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에서 재판 받는 멸망전 라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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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047728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081125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9178557



오르카에서 재판을 받고 요안나 아일랜드에 무기한 노역형을 받은 라붕이는 행정 모듈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관공서 업무에 적응할 수 있었어.


하지만 2주 뒤에 괌에 있는 직원들과 요안나 아일랜드의 직원들 간의 친목을 위해 상호교류와 큰 연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모두 들뜬 마음이었지만, 이제 겨우 업무에 적응했던 라붕이는 이렇게 큰 행사 때문에 늘어난 업무에 정신없었지.


“따로 건의 사항이나 불편하신 점이 있나요?”


“으음...”


“그래요, 뭐 이런 형식적인 설문조사가 뭔 효과가 있겠어요. 바뀌는 건 그다지 없고,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거지. 사령관도 똑같아 아주 이런 쓸데없는 걸 왜 만들어서.”


라붕이가 사령관을 조금 깎아내리자 뜨개질을 하고 있던 발키리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아니 거봐요 사령관 욕 조금만 하면 아주 죽일라 하는데 어느 누가 불만을 얘기하겠어요? 사령관이 그렇게 불만이나 불편사항을 듣고 싶어 하는데 왜 말을 안 하는지 에휴, 그럼 이상 없음으로 하고 이만 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힘들어요. 근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자매들은 아직도 싸우고 있고, 이제 싸우지 않는 저는 참아야죠.”


라붕이는 다시 자리에 앉았어. 이번에 받은 업무는 지금은 민간인이 되어 싸우지 않는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의 설문조사였어. 근데 대상자들의 설문 조사지는 대부분 좋다, 아주 좋다 이고, 건의 및 불편사항은 없음으로 제출하려 했어.


그래서 말로 살살 꼬드겨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만이나 건의 사항이 있어도 자기는 철충과의 싸움에서 도망쳤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매들은 목숨을 걸고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참고 있었지.


“발키리씨, 만약에 지금까지 발할라의 자매들 중 누군가가 전역을 하면 레오나 소장님께서 겁쟁이라고 질책했나요? 자매들이 당신을 겁쟁이나 도망자라고 했어요?”


발키리는 고개를 저었어. 그녀도 알고 있겠지 자매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걸


“그래요. 당신은 겁쟁이나 도망자가 아니에요. 만약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짜 좆간이나 다름없는 놈이에요.”


“그리고 사령관님이 발키리씨의 불편함을 외면할 것 같아요? 만약 이루어주기 힘들더라도 이유는 말해주잖아요.”


사실 라붕이는 사령관의 인품이 어떤지, 이들을 지휘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떤 인물인지 하나도 몰라. 제대로 된 대화도 안 해봤어. 하지만 오늘 아침에 업무를 받고 나서 지금까지 직접 방문해서 상담해온 여러 군용 바이오로이드들 모두 사령관과 지휘관이 좆간들과 다름 없는 놈들이 아니라고 말했지.


“저는... 뜨개질을 좋아해요. 그래서 그 일을 하고 싶은데 물론 먹고 살 만은 한데 지금 하는 것을  일로서 하고 싶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뜨개질 가게를 내는 게 제 소원이에요.”


발키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토끼 인형을 꼭 쥐었어. 그녀가 얼마나 뜨개질을 좋아하는지 방안은 뜨개질로 만든 스웨터, 쿠션, 인형으로 가득했어.


발키리의 상담을 마지막으로 라붕이는 그녀의 집을 나왔어. 뜨개질을 좋아하는 발키리, 관공서에서 일하고 싶어서 행정 공부하는 수험생 브라우니, 요리사가 되고 싶은 밴시 등등 하루종일  설문 조사한 군용 바이오로이드 모두 본인의 생산 목적과 다른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어.


하지만 요안나 아일랜드는 이들의 바람을 들어줄 일자리가 없었어. 하다못해 취미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지 못하고 있었지.


라붕이는 그들도 사람과 같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서 마음이 무거워지고 신물이 올라왔어.


