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시즈카는 오랜만에 요양원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을 봤다. 요양원에서는 노쇠한 이들의 냄새가 난다. 쉰 냄새가 풍기는 곳에서 오랜만에 손녀의 얼굴을 본 할머니는 쭈글한 얼굴에 겨우겨우 미소를 띄우며 괜찮은 생활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할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녀가 온 것도 모르고 쿨쿨 잠을 자고 있었다. 어제도 그는 기억 망각으로 인한 혼란 증세를 보였다.


먼저 알츠하이머에 걸린 건 할아버지, 히로마츠였고, 전염병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할머니가 뒤를 따랐다. 할아버지는 나날이 상태가 악화되어 갔지만, 할머니, 시즈에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시즈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녀가 불편할 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자진해서 요양원에 들어갔다.



'선한 인간이 되거라. 상처를 받아도 일어설 수 있는 굳센 인간이 되어, 품에 안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다.'


라고 히로마츠는 말했다. 시즈카는 정말로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지만, 날이 갈 수록 그런 존재가 될 수 없다는 확신에 사로잡혀갔다. 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은 전부 그녀의 곁을 떠난다.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아카사카 아이리. 떠나가는 사람들을 제대로 붙잡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무력감이 그녀를 압박했다.


시즈카가 어머니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사람을 찾아다닌 것도 이런 무력감에서 기인했다. 이 시점에서 딱히 시즈카는 방화범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방화범을 찾는 이유는, 단지 그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한 가정을 무참히 파괴한 그 사람은 어떤 행색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을까. 혹시 자괴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하고.


시즈카는 요양원을 나온다. 내일은 미후유와 함께 봉사활동을 가는 날이다.




#


"옆집 애한테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는거니?"


언젠가 어머니가 그렇게 물었을 때 미후유는 적당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옷을 입으며 어머니가 띄우던 의아한 표정을 떠올린다. 정말 어째서 시즈카에게 신경을 쓰게 되는 걸까. 솔직히 미후유조차 그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없었다. 단지 귀여운 녀석이라고 생각하니까? 아니면 친모와 친부가 없는 가정환경에 동정심이 들어서? 미후유는 여러가지 이유를 떠올려 봤지만 그럴 때마다 뭔가 한 조각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아, 나오셨나요."


문을 열고 나가자 시즈카가 있었다. 둘은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맨션 계단을 내려가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



겨울 들어서 가장 서늘한 날이었다. 눈과 구름조차 추위에게서 피신해 모습을 감춘 것 같았다. 그 덕택에 하늘은 그 시퍼런 색을 온전히 뽐내고 있었고, 바람은 휑한 하늘에서 거세게 내려와 사람들을 덮쳤다. 미노와 역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손에 입김을 불 때 마다 허연 입김이 떠올랐다.


이런 추위 속에서 노숙자들은 유난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버린 헤진 옷이나 헝겊 같은 것들을 여러 개 엮어서 담요 대용으로 사용했다. 변변한 난방을 할 수 없는 형편인 이들에게 몸을 가릴 수 있는 물건은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다. 그런 점도 고려해 이번 봉사 활동은 국물을 중심으로 한 따뜻한 음식들을 주축으로 배식하게 되었고, 평소 나누어주던 체육복 대신 비슷한 가격대 담요를 배포하게 되었다.


미후유는 담요가 담긴 상자 앞에 시즈카를 세워두고 신신당부를 했다.


"알겠지. 꼭 다른 어른들하고 같이 붙어 있도록 해. 그리고 홈리스 분들의 사진을 찍는 것도 금지니까 말이야."


"네."


시즈카는 상자를 뜯어 봉투에 든 담요들을 꺼낸다. 미후유는 그 옆에서 시즈카를 돕다가, 배식을 도와달라고 하는 동료를 도우러 갔다.


30분이 지나자 구부정한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둘 나타나 음식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미후유가 배식을 하는 동안 시즈카는 상자 안에서 담요를 꺼내 추위에 떠는 노숙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웅성거리는 목소리들이 음식을 삼키는 소리로 변해간다. 정부의 보조금이 나온지도 오래고, 날도 유난히 추운 터라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그 탓에 미후유는 잠시 시즈카에게서 눈을 떼야만 했다.


시즈카는 작업을 하면서도 방화범에 대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범인의 얼굴을 보아도 알아 볼 수 있을까? 시즈카는 10년 전 딱 두 번 범인의 얼굴을 본 적 있다. 소방차와 함께 찾아온 경찰들에 의해 팔이 구속되어 연행당하는 모습을 본 게 첫번째고, 범인이 법정에 서기 전 사죄를 하고 싶다고 하여 조부모와 함께 얼굴을 마주하게 된 게 두번째다. 두 사람은 투명한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만남을 가졌다. 경찰들과 어떤 일을 하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시즈카는 범인과 조부모가 어떤 대화를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할아버지가 대화를 하며 수 차례 고성과 통곡을 내질렀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공포 영화 속에 나오는 귀신처럼 늘어진 범인의 머리카락과 부루퉁한 입술도.



잡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담요를 나누어준다. 다양한 얼굴이 눈에 띈다. 긴 수염을 기른 노인, 알에 금이 간 안경을 낀 남자, 밑니가 빠져 침을 흘리는 늙은 여성. 추위를 견디기 위하여 찾아온 많은 사람들과 손을 스친다. 사람이 떠나고, 떠나고. 점차 작업에도 익숙해졌을 즈음 한 여자가 줄을 무시하고 시즈카의 눈 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 여자는 손가락에 긴 전자 담배를 하나 들고 있었다.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너머로 섬광이 두 개 번뜩였다. 머지않아 시즈카는 그 여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기묘한 눈빛이었다. 마치 극적으로 이별한 옛 연인을 보는 것 같은 애수와 향수가 담겨있었다. 시즈카는 그런 감정을 눈치채기 이전에 그 머리카락을, 입술을 보고는 그 여자의 정체를 직감했다. 기억 속에 허깨비처럼 남아있던 모습이 뚜렷한 형태로 변한다.



