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은 최근 올라온 몬무스로 변형된 부정형 리리스에 대한 2차창작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이며, 공식설정과

다른 표현이 자주 등장함을 알립니다. 



-1-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동생들이 죄다 사령관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리리스는
본인만 특색이 없어 선택 받지 못했다 여겨,동생들의 유전정보가 기록된 수복실로 잠입해 그녀들의 오리진더스트를 자신의 몸에 직접 투여하였고, 그 결과는



"리릿.....리리쮸.....리릿"

바닥을 기어다니는 어딘가 흉측하면서도 기분나쁜 액체는 불과 10분전까지만 해도 리리스라 불리는 바이오로이드였다.

"닥터, 되돌릴 방법은 없어???"

"오빠, 이런건 나도 처음이라...힘들거같아"

액체에 가까워진 리리스를 보며 닥터와 사령관은 난처해했다.


그와중에 끈적하면서도 눅눅한 액체의 덩어리는 계속해서 사령관의 다리에 들러붙으려 했고 그것은 떼어내려할수록 더욱 더 강하게 사령관의 다리를 얽메어들며 조여들어갔다.

"리리스, 계속 이러면 곤란해. 착한 리리스는 사령관을 괴롭히면 안되지?"

"리릿.....리릿...."

분명 사령관의 말을 알아듣는 듯 보였으나,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사령관의 말에 따르지는 않았고, 마치 반항이라도 하려는 듯 뜻대로 움직이지않는 듯한 본인의 액체덩어리들을 뻗으며 사령관을 더듬거릴 뿐이었다.

"안되겠다. 닥터, 일단 물러나. 대화는 통하는거 같으니까 내가 잘 타일러볼게"

"지금 오빠를 버려두고 가란거야??"

"그런거 아냐, 애가 지금 혼란스러워서 진정시키려는거야. 내 말대로 해보자"


"5분만 줄게, 우리 입장도 생각해줘"


"그래, 5분뒤에 여기로 다시 와줘"


사령관을 반쯤 뒤덮은 저 기분나쁜 생명체가 몹시 불안하고 꺼림찍했지만 닥터는 우선 사령관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리리스, 이제 둘뿐인데...놔줘도 괜찮지않을까??"


사령관의 진심이 조금은 느껴진 듯 리리스는 옥죄고 있던 그의 발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신체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며

형체를 유지하는 것 조차 버거워보이던 그녀는 사령관에게로 뻗었던 액체들을 거둬들이며 이윽고 하나의 덩어리를 유지한 채 지긋이 사령관을

보며 중얼거렸다.


"리릿......리리리릿....."


"말은 못하는거야?"


"리릿....."


언어모듈이 고장난건지, 아니면 목의 형태가 변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으나, 리리스는 듣기만 가능할 뿐 말을 할 수는 없는 듯 보였다.

다행인건 그녀 나름대로 무언가 설명을 하려 자신이 낼 수 있는 소리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려고 시도하는걸로 봤을때, 그녀의 의사소통 능력은 건재한걸로 판단된다.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설명해 줄 수 있겠어? 힘들면 안해도 괜찮아"


"리릿, 리......"


조금 버거울수도 있겠지만 사령관은 그녀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였고, 리리스는 그에 응하려는 듯 자신의 형체를 이리저리 뒤틀더니 많이 익숙한 병의 모양을 자신의 몸 일부를 사용해 표현하였다.


"오리진 더스트구나, 맞지?"


"리릿!!"


리리스는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사령관을 보며 자신감을 얻은 듯 다시 한번 변이를 시작했다. 몇번의 변이를 거쳐가며 컴페니언 소속 바이오로이드들의 형체로 추정되는 것들로 빠르게 변신하더니 무언가 알수없는 형체로 몸이 뒤죽박죽 변이되었다.


"리리스, 무리하지마. 급한건 아니니까 하나씩 천천히 하자"


"리릿....리릿......"


