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9434507


이어지진 않지만 전작과 관련 있음 ㅇㅇ..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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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X-05 개체가 완성됨, 기존 04 개체의 단점을 보완하여 새로 만들어낸 개체로, 기존의 단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됨.

X-05 개체의 이름은 '에밀리' 로 지정. 지정된 의상이 없어, 임시로 실험실 직원의 옷을 차출하여 의상을 입힘.


보고서 하단에는 멍한 표정의 에밀리의 사진이 첨부되어있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외투가 불편한지, 외투의 자락을 잡아당기고 있다.

어쩐지 지금의 에밀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나는 픽하고 웃음을 흘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12월 7일


X-05의 파괴력 테스트가 금일부터 시행 됨. 테스트 결과 X-05 개체의 화력은 이전 03, 04 개체보다 우수하나,정확한 출력 조절이 어려운 것으로 보임. 

감정 모듈이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임, 감정 모듈 삽입 이전에 에밀리 모델에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 화력을 높이는 테스트 진행 필요. 승인 검토중



12월 9일


X-05 모델에 대한 충격 테스트가 승인됨, 금일 충격 테스트 시행 결과 기체가 파손된 X-05의 최대출력이 120퍼센트 상승한 것으로 확인됨, 해당 상태에 돌입시 X-05의 눈동자의 색이 변화함, 레일건의 최대 출력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 확인, 지속적인 파손실험을 통해 X-05의 출력 조절 방법을 찾을 예정.



12월 18일


지속적인 충격 실험을 통해 X-05개체의 파괴력이 200퍼센트까지 상승하는 것을 확인.

파손 실험이 거듭될수록 X-05이 통증에 익숙해지는 것을 확인. 더욱 강한 통증을 가하기 위한 추가적인 물자 지원 요청.

또한, 피해를 받을 경우 파괴력이 상승하는 X-05 개체의 성질을 반영하여 감정 모듈의 제어가 필요한 것으로 보임.

첨부된 보고서 X-05 (3)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의 03 보고서에는 에밀리에게 가해지는 고통의 정도에 따라 변화하는 제녹스의 파괴력에 관해 상세한 자료가 첨부되어있다. 젠장...그리고 처참하게 파괴된 에밀리의 사진과 영상이 여럿 첨부되어있었다. 차마 영상속 에밀리의 죽어가는 눈동자를 마주할 수 없었던 나는 황급히 보고서의 페이지를 넘겼다. 



12월 20일


X-05 개체가 잦은 파괴와 수복으로 인해 극심한 환상통, 정신불안, 우울증을 겪고 있음. 

해당 증상 발현시 X-05와 링크된 레일건의 출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나, 제어가 극도로 불안정해져 원활한 실험이 불가능 함.

이에 X-05개체의 기억 말소를 요청합니다.


나는 입안이 말라가는 것을 느끼며 식어버린 핫초코를 홀짝였다. 아우로라가 가지고 오는 핫초코는 늘 달콤한 것이였다. 하지만 핫초코 한잔을 다 마셨음에도 입가에 맴도는 쓴맛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보고서의 말미에는 에밀리의 기억말소 요청서가 한장 붙어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 오..씨발..아자젤 맙소사.. 나는 토할것같은 느낌을 애써 억누르며 황급히 페이지를 넘겼다. 저 아이가 정말 내가 아는 그 에밀리라고? 다행히도, 다음장에는 멀쩡하게 수복된 에밀리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없는 멍한 눈동자, 약간 삐딱하게 서 있는 자세에서 이전과 같은 끔찍한 고통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2월 26일


X-05개체의 기억 말소 이후 실험이 안정적으로 제개됨,감정모듈을 통해 X-05개체의 파괴력을 제어시 상황에 따라 출력조절이 가능한 대 철충/전쟁 병기가 탄생할 것으로 보임. 이는 미완성형인 감정모듈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임. 다만 더욱 순종적인 쪽으로의 개량이 있다면, X-05의 운용이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됨.

개체 자체의 기동능력은 X-05가 자신의 신체처럼 조종할수 있는 자율 부유식 레일건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것으로 상승 가능함.

이하 03,02에서 발생했던 출력 안정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 되어, 삼안 사의 '블랙 리리스' 에 비견하는 힘을 가진 바이오로이드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 예측됨.

실험용으로 제작되었던 06 개체의 폐기와, 차주 안에 05개체에게 맞는 모델명과 제복이 필요.