마루카와 마코다. 


마루카와는 머리카락을 넘기더니, 시즈카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시즈카는 침을 삼켰다.


"담요."


"네?"


시즈카가 무심코 되물었다.


"담요."


"아, 네."


시즈카는 상자를 뒤진다.


"학생?"


"네? 네."


"예쁜 얼굴이네. 왜 이런 곳에 있는거야?"


"봉사활동을......"


"그 얼굴로? 여기서?"


침묵이 흐른다. 다른 노숙자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시즈카의 앞을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거, 뭔지 알아?"


마루카와가 전자 담배를 보인다.


"담배죠?"


"원래 궐련을 사려고 했는데 말이야, 궐련은 깜에 있을 때 하도 보지 안에 쑤셔넣느라 막상 보니까 역해져서."


"뭐라고요?"


"궁금해?"


한 모금, 담배를 마시고 옆을 향해 뱉는다. 촉촉한 목덜미가 요염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루카와는 담요를 받는 척 몸을 기울여, 시즈카가 담요를 쥐고 있는 손을 슬며시 쓰다듬었다. 그 탓에 시즈카는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마루카와는 쿡쿡 웃었다.


"당황해하는 것도, 정말이지 아름다운 얼굴. 저기, 봉사 끝나고 언니랑 만나지 않을래? 언니는 저기 앞, '고송심중' 이라는 숙소 103호에서 지내는데......"


"씹할!"


그 때, 기다림을 참다 못 한 건지 줄 뒤에서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앙칼진 여자 목소리였다. 목소리를 낸 건 빼쩍 마른 여자였다. 


"용건이 끝났으면 좀 비키란 말야!"


마루카와는 그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다, 픽 웃었다.


"거, 조금만 기다리면 되잖아요. 하긴, 면상이 그 지랄이니까 참을성도 그 지랄인건가. 분명 느그 애비도 네 와꾸를 참지 못하고 유기해버렸겠지!"


"너, 이 개같은 년이!"


상대방이 미처 달려들기도 전에, 마루카와는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마루카와는 상대의 몸 뒤에서 한 팔로는 상대의 양팔을 껴안고, 다른 한 팔로는 머리카락을 붙잡아 끌어 당겼다. 앙상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다가 지지 않겠다는 듯 마루카와의 팔을 거세게 물었다. 난장판이 일어났다. 시즈카는 당황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싸움이 일어나자 담요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근처에서 무슨 일이 있나 지켜보고 있던 순경이 싸움이 더 커지기 전에 운좋게 그 광경을 발견해, 빠르게 둘 사이에 난입했다. 무슨 일이야! 순경들이 외친다. 두 여자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서로에게서 몸을 땠다. 그리고는 뻔뻔하게 표정을 고치고, 질문을 하러 온 순경들에게 사소한 다툼이라고 답했다. 순경들은 그런 두 여자가 못 미더운지 예리하게 쏘아보다가, 얼른 자리를 뜨라고 했다. 둘은 그 말대로 했다.


"시이나!"


한창 배식을 하고 있던 미후유가 뒤늦게 시즈카를 향해 달려갔다.


"괜찮아? 다쳤니? 무슨 일이야?"


"괜찮아요." 시즈카가 답한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황하는 미후유를 안심시키고, 시즈카는 작게 중얼거렸다.


"저런 사람한테......"


어머니와 아버지는 저런 사람의 자기 만족을 위하여 살해 당했단 말인가?


시즈카는 말없이 서있었다. 당황한 빛을 띄고 있던 눈은 이제 싸늘한 냉기와 증오를 품고 있었다. 미후유가 그 얼굴을 봤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다음 날, 미후유는 어제 시즈카가 지었던 표정을 떠올리며 잠에서 깼다. 오전 11시였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집으로 가는 동안 시즈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봐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며 점짓 모른 체를 했다. 몇번이고 물어봤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미후유는 불안했다. 혹시 홈리스들에 의해 무슨 험한 일이라도 당한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특히 동료로부터 소란을 피운 것이 예의 전과자라는 사실을 듣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역시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다.'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었다. 아무리 몸을 뒤척여도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시즈카가 나이에 비해 성숙하게 보이는 편이고, 정신 또한 일견 그에 비례해 보인다고 해도 아직 중학생이다. 얼핏 스쳐 본다면 몰라도 지긋이 관찰한다면 어린 나이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겠지. 혹시 악인에게 속아 넘어가 악의에 노출되고 만 것은 아닐까? 그 사실을 혼자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


12시가 되자 미후유는 결국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와 시즈카의 집으로 갔다. 


초인종을 한 번 누른다. 


"시이나?"


대답이 없다. 다시 벨을 누른다.


"시이나? 미후유인데. 저기."


다시 벨을 누르지만, 답이 없다.



"설마."





#


시즈카는 가방을 챙기고 아침 일찍 미노와 역을 찾아갔다. 가방 안에는 종이 화폐를 넣는 지갑과 동전 지갑, 핸드폰이 들어가 있다. 종이 화폐를 넣는 지갑 안에는 1000엔 지폐 세 장, 교통 카드 한 장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동전 지갑에는 수많은 100엔, 50엔, 10엔 동전과 뒤섞여- 날선 면도날을 끼운 작은 면도칼이 하나 들어가 있다. 그 면도칼은 시즈카의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칼인데, 반으로 접을 수 있어 수납에 용이했다.


