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BT+ 채널

일단 본인 소개부터 하겠음.


생년월일 - 2003.9.3

성별 - 성염색체는 XY. 그게 다임.


난 목소리도 전형적인 굵은 목소리고, 생긴것도 딱 남자처럼 생겼음. 나 처음 본 사람은 양아치(;)같이 생겼다고 그러고. 말투도 남자같고. (사실 말투같은 경우는 일종의 트라우마때문에 일부러 남자 말투로 바꾼것임.)

일단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어릴 때는 다들 그렇듯이 남자 여자 이런거에 관심이 많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음. 나는 딱히 내가 남자라서 자랑스럽다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남자라서 좋다 이렇게 생각해본적도 없음. 오히려 남자라는 사실이 재수없다고 생각하지. 물론 이 사실은 늘 숨기고 다녔다. 사실 처음부터 숨긴 건 아니고 처음엔 그렇게 말하기도 했는데 애들이 정신병자 취급해서 처음 한 번만 말하고 그 뒤로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음.

취향도 소위 말하는 '남자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음. 다른 애들 한참 로봇이나 장난감 칼, 축구나 야구 농구같은 스포츠에 관심가질때 난 인형이나 아기자기한 장난감, 화장품, 보석, 여아용 애니 이런 거에 관심 가졌고 다른 애들이 비비탄 총같은거 멋있다 그럴때 난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냥 그게 추해보였음. 내가 웬만하면 남들 취향 존중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취존 못 하는 것중 하나가 살상용 무기류를 좋아하는 거임. 이건 지금도 그냥 싸패같음. 그때나 지금이나 남자애들 전쟁놀이 어쩌구하는건 또라이같은 짓거리 취급했고. 물론 대놓고 말은 안 했으며, 남자애들은 날 좀 특이한 돌연변이 정도로 취급했음.

놀때도 가끔가다 남자애들이랑 놀긴 했는데 보통은 여자애들이랑 많이 놀고 대화도 여자애들이랑 많이 한 것같음.

초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애들이랑 어울리기 힘들어져서 친구는 자동으로 0명이 됐음. 부모님은 내가 친구가 없는게 좀 보기 그랬는지 친구 좀 만들어보라고 그랬지만 내가 친구 만드는거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친구를 만들어도 잘 어울리지 못 할 것 같아서 제대로 된 친구를 만들어 본 경험은 없고, 내가 힘이 없는게 보기 안 좋았는지 그 시절 유행하던 태권도장에 등록시키기도 했지만 적응을 못 해서 두 달 만에 그만 뒀음. 초등학교 때에 대한 기억은 크게 없지만 확실히 그때도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좋아하거나 남자애들을 좋아했다거나 그런 기억은 없고 이때쯤부터 원래 좋아하던 털 달린 동물이나 매니큐어, 틴트나 립스틱 파데같은 화장품, 장미나 벚꽃같은 예쁜 꽃, 피아노, 예쁜 원피스나 블라우스, 구두, 악세사리, 인형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했음. 이때쯤부터 부모님께 매니큐어를 바르고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했는데 부모님은 '꼬추달린 새끼가 미쳤냐'며 어이없어 함. 이 이후로 왜 남자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으면 안 되고 긴 생머리와 매니큐어를 하면 안 될까 고찰했지만 이렇다할 결론을 얻지는 못 했음. 

반면 원래부터 싫어했던 무기류, 자동차, 스포츠 이런 건 더 싫어했고 힘을 과시하는 남자들만의 문화를 경멸했음.

우리 동네는 시골이라 중학교가 남중 여중 따로 있는데, 난 생물학적 성별은 남자니까 남자중학교로 진학했음. 내가 남자지만 남자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러한 계기를 결정적으로 제공한 것이 중학교 진학임. 애들은 내 가슴이 툭 튀어나왔다며 성희롱하고, 어떤 애는 대놓고 뽀뽀하거나 가슴을 만지고 그랬음. 내가 불의에 항거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보복하기엔 힘이 없어서 선생님들한테 말하곤 했는데, 몇번 선생님한테 말하니까 애들이 더 이상 안 하곤 했음. 그렇다고 내 학교 생활이 나아진 건 아니였지만. 그래도 선생님들이랑 친하게 지내서 학교 생활을 겨우겨우 해낸 것 같고 중학교때 내가 교사의 꿈을 갖게 되는 등 중학교 시절은 참 나에게 많은 영향을 줬음. 이 시절에도 내 취향은 여전했고, 원래도 내 본명을 싫어했지만 이때 내 본명을 싫어해서 (내 본명은 정말 찐남자이름이다) 카톡 프로필에는 내 본명 대신 다른 이름을 넣곤 했음.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인 현재는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내 삶은 나아졌음. 오히려 소위 인싸라고 하는 애들 중에서 나랑 친해지고 싶어하는 애들도 생기기 시작하고, 난 적극적으로 친해지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크게 거리를 두지는 않는 정도로만 지내고 있음. 확실히 난 또래 애들보단 학교 선생님들이 더 편해서 굳이 친구를 만들 이유를 알 수가 없음.

그렇게 살아가던 도중, 난 성별이 없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날 남자 여자 둘 중 하나로 이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살아가면서 나더러 진지하게 트랜스젠더 아니냐는 말을 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난 내가 살면서 생물학적으로 남자라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에 부정한 적은 없음. 그렇다고 성별 정체성이 여자냐면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음. 남들이 나보고 성 전환 수술 받고 싶냐고 물으면 그럴 생각이 전무하기 때문에 강하게 부정했음. 그러다가 난 남자도 여자도 뭣도 아닌 無성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음. 내 성별에 대한 수년간의 고찰이 나한테 성별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음.


쓰잘데기 없는 긴 뻘글 읽어줘서 고맙고, 우리 모두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