리리스의 얼굴과 페로의 얼굴이 반쯤 섞인 기묘한 형체를 한동안 유지하던 리리스는 온몸 구석구석에 나있는 괴상한 구멍들로 호흡을 시작하더니 본인이 가장 편한 듯한 형태로 다시 한번 변이하였다.


"리릿.....쮸......쮸인님,"


"방금 나보고 말한거야?"


"쮸....쮸인....."


방금전의 변이과정으로 많이 지친 듯, 리리스는 그 상태 그대로 쪼그라들어 사령관의 발 밑에서 잠들었다.


"오빠, 시간 지났어. 이젠 말려도 소용없어"


"그럴 필요 없어. 방금전에 잠들었으니까"


때마침 중무장한 닥터가 왔고, 사령관은 손바닥만하게 줄어든 리리스를 닥터에게 건내주었다.




-2-


닥터의 연구실, 수복실을 살짝 개조한 욕조 속에서 리리스가 수영 중이다. 그 사고기 있고나서 3일이 지났으나, 줄어든 리리스는 좀처럼

커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애는 좀 어때?"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지. 숙녀한테 무례야"


"숙녀가 여기 있었나?"


비교적 이른 아침, 사령관은 닥터의 연구실로 불쓱 들어와 아침인사 겸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리리스 언니는 좋겠네. 사령관이 맨날 보러 와줘서"


사령관이 온걸 안 리리스는 욕조 안을 빠르게 헤엄치며 유리벽 앞쪽에서 서성거렸다.


"리리스, 잘 잤어?"


"리...리릿!!"


유리벽 너머로 사령관이 안부인사를 묻자 리리스는 뭐가 그리도 좋은건지 치맛자락처럼 길게 퍼진 더듬이를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이상하네, 저런건 없었는데"


"뭐가?"


"더듬이 말이야. 아까까진 분명 없었어"


"그래? 저렇게나 긴데?"


"저 정도면 눈치 못챌리가 없지. 확실히 없었어"


"하긴, 발견당시에도 형태는 없었으니까....리리스가 혹시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나?"


"리릿!!"


사령관의 말에 리리스는 반응했고 다시 한번 보여주려는 듯 화려한 색상의 촉수와 지느러미를 펼치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듯 보였다.


"세상에, 오빠 말이 맞나본데? 리리스 언니는 오빠가 원하는 형태로 계속해서 변하고 싶어하나봐"


"그러면 작아진건 왜?"


"오빠 주머니 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나봐"


"에이....그건 좀 너무갔다"


"그치?"


시덥지않은 말장난을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는 닥터와 사령관, 리리스 또한 그 둘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으나 그녀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이면에 존재하는 있어선 안될 것을 말이다.



-3-


"리리스, 오늘은 산책이나 갈까?"


"리릿!!"


몇번의 검사와 테스트를 거친 리리스는 약 2주 후, 사령관과 함께 지내보기로 결정하였다. 

비록 경호원으로써의 역할은 기대하기 힘들어졌지만, 사령관의 정서적 측면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 여겨져,

시험 삼아 그녀를 풀어주게 된 것이다.


어떤 원리로 그녀가 떠다니는건지는 모르지만, 마치 물 속을 떠다니는 것처럼 리리스는 화려한 지느러미와 더듬이를 펄럭이며 사령관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쒸이익"


"방금 뭐지?"


사령관은 자신의 주위를 돌던 리리스에게서 위화감과 함께 위협적인 소리를 들었다. 


"기분탓인가....리리스 잠깐 좀 볼까?"


"리릿"


손바닥 위에 올라와 어리광을 부리며 노는 리리스를 유심히 살펴봤으나, 어느 곳에서도 방금전 느꼈던 위화감의 단서가 될만한건 찾지 못했다.


"간지러워, 어허~"


손바닥 위를 더듬거리더니 이윽고 다시 한번 축축하고 끈적한 액체들로 사령관의 손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리리스였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사령관은 방금전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와 마주하게 되었다.


"쒜에에엑!!"


리리스의 몸 틈세를 뚫고 나온 짐승의 눈을 가진 이름 모를 그것은 사령관을 적으로 간주한 듯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다시 한번 그의 팔에 엉겨붙어 옥죄기 시작했다.


