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게 다라고?"

"응."

하양은 자신있게 말하며 고작 5개의 항목만을 내밀었다.

"음..."

'보호자 없이 놀이공원 가보기.'

'학원 땡땡이 치기.'

'밤에 나와보기.'

'외박하기.'

'동성연애 해보기.'

"..."

마지막건 어려운데 다른것은 쉬운일이다. 학원은 그냥 한번만 땡땡이 치면 되는 것이고, 놀이공원은 돈만 있다면 갈 수 있다. 밤에 나오는건 몰래 나와도 되고, 외박은 어렵지 않다, 친구 집에서 자면 되니까.

".. 이거 말고 더 없어?"

"응, 없는데? 혹시 이상해?"

"아니, 그런게 아니라.. 좀 쉬워서.."

"그런가?"

"적어도 나한테는..?"

"그러면 엄마한테 안 혼나?"

".. 엄마는 없는데?"

이런 대답을 했을때 사람들은 보통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너는 어떨까, 백하양.

".. 그래.."

역시 다름없다.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하양은 시선을 피한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오늘 할래?"

"뭐를?"

"학원 땡땡이."

".. 좋아."

하양도 무슨일 있기는 있었나보다. 어째서인지 기다렸다는 듯이 덥썩 물어버린다.


(본문보다 더 긴 에필로그)


난 예전부터 상상을 많이했다. 조용하고 남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던 내가 갑자기 변화하는 것은 확, 하고 모든것이 변하기에 나는 변화를 이탈이라 불렀고 상상으로 이탈하고 싶은 욕망을 발산했다. 그래도 이탈이라 부르는 변화는 내게 꼭 필요한 것 같았다. 여느때처럼, 인적이 드문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며 상상을 하던 그날.

"안녕."

매일 이곳을 서성이던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했다. 나는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던 사람 중에서 그 아이가 내게 말을 걸어준 것이 기뻐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 응."

내가 그 아이를 봤듯이 아이도 나를 본듯 했다. 아이는 친해지고 싶었는지 뭔가를 계속 물었다.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진실을 말했고, 아이는 그 진실을 이해해주었다. 특히 상상, 그 중에서 동성애 같은 경우를. 나는 갑자기 그 아이에게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내 취향을 이해해주었다면 이 아이도 혹시 나와 같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천천히 아이한테 다가갔다. 벤치에서 거리를 좁혀 가까이 다가가며 내 소개를 한다. 그리고 조금더 다가가 숨결이 느껴질때까지 나가갔다. 강차영. 차영은 얼굴을 붉히면서 굳어버렸다. 너무 갔나? 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냥 옆에 바로 앉았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 갑자기 차영의 따뜻한 손이 내 손을 잡고 의지로 반짝이는 눈이 나를 직시했다. 그리고 하는말이-

"그 이탈, 내가 도와줄게."

그리 말하니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잠시 차영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주 검은 흑발에 조금 갈색빛이 도는 갈색 눈동자.

"......."

'예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 손을 잡은게 의식되어 얼굴을 숙이며 말했다.

".. 그래.."

차영은 아무렇지 않은가 보다. 목소리 떨림 하나없이 밝게 말했다.

"좋아! 그럼 너 어느 학교 다녀?"

나는 내가 다니던 공공여고에 대해 말했다. 그러더니 차영은 놀라면서 너도 우리학교냐고 물었다. 나는 뒤늦게 차영이 누구였는지 생각났다.

'그.. 체력괴물..'

지난번 체육대회의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었던 강차영. 경기를 1시간 내내해도 지치지 않는 아이라서 차영은 체력괴물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런 강차영이 어떤 고민이 있어 이 텅빈 공원을 서성일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다만 차영에게는 고민의 자취가 보이지 않아서 나는 망설였다. 물어볼까, 하고. 그러나 차영은 급히 작별인사를 하고 떠난 후였다.

"....."

좋아하는 마음이었다면, 이런 마음이라 말할 수 있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