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전 이야기들을 보고 읽으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1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049992

2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071547

3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085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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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200110

10화 : https://arca.live/b/lastorigin/9216093


나는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 11화


1. FLEX


상점에서 나온 안수민은 계속해서 자신의 원피스를 보면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바이오로이드를 혐오한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첫눈에 홀릴수 있다는 거에 내 오른손을 걸 수 있다. 쨋든, 나는 다른 옷들도 사야됬기 때문에 안수민을 불러 재촉했다.


박소한: 그 옷이랑 잘 어울리니까 빨리 나와요! 그거만 입고 살것도 아닌데!


안수민 <하르페이아>: 네?


박소한: 그 옷 잘 어울린다구요! 시간 없으니까 빨리 다른 옷들 골라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 잘 어울려요?


박소한: ...아오 빨리 와요! 나 배고프니까! 잠깐... 유미옷도 사야되죠?


안수민 <하르페이아>: 유미 옷 사신다고 하지 않았어요?


박소한: 하... 배고픈데.


그 후에도 안수민과 함께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옷들을 여러벌 샀다. 안수민과 함께 캐주얼 정장과 스트릿 패션복, 티셔츠와 바지, 치마, 잠옷, 그리고 속옷 몇벌씩을 구매 했다. 유미의 옷, 치마, 바지, 속옷도 몇벌씩 샀다. 그리고, 안수민이 입을 속옷을 사기 위해 갔던 속옷 상점에서 나는 정신이 나갈 뻔했다. 그 이유는 속옷에서도, 특히 브라를 사려고 할때, 오드리 모델이 안수민의 가슴 둘레를 재봤고, 그 후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나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었기에, 오드리한테 물어봤다.


박소한: 무슨 일인데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음? 왜요?


오드리 모델: 쓰읍... 이게 최고크기인데...


박소한: 푸웁! 그렇게 커요?


나는 스토어에서 제공해준 커피를 뿜었다. 하긴, 오드리의 줄은 안수민의 가슴을 재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안수민 또한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니 뭐가요!


오드리 모델: 잠시만 기다려줘요... 크기를 추가적으로 늘려야겠네...


오드리 모델은 능숙하게 가위로 천을 찢은 뒤, 안수민의 크기에 맞는 브라 3개를 만든 뒤 니들건으로 포장을 했다.


오드리 모델: 판매 상품으로는 맞는 크기가 없어서 새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가격은 개당 3만원 입니다.


박소한: 여기 속옷값이랑, 9만원이요.


오드리 모델: ...혹시 이 백화점에서 오늘 1200만원 이상을 소비하셨나요?


박소한: 그것보단 더 많이 쓴것 같긴 한데...


오드리는 디바이스를 몇번 두들기더니, 나와 안수민한테 고개를 숙였다.


오드리 모델: 감사합니다 고객님! 고객님께서는 오늘부터 이 백화점의 VIP가 되셨습니다.


박소한: ...좋은 거에요?


오드리 모델은 우리에게 황금색 카드 한장을 주었다. 카드 전체에는 황금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가운데에 검은색으로 VIP가 새겨져 있었다.


오드리 모델: 이 카드를 가지고 다양한 상점에서 20% 할인을 받으실수 있습니다. 또한 이걸 가지고 백화점 루프탑으로 가신다면, VIP고객님들을 위한 루프탑 레스토랑을 이용하실수 있습니다. 


박소한: 경치만 좋은건 아니겠죠?


오드리 모델: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모두 5성급 호텔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쌓으신 분들이 요리 하시니까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안수민을 바라봤다. 안수민은 또다시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루프탑... 5성급 호텔 셰프... 우와...


박소한: 먹으러 갈거에요 말거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 진짜 먹으러 가도 되요?


박소한: 언제 이런거 먹어보겠어요? 빨리 결정해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갈거에요! 꼭 갈거에요!