미후유의 뒤를 따랐던 기억을 더듬어 '내일의 죠' 포스터가 붙은 전신주를 지나 공원을 향해 간다. 공원 바로 앞에 있는 숙소 간판에는 '고골심중' 이라는 글자가 투박하게 적혀있다. 시즈카는 그 안에 들어간다. 숙소에서는 매캐한 썩은 나무 냄새가 난다. 나무 바닥을 밟는다. 101호. 102호. 103호.


103호 문을 살짝 두들기자 잠시 후 끼익, 하고 문이 열리며 마루카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정말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마루카와가 웃었다. "정말로 감방 이야기를 들으러 온 거야?"


시즈카는 움찔했다. 하지만 바로 표정을 바꾸고 고개를 끄덕였다.



103호실의 문이 쾅, 닫혔다.



#



오후 4시 50분, 시즈카는 묵묵히 멘션 계단을 오른다. 얼핏 보기에는 집을 떠났을 때와 별 다름 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는 것 같지만, 오전과는 달리 가방의 끈이 어깨로부터 내려와 오른팔 위에서 헐렁거리고 있었고, 가방 자체도 제대로 닫혀있지 않았다. 시즈카는 오른손을 바닥을 향해 축 늘어뜨린 채 집을 향해 가다가, 자신의 집 문 앞에 누군가 등을 기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미후유였다. 미후유를 발견해 시즈카가 무심코 작은 목소리를 내자, 미후유도 덩달아 시즈카를 발견하고는 문에서 등을 땠다. 미후유는 안심한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그 표정을 얼굴에서 지워버리고 인상을 구기며 성큼성큼 시즈카를 향해 다가갔다.



"어딜 다녀온거야?"


"미후유씨."


시즈카는 오른손으로 가방의 끈을 잡으며 눈을 피했다.


"알 바 아니잖아요."


"말해."


"왜 그러는 건데요?"


"됐으니까."


마지못해, 시즈카가 말한다.


"친구를 만나고 왔어요."


"거짓말. 저번에 친구는 없다고 말했으면서."


"......"


"어제 있었던 일이랑 관계가 있는거야?"


겨울 바람이 불었다. 시즈카는 아무 말도 없이 미후유를 지나쳐,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저는 들어갈게요."


"잠시만!"


미후유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시즈카를 붙잡았다. 시즈카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뿌리쳤다. 가방이 하늘을 날아 현관에 떨어졌다. 아뿔싸. 하는 표정으로 시즈카가 가방을 눈으로 쫓았다. 가방 안 내용물이 하나 둘 튀어나와 거실에 팽개쳐졌다. 시즈카는 황급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미후유가 그 뒤를 따랐다.


"미안, 주워줄-"


거실로 들어간 미후유는 시즈카가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은색 빛이 감도는 물건이었다. 검은색 손잡이 바로 위에 날카로운 칼날이 달려 있었고, 그 사이에는 동그란 나사와 같은 것이 박혀있어 칼날과 손잡이 사이를 잇고 있었다. 칼날에 미후유의 갈색 머리카락이 비쳤다.


미후유가 그것을 면도칼이라고 온전히 인식하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렸다. 시즈카는 황급히 그것을 도로 가방 안에 담았지만 이미 늦은 차였다.


"방금 그거, 뭐야?"


미후유가 물었다. 그녀는 창백한 안색을 띄고 있었다. 시즈카는 답하지 않았다.


"저기, 뭐냐니까?"


시즈카가 겨우 입을 땠다.


"......칼이에요."



미후유가 뒷걸음질쳤다.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정말로."


정확하게는 못했다. 시즈카는 정말로 마루카와를 죽일 생각이었으니까.


마루카와 같은 한량에 의해 가정을 파괴 당했다는 사실을 실감한 순간부터, 그 마루카와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여자를 꼬득이려고 시도하고 다른 이에게 싸움을 건 것을 본 순간부터, 시즈카의 마음 속에 마루카와라는 인간에 대한 적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적어도 마루카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후회하고 있는 기색이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마루카와가 선인이었다면 원망은 느낄 지언정 살인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즈카가 본 마루카와는 악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시즈카는 이해할 수 없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부모는 불구덩이에 깔려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 어째서 마루카와는 한량인 채로 남을 수 있단 말인가. 마루카와는 감방에서 인생의 10년을 썩었다. 하지만 시즈카는 그 사건이 일어난 순간 영원히 부모의 존재를 빼앗기고 말았다. 마루카와의 10년과 시이나 일가의 미래는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설령 그렇다고 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그 근거라는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피해자 본인인 시즈카가 납득할 수 없는데 누가 마루카와의 죄를 용서할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단 말인가? 머리 속에 의문이 들어찰수록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인이 피해를 보고 악인이 유유히 빠져나가는 세상이라니, 너무나도 부조리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시즈카는 세상의 부조리를 직접 바로 잡기로 결심했다.


103호실 안은 쓰레기장 같이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어디에 쓴 것인지 모를 휴지들이 구깃구깃 접혀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그 근처에는 팩으로 된 술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 탓에 안 그래도 원룸 크기인 방에 더욱 발을 디딜 장소가 없었다. 식탁 대용으로 설치된 작은 책상 위에 주사기, 액상 니코틴, 전자 담배, 양면 테이프처럼 얇게 접힌 종이가 있었다. 마루카와는 그것을 보고 씨익 웃었다. 


"저 얇은 것도 사실은 담배야.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르겠네요. 뭔가요?"


