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의경 따리였는데 새벽 근무 중에 넘모 무서운 것만 봐서 

낼 강의 들으려면 자야 되니까 안 쓴다   


일단 내 얘기를 간단하게 먼저 하자면 흔히 이야기하는 귀신 꼬이는 체질이라고 함  

남들보다 자주 보는 건 물론이고 어떤 절에 갔더니 스님 분이 갑자기 ㅉㅉ 하고 혀를 차시더니

무슨 우물로 데려가서 물 한 바가지 떠주면서 쭈욱 마시고 훌훌 털고 내려가라고 그러더라


ㅅㅂ 그 스님이 더 무서웠음  뭘 털고 가라는 거야



아무튼 이건 일본 여행 갔다가 겪은 일임


이나리 신사 아는 라붕이 있냐? 여우신사라고도 하고 흔히


이렇게 빨간 신사 문이 몇천개 쭈욱 늘어져있는 뭐 그런 신사다  그 당시 정신 없이 찍은 거라 화질 구데기네

어디서 한번쯤은 봤을 거야  유명한 데니까



근데 진짜 가보면 관광객들이 딱 둘러볼 수 있도록 평탄하게 꾸며놓은 데가 있고

뒤쪽으로 등산길 코스가 따로 있는데 진짜 산 전체가 이런 오래된 문들이 쭉 있는 길로 되어 있다


나중에는 막 돌로 된 것도 나오고 길도 험해지고 그러는데  한 번 꼭 가보길 추천한다  좋다



어쨌든 내가 간 날은 여름, 이슬비가 꽤 내리던 날씨였음

일행들은 술 마시러 간다 했는데 난 여기 꼭 가보고 싶었어서 억지 부려서 나 혼자 빠져나와서 기어코 왔는데


와서 보니까 분위기 좋고 뭐랄까 몽환적인 그런 곳이길래 그거에 취해서 등산길 코스까지 올라갔다


가니까 겁나 길더라  점점 어둑해지는데 그래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정상 찍고 가야지 하면서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올라가면서 곳곳에 신사가 있거든?

진짜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밧줄 매달려 있고 흔들면 딸랑거리면서 방울도 울림


그게 내가 너무 신기하고 씹덕 감성 터져서 하나하나 흔들면서 올라갔었다

일 터지고 나중에 일본인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그걸 흔들면 박수를 치든 인사를 하든 아무튼 뭘 해야된대

안 그러면 대략 벨 누르고 튀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더라



그러니까 내가 한 짓이 등산로 따라 올라가면서 비 오는 날 산에 있는 온 동네 신사를 벨튀하고 돌아다닌 거지

결과적으로..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어이 없네


그러고 한참 돌아서 정상 찍고 내려오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떨렁- 하고 방울이 울리더라?


어디서 나 같은 놈이 울리나보다 했는데 진짜 계속 울리는 거야 떨렁- 떨렁- 하고


심지어 뭐랄까.. 지금까지 울리던 방울 소리는 딸랑 에 가까웠는데 훨씬 묵직하게 떨ㄹ-ㅓㅇ  이라 그래야 되나

아무튼 좀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음


안 그래도 비오고 완전히 어두워졌고 조명도 거의 없는데 그러니까 좀 쫄렸지

그래서 메다닥 내려가니까


진짜 그 때 공포영화에서 소리가 등 뒤를 따라온다   라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구나 했음

아무리 내려가도 소리가 멀어지지를 않더라 

가까워지지도 않아  그냥 일정한 거리감으로 등 뒤에서 계속 떨ㄹ-ㅓㅇ  하고 울렸어



와.. 그 때부터 우산 든 손이 바들바들 떨리더라  주변에 사람도 없고

무슨 이상한 여우상만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그래서 진짜 겁나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쪽에서 정말 하얀 기모노를 차려입고 그 애니에서 나오는 그런 종이로 된 우산 같은 거 있지 

그걸 쓰고 오는 여자가 있는 거야


당연히 이상하게 쳐다봤어야 되지  비 한참 오는데 그 복장에 종이우산 쓰고 산에를 올라온다고? 신사 정문도 닫았을텐데? 

근데 당시에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냥 사람인 게 반갑더라

좀 안심하고 살짝 비켜서 내려가려는데 진짜 묘하게 눈이 안 마주쳐지더라?

정말 눈이 보여야 되는 각도인데 얼굴 그늘인지 뭔지 상대 눈이 안 보이는 거야


뭐지? 정말 그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이 다 들었음

근데 딱 지나치는 순간에 그쪽에서 '스미마셍' 그러는 거야


?? 갑자기 죄송하다니 뭔 소린가 생각해서 뒤를 딱 돌아보는 순간에 발 한 쪽에 누가 잡아 끈 것처럼 쭉 미끄러졌음

바로 옆에 경사가 꽤 있었어서 그대로 미끄러지면 적어도 다리 한 쪽은 ㅈ되는 거였어 

근데 분명히 계단을 딛는 감촉이 있었는데 갑자기 확 발이 빠져버리는 거야


진짜 소리를 악 지르면서 어떻게 그 상황에 옆에 있던 나무를 부여잡고 겨우 엉덩방아 찧는 걸로 멈췄음

그리고 그 여자가 올라간 쪽을 올려다보니까 

올려다보는데도 눈이 안보이는 거임 ㅅㅂ 어케 눈이 안보이냐고 올려다보는데  입꼬리만 살짝 피식  웃는 것처럼 보이더니

진짜 말도 안되는 속도로 계단을 올라가더라..  기모노 입고... 남자가 전력질주로 올라가도 그렇게는 못올라갈 속도로 사라져버림


와.. 그 때부터 내가 어떻게 내려왔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대로 숙소까지 어떻게 기어들어가서 이불 머리 끝까지 덮고 정신 놨었음




아무튼 다음 날 가서 기념품이라도 하나 사고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 때 사온 기념품 내 책상에 있음 ㅋㅋ  흰 여우 그려진 나무부적인데 이게 몇년 전 일인데 아직도 나무 향이 남아있어서 가끔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