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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말했다.


"....네?"


당황한 사령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칸이 묘하게 얼굴을 붉히며 신음했다.


"음... 이게 아니었나. 오해하지 마라. 탈론페더가.... 유능한 부관이라 생각하지만 난 가끔 부관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래서..... 전달 받는 과정에 조금 오해가 있던 모양이다."


묘한 부분에서 의기소침해하는 칸을 보고, 사령관은 그녀의 위아래를 훑었다.

칸은 살짝 불량한 티가 나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불량함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칸을 기준으로 했기에, 험악하다기보다는 섹시하고 귀여운 쪽에 속한 불량함이었다.


"음, 복장이랑 대사는 어느 정도 매칭이 되는데....."

"....역시 내가 문제인가."

"칸이 문제라기보다는...."

"둘러서 말 할 것 없다. 내가 어떤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칸의 얼굴이 묘하게 쓸쓸해 보이는 것 같아, 사령관은 진심을 담아 말한다.


"...겉모습이 변해도 칸은 칸이니까."

"나는 나다라....."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그대는 언제나 그대로군. 내가 알고, 모두가 아는, 그대 다운 말이야."

"그런가?"

"그렇다."

"그보다 그 자세, 팬티 보여."


사령관은 칸이 허벅지 사이를 보았다. 보지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붉은 팬티가 한 장 보였다.


그러나 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음."

"음..이라니. 보지 둔덕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흥분했나?"


칸이 답지 않게 피식 웃으면서 역으로 사령관을 도발했다. 달라진 칸의 모습에, 사령관은 참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칸의 보지가 세상에서 제일 꼴려. 당장 존나게 박고 싶을 정도로."


평소 이런 멘트를 날리면 살짝 얼굴을 붉히던 그녀다.

칸이 무뚝뚝한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침대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칸은 언제나 자신의 성욕을 은근히 드러냈다.

그로 인해 사령관이 그녀를 직접 덮치도록.


그런 성격은 겉모습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선배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만."

"...이리 와."


사령관은 칸의 손목을 잡고 화장실로 이끌었다.


"잠깐.. 옥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옥상까지는 너무 멀어."

"앗... 잠깐, 너무 성급하군.. 선... 앗.... 앙....!"


사령관은 화장실에서 그녀의 허벅지 안쪽에 얼굴을 처박고 정수기의 버튼을 광클하고, 사막을 횡단한 사람처럼 마구 핥아댔다.


"잠.. 앗...! 앙....! 아앙...!!"

"칸의 여기. 입천장이 데일 것처럼 뜨거운 온수가 콸콸 흘러."

"그건 선배가..핫...! 앙..!"

"자기가 음란한 걸 선배 탓을 하다니. 못 된 후배구나. 벌을 받아야겠네."


사령관은 칸의 뒤를 잡고 엉덩이와 등을 내려다보면서 그녀를 벌 줬다.

칸은 양손을 잡혀 완전히 패배한 여기사 같은 자세로 혼나면서 천장을 향해 울부짖었다.


"흣...! 앙...! 아앙..! 선배애앳...! 너무 강해애애앳...!!"

"팬티나 보이면서 유혹하는 불량 후배년은 이렇게!! 이렇게 혼내줄 테다!!"


오줌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야 마땅한 여자화장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에 젖은 젖가슴끼리 육탄전을 벌이는 듯한 퍽퍽거림.

질펀하게 젖은 떡을 손가락으로 푹푹 쑤시는 듯한 찌걱거림.

물이 거세게 틀어진 수도꼭지를 손가락으로 틀어막았을 때 수압이 거세진 푸슛거림까지.


그날 화장실에서 들린 기이한 소리들은 훗날 학교외설담이 되어 널리널리 전해질 정도로 추잡스러웠다.


"...너무 주책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추잡했던 짓거리가 끝나고 칸이 물었다. 사령관은 그녀가 옷 입는 걸 도와주다가 뒤에서 와락 끌어안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전혀. 오늘의 칸도 딱 내가 아는 칸 그대로였어."

".....그러는 선배도. 언제나의 선배처럼 늠름했다."


칸이 고개를 뒤로 돌리며 사령관과 키스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같이 학교를 다녔다.


비록 선후배의 관계라 같은 시간 수업을 듣지는 못했으나, 같은 시간 다른 수업을 들으면서도 서로를 생각하고.

같은 시간 다른 친우들과 어울릴 때에도 같은 타이밍에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다른 교실을 사용해도 같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의 마음은 이어져 있었으며.

가끔씩 같이 하교할 때에는 손을 맞잡고 잔잔한 대화를 나누면서 은은한 미소를 교환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학생으로 남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이번에 또다시 철충이 날뛰기 시작한 모양이다, 선배."


학교에서는 평화로운 일생이 이어졌으나, 학교를 나가 길거리를 걸으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쟁은 언제 어디에서나 도사리고 있었다.

적을 하나 물리쳐도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적이, 그리고 또 새로운 적이 나타나 학교의 주변을 위협했다.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본분을 다했다.

사령관은 사령관으로써.

후배는 한 부대를 이끄는 용맹한 지휘관으로써.


"사령관. 지시를. 적의 심장부가 눈앞에 있다. 좌표를 보냈으니 확인해라."


-응 받았어. 기다려.


"전세가 좋지 않다. 우리가 적의 심장부를 뚫어야 다른 부대가 여유로워진다."


칸이 독촉했다. 당장 심장부를 꿰뚫어 적의 시선을 끌어야 했다. 안 그러면 지금 분투하고 있는 다른 부대에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 뜻이 아니야. 칸이 나설 필요가 없어.


"그게 무슨..."


슈우우우우-


그 순간, 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을 보았다. 좌표를 받자마자 사령관이 적의 중심부를 타격할 미사일을 쏜 것이다.