시즈카가 묻자, 마루카와는 기다렸다는 듯 씨익 웃으며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세좋게 떠벌렸다. 교도소에서는 담배로 여러가지 물품들을 사고 팔아서, 담배가 곧 권력이다. 그래서 담배를 안에 들여놓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그 중 하나가 압축기에 넣은 담배를 신문에 몰래 붙여 교도소 안에 옮기는 것이다. 여자 교도소에서는 이 담배를 보지에 숨기는 녀석도 있었는데, 그 녀석은 머지 않아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었다....... 등등. 별로 흥미가 돌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시즈카는 마루카와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동전 가방에서 면도칼을 꺼낼 기회를 봤다. 


면도칼을 꺼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시즈카가 마루카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만큼이나 마루카와도 시즈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나 눈을 유심히 봤다. 시즈카는 마루카와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을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상대는 범법자니까, 어떤 상상을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시즈카는 침을 삼켰다.


잠시 동안 두 쌍의 눈동자가 서로를 탐색했다.


먼저 눈을 돌린 건 마루카와였다. 그녀는 느긋하게 시즈카로부터 고개를 돌려, 술에 취한 건지 어쩐 건지 모를 붉그스름한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여유롭게 기지개를 켰다.


기회였다. 맨 정수리가 정확히 눈 앞에 있었다. 씻지 않아 덕지덕지 기름진 머리카락이 정수리를 감싸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목을 위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검은 머리칼이 찰랑거려 얇팍한 목덜미가 훤히 들어났다. 지금 당장 면도칼을 꺼내 그 중 한 곳을 날로 그어버린다면, 손쉽게 마루카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사실이 훤히 보였다. 정수리에 칼날을 박아넣으면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고, 목덜미를 그어버린다면 목을 붙잡고 바로 쓰러지리라. 한다면 지금이다. 지금이 최고의 기회다. 그것을 느끼고 시즈카는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조심스럽게 동전 지갑의 지퍼를 연다. 손에 식은 땀이 났다. '정말 해버리는 건가. 이 여자를 죽이는 건가.' 


그 상태로 손을 천장 끝까지 들어올려 있는 힘껏 목덜미를 베어내려던 그 순간,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너무나도 명쾌한, 반짝이는 눈동자가.


그 얼굴을 본 순간 시즈카는 무심코 면도칼의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그녀는 면도칼을 놓쳐 당황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면도칼은 가방 바로 옆에 떨어져 그 도신을 과시했다. 시즈카는 급히 면도칼의 손잡이를 들어 가방 안에 집어 넣었다. 마루카와는 그런 시즈카에게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가는 거야?"


"네."


"조금 더 있어도 되는데."


가방 안에서 바들바들 떠는 손을 잠재우려 애쓰며, 시즈카는 더러운 방안을 걸었다. 마루카와는 그런 시즈카를 빤히 바라보았다.



#


시즈카는 모든 것을 미후유에게 털어놓았다. 마루카와가 자신의 부모님을 살인한 범인이라는 사실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 했다. 시즈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미후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미후유는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둬."


"싫어요."


시즈카가 답했다.


"그만 두라고."


재차 미후유가 말했다.


"싫어요."


답은 같았다. 시즈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용서할 수 없어요."


"......."


침묵.


"정말로, 정말로.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그만 둘 생각이 없다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미후유였다. 그녀는 잠자코 머리를 숙이고 무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이윽고 결심한 듯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적어도, 최대한 걸리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자."




#




"그거 알아? 사람은 세간에서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간단하고 어이없는 이유로도 죽을 수 있어."


액상형 니코틴이 든 작은 병, 포장을 뜯지 않은 푸른색 의료용 장갑 한 켤레.


"보통 혈중 니코틴 수치가 3.7mg을 기록한다면 치사량이라고 해. 사람에 따라서는 2mg도 되지 않는 양으로 죽기도 하지. 만화나 소설에서 나온 묘사처럼, 사람은 순수한 니코틴을 바른 바늘에 찔리면 죽어버려."


미후유는 아버지의 카드를 이용해 해외에서 고농도 니코틴 원액 한 병, 9mg 액상 니코틴 두 병, 유명 메이커의 전자 담배 하나를 구매했다. 일주일이 지나 택배가 왔다. 미후유는 장갑을 끼고 농도를 계산해가며, 9mg 액상 니코틴이 든 병에 니코틴 원액을 조금씩 넣는다. 작업이 끝나고 미후유는 전자 담배에 9mg 니코틴을 넣어 한 모금 폈다. 콜록, 익숙치 않은 느낌에 무심코 기침이 나왔다.


니코틴 병, 혹시 몰라 준비한 푸른 장갑과 작은 바늘 하나. 그것들을 미리 준비한 봉투에 담아 주머니 안에 쑤셔놓고, 우연을 가장해 편의점에서 시즈카와 만난다.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한 다음 음식을 다량으로 구매하고, 포장된 주먹밥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구긴 봉투와 겹친다. 그 다음 주먹밥과 봉투를 쥔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 손등으로 내용물을 가려가며 시즈카가 든 편의점 봉투 안에 넣는다.


시즈카는 마루카와를 독살한 이후 시체를 훼손하고, 병을 마루카와의 손에 쥐게 하여 골고루 지문을 묻게 한 다음, 병을 바닥에 떨어뜨릴 예정이다. 그 다음 마루카와의 손을 붙잡고 움직여 자신의 상의 단추를 일부 풀어헤치고, 경찰에게 신고를 해 이렇게 증언할 계획이다. 봉사활동을 하던 도중 마루카와에게 '야쿠자와 인연이 있다.' 라는 식으로 협박을 당한 시즈카는 마루카와의 숙소로 찾아갔다가 겁탈당할 뻔 했다고. 하지만 마루카와는 발버둥을 친 시즈카에 의해 상처에 액상 니코틴이 들어가 역으로 사망하고 말았다고. 


그렇다면 경찰은 이렇게 질문하겠지.


'어째서 집으로 돌아갔을 때 바로 신고하지 않았냐?'