언제나처럼 첨부된 서류에는 에밀리 전용 의상의 요청서가 들어있다. 무심히 의상을 보던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멸망전 인간의 악취미가 고스란히 드러난 그 의상은 지금 에밀리가 입고 있는 옷보다 더 노출도가 높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2월 10일


다량의 철충들이 연구소 바깥에 침입하여, 실내 경비용 AGS들을 외부에 긴급 배치함.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05의 감정 모듈이 아직 제어되지 않지만 철충 소탕에 05를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확인되어 

철충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X-05의 공격이 매우 유효합니다. 철충의 공격으로 인해 파괴된 시설과, X-05개체의 철충 소탕 능력에 관해 보고서를 작성해 첨부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다소 급박한 글씨로 작성된 보고서에는 X-05에밀리와 1개 브라우니 대대의 철충 파괴력에 대한 비교 자료가 간략히 첨부되어있다. 


(마지막 부분은 빠르게 작성했는지, 글씨가 조금 뭉개져 있다)



2월 11일

본부에 응답을 요청합니다. 40인분의 식량과 추가 병력이 필요합니다.


2월 14일

철충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인해 실험실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빠른 대처 부탁드리겠습니다.


2월 15일

...25인분의 식량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2월 20일

씨발!! 좀 대답하라고!! 다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이 다음부터의 보고서는 심하게 구겨져 있거나, 핏자국이 잔뜩 묻어있었다.)


2월 26일

철충들은 빠른 속도로 중앙 연구실 쪽을 공격하고 있다. 젠장..본부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다행히 실험용 바이오로이드들로 어느정도 연구소 구역은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식량이 떨어져 간다...식량이…


이 다음부터는 거의 짧은 일기 형식이였다. 유약한 연구원들은 대대적인 철충의 습격에 버티지 못하고 죽거나 미쳐갔다.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다. 


3월 5일

망가진 수신기를 발견했다. 철충들이 망가트린 것인지 원레부터 그런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걸 고치면 본부와 연락할 수 있지 않을까?

경비인력이 줄어 철충들이 연구소 안쪽까지 들어왔다., 경비 AGS들도 다 맛이 가버려서 철충을 막을건 망할 바이오로이드들 밖에 없다. 젠장, 상황이 절망적이다. 


3월 6일

수신기를 고쳤다. 간헐적으로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제발..기도하는 심정으로 수신기에 구조 신호를 보낸다. 


3월 10일

비상용 지하 벙커를 찾았다. 우리는 X-05개체를 데리고 벙커로 들어갔다. 여기라면 그놈들에게선 안전하겠지.


3월 20일 

이런 씨발, 본부에 지원 요청이 닿지 않는다, 나도 점점 더 졸려온다. X-05 개체가 아직 동작하고 있고 벙커도 튼튼하기 때문에 저 빌어먹을 철충들 에게 썰려 죽지는 않겠지만, 아무리 자도 자도 너무나.. 졸리다. 젠장, 잠이 부족한… (이 뒤부터는 글씨가 뭉개져 있다)


X월 XX일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다)

명령을 내릴 인간들도 전부 잠들었다. 바이오로이드년들도 다 뒈져 버려서 남은건 나와 05 개체 하나뿐이다. 대체 언제 이 악몽이 끝나는 걸까?

다음 페이지부터는 피와 흙등으로 인해 거의 알아볼 수 없다.


응..? 찌푸린 얼굴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보고서들을 넘기던 나는 마지막 페이지에 짧은 영상이 첨부된 것을 확인 했다. 종이에 첨부된 영상이라, 멸망전의 기술은 언제봐도 신기하단 말이지...종이를 꾹 누르자 지지직거리던 영상이 천천히 재생되었다.


영상 속에는 초췌한 인상을 한 남자가 어설픈 손놀림으로 카메라를 만지고 있었다. 

남자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씨발, 젠장등의 욕설을 두어번 뱉자 흐려진 카메라의 초점이 잡혔다. 


“아, - 된 건가”


남자가 중얼거리며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콰광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화면이 크게 흔들렸다. 뚫린 벙커 벽면사이로 철충들이 숨가쁘게 쏟아져 내렸다.


기겁한 연구원은 비명을 지르며 명령했다.

아아악!!!! X-05!!! 저 망할,,망할 놈의 철충들을 다 죽여버려!!! 그 뒤로 소름끼치도록 고요한 목소리가 따랐다, 명령 수행, 타겟 확인, 에밀리,전투 시작합니다. 온몸을 푸르게 빛내며 철충들을 거대한 레일건으로 조준하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은 종료되었다.


