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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소리가 들린다.


"..저기, 미사키..? 오늘은 괜찮니..?"


내가 답했다.


"....아니, 전혀. 오늘도 안 갈거니까 문 좀 닫아줘."


문이 천천히 닫혔다.


지금이 4월이니 학교에 가지않은지도 거의 반년이 되어간다.그동안 그저 방안에 박힌 채로 옛날 게임을 하거나, 문 앞의 밥을 먹으며 책장에 꽃힌 책들을 전부 읽어보고 있을 뿐이다. 방 밖에 나올 때는 오직 볼일이 급할 때, 목욕은 1주에 한 번씩 심야에 한다. 지금은 나초를 먹으며 책이나 보고있다.

등교거부할 때에는 불안감에 앞도 잘 안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시간이 오히려 편하고 여유롭게 느껴졌다.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대꾸하는 것도 귀찮아 뭔지 한 번 보자 싶어 뒤를 돌아봤다.


"..저기...시노노메 미사키(東雲美咲)양 맞나요..?"


처음 보는 얼굴이다.


"누구..?"


그러고 잠시 모습을 보니 우리 학교 교복이었다. 다만 스카프가 파란색이었다. 내 스카프와는 색이 달랐다.

문득 여자애가 말했다.


"그..시노노메 양..지금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보셔야 할 거 같아서...저한테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셔서.."


쭈뼛쭈뼛거리며 여자애는 목적을 말했다. 4월이니 3학기도 끝나고 진급할 때가 오긴 한 모양이다. 그리고 저 여자애는 나에게 존댓말을 쓰는 걸 보니 분명 후배일 것이다.

나는 대충 납득하며 알았다고 말했다.


"대신 나 씻을 때까지만 조금 기다려줄래?"

"아..! 네!"


욕탕으로 가 머리를 물에 적실 때 잠깐 창문밖을 봤다. 저 애는 분명 하교하고 왔을테고 바깥은 아직 화창하니 4시, 아니면 5시 정도는 돼 보이지만 아직 어둑해지는 낌새는 없었다.

오랜만에 씻는데 집중해 본 시간이었다. 몸에선 샴푸와 바디워시의 인공적이면서도 은은한 과일향이 맴돌았다.

그리고 교복대신 후드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로 그 애와 집 밖을 나왔다. 밖은 벚잎이 슬 붉어져가는 햇빛에 반짝이며 흩날리고 있었다.

여전히 그 애는 말이 없어서 먼저 물어봤다.


"넌 이름이 어떻게 돼?"

"아..! 저는 이시카와 나츠미(石川夏海)라고 합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안 굴어도 돼, 내가 뭐 잘난게 있다고.."


그저 대화만 했지만 이 애의 성격이 눈에 훤했다. 대답하는 것에도 귀찮아하는 기색없이 나를 존중하고 있었다. 거기에 머리카락도 부드럽게 찰랑이고, 보이지 않는 기품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좋겠다...분명 인기도 많겠지..'

그렇1게 가다보니 학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학교다..

양 옆으로 열리는 교문, 붉은 벽돌의 건물, 그리고...교무실 문 앞.

옆으로 문을 열고, 이시카와가 먼저, 그리고 그 다음 내가 들어갔다. 조용한 교무실 안.. 창문으로 비쳐들어오는 노란 노을 빛.. 혼자 남아계신 선생님.. 그 앞에 내가 앉아있었다.


"미사키... 너 유급했어.."


그 말을 듣고 눈앞이 잠깐 흐려졌다. 하지만 금방 돌아왔고, 금새 난 이해가 되었다.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시기에 말을 꺼내기 어려우셨을 것 같아보였다. 그도그럴게 선생님은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웠기에 그렇다.

나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


"보나마나 출석 일수 때문이네요. 전 괜찮아요. 제가 못난거 뿐인걸요."


내 생각이 잘 전해졌을 진 모르겠다. 그저 무덤덤하게 말한 것이 오히려, 상대는 반대로 해석할 여지도 있으니 말이다.


그 다음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곧이어 들려온 말은..


"..시, 시노노메 양. 올해 저랑 같은 반이시니..잘 부탁드려요!"


이 녀석하고 같은 반이 되었단 말이다.

1 - B

이번의 나의 교실 번호다.

얼마 지나고, 이시카와하고 같이 학교를 나왔다. 이 녀석은 아직도 죄지은 표정과 행동을 하고있었다. 나를 떠맡게 되어 불안한건지, 아니면 착한 건지 잘 모르겠다.


Y교차로에 섰다.

이시카와는 오른쪽이라 하고, 나는 왼쪽이다.


"그럼 내일 만나자."


하고 간단히 손을 흔들며 가려는데, 녀석이 갑자기 손을 챘다.


"저..저기..! 힘들겠지만 언제든 기대도 괜찮아요! 필요할 때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마치 만화 속 주인공마냥, 연극 속 선인마냥 이 녀석은 고개를 떨구어 날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슬 고개를 들어올려 시선이 나를 향했을 때, 검지로 간단히 이마를 툭 밀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됐고, 그렇게 떠받들어 주지 않아도 괜찮거든? 학교 안 나온거 빼고는 공부도 못하진 않으니까 그냥 내 친구만 되어줘. 알겠지?"


무언가 감동먹은 얼굴을 하고는 '네!'라고 크게 말하곤 자기 길로 달려갔다.

그 때 내가 본 이시카와의 모습은 안심에 차, 그것이 기쁨으로 바뀐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