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나크하다스. 발음은 [낙-하다스] 쯤. 영어로 Nakh-Hadas일까.


나는 수석 기술관이었다.

사실 내 수준은 그냥 기술관이 되어도 기적일 정도였을텐데, 어쩌다 나는 여기 있게 된 걸까.


'프로토스의 정수가 정말로 순수한 것이냐'는 종족 전반을 모욕하는 논문을 제출해서 찍힌 건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다시 전투에 뛰어들려는 전사들을 위한 용기병 프로젝트를 발안해서인가?

대의회와 정화자 사이의 마찰을 해소시켰을 때의 건 때문인가? 아. 이건 해소 안됐었다. 동족의 의지와 기억을 가진 그들이 전사가 아니면 뭐겠냐는 말을 해도 대의회 이 꼬부랑새11끼들은 말이 진짜 안통해서 그럴 거면 다른 어딘가에 봉인을 시켜놓으라 그랬었지.

그 발언 탓일까, 정화자들은 봉인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래서 먼 훗날 있을, 프로토스의 생사를 결정할 큰 전쟁을 대비해 일단은 잠들어있어달라고 정화자들을 최대한 설득한 끝에 강제종료로 재우고 행성 글라시우스의 위성 엔디온의 궤도에 사이브로스를 던져놨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떤게 원인인지는 모르겠다마는, 나는 지금 아주 꽃된 상태다. 일거리적으로.


저번에 모선 두 척이 차원 도약 도중 삐끗해서 대참사가 벌어져 전멸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대계승자의 발안을 받아 혹시 모를, 언제 있을지 모르는 종족의 대위기를 대비해 방주 역할을 하게 될 대함선 세 척을 건조하겠다는데, 그 대망의 대함선 프로젝트의 첫번째 기획자로 내가 꼽힌 상황이다.


왜?

뭐임?

왜 하필 나임?????


대계승자와 대의회의 의견에 가아암히 기술관인 내가 불응할 방법은 없다. 그러면 따라줄 수 밖에 없겠지? 진짜, 지인짜.. 별 수 없지만.


암만 생각해도 대리가 회장님 존안을 어떻게 보냐고 아 ㅋㅋ



아주 예전, 전생에 게임에서 봤던 아둔의 창 설정을 최대한 기억해내며 그 내용을 전부 기획에 때려박았다.


...기획 도중에, '프로토스 전사들을 정지장에 냉동보관'한다는게 과연 허가가 될까 싶어 대의회 꼬부랑새11끼들이 친히 붙여주신 호위병에게 '먼 훗날 찾아올 프로토스 종족의 대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정지장에 들어가있어달라 하면 기꺼이 들어갈 각오가 있는가?' 라고 물었더니 글쎄 하는 말이,


'당연한 소리 아닌가! 종족의 대위기에 맞서는 영광을 위해 잠들라니! 수석 기술관, 자네는 그 무게를, 그 명예를 모르는가!'


...라며 오히려 내게 혼내듯 되물어서 곤란했다.


결론은, 전사 한 명의 의견으로는 솔직히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일단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전사들을 동면시킨다는 기획까지 포함해서.






예. 완성했습니다. 아둔의 창.

생각보다 지원이 너무 빵빵해서 내키는대로 넣고 넣었는데도 문제없었습니다.


전술 수정탑 투하.. 이 이름이던가? 아무튼 이거랑, 막강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게끔 행성정화급 주포를 넷... 유사시를 위한 대규모 귀환까지.

뭐를 더 만들었었는지 이젠 저도 기억 안납니다. 정신차리고 보니 이런게 존재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만들어졌는데, 뭐 어떤가요. -아몬-당하지만 않으면 다행이겠지.


더불어 동면 프로젝트의 지원자를 요청하는 광고를, 프로젝트의 목적과 그 인원수를 감안해 넉넉하게 10년으로 잡고 뿌렸는데.

전사 동면 지원자(희망), 한 달 만에 달성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거 왜 한 달만에 채워졌죠? 네? 심지어 예상했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섰잖아요. 1000% 돌파라니 이 무슨.


..조금 수소문해보니까, 전에 내가 질문했던 호위병이 소문을 퍼뜨렸나보다. 대위기를 대비하는 방주에 동면되어 들어갈 수 있다는 그런 얘기. 먼 훗날의 종족적 대위기를 대비할 수 있다는 말에 모두가 너나할 것 없이 이 날을 기다렸다는데.



그래도 동면장치 모두를 전사들만으로 동원할 수는 없던 탓에 다른 지식인들, 이를테면 기술관 같은 이들이 들어가기로 했는데요.


