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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모두가 우리 쪽을 쳐다보게 되었다. 쌤들 또한..., 그러므로 일단은 나중에 따로 다시 얘기를 하기로 했다.


-됐고. 나중에 다시 얘기...,


-너... 설마... 진짜로 이다영 애인이냐...? 그런 거냐고.


-...어. 얘랑 사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더는 얼쩡거리지 말라고.


-거기 너희~ 지금 드라마라도 찍는 거니? 그건 조금 있다 하고, 지금은 레크레이션 시간에 집중 좀 해줄래...? 아직 할 게임들이 많거든.


이내... 서 있는 우릴 향해 mc가 크게 말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애들이 웃기 시작했다. 이제 완전히 2학년 모두가 나와 다영이의 관계를 알아버렸다. 그렇다 해도 딱히 부끄럽고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후에 분명 우릴 욕하는 애들이 있을 거다. 물론, 쌤들도..., 잠시 후...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희민이와 주희와 마주치게 되고..., 둘은 조금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나와 다영이를 보며 물었다.


-너희... 언제부터 사귀고 있었어...?


-미안. 미리 말하지 않아서..., 


-조금 서운하네..., 그래도 우린 친구인데. 아무튼... 싸우지 말고. 그리고, 아까 보니까 김현곤이랑도 싸우는 것 같기도 했고. 


-...됐고. 이다영, 김현곤이랑 말도 섞지 마. 나도 그러지 않을 거고...,


-꼭 그래야겠어? 그래도 친한 사이인데..., 그냥 단지 친구일 뿐인데...?


-또..., 너만 그렇게..., 됐다, 말을 말자.


또 화가 난다. 대체 어쩌잔 거냐고..., 이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서 먼저 떠났다.

이윽고... 숙소 근처 벤치에 앉아 있는 김현곤이 보이고..., 애써 일부러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자... 녀석이 날 향해 말을 걸었다.


-야, 정수빈. 잠깐 서 봐.


-...난 더는 너랑 할 얘기가 없는데.


-아니..., 좀 들어라. 니가 언제부터 걔랑 사귄 지는 모르지만... 안 헤어질 자신은 있는 거냐?


-그게 너랑 뭔 상관인데? 신경 끄시지.


-진짜 성격..., 아무튼, 니 말대로 하긴 하겠는데..., 대신, 절대로 헤어지지 마라. 애초에 이다영이랑 사귀고 싶었던 녀석들이 꽤나 많았으니까..., 너도 알잖아?


-그럼... 너도 그 중에 한 명이란 거네.


괜히 주먹을 세게 쥐게 된다. 솔직히... 녀석의 말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물론, 다른 학교 애들도 다영이에게 관심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멀어지는 게 두려웠으니까...,


-뭐... 그랬었지? 지금은 아니지만. 아무튼... 아까처럼 싸우지 말라고, 더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더는 신경 쓰지 마라.



다영이는 방에 없었다. 아마도 희민, 주희 쪽 방에 있겠지..., 이윽고 날 향해 여자애들이 묻기 시작했다.


-야, 정수빈. 진짜로 니가 레즈였던 거야?


-찐친이랑 사귀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냐?


-레즈끼리는 어떻게 섹스하냐? 겁나 궁금하네.


-...좀 닥치지? 그냥 니들 알아서 생각하고.


-와우..., 예민한 거 봐. 야, 그러면 나중에 결혼하면 누가 남편이냐? 푸흡...,


이것들을 어떻게 하지. 솔직히 체대만 아니면... 폭력을 쓰고 싶다. 하지만...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참아야만 한다...,


-야, 씨발. 개웃겨..., 아니, 애초에 애를 못 낳잖아~? 


-아, 그렇네. 아무튼~ 개역겨워. 우리 반에 레즈가 있다는 게...,


-그니까~ 진심. 제발 3학년 때는 같은 반이 되지 말자?


-...성격 좋은 내가 참는다.


