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앙-

"..!"

나는 영화를 보던 도중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놀라 손잡이를 세게 쥐었다.

"아..!"

고통에 찬 신음이 들렸다. 나는 갑작스러운 하양의 소리에 놀라며 내가 쥐고 있던 손을 바라보았다.

".. 아, 미안해.."

나는 내 손 바로 아래에 있던 하양의 고사리같은 손을 살폈다. 안절부절 못하며 사과하느라 소리를 신경쓰지 못했던 나는 다른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입을 닫았다. 잠시 화면을 보다가, 나는 미안한 마음에 하양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영화끝나면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내가 사줄게."

".. 응.."

왜일까. 하양의 목소리는 상기되어있고, 손도 조금 뜨거운 것 같다. 하양의 표정은 그다지 변화가 없었지만, 화면의 빛 때문에 얼굴의 색은 보이지 않았다.

.

"자."

"응.. 다음에 내가-"

"에이, 괜찮아, 그냥 먹어."

하양은 자신이 고른 메이플 시럽이 얹어진 팬케이크와 핫초코를 바라보더니 먹기 시작했다. 나 또한 레몬에이드와 토스트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 이제 뭐할까?"

"글쎄... 하고싶은거 있어?"

"아니.. 막상 나오니까 생각 안나는 것 같아.."

"그래.. 그럼, 오늘은 여기서 헤어질까?"

'내가 많이 늦기도 했고..'

"어?"

아쉽다. 라는 감정이 확연하게 보였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하양을 위로했다.

"괜찮아! 다음에도 또 같이 놀자, 응?"

"다음에도 놀거야..?"

"약속할게."

나는 익숙하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하양은 가만히 그 손가락을 바라보더니 끝끝내 손가락을 걸었다. 나는 하양이 손가락을 걸자마자 바로 손을 빼며 떠나기 시작했다.

"그럼, 약속 한거다? 나 갈게!"

"... 응.."

아쉬웠다 말하면 안된다. 진짜 진짜 진짜 아쉬웠다.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양의 뒷 이야기)


하양은 알림을 완전히 꺼두었던 핸드폰을 켰다.

'어디야?'

'하양아?'

'학원 왜 안갔니?'

'어디야?'

'....'

'영화관?'

'지금 장난해?'

'부재중 엄마 (21)'

"......"

"... 진짜로 저질렀네?"

하양은 자신에게 감탄했다, 하지만 앞을 생각하니 너무 깜깜했다.

'엄마랑... 눈을 마주한다고..?'

".. 미쳤구나.. 백하양.."

.

"미쳤구나 백하양."

"...."

짝-

현관 문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한것은 얼어붙을 듯한 목소리와 매서운 따귀였다. 그러자 하양의 충만했던 용기는 금방 꺾여버렸다.

'어떻게.. 눈을 마주쳐..'

".. 죄송해요."

"죄송하면 다야? 이번에 빠진 수업은 어떻게 만회할건데? 너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그러고 앉아있니.'

'넌 지금 달려도 모자라.'

'알고 있다고요. 안다고요.'

나는 이번에도, 그것을 상상만 할뿐 절대로 실행하지 않았다.

'.. 강차영..'

이유는 모른다. 그냥 갑자기 생각났다. 내일 그녀를 만난다면 그녀는 또 내게 웃어주겠지.

'견딜 수 있어..'

강차영 너의 웃음을 보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상관 없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