프로젝트 아둔의 창의 기획자인 저도 ㅋㅋ 들어가기로 ㅋㅋㅋㅋ 결정당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했어요, 네, 결정"당"했다고. 아니 나는 아무말도 안했는데 대의회 저 꼴통깡통들이 날 멋대로 넣었다니까???

...그래도 아둔의 창에 들어가면 후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테니까 다행인가?


혹시 모르니까 보험은 더 있는게 좋을테지.


[ 대계승자 님을 뵙습니다. ]


[ 반갑습니다, 수석 기술관 나크하다스. 어째서 아둔의 창의 기획자가 저를 보고싶다 하였는지요? ]


[ ..다름이 아니오라, 전달해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 ...서류? 그것도 밀봉한? 이런 구시대식 문서를.. 수석 기술관, 무얼 생각한 겁니까? ]


[ 대계승자 님, 부디. 부디 간언드립니다. 그 서류를, 동면에서 깨어난 후에 읽어주십시오. ]


[ ...? 참으로 이상한 부탁을 하는군요. 아둔의 창에 저장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


[ 죄송합니다. 저로써는 이 방법 밖엔 없었습니다. ]


[ 그런가요? 이거로 끝이라면 이만 가보시죠, 수석 기술관. ]


[ 예, 대계승자 님. ]


이것으로, 동면 이전의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더 이상 내가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칼라에 내 의지를 전한다 해도 프로토스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역자도 안할 만큼의 내용물인 만큼 이해시키기는 커녕 발견 즉시 척살 수준의 대반역자가 될 거다.

그렇기에, 부디. 이 발버둥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기를.

동면의 끝에 눈떴을 때 아몬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기를.

그리 생각하며 나는 동면장치에 몸을 뉘였다.






─어느 순간 눈을 떴을 때, 나는 숲 한가운데에 놓여있었다.

주위에 프로토스의 흔적, 아니 더 나아가 다른 문명의 흔적까지도 없었다.

불시착? 이건 그렇게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 어느 누가 대함선인 아둔의 창을 불시착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름을 담는 것마저도 불쾌한 신까지도 프로토스에게서 강탈한 황금 함대를 끌고와서야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혹시나 불시착을 일으켰다 하더라도 프로토스의 동력장이 그렇게 가볍게 사라지는 게 아니다.

...가만.


중력 이상 현상?


대함선에 몇 대는 수납 가능한 모선을 꺾어버릴 수 있다지만, 아둔의 창까지도 꺾어버릴 수 있다는 건가? 가능하려면 차원 도약 도중에 가능할.. 아니, 어쪄면 내 정신이 프로토스의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기에 차원도약의 과정에서 떨어져나간 걸지도 모른다. 하여간에,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났건. 나는 프로토스의 영역권 안으로 귀환할 필요가 있었다.


프로토스를 왜 찾냐고? 아몬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잠깐 내 상황을 보시지.




보호막 형성기를 만들 수 있는 지식이 있으면 뭐해.

재생성 장갑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이 있으면 뭐해.

정화자 신체를 만들 수 있는 지식이 있으면 뭐해.



[ 수정탑... 없다고... ]


아이어에 있는 프로토스 구조물의 소환에 필요한 동력망 형성기도 뗴어내고서 들어갔었고, 프로토스 기술력의 근본 오브 근본인 수정도 없고. 진짜 기본적인 자원인 미네랄도 없이 가진 것이라곤 자신이 누구였는가를 기억하기 위한 발버둥으로 늘 가슴팍에 남겨놨던 이한 수정 하나뿐인 지금 이 순간, 저 멀리서 (수정탑이 더 필요합니다!)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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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라오챈에 갈기는 (아직까진) 라오없는 라오 2차창작 소설


대충 프로토스의 황금기의 어느 수석 기술관 자리에 앉은 한국인(였던 것)

동면 도중에 '아마 영영 드러나지 않을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인류 절멸 100년 후의 지구로 차원도약당함

시간대가 완전히 다른 만큼 프로토스 문명이 찾아올 가능성은 확실하게 없음

휩노스 병의 가능성은 칼?라가 아무튼 힘냈다고 하고


고등종족인 프로토스가 수정탑 기반 기술력을 단 하나도 가질 수도 쌓을 수도 없는 상태로 이세계에 던져지면 어떨까 하는 심정으로 써봄

더 쓴다면 오르카호와 접촉해서 이한 수정으로 어떻게 서로 대화는 되고 닥터닥터맨?이랑 이건 말이 안돼 하면서 입씨름이나 하는 장면을 쓰겠지만 더 쓸지는 ㅁ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