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거기 있는 바이오로이드, 즉시 모습을 들어내고 검문에 응하십시요."


"!"



은엄폐는 완벽했다. 왠만한 군용 열상감시장비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이렇게 들킨 것을 보면 저 셀주크는 고급형이 분명하다.



"본 개체는 계엄법 제9조 제1항에 의거 검문을 집행할 권한이 있습니다, 최후 경고합니다, 모습을 들어내고 검문에 응하십시요, 10...9..."


"자, 잠깐! 나갈게요!"


-덜컥



오른손은 기관단총의 총몸을 잡고 다른 손은 방금 총에서 분리한 탄창을 들은체 몸을 숨기고있던 나무에서 나왔다.

 


'바로 발포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어... 그리고 검문이라... 일단 먼저 적대만 하지 않는다면 선제 공격은 해오지 않을 것 같은데...도대체 뭐야?'



떨리는 표정을 뒤로하고 도로로 나와 셀주크를 대면하니 다시금 상기되는 그 거대한 자태에서 나오는 이질적인 여성의 목소리



"신원을 밝히십시요."



"C-79G 하베트롯, 식별 번호는 1-110-11235, 소속은... 대한민국 육군, 그리고 현재 작전 중이에요."



'말하는가 봐선 무조건 멸망전쟁때 개체인데... 그게 왜 갑자기 이쪽으로 오는거지?'



처음에는 개인소유라 말하려던 그녀였으나 셀주크에 부착된 부대마크를 보고 말을 바꾸었다.



"...신원 확인"


-이잉~!



그녀를 향하던 거대한 포들이 재정렬하고 셀주크는 그녀를 지나쳐가려고 했다.



"잠깐! 여기는 그 뭐냐... 저희 관할이에요! 지나 가려 거든 목적을 밝히십시요!"



하베트롯은 그것을 저지하고자 과감한 수를 던져본다. 아직 저 존재가 왜 인간님이 있는 별장으로 접근해왔는지를 모른다.



"...본 개체에 내려진 명령은 최고 우선순위를 가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밝힐 의무는 없습니다, 작전을 방해하지......"


"...?"



갑자기 셀주크가 말을 중간에 끊고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만보고 있자 그녀는 조금 주춤거렸다.



".....뇌파를 내뿜는 모든 유기체를 제거하라는 명령입니다."


"!...."



이어지는 말에 순간 기겁할 뻔 했으나 그 감정을 숨긴체 다급히 말을 이었다.



"혀, 현재 저희 관할 구역에는 철충이 없어요, 그러니..."



그녀가 그렇게 셀주크를 막으려한 것에는 셀주크의 말에서 등골이 서늘해지는 의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뇌파를 내뿜는...모든?'



그저 철충을 규소-금속 중합 자생적 유기체라고 부르는 것처럼 AGS 스러운 방식의 철충 지칭이길 바랬으나



"...정정합니다. 뇌파를 내뿜는 규소-금속 중합 자생적 유기체와 인간을 모두 제거하라는 명령입니다."


"!!!"



이어진 말은 그녀의 일말의 희망마저 짓밟고 말았다.



"그리고 본개체에 탑재된 뇌파 감지 장치에 의하면 해당지역에 이동중인 1개의 뇌파가 감지됩니다... 더 이상의 작전방해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쿵



그리고 셀주크는 더 이상 미련은 없다는 듯 그녀를 지나쳐 천천히 별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잠시동안 가만히 서서 생각을 정리한다, 저것은 과거의 명령에 묶여있는 AGS 



'이 셀주크, 험지돌파 장치도 탑재 돼있잖아요?!'



셀주크가 그녀를 지나쳐 가자 등에 장착 되어있는 험지돌파 장치, 저것이 있다면 지금 산악에 숨은 일행들을 뒤쫓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한가지 더



일단 셀주크가 방금 한말에 의하면 천만 다행으로 인근에 철충이 없다는 것이 좋은 소식



분명히 산속 깊은 곳으로 피했을 그들의 뇌파를 이정도 거리에서 찾아내는 뇌파 감지 장치라면 저 산 어디에 숨더라도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나쁜 소식이다.



'완전한 헌터 킬러군...인간님이 위험해!'



-치직


"브라우니!"



그녀는 다급하게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누르며 수풀 속으로 달려들어갔다.









"험지 돌.... 험지 돌파 장비라니...거기다 그정도 장갑과 장비 수준이면 저희 무기는 하나도 안통함다."



큰일임다, 그러면 놈에게 따라 잡히는 건 시간 문제임다, 인간님이... 인간님이....



...일단 인간님은 들으셔선 안됨다.