안수민은 명품 포장가방들을 붕붕 돌리면서 뛰어다녔다. 그렇게 좋은가... 쨋든 지금은 두 손이 너무나도 무거우니, 차에 짐들을 놓아놓고, 밥을 먹으러 가야 될 것 같다.


박소한: 우선, 나 이거 너무 무거우니까, 차에 이거 놓고 가요. 손목 빠질거 같으니까.


안수민 <하르페이아>: 좋아요! 빨리 가요!


나와 안수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갔다. 엘리베이터에서 우리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귓속에서 어떠한 환청이 들렸다. 차 앞까지 계속해서 들린 환청은 나를 자극시켰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박소한: 거기 누구야!


나는 더이상 환청을 참을수 없어 소리쳐봤지만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무슨 일이에요?


박소한: ...뭔가가 들려서.


안수민은 걱정되는듯 나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 눈을 바라본 나는 갑작스레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안수민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관습적인 행동인 것일까? 그 안쓰러운 안수민의 눈빛은 나의 궁금증을 계속해서 자극시켰다. 


박소한: 저기...


안수민 <하르페이아>: 음? 무슨 일이에요?


박소한: ... 혹시 그쪽은... 죄책감이라는 거를... 느끼나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죄책감이요? 그게 혹시 정확하게 무슨 뜻인데요?


박소한: 그러니까... 누군가한테 미안하다는 감정을 가지고, 배상이나 봉사를 하고 싶다는 그런 느낌 같은거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음... 누군가한테 미안하다는 감정은... 항상 느끼고 있어요. 특히 우리 유미한테...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바이오로이드 따위가 죄책감과 같은 인간의 감정을 느낀다니... 만약 그게 거짓말이라면, 저런 생체 컴퓨터 따위가 인간의 감정을 묘사한다는 것에서 괘씸함을 느꼈고, 사실이라면,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것에 대하여 역겨움이 느껴졌다. 


박소한: ...거짓말.


안수민 <하르페이아>: 뭐가 거짓말이에요? 난 항상 유미한테 미안해 하고 있어요. 나 때문에 유미가 아프고, 나 때문에 유미가 남편한테 욕을 먹었고, 나 때문에...


박소한: 지랄하지마!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정말로 화가 너무나도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내가 안수민과 친해졌다고 해도, 바이오로이드는 바이오로이드였고, 나는 인간이였다. 우리는 그게 달랐다. 감정을 자유롭게 다뤄야 그게 인간이라고 나는 믿었다. 차라리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면, 관습적으로 굳혀진 사과를 반복해서 했던 거라고 대답했다면, 그게 훨씬 더 내 마음을 편하게 할수 있었을 것이다. 항상 그랬듯이 내가 소리치면 이번에도 안수민은 나한테 사과를 하겠지...


안수민 <하르페이아>: ...저기요 소한씨.


박소한: 당신은 바이오로이드야. 감정을 느끼면 안되.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한씨!


박소한: 너 따위가 누구한테 미안한데? 그냥 생체 컴퓨터 따위가? 복잡하고 고귀한 인간의 감정을 따라하려고 하지말라고!


안수민 <하르페이아>: 야!


안수민은 예상과 다르게 행동했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자신의 할 말을 했다. 나는 안수민이 소리친 것에 대해 나는 잠시 주춤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몰라도, 나는 뭔가를 느꼈어요. 나는 다양한 것들을 느껴봤어요. 내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해 볼까요? 나는 처음 남편이 나한테 구출당하고 고마움을 표시한다면서 초콜렛을 줬을때, 감동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남편이랑 데이트를 다니면서, 나는 사랑도 느꼈어요. 그리고, 유미가 태어난 날에, 처음으로 모성애 라는걸 알았고요, 남편이 유미의 치료비 때문에 고함을 지를때, 미안함이라는걸 느꼈어요. 그리고 그걸 몇년동안 경험했고요. 나 때문에 유미가 아팠고, 내가 바이오로이드라서, 치료비를 감당 할 수 없었고, 내가 빌어 쳐먹을 생체 컴퓨터라서, 남편이 유미한테 고함을 지르고, 칼을 휘두를 때도, 반격 한번 못하고 유미만 안고 있었던 내가 너무나도 미웠어요! 그 감정이 너무나도 싫었고, 난 내가 너무 미워서 자살까지 할려고 했어요! 그런데도, 유미는 항상 나만 보면 미소를 보여줬고, 항상 나한테 의지해줬어요. 나는 그런 유미가 너무 고마웠어요. 난 감정이란걸 못느껴 봤어도, 이런 다양한 것들을 느낀다구요!