그럼 시즈카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신고를 하면 주변인들을 죽일 것이라 말해,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그녀는 제가 순순히 주기적으로 돈을 바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행위를 당하기 직전이 되고 나서야, 그 때서야 비로소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계획을 들은 시즈카가 남긴 말은 단 하나였다.


"왜 여기까지 해주는건가요?"


미후유는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바보 같은 허점투성이 계획이었다고, 훗날 미후유는 자학했다.



#




바닥에 천을 하나 덧댄 가방, 바늘 하나. 액상형 니코틴이 든 작은 병, 푸른 장갑. 종이 지폐를 담는 지갑과 작은 동전 지갑. 핸드폰은 들고 오지 않았다. 협박을 당해 들고 갈 수 없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시이나 시즈카는 치마 앞에 손을 모아 조신한 척을 하며 오늘 들고 온 것들을 머릿속으로 재확인했다. 이제 문을 열면 되돌릴 수 없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103호실의 문을 두드렸다.


조용했다.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컴컴한 밤이라 잠이라도 자고 있는 걸까. 아니, 그렇다고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고요하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방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이런 누추한 장소에서, 방안에 술을 쌓아 놓을 정도의 주객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잠을 자다니 이상하지 않는가.


시즈카는 방 손잡이를 열고 살짝 앞으로 밀었다. 끼익, 을씨년한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렸다.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문이 닫히자마자, 오물 더미 속에서 빼쩍 마른 손이 하나 솟아올라 시즈카의 몸을 꽉 붙잡았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얄쌍한 팔이 한 쌍 움직여 시즈카의 몸을 구속했다. 한 팔은 시즈카의 입을 틀어 막았다. 입 안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들어가 있었다. 다른 한 팔은 시즈카의 목을 졸랐다.


"앉아."


마루카와가 말했다. 시즈카는 그 말에 따랐다. 


목을 붙잡고 있던 팔이 서서히 내려가 시즈카의 가방 안을 뒤적거렸다. 이윽고 뼈에 누런 껍질이 들러 붙은 것 같은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이, 니코틴이 든 병을 조심스럽게 붙잡아 들어 올렸다. 팔을 들어올리자 헐렁거리는 옷의 소매가 내려가 앙상한 팔이 드러났다. 팔은 흉터 투성이였다. 담뱃불로 지진 것 같은 화상 자국이 여러 군데에 남아 진한 타르 냄새를 풍겼고, 화상 자국이 있는 곳 주변에는 누런 고름이 나있었다. 초록 물감으로 이루어진 뱀이 그녀의 어깨에 꽈리를 틀고 앉아있었다. 


"이번에는 면도칼, 없구나?"


시즈카는 사색이 되었다. 일주일 전에는 분명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으면서, 왜 지금? 의문을 품을 동안 마루카와가 중얼거렸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그동안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그제서야 생각이 나더라고. 시이나라는 성. 늦게 기억이 나버렸어."


시즈카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입술이 바싹 말랐다. 그녀는 손가락을 하나씩 안쪽으로 말아 주먹을 쥐고, 뒤로 달음박질 칠 준비를 했다.


"움직이지 마." 


그 말과 동시에 날카로운 흉기가 구강 안을 살짝 찔렀다.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쇠맛이 났다.


"......내가 미나 이야기를 했던가?"


이런 상황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마루카와가 중얼거렸다.


"미나는, 그래. 내 전 여자친구야. 네 엄마하고 아빠가 죽기 사흘 전까지는 사귀고 있었지. 정말이지 아름다운 녀석이었어. 특히나 그 미소가 말이야. 미나는 바다처럼 상쾌한 미소를 짓는 법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바다는 깊고 깊어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파고들어 갈 수록 숨통이 막히고 폐가 물로 가득차게 되지!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심해까지 가고 나서야, 심해의 압력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녀석들은 추하기 짝이 없는 생물들 뿐이라는 걸 깨닫고 익사하고 말아...... 설령 추하지 않았던 것도 압력에 눌려 면상을 우스꽝스럽게 일그러뜨릴 수 밖에 없는거야!


그런 것처럼, 미나는 나를 추한 존재로 만들었지만, 그걸 알고 발버둥쳐 빠져 나가기에 나는 이미 그녀에게 너무나도 빠져버린거야......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없는 세상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을 파괴할 수 밖에 없었지. 감옥에서 썩은 10년 동안 감방에서 다른 범죄자의 눈빛을 보고 나서야 나는 그 바다같은 눈이 타인을 속이려는 이의 추한 사기꾼들의 눈이라는 걸 깨달았지!


아름다운 얼굴을 한껏 과시해 원하려는 것을 얻으려는, 그런 인간 군상들이나 그런 눈을 하는 거였어. 하지만 그 속에 미나 만큼이나 미려한, 투명하기 짝이 없는 바다를 가진 인간은 없더군! 대개 바다가 되지 못한 호수, 아니, 그조차 되지 못한, 구정물이 고인 연못과 같은 눈동자를 하고 있었지. 담배를 빨기 위해서는 먼저 보지나 빨아보라고 하는 여자들은 전부 그런 식이야."


마루카와는 흉기를 넣고 있는 손을 그대로 둔 채, 몸 만을 서서히 움직여 시즈카와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시즈카의 이마에 이마를 가져다 댄다. 시즈카의 동공, 각막, 홍채, 수정체, 모양소대, 모양체. 눈에 관한 모든 것을 빼앗아 자신의 텅 빈 눈구멍을 채우려는 것 처럼. 시즈카는 뒷걸음질쳤다.


"나를 봐."


마루카와는 왼손의 검지 손가락으로 아이를 쓰다듬듯 시즈카의 목젖을 살짝 누른다. 마루카와의 동맥과 시즈카의 동맥이 서로 맞닿았다. 서늘한 온기가 둘의 사이를 이었다.