-허이구. 안 참으면? 왜, 폭력이라도 쓰시게? 그냥 참지 말고 주먹 쓰지~? 너 지금 배드민턴, 그것 때문에 참고 있잖아.


이내 김경아가 날 툭툭 건드리며 더욱 심기를 건드리게 되었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계속 건드려도 참아야만 한다. 이윽고 갑자기 뒤에서 다영이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고서 애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 지금 너희가 하는 것도 학폭인 것 같은데? 그리고... 대화 내용들도 녹음을 했고.


-하..., 야, 이다영. 존나 어이가 없다? 이게 무슨 학폭이야?!


-누구 마음대로 녹음을 해? 미쳤냐? 


-나도 들었는데. 니들이 씨부린 말들...,


-김현곤? 이것들이 쌍으로...,


-됐고. 다 같이 담임한테 털리고 싶으면~ 계속 그러고. 


김현곤 덕에 일단 마무리가 되었다. 이윽고... 김현곤이 남자애들 방에 가기 전에 나와 다영이가 나지막히 말했다.


-고맙다? 김현곤..., 근데 다음부터는 끼어들지 마. 너도 우리 때문에 욕 먹을 수 있으니까...,


-욕 먹는 거..., 딱히 신경 쓰지 않는데? 그리고, 친구니까 당연히 그랬던 거고.


-아무튼, 고마워..., 


-고마우면~ 내일 컵라면이라도 쏘시던가. 


친구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약해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다시 원래대로 친하게 지낼 생각이다. 


-있잖아. 그냥... 다시 원래대로 우리랑 어울려도 되니까. 그렇게 알고나 있어...,


-어...? 진짜냐? 그렇다면~ 알짱거려도 된단 소리네. 


-응. 그렇다는데? 맞지, 정수빈?


-됐고..., 얼른 빨리 돌아가기나 해. 


-네네, 알겠습니다~ 키히.


비록, 마무리는 되었어도 솔직히 기분은 여전히 좋지가 않았다. 이내 녀석이 떠나자마자 다영이가 내 손을 다시 잡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잘 했어. 특히, 주먹을 쓰지 않은 거...,


-넌... 언제부터 대화를 듣고 있었던 건데?


-바로 근처에서. 걔네 목소리, 유독 크니까. 아무튼... 잘 참았어.


-그... 녹음은 진짜로 했었어?


-아니, 안 했어. 그냥 겁 주려고 그렇게 말을 했던 거야. 그리고... 앞으로도 또 그런 일이 생길 거야..., 


-...그렇다 해도 너랑 헤어질 일은 절대로 없어. 그리고, 예상했었던 일이었고. 


아직 사회는 동성애를 좋게 보지 않는다. 같은 성별을 좋아하는 게 비정상적이라고 판단을 하니까..., 하지만, 나는 같은 여자라서가 아니라 이다영이라서 좋은 거다. 그래서 다른 애들한테는 관심이 없다.



다음날 일정은 갑자기 비가 내려서 조금 바뀌게 된다. 그래서 갈 곳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나와 다영이는 간단한 스킨십만 했다. 간단해도 수위는 꽤나 있다...,


-허벅지 안쪽은 조금 위험한데...? 이다영.


-으음~ 그런가? 아, 그건 그렇고..., 너... 머리 꽤나 길었네. 거의 중단발인데?


-자를까? 아니면... 이대로 기를까.


-흐음. 난 옛날처럼 긴머리였으면 좋겠는데...?


원래 나도 다영이처럼 긴머리였다. 근데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로는 자연스럽게 자르게 됬었다. 긴머리는 묶어도 거슬리니까...,


-...알았어. 이번에는 길러볼게. 


-오올. 진짜? 그럼~ 나는 반대로 자를까나.


-뭣.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전개가...,


-요새 단발이 유행이니까...? 히힛.


-자르면... 삐질 거니까.