"으극....리..리리스 그만...."


"리...리릿!! 리릿!!!쮸인!!!"


본인도 의도한게 아닌건지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자신의 검게 물든 부위를 제어하려 했으나, 소용없는 듯 보였다.


"리리스, 진정하고 전과 같은 경우야. 천천히....차분하게"


천천히 그녀를 다독이며 안심시켰으나, 이는 리리스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상황이었다.


'뿌득'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사령관은 절규했고, 그제서야 그것은 만족한 듯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다시 리리스의 몸 틈세로 모습을 감췄다.


"리...리릿!! 리릿!!!!"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온 그것을 보고 기겁하며 리리스는 패닉에 빠진 듯 형태를 바꿔 자신의 안을 살펴보았으나, 그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령관!!"


마침 월례보고를 가던 레오나는 복도에서 팔을 잡고 쓰러진 사령관을 발견했고, 자신이 들고있던 물병의 물을 전부 쏟은 후 꿈틀거리는 리리스를 병 안에 봉하였다.


"레오나, 서프라이즈~"


"사령관,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


"응, 좀 아프긴 한데 윽.....미안한데 의무실까지만 부축해줄수있을까?"


"말 안해도 그럴 참이었어"


한 손에는 리리스가 담긴 물병, 한 손에는 사령관을 부축하며  레오나는 의무실로 향했다.



-4-


"사령관님, 혹시 압축기에 깔리기라도 하셨나요?"


"아니 그런건 아니고, 애들이랑 좀 놀다가...."


"애들이랑 놀았다구요?"


의무실에 있던 다프네는 사령관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놀았다는 애들이 혹시 1t이 넘는 애들이었나요? 이건 부러진 정도가 아니라 조각이 나셨는데"


"어쩐지, 좀 아프더라"


"무슨 일이 생기신건지 말하고 싶지않으시다면 더는 묻지않을게요. 다만, 사령관님이 보통 인간이셨다면 팔이 형체를 유지하지 못했을거란것만 알아두세요"


"그런데 깁스 정도로 끝내도 되는거야?"


"엄살은....보통 인간도 아니시잖아요. 진통제라도 드려요?"


"아냐, 약은 좀 그래"


"한 2주 정도는 못쓴다고 생각하세요. 어차피 팔 하나 못쓴다고 일 못하시는건 아니잖아요. 뭣하면 레아 언니도 보조 정도는 해주실수 있다던데"


"아...아냐, 정말 괜찮아. 혼자 좀 있고 싶네"


"저도 그렇게 해드리고 싶긴한데....하, 일단 나가보세요"


다프네는 한숨을 쉬며 사령관에게 말했고, 사령관은 의무실을 나서자 그녀가 왜 한숨을 쉰건지 알게되었다.


"사령관님,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쥬인님, 뼈가 아플땐 고기를 먹어야해. 내가 고기 가져왔어. 먹기 힘들까봐 씹어서 가져왔는데 잘했지?"


"후...후히히히...주인님이 팔을 다치셨다해서 저도 제 팔을 부수기로 했어요. 지금 보여드릴게요"


잘게 씹힌 고기더미와 망치를 들고 찾아온 리제,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정신없이 사령관의

안부를 물으며 달려들었다.


"리릿!! 리릿!!!"


"어우, 이건 대체 뭔데 이렇게....말을 안들어!!"


그리고 그 무리들 중에 있던 레오나가 들고있는 통에 담긴 리리스가 요란하게 몸을 흔들며 탈출을 시도하였고, 레오나의 손에서 벗어난 리리스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병을 깨부수고 사령관의 곁으로 달려들었다.


"리...리릿....리릿...."


"리리스 왔구나, 잘 있었어?"


"리릿....리릿...."


자신의 주변을 부유하는 리리스의 머리를 슬쩍 긁어주자 리리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런 감동적인 상봉은 오래가지 못했다.


"오빠, 소식 들었어. 이젠 내 방식대로 처리해도 되는거지?"


