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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좀 유달라서 남자애들 하는 거 여자애들 하는 거 가리지 않고 걍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어요. 인형 좋아하니까 인형놀이 하고 탑블레이드 좋아하니까 팽이 사달라 그러고... 딱히 여자애 같은 남자애라기 보다는 그냥 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애였달까...

놀 때도 소꿉놀이 하는 애들에 끼어가지고 동물 역할 하고 놀았어요. 물론 제가 좋아서 한 거라 애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도 같지만...

어렸을 때는 좀 좋아했던 여자애도 있었고, 딱히 남자애를 좋아한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그러다 21세기 문명의 힘으로 성을 자율교육(?)으로 깨우쳤죠. 처음 접한 포르노는 위키백과(...)였죠. 성을 접할 때도 왜인지 모르게 여성에 대한 정보나 사진, 동영상을 보는 건 저 자신이 너무 변태같다고 느껴졌어요. 뭔가 그 성적 대상화가 노골적으로 느껴진달까...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 거부감을 뛰어 넘을 만큼 여자가 나오는 포르노에 대한 욕구가 생기지 않았어요.

근데 남자가 나오는 건 상관이 없더라구요. 무슨 논리인지는 저도 모르겠는데, 남자에 대한 걸 접할 때는 저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해서 그런지 제가 변태가 된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왜인지 보고싶었어요.

그래서 위키백과에 있는 남성기 사진이나 문서의 정보들, 동영상들을 탐닉하게 됐어요. 그걸 보고 흥분하고선 자위를 하고... 나무위키를 보게 되면서 좀 더 노골적인 정보들을 더 접하게 되고... 왜인지 게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게 즐겁거라구요. 구글 타고 들어가는 포르노 사이트나 트위터에서도 게이물을 봤어요.

너무 자연스럽게 게이물을 접해서 전 제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안 했어요. 퍼뜩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냥 사춘기 시작할 때부터 그런 걸 접했으니 익숙해져서 그런 거겠지... 하고 스스로를 설득했죠. 그리고 점점 심해졌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트위터를 타고 들어가서 음란물을 봤으니까요. 물론 다 남자...

왜인지 여자가 나오면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너무 변태같다고 할까... 그냥 자연스럽게 남자 쪽으로 가더라구요. 꼭 살찐 남자(베어 뚱 통)으로...

그러다가 항문 성교나 자위에 관심도 생기고 몇 번 자위를 시도도 해 봤어요. 제대로 해 본적은 없지만; 처음엔 단순히 쾌감이 크다길래 그럼 나중에 한 번...? 느낌이었죠.

그때는 아무래도 사춘기고 그러다 보니까 자제가 잘 안 돼서, 좀 많이 중독이 됐어요. 그러다 번개 맞듯이 정신차리고 음란물 끊고 금욕도 시작했죠.

그냥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처음부터 남자가 나오는 거에 익숙해져서 그냥 게이물에도 반응을 할 수 있게 된거다... 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여자를 좋아해야 한다...

살 찐 남자에 대한 성욕이 왜 있는지는 그냥 생각도 안 했죠ㅋㅋㅋ 아는 또래 남자애들이 없어서 제 경험이 남들하고 다른지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도 불쑥불쑥 올라오는 게 있더라구요. 그럴 때마다 생각 안 하려고 하고 야동 너무 많이봐서 그렇다고 스스로 설득하고... 그러고 살았죠.

누구한테 홀딱 반하고 뭐 그래 본 적은 없어서 제 지향에 대해 깊게 생각할 계기도 없었고요. 여자한테 설레본 적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요. 한 번 연상 여자분이 귓속말 하신 적이 있는데 전기충격기 맞은 줄 알았거든요(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도 서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줄 알고 계속 억누르고 자기 암시하고... 그러고 살았죠. 여자 보면 이쁘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 이상 무슨 생각이 잘 안 들어요. 근데 가끔 맘에드는 외모를 가진 남자를 보면 갑자기 관심 생겨서 검색해 보고 찾아보고 막 그러더라구요. 그러면서도 난 게이는 아니야... 게이는 아니야... 그랬죠.

최소한의 양보선이 양성애자인가? 싶은 수준? 근데 그것조차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작년 즈음인가? 슬슬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물론 거부감도 많았지만... 아 나 어떡하냐, 세상이 끝나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랬죠. 그래도 정말 진심으로 마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기분이 오래가질 않았거든요.

아무리 스스로 받아들여도 원점으로 돌아가네요. 미궁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랄까...

남자랑 사귈 수도 있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서부터 상상이 멈추질 않거라구요. 손 잡고, 키스하고, 포옹하고, 옆에 눕고, 백허그(개인적으로 백허그 애정합니다)하고, 그거...도 하는 그런 상상을 멈출 수가 없네요. 상상하면 좋아요. 살집이 푹신한 남자한테 안기고 싶다... 이러고 있습니다.

여자 대상으로는 이래 본 적이 아예 없거든요. 이상형도 엄청 확고합니다. 얼굴 호감형에 귀엽고 덩치 좋고 살집있는 남자.

후우, 글로 써보니 그냥 명명백백이네요ㅋㅋㅋㅋ 뭘 고민한거지? 이걸 받아들이는 게 대체 왜 이렇게까지 힘든 걸까요.

모태 가톨릭 신앙인이고 중독에서 벗어난 것도 신앙의 힘(...)이라서 그런 것도 같아요. 몇 년 전 부터 약간 광신도 모드로 살아서... 그때는 약간 호모포비아 마인드였거든요. 역시 동성애는 안 되지! 같은... 지금도 그런 거부감이 있어요.

여자한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또래에 비하면 영에 수렴하는 수준이긴 하네요.

지금은 약간 인지부조화랄까. 머리론 받아들이는데 가슴으로 못 내려가는? 그런 느낌입니다. 글이 엄청 길어젔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