“..하”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보고서를 덮었다. 처음 에밀리를 발견했을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연구실의 가장 깊은 곳에서, 그 멍한 표정으로 연구소에 있는 모든 철충을 때려부숴야 한다고 말했을때 얼마나 당황했던가. 

수십, 수백번 탐사하며 연구소에 남아있는 자원들과 바이오로이드들을 오르카호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도 이해가 갔다.  


[에밀리라고 불러… 잘 부탁합니다…]


새로운 사령관으로써 철충 말살을 멈추고, 본부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누군가 알려준 듯 기계적인 인사를 뱉는 에밀리, 그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보고서를 덮었다.

그리고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령관실의 문이 날아가 버렸다.


“..뭐?”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일어났다.

슬프지만 사령관실의 문이 날아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니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며 연기를 뿜는 사령관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자아, 누구나, 리제? 라비아타? 리리스? 아니면 일주일 전에 친 사고로 잔뜩 화난 콘스탄챠인가?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의외의 인물이 사령관실로 뛰어들어왔다.


“...에밀리?”


“..사령관..”


제녹스로 화끈하게 문을 날려버린 에밀리는 특유의 맹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보고서에서 본 것처럼 불완전한 감정 모듈이 폭주한건가? 아니면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건가? 나는 당황하며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에밀리의 입에서 정말 뜻밖의 말이 튀어 나왔다.


“사령관..나랑 X스 하자..X스 하고싶어...”


“...”


그 말에 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아! 이 정도면 저번에 리리스, 리제 그리고 소완이 삼파전을 벌일때와 같은 강도의 두통이였다. 대체 누가 저 순진한 애 한테 이상한 말을 가르친거야? 

나는 관자놀이룰 주먹으로 꾹꾹 누르며,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밀리?”


“응?”


에밀리는 방금 자신이 뱉은 말의 파괴력을 인지하지 못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반응으로 보건데, 방금 자신이 한 말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듯 했다. 나는 당황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누가 이런걸 알려준거야?”


물론 범인은 대충 예상이 간다만, 이런 일은 확실히 해야 한다. 에밀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을 이었다.


“아스널 대장이 알려줬어.. 사령관이랑 X스를 하면 사령관이 기뻐해 줄거라고 했어...”


“...”


“캐노니어 정신으로 사령관실에 돌격해서…. 사령관에게 말해야 한다고 했어…”


“.......” 


그래서 문을 부순건가, 나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문을 힐끗 바라보며 에밀리의 새 교사를 빠르게 물색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에밀리, 그… x스 라는 건 말야,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거야.”


“그치만..사령관은 나 싫어? 나는 사령관 좋은데..”


에밀리의 말에 말문이 턱 막힌다.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 줘야 한다...나는 실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에밀리를 소파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얇고 부드러운 분홍빛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이 미끄러져 내려가자 에밀리의 눈이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에밀리..나도 에밀리가 싫은건 아니지만 아직 에밀리에겐 너무 이르다고 생각해.”


“에밀리 한테는 일러?”


순진하게 되물어 보는 에밀리의 모습은 보통 남자라면 자제심을 잃고 달려들 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순진한 모습 역시 병기를 더 수월하게 사용하기 위한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낸 추악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였다.


“응, 에밀리가 조금 더 성숙해지고.. 감정에 익숙해진다면.”


“..응..”


“그때 한번 더 그 이야기를 해줘.”


“응..사령관, 알겠어.”


생각보다 싱겁게 수긍한 에밀리는 눈을 감고 그대로 소파에 기댔다. 언제나처럼 그대로 잠드려는 것일까, 예상대로 에밀리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금세 잠들었다. 나는 평온한 표정으로 잠든 에밀리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 


힐끗 책상을 바라보자 에밀리에 관한 실험보고서가 눈에 띄였다.

이제 이곳, 오르카호에서 이 작고 사랑스러운 소녀는 실험실에서 배웠던 전투나 파괴같은 것이 아닌 사랑, 친절 따뜻함 같은 것들을 배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날 감정모듈이 완성되지 않은 에밀리도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나타낼수 있겠지, 나는 그렇게 믿으며 에밀리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담요를 덮어 주었다.


“잘자렴, 에밀리.”


무언가 행복한 꿈을 꾸는 듯, 잠든 에밀리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 한 조각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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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 3주차 뉴비 에밀리 아직 못먹음 흑흑..

캐노니어 에밀리 빼고 전 대원 다 있다. 글 써주면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