옛날부터 긴머리를 유지했는데..., 자르는 건 자유다. 자유지만... 내가 허락을 못하겠다. 만약, 자른 머리를 보면 적응을 못할 것 같아지니까...,


-에이잉. 알았어, 안 자를게...,


-넌... 긴머리가 어울리니까. 그래서 다른 헤어스타일은 못 보겠다고...,


-그래...? 그래도 조금은 궁금하지 않아? 다른 머리의 내 모습.


-아니...? 전혀.


-아... 뭐야. 엄청 단호하시네요...,


이내 풀이 죽은 표정을 하고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걸 보며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자기가 하고 싶다는데. 그냥 하게 놔둘까...?


-...잘라도 돼. 대신... 나처럼 중단발이야.


-응?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 아아, 역시... 궁금했던 거네. 그치?


-그게 아니라... 니가 하고 싶은 거를 못하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그건 좀 아니지. 근데, 우리 예전에는 그런 거에 딱히 서로 터치하지 않았었는데...,


나지막히 말하고는 내 어깨에 기대었다. 다영이의 말대로 그때의 우리는 그냥 친구였던 관계였다. 다툰 적도 많았다. 사소한 것 때문에..., 


-그러게. 다투기도 많이 다퉜었고...,


-우리 근데... 나중에 결혼을 할 수 있다면...?


-...그때는 그러면 내가 남편이어야겠지...?


-풉. 하긴~ 그건 너가 더 어울리겠다. 미리 여보라고 부를까나? 


-뭔 벌써부터 여보래..., 아무튼... 너랑 같이 계속 행복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좋은 거니까.


아무런 방해도 없이 둘이서 행복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바램과는 다르지가 않다. 언젠가 서로의 부모가 알게 되면... 과연 허락을 할까?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다면...?


-일단은... 엄마랑 아빠한테 언젠가는 우리 사이를 말해야 하긴 하니깐..., 그래서 조금 불안해.


-혹시나... 헤어지라고 말할까 봐? 만약에 그렇게 말해도... 난 절대로 너랑 헤어지지 않을 거니까. 너랑 계속 함께 하고 싶으니까...,


-응..., 그래, 나도 절대로 너랑 헤어질 생각은 없어. 영원히 함께 하고 싶으니까.


-이제 슬슬 나갈까...? 곧 있으면 쌤이 모이라고 할 것 같은데.


-벌써? 조금 더 이렇게 있고 싶은데...,


우린 현재 수목원의 화장실 안에 있던 상태였다. 이윽고... 어제 싸웠던 김경아 무리가 화장실로 들어오고. 우린 일단 입을 다물며 귀를 기울였다.


-아~ 생각할수록 개빡치네. 나만 이러냐? 씨발.


-아니, 나도. 존나... 별 것도 아닌 것들이 개나댔으니까.


-아, 근데 어차피 이미 대숲에 올려졌을 걸? 걔네 레즈인 거.


-아니면... 우리가 올리던가. 그러면 되겠네? 


-근데... 대숲 관리자, 3학년 이하온 선배라는 말이 있던데. 그 선배가 근데 만약에 우리 익명 공개하면? 


3학년 이하온 선배..., 애들 말대로 그 선배가 대숲의 관리자라는 건 솔직히 사실인지는 모른다. 자신이 관리자라는 걸 숨길 수도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들을수록 빡친다.


-그건... 일단 저질러 놓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 선배가 아닐 수도 있잖아? 애초에 관리자라는 증거도 없고.


-허긴, 그것도 그렇네. 그리고~ 그 선배...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이란 말이지.


-아무튼~ 전교생들한테 개쪽을 당해야 한다고. 정수빈이랑 이다영..., 


-...그런 식으로 하겠다? 재밌네.


잠자코 듣고 있던 다영이가 문을 열며 나왔다. 나도..., 이내 우리의 등장에 애들은 매우 놀란 표정으로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뭐, 뭐야? 너네..., 


-지금 니네가 한 얘기들, 다 녹음을 했으니까. 그럼... 우린 쌤한테 간다? 어제 대화 내용들도 들려줘야 하고..., 


-야, 잠깐만! 그냥 올린다고만 했지, 진짜로 올릴 생각은 없었다고..., 어?