"정말로 아름다운 눈이야, 미나랑 닮아있단 말이야...... 어쩌면 그보다도 나을지 몰라. 속눈썹이 길다는 소리를 들은 적 없어? 나는 눈구멍 안에서 빛나는 깊은 바다를 다시 보고 싶었던 것 뿐이야......그걸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거니까......."


황홀하다는 말투였다. 마루카와는 잠시 그 상태로 시즈카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가, 돌연 킬킬거리며 시즈카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면서 시즈카의 입안에 넣고 있었던 무언가를 빼냈다. 시즈카는 허억, 크게 숨을 내뱉으며 뒷걸음질쳤다.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깨진 술병 조각이었다.


마루카와는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주사기를 들어올리고, 시즈카로부터 뺏은 니코틴 병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들어올렸다. 그 다음 그녀는 주사기의 피스톤을 빼낸 다음, 니코틴 병 안에 있던 내용물을 전부 주사기 안에 부어 집어 넣었다. 다시 피스톤을 주사기에 장착해 꾸욱 누르자, 주사기의 바늘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살짝 세어나왔다.


이게 날 죽음으로 데려갈 열쇠인가. 원래는 자살을 할 때 본인이 가지고 있던 액상 니코틴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다. 전 애인과 똑 닮은 시즈카가 우연히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이것을 들고 오다니, 정말 운명적이지 않은가! 마루카와는 싱글벙글 웃으며 주사기를 바라보다가, 시즈카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시즈카. 정말로 사랑했던 전 애인을 똑 닮은 학생.


그 모습을 발견한 순간부터 자살을 언제 해야할 지 마음 속으로 확신을 가졌다. 원래 계획은 미나를 찾아내면 미나를 죽이고 그 눈앞에서 자살을 하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 액상 니코틴과 주사기를 구매했다. 전자 담배 따위는 처음부터 핑계에 불과했다.


그랬지만, 시즈카를 발견한 이후로 계획을 바꿨다. 발견될지도 모르는 미나를 찾는 것보다, 미나와 똑 닮은 데다가 당시 미나의 나잇대와 비슷한 나잇대인 시즈카를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운명적이게도, 시즈카와 자신은 일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처음 갈색 머리를 한 여자가 '시이나' 라는 성을 들었을 때는 기억나지 않았다. 처음 눈치챈 것은 시즈카가 면도날을 놓쳤던 그 때였다.


그 살의의 원인을 알아챈 순간, 비로소 마루카와는 자신과 시즈카가 모종의 운명으로 이어져 있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전 애인 따위보다도 훨씬 끈끈한 운명으로 이어진 존재가 이렇게 나타나다니! 마루카와는 그런 황홀한 운명을 느끼게 해준 시즈카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안심해, 너는 범인이 될 일이 없어. 이건 내가 보증해! 너 같은 녀석의 안에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걸로, 나는 그걸로 족하니까......"


그렇기에, 마루카와에게는 시즈카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마루카와는 주사기를 자신의 어깨에 있는 뱀에게 박아넣고 엄지 손가락으로 피스톤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액상 니코틴이 서서히, 서서히 그녀의 혈관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피스톤을 끝까지 누르자, 타르처럼 끈적한 피가 마루카와의 입으로부터 터져나왔다. 위액, 피, 침, 담배 찌꺼기가 섞여 역류하는 구정물처럼 멈추지 않고 흘러나온다. 쥐떼와 파리떼가 바닥에 비산한 피에서 풍기는 시궁창 같은 냄새를 맡고는 몰려들어 주위를 맴돌았다. 머지않아 마루카와는 쓰러졌다. 그녀는 잠을 자려는 주정뱅이가 된 것처럼 바닥에서 움찔거렸다. 구강 내에 모인 체액이 부글부글 기포를 만들었다. 구토가 기도를 막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무언가를 뱉어낼 수 없었다.


5분이 지나 그녀는 완전히 호흡을 멈췄다.



시즈카는 여관을 빠져나와 밤길을 달렸다. 피를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종횡무진 거리를 달렸다. 일전 요시와라였던 창가로부터 불빛이 번뜩였다. 이성으로 하여금 마루카와가 죽음을 맞이해야 할 이유를 생각하던 그녀는 머리가 새하얘져, 그저 도움을 요청하며 거리를 달린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노숙자들의 사나운 눈빛. 창녀들의 표독한 표정이 싸늘하게 시즈카를 몰아붙인다. 반나체로 걸어다니는 수염난 노숙자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본다. 시즈카는 그제서야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장소를 누비고 있던 건지 깨닫는다. 자신이 방금 전까지 인생의 끝자락에서 서성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상이 붉은 색으로, 푸른 색으로 계속 색을 바꾸어간다.



#


시즈카는 밤늦게 경찰조사를 받다가, 다음 날 집으로 돌아갔다.


사건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한 대답들은 반절 이상이 써먹을 수 없게 되었다. 시즈카는 멍한 머리를 최대한 굴려 변명을 이어나갔다. 적어도 사건에 연루된 미후유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며 대답을 이어나가다가, 저녁이 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갔을 때는 이미 어둠이 가득 차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것보다도 외로움이 더 크게 마음 속으로 밀려들었다. 누군가 만나고 싶었다. 아무라도 좋으니 같이 있고 싶었다.


미후유. 미후유를 떠올려 시즈카는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 머지않아 미후유가 초인종을 눌렀다. 시즈카는 문을 열었다.


"왔어요."


미후유가 현관에 섰다. 거실에 들어서는 기색도, 일말의 움직임도 없이, 둘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섰다. 시즈카는 차마 미후유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미후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있던거야?"


