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어라?... 여긴..."

 하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늬엿늬엿 저물고 있던 시점이었는지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붉게 물든 나뭇잎에 도는 오렌지빛에 예쁘구나...하고 감탄하고 있던 때였다.


 "일어난 모양이군."


 바람이 실어온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칸?"


 앵거 오브 호드의 지휘관이자, 멸망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전쟁 속을 거쳐온 최초의 칸.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오르카 호에서 가장 듬직하면서도, 가끔은 어딘가 쓸쓸한 듯한 눈빛을 보여주는 여자. 그녀가 보여주는 전투력과 공훈은 우리 오르카 호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 라는 건 둘째치고, 그녀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오는 듯 했다.

 그러고보면 오늘은 앵거 오브 호드의 휴가였던가.

 

 "이번엔 꽤나 고된 일이었던 모양이군. 가을 소풍을 열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으니..."


 그녀의 따뜻한 목소리와 함께 머릿칼에 닿은 손길이 너무나 편안해서 다시 스르르 눈이 감기는 듯.... 아니, 잠깐... 가을 소풍?


 "맞다! 소풍!"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에서야,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많은 대원들이 조금 떨어진 자리서 돗자리를 깔고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오렌지빛에 물든 미소는 바람과 함께 단풍잎을 몰고 한 폭의 그림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경치를 좀 더 감상하고자 나는 일으키려던 몸을 다시 뉘었다. 


 "좋은 그림이군..."


 칸의 중얼거림에 동조해주면서, 이 묘하게 딱맞는 부드러우면서 튼튼한 베개의 감촉을 만끽.... 하려다가 아까부터 신경쓰였던, 내가 지금 베고 있는 것... 아니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음... 조금은 더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만... 슬슬 시간인가"

 

 평소의 그녀라면 볼 수 없었을 가슴 트임 복장... 아니, 따뜻한 미소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동안 그러고 있자


 "대원들이 준비해준 옷이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알겠다만, 그런 의외의 것을 보는 눈으로 보고 있으면 곤란한데..."


  살짝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는 그녀에게 내 나름대로의 진심으로 잘 어울린다.고 대답해주었다. 필사적으로 장점들을 나열하면서 칭찬하는 나를 보며, 그녀는 웃었다.


 "괜찮다. 살짝... 농담한 거니까"


 다시금 그녀의 손길이 머리칼에 닿았다.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손길. 수많은 전장을 겪어 군살과 흉터로 가득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만큼 아름답고도 편안한 손은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고마워."


 평소의 감사를 담은 한 마디에

 

 "뭘, 그대가 우리를 위해 하는 일에 비하면 이정도는 사소하지."


 칸도 답해주었다. 

 조금이라면... 이 시간을 더 길게 가져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무릎베개를 만끽했다.





 그렇게... 짧지만 편안했던 시간이 끝나고, 해가 져서 하늘이 어두워졌을 즈음 대원들도 하나둘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슬슬 일어나볼까... 하고 일어나는 중에


 "그대가 마음에 들어한다면, 이후에도 가끔..... 아주 가끔은... 이 옷으로 찾아가도록 하지."


 그녀의 작은 속삭임이 가을 바람에 실려 왔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뭐 이런 내용을 상상하고 그린 일러스트였습니다만, 그리고나니 무릎베게스러운 느낌이 안나네요. 

 이번엔 어떻게 그릴까 이래저래 고민해보다가, 가을 복장에 왠지 가슴트임 골지 원피스 같은 것도 눈에 보였던지라... 아, 이거 입은 칸이 무릎베개해주는 시츄에이션은 괜찮지 않을까... 적당히 가을 소풍에 왔었다.라는 설정으로... 라는 생각으로 작업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긴 했지만, 포즈나 배경이나... 이래저래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괜찮아 보이시나요...? ㅠㅠ


 그래도 대회 그림을 그리면서도 꽤나 즐거웠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건 제 실력 문제니, 앞으로 더 갈고 닦아나가야겠지요...

 그리고 그림 뿐만이 아니라 약간의 스토리텔링을 설명하기 위한 소설 같은 느낌으로 작성했습니다. 필력이 좋지 않은 건, 제가 글에 손을 놓은지 오래되어서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럼 다들 즐거운 하루 되시길!

 


================================

2023 가을맞이 창작대회 (10.1 ~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