"닥터"


"다 말하기 전에 조용히 처리하자, 일 키우는거 오빠도 싫어하잖아"


사령관의 부상 소식을 들은 닥터가 찾아왔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리리스를 다시 실험실로 돌려보낼 것을 사령관에게 말하려는 듯 보였다.


"알았어, 대신 면회는 괜찮지?"


"아니, 그것도 안될거같아"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둘 사이의 갈등이 격해지자, 리리스는 어쩔줄 몰라하며 사령관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파르르 떨었다.


"리리스, 걱정마. 별 일 없을거야"


"리...리릿"


"팔이 사라질뻔했어, 자꾸 그렇게 감쌀거야?"


"사라질뻔한거지 사라진건 아니잖아"


닥터와 함께 방문 온 바이오로이드들의 따가운 시선이 리리스에게로 쏠렸다. 당장에라도 사령관이 없다면 큰 일이 벌어질듯한 표정들로

메섭게 리리스를 바라보는 그녀들은 몇주전까지만해도 사이 좋은 식구들이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들 진정해. 리리스도 일부러 그런건 아니니까"


"주인님, 그런 소릴 들어놓고 진정하라는건 무리가 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냉담한 말투로 사령관에게 말하며, 페로가 등장했다.


"리...리릿!!"


"언니, 무슨 일이 있으셨던건지 모르겠지만 주인님께 해를 끼친 이상, 저도 어쩔수가 없네요"


페로는 자신의 단분자클로를 작동시키며, 적의를 드러냈다.


"페로 그만둬!!"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경호원입니다. 경호를 실패한 것도 모자라, 주인님께 해를 끼친 존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희 컴페니언에 수치를 남기게 하지 말아주시죠"


"수치?? 어떻게 리리스한테 그럴수가 있어?"


"죄송하지만, 바이오로이드는 도구입니다. 도구가 주인, 나아가서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는건 폐기처분 대상입니다"


"페로!!!!"


감정이 격해지는 이 상황에서 사령관 뒤로 숨어있던 리리스의 몸에 또 다시 변화가 찾아왔다.



-5-


"사령관!!"


찰나의 순간, 레오나가 던진 서류철을 맞은 리리스가 뒤로 밀려났다. 


"레오나 너까지 왜 그러는데!"


"바보 사령관, 지금 그럴때가 아냐"


레오나는 리리스가 뒤로 밀려난 틈을 타 사령관을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


"리....리릿.......쒜에엑....쒜에엑....."


완벽하게 명암이 나뉜 리리스는 괴로운 듯 다시 한번 자신의 촉수더미들을 이리저리 뻗치며 형체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동안 잊고 있던 리리스의 본체가 잠들어 있었고, 그 일순간을 포착한 모모의 활검으로 두 존재는 완벽하게 분리되었다.


"이래서 오리진더스트는 조심해야하는거에요. 아시겠죠, 사장님?"


리리스에게서 분리된 그것은 자가포식을 하며 마치 몸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듯 격렬하게 요동치며 뒤섞였다.


"리리스, 정신차려"


"주인...님....제가 얼마나 잠든거죠?"


"사장님, 미안하지만 좀 거칠어질거에요. 자리 좀 만들어주실래요?"


"알았어"


진짜 리리스와의 재회는 뒤로 미루고, 그녀의 스테이지를 위해 사령관은 바이오로이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


-6-


"모모, 들려?"


"네, 사장님. 잘 들려요"


의무실 앞을 점거한 그 것과 대치중인 모모를 서포트하기 위해, 사령관은 무전을 연결했다. 


"지원은 충분하니까, 무리하진 말고"


"사장님, 지원은 필요없어요. 이런 좁은 복도라면 더더욱"


무전 너머로 바람을 가르는 쇳소리와 함께 그것의 비명이 들려왔다.


"그보다 큰일이네요,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을때부터 액체랑 다를게 없었어. 일반적인 무기로는 안될거야"


"일반적인.....아, 그게 좋겠네요"


모모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자신의 검을 검집에 밀어넣은 후 자세를 취했다. 


"후읍!"