-치직"...일단 저희가 함께 가지고 있는 수류탄들을 한곳에 모아서 셀주크의 경로에 설치해 기습을 가하고 제가 복합 연막탄을 사용해서...."



...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거 아시잖슴까?



...





이미 알고 계셔서 그러시는검까?



유일한 방법...



-치직


"...포탄이 터져 나가면 철충들이 몰려옴다, 제가 교전으로 시간을 끄는동안, 빠르게 인간님을 모시지 못하면 어찌 되실지 아시잖슴까?"



-...



암묵적 동의 아마 이럴때 쓰는 표현이겠지말임다.



-치직"브라우니...제가....제가 미안해요, 제가....."


-치지이이이이이익



말씀하실때 수신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있으면 아무 말도 안들리고 이런 잡음이 나옴다.



-...치직"...그날 저희의 약속을 잊지 마시지 말임다."



저희는 서서 죽어야만 함다.











"..."



조금 앞서가던 브라우니가 무전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머리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머리가 아파온다.



'이거 완전 맵핵을 킨 상대랑 숨바꼭질을 하라는거나 다름 없잖아? 이렇게 수풀이 많으면 뭐해 어차피 다 찾아낼 텐데 그렇다고...'



"지금 우리 화력으로 그걸 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따돌릴 수도 없으니..."



"...죄송함다, RPG2040이 발사대는 있기는 한대 포탄을 이전에 다 소모했슴다."



"괜찮아, 일단 지금은 그 셀주크인가 하는 로봇을 피하는게 먼저인데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그 말에 브라우니는 얼굴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일단 어떻게든 녀석을 다른 쪽으로 유인해서 발을 묶은 다음에 도망치는 수밖에 없슴다, 최선의 수는 쓸 수 없으니 차선이라도 써야하지 말임다....하아... 그러면..." 


-뒤적



그렇게 말하던 브라우니는 이내 한숨을 쉬고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아 나에게 건냈다.



"무전기? 그리고 이거는..."



"제가 쓰는거랑 같은 소총임다, 조정간은 이곳에 있고, 장전은.....이렇게 하시면 됨다, 철충들 몸체는 대부분 장갑이 튼튼하니 무기나 팔다리를 위주로..."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걸 왜 지금..."



"말씀드렸잖슴까, 놈을 유인해야 한다고, 중대장님은 집결지로 호버 전차 몰고 가야하고 인간님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는게 목적인데 인간님이 할 수도 없잖슴까?"



웃으면서 말을 마친 브라우니였으나 무언가 그 미소가 잊혀지지 않았다.



"..."



"걱정마시지 말임다, 제가 뭐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저런놈들은 이미 수십번도 넘게 잡았슴다, 


...그러니 어서 가시지 말임다. 집결지에 중대장님이 대기하고 계실겁니다."


-스슥!



몸을 돌린 체 이번에는 이내 무언가 후련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은 후 인사도 하지 않고 수풀 사이로 사라지기 시작한 브라우니의 뒤통수를 향해



"...안전하게 돌아와야해, 브라우니!"


"..."



대답없이 뛰어가는 그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그는 겨우 발이 때졌다.


















"...명령이 아니었어서 다행임다."
















브라우니는 무전기의 통신 채널을 바꿨다.



-치직


"...인간님은 집결지로 이동하고계심다."



즉 그의 무전기로는 그녀들의 말을 들을 수 없다.



-...치직"...정말 이 방법 뿐인걸까요."



무전기 너머로 눈물을 머금은 것 같은 하베트롯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하... 하필 이럴때는 무전 음질이 정말 더럽게 좋지 말임다.'



속으로 쓴 웃음을 지으면서 하지만 겉으로는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치직


"...오히려 저는 만족하지 말임다."



-치직"...제가 더 빨리 알려드렸더라면... 제가 그날 저녁 바로 모든걸 가르쳐드렸었다면...."



-...치직 


"애초에 알려주셨어도 어떻게 하루만에 다 알겠슴까 저는 브라우니인데, 알았다 해도 중대장님처럼은 못함다. 그러면 인간님도 도시 못 빠져나오셨을 검다."



그녀에게 후회는 없었다.



그저 가슴 한편으로 아려오는



알 수 없는 이 느낌만이 그녀의 걸음을 붙잡고 싶어했다.



후회일지, 아쉬움일지, 두려움일지 그녀는 모른다. 이미 마음은 먹었지만 계속해서 이 감정이 궁금하다. 운명이 허락만한다면 이것을 자세히 알고 싶다.



하지만



-쿵...



'...저는 그럴 자격 없슴다.'