박소한: ...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리고 소한씨, 내가 혹시라도 몰라서 말하는 건데, 왜 사람들한테 맞고 욕먹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눈물을 흘리는지 알아요? 아파서? 화나서? 그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긴 인간을 증오해서? 아니에요. 바이오로이드는 임무라는걸 부여받고 태어나는 존재에요. 그리고 대부분의 임무들은 인간의 만족으로 해결이 되죠. 그런데 인간들이 화를 내면서 우리를 때린다면, 그걸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간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여겨서, 슬퍼서 울어요. 당신같은 인간들은 바이오로이드들을 때리면서 아무런 감정도 못느끼죠? 우리는 항상 미안해하고 있어요. 인간들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서비스가 부족해서, 행복한 인간님의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그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마음 속으로 울고 있다구요!


안수민은 계속해서 소리치고, 울부짖고 있었다. 안수민의 눈에는 이제 보이지 않았던 진짜 슬픔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슬퍼서 바이오로이드들이 운다는 것에서, 나는 잠깐 쇼크가 왔었다. 그 소리를, 나는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2. 슬픔


순간 눈 앞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다시 환한 빛이 들어온 곳은 내가 어렸을때, 엄마와 아빠, 보속의 마리아와 함께 행복했던 생활을 보냈던 우리집이 보였다. 그 곳에서 어린 나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엄청나게 찡그러져 있었다.


어린 박소한: 이거 안먹어! 안먹는다고!


보속의 마리아: ...주인님 이런 것도 드셔야지 키가 쑥쑥 큰다구요? 아~


어린 박소한: 안먹는다니까?! 한번만 나한테 더 이런거 주면 나 진짜 화낼거야!


보속의 마리아: 이거 드시면, 밤에 초콜렛 3조각 드셔도 되요. 한입만 드세요~


어린 박소한: 안먹어! 보속의 마리아 미워! 안먹는다고오오! 으아앙~~


나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브로콜리 한입 안먹겠다는 그 어린 박소한은 그 자리에서 얼굴을 엄청나게 찡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 보이지 않았던 보속의 마리아의 얼굴이 보였다. 거기서 마리아는, 같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도 없이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만 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보속의 마리아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보속의 마리아는 계속해서 울었다...


보속의 마리아: 주인님... 죄송해요... 죄송해요... 실망 시켜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보속의 마리아는 모든 곳이 검게 변하자 소리내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제일 그리워했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너 마리아 울렸니?!


어린 박소한: 브로콜리 먹기 싫어! 마리아 미워! 맨날 브로콜리만 줘!


엄마: 그래도 야채를 먹어야 건강해지지... 그리고 소한아... 마리아는 너가 울때 뭐했는지 알고 있니?


어린 박소한: 몰라! 마리아 미워! 내가 그걸 왜 알아야되!


엄마: 소한이가 우는 동안 마리아도 같이 울었어...


어린 나는 보속의 마리아가 울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닦은 뒤, 엄마한테 되물었다. 어렸을 땐, 마리아가 나의 가장 친했던 사람이자, 친구였으니까...


어린 박소한: 왜? 슬픈건 난데? 왜 마리아가 울어?


엄마: 그건... 마리아도 슬퍼서 그래...


어린 박소한: 왜? 마리아는 왜 슬퍼?


