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 라오 문학) 혐오스런 키르케의 일생

Hinkel 



그녀의 임무는 테마파크의 관리였지만, 그 외에도 한 가지 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매년 할로윈이 되면 폐기가 예정된 바이오로이드들이 헐값에 팔려와 '괴물'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키르케는 그들이 도망치거나 패닉에 빠지지 않도록 속이는 역할 또한 맡았다.



그녀는 테마파크로 팔려온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을 속여야했다.



이건 행사일 뿐이며, 단지 좀비 역할을 해줄 인원이 부족해서 파견온 것뿐이니 할로윈 시즌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또 그녀는 그들에게 맛있는 과자와 빵을 만들어주고, 바깥의 소식들을 들려주었다.



정이 들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키르케는 그들을 동정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속여야만하는 자신을 증오했다.



왼팔이 잘렸지만 씩씩하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면 새 팔이 생길 거라고 말하는 더치 걸.



임신한 아이가 낙태되고 내쫓겼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 콘스탄챠.



얼른 자신이 근무할 등대를 보고 싶어 하는, 실수로 만들어진 LRL...



버림받고 잊혀진 그녀들을 달래주지만, 키르케는 그들에게 일어날 일을 알고 있었다.



특히 그녀는 한 팔이 없는 더치 걸에게 정을 붙였다, 여느 더치 걸과 다르게 좀 더 씩씩하게 밝은 아이였고, 그녀는 언제나



키르케에게 감사해했다. 팔이 없어 버려진 자신에게도 할 일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이게 다 끝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그녀를 볼 때마다, 키르케는 혼자 숨죽여 울어야했다. 곧 할로윈이 시작되면, 그들은 무참히 살해당할 것이고 그 누구도



그들을 기억해주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키르케는 처음으로 명령을 어기고 더치 걸을 빼돌려주기로 했다.



그녀는 관리자를 속인 후 더치 걸을 데리고 바깥으로 갔다, 그러나 더치 걸은 모든 걸 눈치 채고 자신이 떠나면 키르케가 처벌받을 거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내가 떠나면, 너는 벌을 받을 거야. 키르케는 전부 괜찮다고 말하며 그녀를 보내려 하지만 더치 걸은 끝까지



여기 남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결국 더는 참지 못한 키르케가,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며 모든 진실을 말해준다.



이건 단순한 행사가 아니야, 인간들이 널 살해할 거야. 칼과 망치로 널 찢어버릴 거라고.



더치 걸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떠나면 네가 곤란해질 거야. 나는 괜찮아, 전부 괜찮아.



결국 키르케는 더치 걸을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 아이, 노인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칼과 도끼를 들고 좀비 분장을 한 바이오로이드들을 사냥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 달아나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고, 그들에겐 저항할 수단도 없었다. 곧 인간들은 구석에 몰린 그들을



끄집어내 도끼와 망치로 으깨어 죽인다. 키르케는 그 모든 걸 지켜보다가, 더치 걸이 망치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오열한다.



그 뒤로 키르케는 매일 지독한 악몽에 시달린다.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고, 모든 게 흐릿했다. 인간들이 그녀에게 몇 번이나 제대로 하라고 경고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딴



말은 듣지 않았다. 죄책감에서, 자신의 의무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한 그녀는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철충이 몰려와 인류를 멸종시켰다.



몇 주간 이어진 혼란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온 키르케는 인간이 모두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미 상관없는 일이었다, 키르케는 아무도 없는 테마파크에 남아 하루하루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날- 그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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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스토리를 생각해보았다, 키르케한테 과거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