죄악감이 발목을 붙잡을 때 레이시가 했던 말들을 떠올렸어. 혼자 자책할 때가 아니라고. 설문조사 대상자들의 불편사항을 사령관에게 알려야 했어. 라붕이는 쓰린 속을 부여잡고 관공서로 돌아갔어.


관공서로 돌아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었어. 오늘 한 일들을 정리하고 있던 도중에 누군가가 사무실에 들어왔어. 탐색팀 팀장 랜서 미나였어.


근데 행색이 아주 거지꼴이었고, 군데군데 긁힌 상처에 머리는 붕대를 대충 감고 있었어. 


“미나씨 지금 거지꼴로 뭐하는거에요!”


“미안, 콘스탄챠 급한 일이야 각 팀장들 좀 불러와 줘.”


행정팀 팀장과 탐색팀 팀장이 서로 실랑이를 벌일 때 주지사실 문이 열렸다. 


“둘 다 안으로 들어오도록.”


요안나의 말에 두 팀장은 주지사실에 들어갔어. 요안나와 미나의 언성이 높아지다가 갑자기 건설팀 팀장 더치걸과 전산팀 팀장 그램린도 들어갔지.


모든 사무실의 직원들은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저마다 추측하며 웅성거렸지.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라붕이는 모든 일을 다 끝내서 옆자리의 유미와 퇴근을 하려 했어.


“잠깐, 라붕씨 주지사실로 오셔야겠어요.”


주지사실에서 나온 콘스탄차의 말에 라붕이는 퇴근할 수 없었어.


주지사실은 방금 벌어진 언쟁 때문인지 후끈거렸어. 요안나와 콘스탄차는 미나를 노려봣고, 더치걸은 꾸벅꾸벅 졸고 있으며, 그램린은 저 구석에서 팝콘이나 먹으면서 그들의 싸움을 관람하고 있었지.


“미나 설명해.”


미나의 설명에 따르면 한 달 전부터 탐색하던 탐사 구역에서 거대한 지하구조물과 생산시설의 잔해를 발견했는데 군부대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들은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해서 설득에 실패했어.


하지만 미나와 탐색팀은 계속해서 주변을 탐사 했고, 그곳에는 야생화된 나이트 칙 1개 소대와 연결체 스토커 1기를 발견했어. 그리고 미나는 오늘 단독으로 무리해서 탐사하다 스토커를 만나 교전을 벌이다가 돌아온 거지.


요안나는 미나의 설명이 끝나고 입을 열었어.


“그럼 왜 이 작전을 지금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라붕이는 의구심이 들었어 왜 말단인 라붕이에게 설명을 하는지 꺼림칙한 느낌을 뒤로하고 요안나의 설명을 들었어.


긴 설명이 이어졌어. 그래서 요안나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번 작전으로 꼴찌였던 요안나 아일랜드의 발언권 강화, 공업 생산력과 일자리 창출 정도였어.


안전하게 군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군은 도와주지 않고, 계속 사령관의 세력에서 발언권이 없으면 발전 없이 구호품만 받으며 연명해야하기 때문에 섬의 발전은 불투명했지.


“그럼 라붕 주임,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아니.... 그걸 왜 저 같은 말단에게 물어보세요?”


라붕이는 엄청나게 부담되었어. 섬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을 입사한 지 일주일도 안 된 라붕이가 의견을 내야 했으니 속이 쓰렸지.


“일단 말해보게.”


“오늘 설문 조사한 것과 지금 이야기 들어보면 거의 말라 죽어 가는데 미래도 불투명하네요. 어차피 그냥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게 없는데 뭐라도 해보기라도 해야죠.”


“좋다! 라붕이가 동의했군. 라붕이도 간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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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받는 라붕이하고 이어지지만, 이제 라붕이는 재판을 받지 않아서 제목을 바꿨습니다. 에피소드 하나가 끝나면 제목을 바꾸는 식으로 글을 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