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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계에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밝힌 적이 없네.


일단 모든 것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서 시작함.

2022년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2023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가 한국교원대학교 곳곳에서 있었음. 나는 원래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기존에 가입해있던 모 인권단체에서 교육과정 공청회에 혐오세력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음.


9월 28일은 도덕 교과가 열린 날이었음. 그때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냥 놀러 나갔다가, 공청회 생각이 나서 들러봤는데, 거기서 아는 활동가를 만났는데 아무래도 혐오세력들의 난동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씨게 받은 모양이었음. 그래서 심상치가 않다고 생각한 나는 9월 30일의 사회 교과를 가보기로 함.


9월 30일이 되어, 행사장에 들어가서 여러 단체에서 온 퀴어인권 활동가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음. 근데...... 혐오세력들이 쪽수부터가 장난이 아니더라.......... 그들은 공청회의 진행 자체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진행자에게 물리력까지 행사하려고 했음. 순수하게 공청회를 보러 온 대학생과 교사들은 뭔 죄냐. 그전에도 혐오세력은 싫었지만, 그 혐오세력이 힘을 행사해 내가 중요시여기는 것 중 하나인 교육을 자기들 입맛대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는 그야말로 뚜껑이 열렸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으면 당시 뉴스기사를 찾아보라는 말로 갈음함. 아니면 혐오세력들이 찍은 영상을 찾아봐도 좋음. 물론 그 다음 10월 초에 열린 기술가정, 보건 교과에서도 햠오세력들은 깽판을 치고 다녔음.


각설하고, 9월 30일 그날 온 활동가들 중에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 '하늘'님이 있었음.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존재는 작년 서울 퀴어축제를 가서 처음 알았는데, 성소수자는 가족인 부모한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같이 싸워주는 가족들이라니! 하면서 좋은 단체라는 느낌이 들었음. 그런데 그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친히 교원대까지 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서, 성소수자부모모임 10월 정기모임을 신청해서 거기에 인사를 드리러 갔음. 그 후로도 여러 번 정기모임에 얼굴을 비췄음.

소감은... 그냥 거기를 가면 왠지 편안함. 마치 따뜻한 동화 속 집이 생각남. 그리고 성소수자부모모임 정기모임에 가면 자식이 성소수자임을 알고 처음 찾아온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대체로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결국에는 자식을 있는 그대로 품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임.

참고로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가 출연한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있으니 시청해보면 좋겠다.


한편 그 해 서울퀴어축제에서는 친한 친구가 가톨릭 부스에서 봉사를 했음.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성당을 다녔다가 대학 입학 후로 냉담을 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다시 냉담을 풀고 주님을 믿게 되었음. 나도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았고 성당을 다닌 바가 있으며 예수님의 가르침도 호의적으로 생각함. 그런데 내가 본 혐오세력들은 기독교를 근거로 삼으며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고 다녔음. 과연 이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 맞는가? 하느님은 사랑으로 사람을 만들었고 예수님은 사람들을 서로 사랑하라고 하지 않으셨는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음.

마침 그 친구가 아르쿠스에서 미사를 열어서 거기에 간다고 하였는데,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는 말그대로 가톨릭교회에 속한 앨라이들이 모일 수 있게 만든 단체임. 사실 가톨릭 성소수자 당사자 단체는 예전부터 있긴 있었는데, 종교판이 당사자만 갖고는 뭐가 바뀔 가능성이 없어서(...)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앨라이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 앨라이가 있어야 당사자들도 교회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존재할 수 있음.

아르쿠스는 2022 서울 퀴어축제 참가를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월례미사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진짜 신부님을 섭외해서 그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해주시는 거고, 성소수자와 앨라이가 편한 마음으로 미사를 볼 수 있음.

그래서 나도 예수님이 강조하신 사랑을 배워보고 싶다, 그리고 아르쿠스 미사에 그 친구랑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에, 내가 사는 동네 관할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봤음.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냉담을 얼마나 길게 했든 고해성사를 보는 것만으로 언제든 가톨릭교회에 복귀할 수 있음.

그리고 나도 아르쿠스 미사에 갔는데, 아르쿠스 미사를 하는 장소는 성소수자부모모임 모임 장소와 동일하며 거기에는 아까 언급한 '하늘'님도 계셨음(가톨릭 신자이심). 하튼 그래서 아르쿠스 미사도 계속 갔음.

아르쿠스 미사도... 가보면 편안하고, 또 사랑으로 혐오를 이겨내리라는 투지가 생김.


올해 서울퀴어축제에서는 내가 가톨릭 부스 가서 봉사도 하고 그랬음.



* 성소수자부모모임 정기모임은 서울 모임 기준 매월 2번째 토요일에 있으며 SNS나 홈페이지 등을 참고해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성소수자의 가족, 성소수자 당사자, 앨라이 전부 오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 부산 모임과 광주 모임이 운영 중입니다.

* 아르쿠스 월례미사는 매월 3번째 월요일에 있으며 SNS를 참조해서 찾아오시면 됩니다. 물론 당사자든 앨라이든 올 수 있습니다. 다만 미사 방식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가톨릭 신자가 아닌 분들은 성체(작은 뻥튀기처럼 생겼고 신부님이 나눠줌)를 모셔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