그 상황을 이해한 칸이 웃었다.


"성급하군. 내 부대는 아직 안전 거리로 물러나지도 못했다."


-칸이라면 제때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여유롭잖아, 이 정도는.


칸은 웃으며 모두에게 후퇴를 지시했다.

미사일이 닿지 않는 범위로 물러나면서, 칸은 예전을 떠올렸다.

옥상에서 섹스를 하자고 했더니 다짜고짜 화장실로 데려가서 범해졌던 그때를.


'그때도 성급했었지. 당신은.'


칸은 그날을 추억하며 웃었다.


"여, 대장. 뭐 좋은 일이라고 있나 봐? 조금이라도 늦으면 메이 대장 핵에 휘말려 죽을 텐데."

"설마 죽을 걸 각오하고 웃는 건 아니지?"


칸의 좌우에는 워울프를 비롯한 부하들이 기동장치를 최대 출력으로 켜고 달리고 있었다. 물론, 그들도 웃고 있었다.


"그냥 옛 생각이 나서 그렇다."


묘하게도 사령관과 지휘관의 관계일 때도 선배와 후배였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두 사람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 심지어 다른 상황에서도 한결 같은 관계를 유지했다.

칸은 사령관을 알고, 사령관은 칸을 안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어도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칸은 그저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예전 생각이 나는군."


칸과 사령관은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더 이상은 선배와 후배로 있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수십 년에 다르는 시간을 함께했고, 그에 따른 여러 변화를 겪은 후였다.


세상은 어느 정도 평화를 찾았다.

학교는 전쟁 중에도 계속 운영했지만, 지금은 더 성화를 이루고 있었다.


"당신과 나도 저기서 수업을 받았었는데."


칸과 사령관은 학급의 뒤쪽에 서서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아이와, 다른 부대원들과 사령관의 아이들이 탈론 페더에게 교육을 받고 있었다.

물론, 아이들 중에는 탈론과 사령관의 아이도 있었다.


"그러게, 시간이 엄청 빠르네. 옛날 생각 나. 저쪽 화장실에서..."

"어허. 애들 앞이다."


칸이 빠르게 사령관의 말을 막았다. 그러자 사령관은 하하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안고 뺨을 부볐다.


"아! 아빠 또 애정표현한다!"

"우우!! 신성한 배움의 터에서 추잡한 애정행각이라니, 하야하라! 하야하라!"

"우엑, 아빠 손가락 놀림이 이상해. 변태같아!"

"어허, 얘들아."


아이들이 야유를 보내자 탈론 페더가 정색하며 말한다.


"사령... 아빠는 변태가 아니에요, 매일 밤 푹샥푹샥 교미를 하시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숭풍숭풍 낳으시는 거랍니다. 결코 성욕에 지배당해서 매일밤마다 실신시킬 정도로 범해버리고 무책임하게 질내사정하는 개변태교미프로페셔널이 아닌-"

"탈론.... 그쯤해라."


칸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렸다.


"크흠.... 다른 반도 둘러봐야 하니까 이만..."


사령관이 헛기침을 하며 칸을 데리고 나간다. 문이 닫히기 전까지 야유가 쏟아졌다.


"도망간다!"

"이러다가 또 형제자매가 생기겠-"


쿵.


문을 닫자 소음이 끊겼다.


"후...."


사령관은 이마에 묻은 진땀을 닦아냈다.


"괜찮나?"

"응... 애들이 가면 갈수록 말을 안 듣는다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만 보면 환히 웃어줬는데."

"그때는 말도 못 하는 나이였잖은가."


칸이 웃으며 팔짱을 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가지. 단둘이 카페 호라이즌에 가서 컬러풀 하트풀 베리베리 올베리 러블리 파르페를 먹으러 가지 않겠나?"

"컬... 파르페. 좋지."


사령관이 메뉴를 따라하려다가 포기했다. 복도를 걷던 사령관이 탄성을 뱉었다.


"아."

"왜 그러지?"

"잠깐 이리 와. 까먹은 게 있었어?"

"....당신?"


칸은 손목을 잡히고 사령관에게 끌려갔다. 두 사람은 수십 년 전 두 사람의 추억이 깃든 화장실 앞을 지나 계단을 올라 위로 올라갔다.


"잠깐.. 어디를 가는 건가?"

"옥상."

"옥상은 대체 왜.... 아....!"


칸이 말하다가 깨달았다.


"칸이 원했던 거잖아. 전쟁 때문에 못했었는데."

"당신...... 지금 여기는 당신의 아이들이 있다."

"응. 하지만 뭐, 상관없잖아? 들리지도 않을 텐데."

"....성급하군. 혹시라도 들리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에이, 다들 에어컨 틀어놓고 문 닫고 하는데."


그건 방금 전 참관하면서 확인했다. 들킬 일은 없다. 아마도.


"참...."


칸은 못 이기는 척 피식 웃었다. 그러나 강하게 뿌리치지 않고 결국은 그를 따라 옥상까지 올라갔다.

옥상은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섹스를 하기 죄송한 화창한 날씨였고.

또 어떤 면에서는 지금만큼 옥상에서 섹스하기 좋은 날이 없었다.


"당신은 정말 한결 같군. 성급하고 천박해."

"먼저 권했던 건 칸이잖아?"

"....수십 년 전에."

"칸도 좋아할 걸 알아."

"......"


칸은 반박하지 못했다.


확실히, 그녀의 보지는 젖어가고 있었다.


지휘관이 팬티를 벗길 무렵에는, 이미 시큼하면서 뜨거운 온수가 허벅지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 학교에는 신기한 소문이 돌았다.


학교에서 근원을 알 수 없는, 단조로운 가사지만 아름다운 선율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면...

열 달 후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다는 행복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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