엄마: 마리아는 너의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야.


어린 박소한: 그게 왜? 내 얼굴이 슬퍼보여?


엄마: 그건... 너가 슬퍼서 울면, 마리아는 자기가 너를 슬프게 만들어서 운 걸로 알고 있어. 마리아는 너가 웃는 얼굴을 보여줘야 행복해한단다? 너가 슬프면, 마리아도 같이 슬퍼...


어린 박소한: 그럼 마리아는 언제 제일 행복해?


엄마: 너가 웃을때 제일 행복해할걸?


어린 박소한: ...내가 어떻게 하면 웃을수 있어?


엄마: 우리 소한이... 메론빙수 좋아하지?


어린 박소한: 당연하지! 나 메론빙수가 제일 좋아!


엄마: 그럼, 너가 메론 빙수를 먹고 있을때를 생각해봐. 그럼 웃음이 저절로 날거야...


다시 우리집이 보이기 시작했고, 다시 마리아가 어렸던 나한테 채소를 먹이려고 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조금 의기소침적인 모습이였다.


보속의 마리아:저기... 주인님... 이거 드셔보실레요?


마리아는 다시 나한테 브로콜리를 먹일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강요가 아닌 부탁이였다.


어린 박소한: 어? 어... 메론빙수... 이건 메론빙수야...


어렸던 나는 자기최면을 걸듯이 브로콜리를 보면서 메론빙수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입안에 브로콜리를 넣었던 나는 처음엔 헛구역질을 했지만, 점점더 씹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삼켰다.


어린 박소한: 이건 메론빙수... 우욱... 메론빙수야... 헤헤... 마, 마싰어! 마리아! 나 하나만 더줘!


브로콜리를 먹어본 어린 나는 후에 느껴졌던 감칠맛을 맛본 뒤 감탄을 자아냈다. 마리아는 웃고 있던 내 모습을 보고선 입을 틀어막고, 눈물을 흘렸다.


보속의 마리아: 주인님! 정말 잘하셨어요!


마리아는 나를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 거기서 마리아는 몸을 떨면서 눈물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봤던 마리아와는 달리, 이번에는, 웃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주차장에 서있었다. 그리고,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안수민뿐만 아니라 바이오로이드들은 나와 똑같이 슬픔을, 아니 모든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 심한말 해서 미안해요... 지금 혼자 있고 싶으니까... 조금 있다가 다시 봐요...


안수민은 울먹이면서 뒤로 돌아 주차장 밖으로 나갈려고 했다. 나는 안수민한테 너무나 미안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저 바이오로이드를 미워한다는 이유만으로, 생체 컴퓨터 따위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안수민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욕들을 퍼부었다. 항상 트라우마에 갇혀서는 알고 있던 사람들 이외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던 나한테 안수민은 나에게 느껴지지 않았던 매우 큰 존재였다 . 더이상 다른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게 하기 싫었다. 나는 그 슬픔을 알고 있었고, 안수민 또한 그 슬픔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안수민 뿐만 아니라 더이상 누구에게도 슬픔을 주기 싫었다.나는 안수민을 말리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속으로 안수민에게 울부짖었다. 겨우겨우 입 밖으로 소리가 터져나왔다.


박소한: 저... 수민씨!!


내가 안수민을 부르자 안수민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내 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안수민한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팔을 잡았다. 바이오로이드도, 사람도 아닌 그녀, 안수민을 끌어안았다. 안수민 또한 처음에는 몸을 떨었지만, 이내 거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내 품 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나의 본성이 시키는 데로 말을 했다. 


박소한: 내, 내가 미안해요... 내가... 내가 너무 심한말을 했어요... 트라우마 때문에...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왔어요. 미안해요... 내가 정말... 너무 미안해요...


내가 안수민을 안고 있을 동안,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그녀의 심장이 뛰는 걸 느껴졌고, 그녀의 체온이, 그녀의 눈물이 느껴졌다. 안수민 내 가슴을 두들기면서 울먹였고, 나한테 말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바보.


