웃음을 선사했고 용은 얼굴이 빨개지며 폭사했다


메이는 사령관에게 엉덩이 수십대를 얻어맞고 말이 되었다. 그후 회의실 바닥에서 양갈래 머리를 한손마다 움켜쥐고 고삐마냥 말을 몰았다



그렇게 무언가 폭주 아닌 폭주가 끝난 후 회의실에는 거대한 거구녀 한 명뿐이 남지 않게 되었다.


라비아타


메이를 말 대신 타고 회의실 책상주위를 60바퀴째 돌고있던 사령관은 마지막 남은 그녀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맘마조"



그러며 탈진해 쓰러진 메이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간다

고개를 푹 숙인 그녀는 자신의 메이드복 자락을 움켜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당히 자기파괴적이 강한 성격이었다.

단순히 사령관에게 이전 칼을 들이댄 것만으로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했고 죽으려고 시도까지 한 그녀였다.

이번엔 진짜 사령관을 죽일뻔 했으니 그녀의 정신이 온전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의자에 앉은 그녀의 허벅지에 팔을 괴고 그녀의 숙인 얼굴을 올려다보는 사령관.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모습. 정말 순수하게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터질듯한 그녀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튕긴다


"파햐~"



손으로 튕기면 고무공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재미있는 듯 했다

아무리 강인한 그녀라지만 아플정도로 드리블하듯이 가슴을 튕기고 있는데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이것은 그녀 나름대로의 속죄인 것일까?



농구공마냥 튕겨지던 가슴의 반탄력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풀어져 흘러내린 그녀의 브라.

풍만한, 아니 조금 기괴할 정도의 그녀의 맨 가슴이 드러났다.



사령관은 그것을 보더니..


"마마!"


하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충격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바이오로이드들 마저 정신이 퍼떡 들 정도의 사령관의 오늘 처음보는 행동이었다

라비아타의 가슴을 행복한듯 만지며 가슴 사이에 얼굴을 끼고 푸근히 라비아타를 껴안는 사령관


"그...그런 것이었군..."


라비아타와 사령관을 보며 무언가 깨달은 기색을 보이는 용.



라비아타에게 머리를 가격당해 쓰러질때 사령관의 마지막 광경은 그녀의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이었다.

모든 생물은 본능적으로 처음 본 존재를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막 태어난 병아리에게 고양이를 보여주었더니 고양이를 부모로 생각해 자신이 고양이가 된 것마냥 따르던 병아리의 연구실험 결과도 있다.



사령관도 정신을 잃기전 마지막 광경이 그녀의 가슴이었기에 유아퇴행 했을지라도 그것만은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마치 지금 사령관은 정말 행복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엄마"라며 라비아타를 껴안고 있었다.


그래...그러면 된게 아닐까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이 없던 용은 극심한 피로감에 이만 눈을 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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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면 사령관의 증상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랑하는 엄마와 하루 푹 같이 잤더니 사령관의 정신은 원래대로 멀쩡히 돌아왔다.


다만 그 유아퇴행 했을 당시와 정신이 돌아오기 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잘 된 것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겐 그러지 못했다.


그 예로 사령관은 오늘 아침부터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끼고 우왕좌왕했다.


아침 회의에 들어갔더니 레오나가 자신의 자리에 호박 하나만 턱하니 올려두고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마리가 무슨 광대처럼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왔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각하 부디 앞으로 저를 괴물이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라는 알수없는 답변을 들었다



용이 가슴에 우스꽝스러운 명찰을 달고있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부끄럽지만 사령관이 주신 이름이니 고이 간직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왠지 용의 부관인 세이렌이 화가 난 얼굴로 맹렬하게 자신을 노려보길래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경호대가 보이지 않아 콘스탄챠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리리스가 어제 샤워실에서 리리스는 더럽지 않아라며 수백번 되뇌이며 피부가 벗겨질 정도로 때를 밀어서 수복실에 누워있는듯 했다


레아를 찾으러 갔더니 방 밖에까지 번개가 치고있길래 놀라 도망쳤다.



그리고 방금 만난 메이에겐 뜬금없이 자신을 책임지라는 소리를 들었다. LRL마냥 중2병이 왔는지 자신에게 그 어둠의 성향을 자각시킨 책임을 지라고 빽빽 소리치던 그녀는 어디선가 닌자처럼 나타난 나이트엔젤에게 잡혀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만날 그녀는...


"오셨나요 주인님"


"응 라비아타..."


라비아타의 개인실로 들어선 사령관



이상하다 오늘 아침 눈을 뜬 이후부터 그녀가 너무나 그립다.

마치 기억나지 않는 그리운 추억속 어머니를 만난 느낌이었다.

뇌에서 기억은 사라졌으나 가슴만은 그녀를 기억하는 것일까.



자신도 어제 하루동안 기억이 날아간 것은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르카내 바이오로이드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자신이 기억이 없는 동안 그녀들에게 무언가 심한 일을 한 것임을 사령관 스스로도 얼핏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사무치는 그리움과 따스함은 어제 사건의 연장선일 것이다.



"안아봐도 돼?"


"...얼마든지요"



팔을 벌려 그녀를 껴안았다.

순수함과 그리움의 표현. 결코 성적인 의미의 포옹이 아니다

아들이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를 껴안듯한 순수한 하얀 눈같은 애정의 표현이었다



대체 어제 무슨일이 있었던 것이었을까


묻고 싶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가장 신뢰하는 콘스탄챠조차 대답을 머뭇거렸다.


라비에게 캐묻고 싶었지만 이 관계가 깨질까 싶어 망설이다 결국 그만둔 사령관은 더욱더 라비에게 애정을 표현한다



그녀와 함께 누워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속에 흰돌고래가 헤엄을 치고 있다.

벨루가라고도 불리는 이 바다생물은 영원한 애정과 신뢰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엔 연인들이나 신뢰하는 동료들끼리 돌고래를 보러 오는 문화가 있었다지

문득 라비를 쳐다보자 그녀 역시 발그레 해진 얼굴로 그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영원히 내 곁에 있어줘 엄마"


"네.. 주인님...아니 사랑하는 내 아..아들"


라비아타가 붉어진 얼굴로 조그맣게 대답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