검집과 함께 베어버리려는 기세로 칼을 뽑아내자, 엄청난 마찰음과 함께 불꽃이 그것의 표피를 덮으며 지독한 냄새를 뿜어냈다.


"어우, 나중에 환기 좀 시켜야겠네요? 보통 냄새가 아닌데"


냄새와 함께 타들어간 표피들은 자욱한 연기를 내뿜었고, 이윽고 연기 사이로 그것은 모습을 감추었다.


"사장님, 아까 했던 말 취소해도 될까요? 시야 좀 확보해주세요"


모모의 말에 사령관은 서둘러 프로스트 서번트를 투입했다. 그녀들의 도움으로 금새 시야는 확보하였으나, 타들어간 그것의 표피를 제외하고는

그것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놓쳤어요, 사장님"


"수고했어, 수색조를 보낼게"


서둘러 수색조를 꾸려 함내를 순찰했으나, 그 것은 함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7-


"리릿....리릿...."


익숙한 소리에 사령관은 눈을 떴다. 그 일이 있고 약 2달의 시간이 지날 무렵, 놀랍게도 그것은 사령관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른 완벽하게 하얀 형태의 리리스를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너구나, 그땐 놀랬지?"


"리릿"


그것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사령관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다친 곳은 좀 괜찮아?"


"리릿! 리릿..."


그것은 살짝 타들어간 자신의 촉수 끝을 보여주더니 끄떡없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한동안 안보이더니,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뭐야?"


사령관이 묻자 그것의 눈망울엔 눈물이 슬쩍 고였다. 천천히 사령관의 곁으로 기어와 자신의 머리를 그에게 맞대자, 다시 한번 사령관은 잠이 들었고, 눈을 뜨자 리리스의 모습을 한 새하얀 그것이 사령관을 무릎베게로 받쳐주고 있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대화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어요"


"여긴 꿈속이니?"


"꿈이라고 해야할지, 제 의식을 주인님께 연결시켰어요"


"그랬구나...널 뭐라고 불러야할까?"


"당연히 리리스죠"


"리리스라고?"


"사고로 태어나긴 했지만, 제 육체나 정신은 그녀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어요. 본의 아니게 그녀를 엄마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지만....

 제 입장에선 살아야 했으니까요"


자신을 리리스라고 하는 그녀는 사령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미소지었다.


"왜 이제서야 나타난거야. 완전히 사라진줄 알았어"


"변태 과정에서 저 말고도 다른 객체가 끼어들었어요. 그녀의 복잡한 내면에서 태어난게 저희인지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한명이 아니야?"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한.....5명?"


"그럼 그때 느꼈던 그 위화감도"


"맞아요, 몇몇은 주인님을 좀 싫어해요....자기를 선택해주지않았다고"


"그 친구들한텐 미안하다고 말해줄래?"


"노력은...해볼게요. 아직은 깨울 시기가 아닌거같네요. 화가 많이 났거든요"


그것은 사령관에게 말하며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왜 우는거야? 안좋은 일 있어?"


"그래서....떠나야만 해요"


"떠난다니?"


"언젠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주인님을 미워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다시 돌아올게요. 저희는 주인님께 너무 위험한 존재에요"


"완벽한 생명체는 없어, 그러지말고 같이 지내보자. 닥터한테 부탁해서....."


"그만....주인님, 그러지 마세요. 그 친구들이 화낼거에요"


새하얗던 리리스의 몸에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사령관은 이게 그녀가 말했던 다른 존재란걸 직감했다.


"언젠가.....주인님이 살아계시는 그날에, 꼭 착한 리리스가 되서 돌아올게요. 그동안 잘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저희 엄마한텐

 미역국이라도 끓여주세요. 저희 낳고 산후조리도 못하셨는데....."


그것의 시시콜콜한 농담을 끝으로 사령관은 눈을 떴다.


"착한 리리스가 되겠다니.....원래 착했으면서"


사령관은 질척하게 젖어있는 이불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닦았고, 언젠가 있을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리기로 다짐했다.



-부정형 리리스가 가욧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