박소한: 하고싶은거 있으면 말만 해요. 내가 진짜 너무 미안하니까 할수 있는건 다 해줄게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진짜 하고 싶은거 다 해줄거에요?


박소한: ...할수 있으면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나 소한씨한테 바라는게 한가지 있긴 해요.


박소한: ...! 말만해요! 내가 뭐든지 사줄게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ㅎ... 진짜 바보... 내가 원하는건 물건이 아니라 그쪽 태도에요.


박소한: ...태도요?


안수민은 나한테 떨어진 뒤에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들기고는 다시 백화점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뭐해요? 배고프다면서요? 밥 안 먹을 거에요?


박소한: 가, 갈게요!


3. 겨울, 그리고 봄


나는 안수민과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루프탑으로 올라갔다. 루프탑으로 올라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시로마 모델은 내 VIP카드를 보고 입장 시켜줬고, 우리는 경치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이 오기 전까지 아무 말도 안했다.


레스토랑 콘스탄챠 모델: 여기 메뉴판입니다. 주문하실 건가요?


박소한: 무, 뭐드실 거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쪽이 시켜줬으면 좋겠는데요?


안수민은 웃는 얼굴이였지만, 퉁명스럽게 말했다. 


박소한: 그럼 여기서 셰프가 제일 추천하는 음식 각 2개씩 내주세요.


레스토랑 콘스탄챠 모델: 알겠습니다.


콘스탄챠 모델은 유리잔에 무알코올 와인을 유리잔에 따라준 뒤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몇분 뒤 음식이 나왔다. 나한테는 중국식 무뼈 조기찜을, 안수민한테는 동파육 한접시를 놓아줬다. 서로서로 음식을 약간 덜어준 뒤, 아무말 없이 먹었다. 둘이서 먹었던 그때는 오히려 예전에 혼자서 밥을 먹었던 때보다 훨씬 적막했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한 뒤에 나갈려고 하는데 식당 안쪽에서 큰소리가 들렸다.


레스토랑 바닐라 모델: 꺄악!


남자 손님: 감히 네 년이 내 여친한테 물을 쏟아? 바이오로이드라면 어떠한 방해에도 균형을 유지해야되는거 아니야!


여자 손님: 오빠 저 씹년 죽여버려! 내 옷에 물이 다 묻었잖아!


바닐라 모델이 물을 쏟아 손님들한테 혼이 나고 있었다. 


레스토랑 바닐라 모델: 죄송합니다! 때리지 말아주세요... 제발...


남자 손님: 뭐라는 거야 씨발년이... 너 딱 기다려.


갓 20살이 되어보이는 남자는 식탁에 있던 나이프를 들고, 바닐라의 목을 조른뒤, 찌를려고 했다. 뒤를 돌아보고 있던 나와 안수민은 바닐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던거만 같았다. 나는 이제 참을수 없다. 더이상 저런 슬픈 얼굴과 눈물을 보기 싫었다. 곧바로 그 손님한테 달려간 뒤에 나이프를 들고 있던 팔을 잡아챘다.


남자 손님: 뭐야 당신... 이거 안놔?


여자 손님: 이새낀 또 뭐야! 아우 다 짜증나! 오빠 뭐라도 좀 해!


박소한: 물을 실수로 흘렸을테고, 그쪽 여자분 물도 별로 안 묻은거 같은데 그냥 그만 하시죠?


남자 손님: 이건 또 뭐라는 거야... 당신 나 몰라? 나 건든 사람들 중에 똑바로 서서 돌아간 사람 한명도 없는데? 마지막으로 기회 준다... 이손 당장 놔.


박소한: 진짜 무섭네... 네 애미애비 돈으로 그렇게 돈지랄 하니까 온 세상이 네 것처럼 느껴지나 봐? 내가 조언한는데, 당신부터 바닐라 멱살 잡은 손 당장 놔.