그것을 모른 상태로 잊혀지는 것이 그녀 자신과 걸맞다고 생각했다.








-쿵! 쿠처저저적!!



걸음 한번에 그 앞을 가로막는 울창한 나무들과 돌덩어리들이 깨져 나간다.



-지이잉~



그리고 사라진 나무 너머에서 셀주크는 열상장비로 인간의 형상을 찾아냈지만 뇌파는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있는 바이오..."


"하나만 물어 보겠슴다."



셀주크의 앞으로 당당하게 걸어나와 대면한 바이오로이드



"....T-2 브라우니"



그 거대한 존재 앞에 섰음에도 그녀의 얼굴에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꼭 인간님을 해쳐야겠슴까?"



그녀의 눈빛은 그 누구보다 불탔다.













".....본 개체는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명령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간님들의 문명은 멸망했슴다, 그로부터 100년가까이 지났고 지금 쫒고 계신분은.... 마지막 인간님이심다."



"..."



시끄러운 동작음이 멎어 들었다.



".....AGS들은 인간수준의 AI를 탑재했다고 알고있슴다, 감정 모듈은 없어도 이성은 있지 않으심까? 적어도 지금 그 명령이 유효하다고 보기는 힘들잖슴까?"



모순이다, 감정을 부정했음에도 감정에 호소하는 



그녀도 알고 있다.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더 이상의 작전방해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쿵



그렇게 무덤덤하다는 듯 브라우니를 지나쳐 가는 셀주크의 뒷모습은 어딘가 조금 이질적이었다.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더 이상의...."



...



알고 있었슴다.



당신들도 저희처럼 인간님들의 도구



도구는 주인을 거스르지 못함다.



"...사격 개시"



...



...



그런데 우리는 왜 이렇게 만들어졌음까?



...



...



왜?



우리는 웃고, 울고, 행복해하고, 슬퍼해하고 감정을 느끼고 죄책감을 느끼게 왜 굳이 그런 것들을 넣어서...



...



그저 인간의 필요에 태어나고 죽을 뿐인데 



인간의 도구로서 그저 다른 인간을 죽이는 용도로 사용될 뿐인데



왜 모든 인간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이렇게 고통받아야하냐고!!!!



칼을 찌른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그 칼은 이리도 고통스러워해야 하는 거냐고?!?!



...



...



후우



하지만 내가 당신들을 증오한다고해서 나의 책임을 전가하는건 아니야 그날 그들은 모두 그저 명령을 따르는 자들에 의해 모든 걸 잃었어



그러니



나는 서서 죽어야만해













"..."



깊은 한숨을 속으로 삼킨 뒤 뜬 그녀의 눈빛은



".....그날이랑 똑같네"



그가 가장 두려워했던 그 눈빛이다.



"...결국 너희들이나 우리들이나"


-달칵



그녀의 총은 준비되었고



"위협 감ㅈ..."



적은 준비되지 못했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거야"


-탕!



차가운 총성이 밤 공기를 가른다.









-우아앙~!



호버 전차는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도로를 횡단한다.



-타탕.!..탕!..콰콰쾅!!



멀리서는 총성과 폭음이 쉼 없이 들려온다. 



-팍



그녀는 자꾸만 자신의 눈앞을 눈물이 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한손으로 거칠게 털어낸다.



자신은 그녀를 위해 눈물을 흘릴 자격같은 것은 없다. 



이제 그녀와 했던 그날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되어버렸다.



"미안해요....미안...정말 미안해요...."



애석하게도 차가운 밤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그녀의눈의 더더욱 애처롭게 빛났다.










집결지에 도착한 하베트롯 그녀는 이내 무전기의 통신채널을 바꿨다.



-치직


"인간님! 집결지에 도착했어요, 어디 계세요!?"



무전기의 버튼을 거칠게 누르며 그녀는 황급히 근처를 뛰어다니며 둘러봤지만



-...


"...인간님?"



뇌파도 인기척도



아무것도 없었다.













-...콰콰콰쾅!!!!



그리고 브라우니가 싸우고 있는 곳에서 거대한 폭음이 한 번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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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복합 쟁이는 더더욱 손목 조심해야해... 이전에 삽화 그린것처럼 새로운거 또 그린다고 하다가 손목에 파스 붙이고 있어



아직 하이브리드는 난이도가 높다.



전투씬 스킵할까 했는데 그래도 서사에 필요할 것 같아서 넣어보기로 했어 



재미있게 봤으면 추천이랑 댓글 부탁해! 질문이나 재미있었다는 말을 들으면행복할 것 같아!


아카콘도 좋지만... 글쟁이들한테는 댓글이 더 기분이 좋거든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