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의 일기>

XX년 12월 7일 월요일

 오늘은 제가 복구된 날입니다. 눈을 뜨자 콘스타챠님께서 작은 선물상자를 주셨습니다. 원래라면 사령관님이 직접 마중을 나오시지만 요즘 철충과의 전투가 잦아져 부득이하게 불참하셨다며 사과하신게 기억에 남아요.

 사련관님과의 면담은 내일 오전이고, 오늘은 오르카호를(제가 있는 잠수함의 이름이랍니다. 예쁘지 않나요?) 둘러보다 임시 숙소에서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발할라의 자매들, 호라이즌 같이 멸망 전 이름으로만 들어본 바이오로이드 분들이 제 앞을 지나다니시는게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와쳐 오브 네이쳐의 다른 친구들도 이곳에 있을까요? 어서 내일이 오면 좋겠습니다.


XX년 12월 8일 화요일

 세상에! 복원된지 이틀도 안되었는데도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나 기대돼요! 오전에는 배틀메이드의 바닐라님(제 기록에 남아있는 때문에 긴장했지만 다행히 부드러운 분이셨습니다)을 따라 사령관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조금 피곤해 보이셨지만 제 이야기도 잘 들어주시고 쿠키도 나누어 주셨습니다. 과거 연구소의 인간님들처럼 따듯하고 상냥하신 분이셨어요.

 오후에는 드디어 세띠와 엠프리스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세띠는 여전히 눈물이 많았어요. 절 보자마자 눈물을 글썽이고 옆의 엠프리스는 그런 세띠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비록 인간님들이 멸망한 세상이라 해도, 자매들을 만나고 사령관님을 만나 행복합니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성능 테스트와 훈련이 시작됩니다. 호드의 칸 대장님이나 스틸라인의 마리 대장님도 볼 수 있다는데, 떨려서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이후의 일기들은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훈련과 상담, 적응의 일상이 담겨있습니다.


XX년 12월 19일 토요일

 ...오늘은 이상한 일을 겪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사령관님이랑 놀려고 문을 열자, 분홍색 머리의 이름모를 한 바이오로이드 분께서 헐벗은 채로 사령관님을 감싸 안고 있었습니다. 그옆에는 바닐라 언니가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으로(언니가 그렇게 겁에 질리신건 처음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바이오로이드 분이 저를 눈치채기 전, 마침 지나가던 엠프리스가 저를 사령관실에서 끌고 나가 설명해주었습니다.

 제가 본 바이로로이드의 이름은 세라피아스 앨리스였고, 배틀메이드 시리즈의 대량 살상병기로 제작된 모델이라는 것,

제작 목적에 걸맞는 성격의 소유자이며 바닐라 언니가 가장 무서워 하는 분이라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왜 헐벗고 있었을까요? 이상하게 엠프리스는 그 대답만큼은 "넌 아직 몰라도 돼 꼬맹아"라며 한사코 피했습니다.

참, 어제 기동기 훈련에서 만난 탈론 페더님이 드론 장비를 인계해 주셨습니다. 내일은 드론 조작법을 배울 생각입니다.


XX년 12월 20일 일요일

(어지럽고 제멋대로인 글씨로 적혀있습니다.)

 말도안돼 말도안돼 말도안돼 말도안돼 말도안돼 말도안돼

역겨워 역겨워 역겨워 역겨워 역겨워 역겨워 역겨워 역겨워


XX년 12월 23일, 사령관의 책상에서 발견한 세띠의 쪽지

 이걸 어쩌면 좋을까요... 며칠 전부터 엘라의 표정이 어두워 걱정이었는데, 그 이유를 알아버렸어요.  저와 엠프리스가 사령관님과 함께 몸을 겹쳤던 영상을 보았대요. 아우으... 왜 하필 그날일까요 그때.. 그... 제 의상도 그렇고 엠프리스도 적극적이었던 하필 그날이...  지금 엘라가 저희를 본척도 안하고 있어요. 사령관님이 직접 찾아가서 달래주실수 있을까요?


XX년 12월 24일 엘라의 일기

 이곳은 미쳐있다. 그 더러운 영상은 내 눈을 뜨여주었다. 앨리스양의 헐벗은 모습도, 세띠의 천박한 그 옷도... 모든 바이오로이드가 미쳐있다. 1년전의 영상을 보았다. 새침하던 운디네는 가슴에 생크림을 펴바르고, 철혈의 레오나 대장은 알몸만도 못한 천쪼가리를 걸친채 엉덩이를 살랑거렸다. 사령관과 그들의 '행위'는...

난.. 난 이곳을 빠져나가려 한다. 세띠도, 엠프리스도 모두가 밤이 되면 짐승이 되는 이곳을. 앨리스와의 첫 대면을 생각해보면 낮에도 그런 짓을 했을지 누가 알겠는가.

모두에게 안녕을...


<엘라의 일기> 끝.


일기에 언급된 1년전 영상은 세인트 오르카 후일담에 암시된 난교파티를 담은 영상임.

이번 신캐가 슴터치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공지의 언급을 보면 다른 와쳐 오브 네이쳐 애들보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부각되는 것 같음.

가장 가깝고 친한 친구들이 밤이되면 암컷이 되는 걸 알아버리는 시츄 존나 꼴리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