-일단 저질러 놓고 생각하자..., 이건 어떻게 해명을 할 건데? 김경아.


-그건..., 그게 그러니까...! 


-우리가 사귀는 게... 그렇게나 역겹냐? 우린 너희한테 피해를 주지도 않았는데. 피해를 줄 생각도 없고..., 그러니까... 서로 신경 끄고 살자? 시비도 걸지도 말고.



-올~ 진짜로 컵라면을 사주는 거? 정수빈.


-어. 그러니까 어여 먹고 가라.


비록, 다시 김현곤과 친구가 되었어도 솔직히 조금 거슬린다. 왜냐하면... 녀석도 다영이를 좋아했던 무리 중에 하나였으니까.


-또또. 현곤아, 천천히 먹어. 


-내가 뭘..., 하아, 알았어. 김현곤, 남기지 말고 다 먹고.


-와..., 역시... 정수빈을 착하게 만드는 건 이다영 밖에 없네. 


-우리 수빈이는 원래도 착했는데? 히히.


-에이, 그건 아니었지. 첫 만남 때 나한테 대한 걸 생각하면..., 어후.


김현곤이 다영이와 1학년 때부터 친했던 거에 대해서 솔직히... 신경이 조금은 쓰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둘이 사귈 것 같아서..., 그래서 괜히 녀석에게 일부러 띠겁게 대하고는 했었다.


-...니가 혹시라도 다영이랑 사귈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좋아는 했었잖아?


-야, 그거는..., 


-뭐야~? 김현곤. 그때 나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거야? 


-크흐흠..., 과거에는 그랬지. 


-지금은 절대로 안 그렇지? 


-어, 절대로. 절대..., 어차피 너는 이미 얘랑 사귀고 있었잖아. 난 남의 애인은 절대로 탐내지 않아.


생긴 건 재수가 없고, 장난끼가 많은 얼굴이지만 김현곤은 선을 넘지 않는 그런 녀석이었다. 그래서 그건 좀 마음에 든다. 


-다행이네, 진짜로. 됐고, 너도 슬슬 연애를 해야지? 아, 다른 반 여자애들이 너 좋아하잖아.


-연애라..., 아직은 딱히? 난 좀 더 자유롭고 싶거든. 


-자유 핑계 대기는. 그냥 없다고 하지? 상대가.


-하. 야, 운명의 상대가 그렇게 쉽게 나타나겠냐? 


-네네, 그냥 다음 생에 연애를 하시고요. 가자, 다영아. 


짝사랑 후로 연애를 안 하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정말로 할 생각이 없는 건가...? 김현곤과 사귀고 싶은 애들은 꽤나 있다. 그런데도 녀석은 운명의 상대를 고집한다.

그 후... 시험기간이 올 때에 나와 다영이는 약간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3학년 선배인 이하온 때문이었다. 그 선배는 끈질기게 내게 계속 호감을 보였다. 


-정말... 적당히를 모르시네요? 선배.


-너가 좋으니까. 그리고, 내가 니 애인보다 더 잘할 수도 있거든.


-...제가 왜 그렇게 좋은데요? 솔직히... 저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모르긴 모르지? 그치만... 이제부터라도 알아가려구. 그리고~ 난 원래부터 레즈였거든.


-그럼... 적어도 연애를 했긴 했었네요.


이하온..., 의외로 레즈였다니. 내가 알기로는... 남자들이랑 주로 사겼던 것 같은데... 아니었다니.


-응. 꽤나 많이? 근데~ 다들... 진짜 내 짝이 아니었거든. 때로는 그저 섹파였기도 했었구...,


-섹..., 그런 말을 잘도 쉽게 하네요. 아무튼... 선배 때문에 다영이랑 싸웠으니까...,


-너희 절친이었으니까... 서로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구. 그런데도 사귀고 싶었다니..., 이젠 지겹지도 않아?


-아뇨, 전혀. 전... 다영이랑 계속 사귈 거니까. 그러니까... 이제 좀 그만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