남자 손님: 안 놓으면? 어쩔건데 병신새끼야.


박소한: ...두고봐. 어떻게 되는지.


나는 그남자를 노려봤다. 그 남자는 처음엔 조금 당황해했지만, 그 후 나한테 박치기를 했지만, 나는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걸 깨닫고는 떨기 시작했다.


박소한: 후우... 네가 먼저 때렸다?


우선 발로 그 사람의 다리 사이를 가격했다. 그리고 바닥으로 머리를 집어던졌다. 남자는 머리와 사타구니를 동시에 잡은 뒤 고통 때문에 소리질렀다.


남자 손님: 악! 아아! 존나 아파! 으으으...


여자 손님: 꺅! 오빠! 괜찮아?


박소한: 다시한번만 더 이딴 짓 내 눈앞에서 하면... 그땐 이걸로 안 끝난다.


레스토랑 바닐라 모델: 소, 손님!


박소한: 여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주방에 들어가 있어요. 좀있다가 다시 주문 받으시고. 그쪽이 잘못한거 하나도 없어요. 


나는 바닐라의 옷 주름을 펴준뒤 웃음을 한번 날려주고 주방으로 밀어넣었다. 다시 안수민한테 돌아갔다. 안수민은 팔짱을 낀 채로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박소한: ...그냥 저렇게 주제 모르고 설치는 애들이 보기 싫어서 그랬어요. 나갑시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좋아요! 이제 집에 가는거죠?


박소한: 뭐... 커피라도?


안수민 <하르페이아>: 그것도 좋네요!


나와 안수민은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에 탔다. 차에 탄 나는 안수민을 바라봤다.


박소한: 어... 어땠어요?


안수민도 나를 바라보고, 배시시 웃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뭐에요 그게... 훨씬 나은거 같긴 하네요. 그나저나 나 방금 놀랐어요! 실력 대단하던데요?


안수민은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소한씨


박소한: 왜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나 사실 주차장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할때, 소한씨가 꼭 나를 다시 붙잡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소한: 그건 또 왜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왜긴요! 그쪽이 나쁜 인간처럼 안보였고, 그때도 그렇게 믿고 싶었거든요!


박소한: 그래서, 지금 나는 나쁜 사람이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내가 만났던 인간분들 중에서 가장 좋은 사람 같아요.


안수민은 말을 끝내고 말없이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나 또한 조용히, 그리고 배시시 웃었다.


안수민 <하르페이아>: 어? 웃었다! 웃었죠 방금?


박소한: 뭐라는 거에요... 커피 뭐 먹을 거에요?


안수민 <하르페이아>: 아니 진짜 웃었죠? 나 소한씨 웃는거 처음봐!


박소한: 집에 마실게 조금 있으니까 그거 마셔요. 그리고 헛소리좀 그만해요! 내가 언제 웃었다고!


원래라면 바로 얼굴 표정을 굳혔겠지만, 지금 나는 입 꼬리를 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 옆에는 사람도, 바이오로이드도 아닌 한명의 여자, 안수민이 있었고, 소중한 것을 알려준 그녀한테는 더 이상 틱틱대고, 밀어내지 않기로 했다.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 충유시의 밤은 낮보다 밝고 찬란했으며, 우리는 그 빛의 숲을 지나 집으로 달려갔다.


========11화 끝========

소설 쓸 시간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11화도 어떻게 쓸지 고민을 엄청나게 했어요! 한 화만에 박소한과 안수민의 갈등과 해소를 집어 넣었더니 사건 전개가 너무 빠르다고 느껴져서 조금 불안하네요... 다음화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문법과 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주신다면 감사히 받아들이고 수정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추신) 여러분들의 관심 덕분에 9화, 10화가 처음으로 개념글이 됬어요! 이런거 처음 해보니까 기분 째지네요! 항상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6개월동안 잠적했다가 최근에 드디어 신곡을 냈습니다... 좋은 노래 같아서 같이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