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05-1. Non-Emily




사령관이 사령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 사령관은 화력 증강을 위해 추가적인 캐노니어의 바이오로이드 생산을 원했고, 그 과정에서 X-05. 에밀리 개체의 생산도 늘어났다.

 그러나 간신히 바이오로이드의 제작이 가능해진지 얼마 안된 터라 기술이 미흡했다. 일부 개체는 제조 중 미완성으로 파기되기도 하고, 전투모듈 자체가 장착이 불가능한 개체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X-05-1. Non-Emily 였다. 이 에밀리는 외형은 그대로 본체의 외형을 하고 있었으나 전투 모듈 외에는 아무것도 학습되지 않았다. 다른 에밀리들이 비전투에는 정보가 모자라긴 했지만, 이 개체만큼 깨끗한 경우는 없었다.


"...완전 아기랑 다름 없는 상태라고?"


"응. 말만 할줄 알지 기억하는 정보가 거의 없는 것 같아."


사령관은 우선 이 에밀리를 가장 가까이 두고 키워냐기로 했다. 사령관은 원래 에밀리 개체들을 좋아했고 마침 곁에 둘 좋은 기회를 만난 듯 했다.




"...."


몇날 며칠이 지나도 에밀리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다.


"에밀리. 케이크 먹을래?"


사령관이 케이크를 건넸다. 둘은 사령관실 책상에서 마주보고 앉아 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케이크를 먹는 와중에도 에밀리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마치 감정이 없는 것 처럼.


"에밀리 맛있어?"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대답해야지."


"맛있어 사령관."


"응. 다행이네."


사령관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퍼졌다.

조용히 케이크를 오물오물 먹고 있는 에밀리는 무표정이지만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적어도 사령관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다만, 잠시 후 갑작스러운 다수의 철충의 습격이 있었고, 사령관은 먹던 케이크를 급하게 내려놓고 지휘에 들어갔다.

가까스로 전투를 피한 사령관은 뒤의 전투를 지휘관들에개 맡기고 다시 케이크를 들었다.


"휴... 에밀리 미안. 급하게 할게 생겨버려서."


"괜찮아 사령관. 사령관이 나한테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사령관은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작은 얼굴과 그보다 작은 그 눈에서 공허함이 느껴졌다. 이 작은 아이의 휑한 마음을 사령관은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사령관은 에밀리에게 직접만든 모듈을 넣어주었다.

직접 만들만큼 에밀리가 감정을 잘 느꼈으면 했고, 조금이라도 에밀리가 자신을 원했으면 했다.

다만 마치 가족처럼. 연인처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만큼의 욕구를 넣었다.

사랑받고싶다. 라는 마음이 에밀리에게 주입되었다.



물론, 절대 이 일이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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