잠시 시즈카는 머뭇거렸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말을 해야만 했다. 미후유에게는 말을 해야만 했다. 끝까지 뒤를 봐준 그녀에게는.


"조금은 후련할 줄 알았어요."


시즈카가 말했다.


"너는 범인이 될 일이 없을거라고 했어요."


횡설수설 방 안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시즈카가 마루카와를 살해하고 싶었던 이유는, 마루카와가 부모를 살해했기 때문이다. 혹은 그렇게 믿었다. 언젠가부터 일생 속에서 주위에 있는 인간들이 하나 둘 사라져간 것이 전부 마루카와 탓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마루카와가 없었으면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 중 그 어떤 인간도 상처 입지 않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 때문에 계획을 세워 살인을 저질렀다.


하지만 실상 그 행위를 시작했을 때 시즈카는 겁을 먹고 말았다. 당장이라도 손에 든 니코틴 병을 내던지고 내빼고 싶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마루카와가 자신에게 품은 감정조차 알게 되고 말았다. 모든 것에 확신이 있었는데, 이것만큼은 옳은 행위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그것이 눈 앞에서 실패한 것도 모자라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미후유씨는 나를 인정해주겠지. 미후유씨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줄거야. 그렇죠? 우리는 함께 이 계획을 세운 사이잖아요. 1년간 당신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줬어요.'


그렇죠? 시즈카는 보답을 원하는 개처럼 고개를 든다. 제발 자신을 긍정해달라는 의미를 담아 그 이름을 부른다.


"미후유씨."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희미하게 열린 집의 문 틈 너머로 달빛이 스며들었다. 달빛이 두 사람의 모습을 비쳤다. 어둠 속에서 미후유의 얼굴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보였다. 그 다음은 잔뜩 헝클어진 갈색머리가, 잠을 자지 못해 생긴 다크 서클이, 마지막에는 항상 싱글벙글 웃고 있던 그 입꼬리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모습이. 차례차례로 나타난 모습은 하나의 형상이 되어 시즈카의 망막 속에 각인된다.


"정말 미안해."


미후유가 울먹인다.


"네가 그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막았어야 했는데. 아니, 처음부터 내가 너와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시즈카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미후유가 자신을 긍정해주기를 바랬다. 마치 아이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제발 긍정해주기를 바랬다. 확신을 주기를 바랬다.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건가? 왜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만둬요. 그런 말은 하지 마요."


시즈카가 뒷걸음질 쳤다.


"미안해......."


미후유가 울먹였다.


"너는 분명 불행한 인생을 살아왔을지 몰라...... 하지만 그 사실이 너를 모종의 특별한 존재, 만화 속 주인공처럼 모든 걸 긍정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만드는게 아니라는 걸, 나는 너무나 늦게 알고 만거야."


미후유가 시즈카를 안았다.


"네가 불행한 사람이기 이전에, 복수를 운운하기 이전에, 너는 그냥 애란 말이야. 나는 그런 너를 절대 데려가서는 안 되는 구렁텅이 속에 쳐박고 말았어......"


그 말을 들은 동시에, 결국 시즈카는 무너져내렸다. 쓰러지고, 부서지고, 파괴되었으며, 사지가 갈가리 찢겨 난도질 당했다. 시즈카가 무릎을 꿇자 미후유가 함께 무릎을 꿇었다.


#


경찰은 마루카와의 여성기 안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는 다음과 같은 문구로 시작한다.


'무의미하게 태어나, 무의미하게 죽으려고 합니다. 그것을 죄라고 말한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반절 이상 죄인이 되겠죠. 저는 제 죽음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하나 희망하는 것이 있다면, 부디 다음 생에는 길가의 돌무리 같은 걸로 태어나기를 기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시즈카는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다.



#


1년이 지난다. 시즈카는 2학년이 되자마자 같은 반 여자에게 고백을 받았다. 그 여자는 시즈카의 얼굴을 마음에 들어했다. 시즈카는 고백을 받아들였다. 혹시 연애를 해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면 과거를 잊을 수 있을까 기대했다.


연애는 오래가지 않았다. 여자가 먼저 시즈카를 찼다. 생각한 것과는 달리 지루한 사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여자는 시즈카를 차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너, 전혀 나한테 관심 없지."


두번째 연애도, 세번째 연애도 비슷하게 끝이 났다. 계속해서 같은 끝을 맞이하다보니 어느 덧 시즈카는 학교에서 더욱 고립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싶지도, 교실에서 밥을 먹고 싶지도 않아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아다닌 결과 옥상에서 밥을 먹게 되었다. 옥상에 사람이 있을 때는 옥상 앞 계단에서 밥을 먹었다.


'틀린 선택만 하는 인간은 도태될 수 밖에 없지. 거기다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무능한 인간이라면 더더욱 말이야.'


"그런 거겠지."


빵을 씹고 있는 동안 마루카와가 말한다.


'가고 싶지 않았는데.'


아이리가 말했다.


'너에게 남아 있는 건 결국 과거에 종속되어, 다시는 현재나 미래에 되풀이 될 수 없는 것들 뿐. 설령 비슷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이나 시즈카라는 인간이 변해버린 이상 그 사건은 과거와 같은 의미를 가지지 못해...... 과거보다도 의지박약해진 네가 현 시점에 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마루카와가 말했다. 


'나


아이리가 말했다


마루카와가 말했다


아이리가 말했다


마루카와가 말했다


아이리가 말했다


마루카와가 말했다


아이리가 말했다


마루카와가 말했다


아이리가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어머니가,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마루카와가, 아이리가 번갈아가며 말을 했다.











#



옥상의 정경이 익숙해질 즈음 한 학생이 옥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사뿐히 밟고 올라왔다.


"안녕."


그렇게 마나베 마유와 시이나 시즈카는 만났다.



#


마유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옛날에 단 한 번 만났던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없어도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행복한 일이 일어난다면, 노력하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그 말에 멋대로 나는 반해버려서 말이야. 우습지만 그 말대로 살아나가면 어떨까, 싶어서 몇년이고 살아가려고 노력한거야."


너 같은 사람이 좋아한 사람이라면 분명 타고난 선인이겠지. 마음 속으로 시즈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눈 앞을 스쳐지나간 그 순간.


시즈카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 그 흑색 머리카락을 눈으로 쫓고 말았다. 언제나 돌아가고 싶었던 유년기 시절의 내음을 내뿜는, 그 머리카락을.


아카사카 아이리가 마을에 돌아왔다.



#


시즈카는 손가락을 질겅질겅 깨물었다.


'마유가 좋아하는 건 아이리였던 건가. 마유가 내 연적이라니. 안 된다. 빼앗겨버린다. 마유는 좋은 사람이니까, 아이리는 분명 쉽게 넘어가겠지. 아직은 마유에게 마음이 없는 것 같지만 이래서는 시간 문제다. 이런 내가 아이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한 때 떠나가는 그녀를 붙잡지 못했던 내가? 말할 수 없는 죄를 저지른 내가?


아이리를 되찾을 수 없다면 적어도 마유를 붙잡자. 적어도 그녀가 아이리를 향해 떠나갈 수 없도록, 되도 않는 관계를 유지하는게 최선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또 거절당하게 된다면? 마유가 망설임 없이 아이리를 향해 떠나가는 길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마유의 자유이기 때문에 내가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에게 그걸 말릴 권리는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 아이리를 불잡을 수 있지?'



사람에게 호의를 끌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했더라? 시즈카는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이 어떤 말을 남기며 떠나갔는지 떠올린다. 지루한 여자. 생각보다 쿨한 멋이 없어 실망스러운 여자. 하지만 몸하고 얼굴 만은 좋다는 것이, 여자들이 주로 시즈카에게 남긴 평가였다. 시즈카는 그 평가를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는 옷을 벗는다. 축축하게 젖은 속옷을 드러내 젖가슴을 밀어붙이고, 귓가에 살짝 숨을 불어넣고, 뭔가 있어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며 눈을 치켜뜬다.


등에 난 자상이 욱신거렸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상처를 쓰다듬을 때마다 시이나는 아이리의 목소리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그러지 않으면 토혈을 하며 죽어가던 마루카와가 환상 속에서 부상하여 그녀의 정신을 고문했다. 아이리의 손가락에 피가 스며든다.  


"아이리."


'이제 빼앗기고 싶지 않다. 언제나 나를 긍정해주었던 너와 함께라면 분명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그러니까 나는 너를 빼앗길 수 없어. 마유에게는 넘겨줄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시즈카는 미후유에게 계획을 이야기한다. 미후유는 병실이 비어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기적같은 순간이 단 한 번 있다고 시즈카에게 귀띔해준다.


시즈카는 옷을 벗는다. 환자복의 천이 스르륵 땅에 떨어진다. 칭찬을 들은 것이 그것 말고는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 말고는 아이리를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 


-'무조건 마유에게서 너를 빼앗는다. 소꿉친구인 너를.'




#




시즈카는 휠체어 바퀴를 질질 끌어 아이리에게 다가간다.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무겁게 몸을 움직인다.


언제나 짐이 등을 찍어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시즈카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무겁다. 이미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는 것도 한계인 시즈카에게 있어, 과거의 약속과 타인의 사랑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었다. 언제까지 짊어지고 있으면 부리에 돌무리를 매단 새와 같이 추락하고 만다. 그렇기에 가벼워져야했다. 무언가를 포기해 무게를 줄여야했다. 


"이게 나에게 있던 일들. 네가 듣고 싶어했던 내 과거야."


시즈카는 아이리가 무게를 줄여주기를 바란다. 너를 용서한다는 한 마디를 던져준다면, 너를 경멸하지 않는다는 한 마디를 던져준다면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무거움을 모르고 놀이터에서 뛰놀던 초등학교 시절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를 용서해달라고, 과거 나에게 매달렸던 아카사카 아이리가 되어 나를 긍정해달라고, 시즈카는 애원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음화로 완결!













곧 마지막이니 조금 잡설을 늘어놓음




마루카와가 시즈카한테 반한다는 건 복선을 깔아두기는 했다


7화에 나오는 마루카와 애인 외형 묘사하고 12화 시즈카 외형 묘사 문장이 완전히 똑같은 거하고

7화에서 마루카와가 애인을 잊을 수 없다고 적어둔 거하고

이거 말고도 이전 화에서 미후유 시선에서 '살아갈 이유가 없을 마루카와는 뭘 위해 살아가고 있는걸까?' 라고 묘사 됐던 마루카와가 시즈카를 보고 태도를 바꾼거나, 전반적인 묘사나 아니면 작중 계속 사랑은 오토바이에 치이는 것처럼 갑작스러운 것! 이랬던 거나


은근히 깔아 둔 건 많음

그리고 일부러 범행 과정 같은 경우는 좀 엉성하게 짜둠


정말 마루카와가 이겼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이게 더 끝맛이 나쁠 것 같았다


애초에 중딩이랑 대딩이 둘이서 엉성하게 짠 계획이면 이 정도겠지 싶었다


그거랑 별개로 CCTV가 지천에 깔린 현대 배경으로 절대 걸리지 않는 범죄를 짜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미흡한 부분들이 보여서 5000자~10000자 정도는 더 적고 싶은데


체력이 딸려서 적기 힘듬 이거 뭔 20000자여


무튼 개추하고 댓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