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lily/8888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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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일어나 아가씨의 방을 나와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다행히 아가씨의 방을 나와 내 방으로 가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없었다.

 

준비가 끝났을때는 이미 해가 뜨고있었다.

 

평소처럼 아가씨의 아침식사를 만들고 방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아가씨, 아침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으응... 들어와...”

 

끼익-

 

“...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파르가 너무 일찍 일어나는거야...”

 

“벌써 해가 떴습니다. 그리고 오늘 사교모임이 있지 않습니까? 어서 일어나세요.”

 

“.. 오늘이었어..? 나가기 귀찮은데...”

 

“오늘은 가셔야 합니다. 지난번에도 꾀병부려서 안가셨잖아요.”

 

“하지만.. 사교모 임같은곳 가봤자 서로 마음에도 없는말 하면서 친분쌓기 놀이나 하는건데..”

 

“일리아스 후작가에서 주최한 사교모임이에요! 아무리 싫으셔도 이런 중요한 자리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건 실례입니다!”

 

“후작... 파르 네가 나대신 가주면 안돼..?”

 

“이상한말 하시지 마세요! 자, 어서 샌드위치 드시고 외출준비 하시죠.”

 

“알았어..”

 

이후엔 딱히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가씨께선 마차를 타고 사교모임으로 가셨고 나도 아가씨의 배웅을 해드린 뒤 오늘 할 업무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신건 해가 질때쯤이었다.

 

“아가씨, 별일 없으셨습니까?”

 

“...”

 

“아가씨..?”

 

아가씨의 표정이 어두웠다.

 

샤교모임에서 무슨일이 있던걸까?

 

“..아! 미안.. 조금 피곤해서 말이야..”

 

“.. 무슨일이 있었습니까?”

 

“벼..별일 아니야~ 난 잠깐 아버님좀 뵙고올게~ 따라오지 않아도 되니까 먼저 가서 쉬어~”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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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처음으로 아가씨의 명령을 어겼다.

 

몰래 아가씨를 따라가 방 밖에서 아가씨와 백작님의 대화를 엿들었다.

 

“아버님! 이게 어찌된 일이죠?”

 

“무슨일이냐 릴리.”

 

“제가 후작가 차남과 결혼이라뇨! 전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했잖아요!”

 

“그걸 어디서 들었지?”

 

“오늘 후작가 사교모임에 가서 들었습니다. 이미 다른 가문에도 말하신거 같더군요.”

 

“.. 뭐 슬슬 말하려고 했지.”

 

“대체 왜 이런짓을...!”

 

“파르라고 했었나?”

 

“.. 제 메이드의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오는거죠?”

 

“니가 그년과 무슨 관계인지는 다 알고 있다. 겨우 수인 때문에 이런 기회를 걷어 찰 셈이냐? 니가 후작가 도련님과 결혼만 한다면 우리가문의 위상이 더 오를 것이다.”

 

“... 그놈의 신분... 명예.. 이런거 다 필요없..!”

 

“그래, 넌 필요없을지 모르겠지.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니가 결혼하지 않겠다면 그 메이드년을 죽여버리겠다.”

 

“뭐...뭐라고요....?”

 

“하찮은 수인 메이드따위, 갑자기 죽어도 신경 쓸 사람은 없다. 애초에 수인이 메이드인 것 부터가 다른가문 사람들이 알면 경멸할만한 일이다.”

 

“...”

 

“식은 다음주 금요일이다. 괜한짓 하려고 하지말고 한번쯤은 부모에게 효도를 해봐라.”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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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에 돌아왔다.

 

아가씨 께서 결혼.. 이라니...

 

아가씨는.. 그런거 원치 않으셨는데..

 

언젠가는 이런일이 있을줄 알았는데..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가씨를 더 이상 못볼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 아가씨께서 원치않는 결혼을 하시게 된다는 것이 더욱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때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파르~ 자?”

 

“아..아가씨..?”

 

“파르? 무슨일 있어?”

 

“아..아뇨.. 아가씨께선.. 어찌하여 이곳에..?”

 

“음~ 그냥 파르가 보고싶어서 왔지~”

 

“... 아가씨?”

 

“응? 왜그래?”

 

“아까 백작과 대화하신거.. 엿들었습니다.”

 

“...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니깐.”

 

“어째서 거절하지 않으신거죠? 아가씨께서는 이런 결혼따위, 원치 않으시잖아요!!”

 

“...”

 

“어째서 평소같이 백작님에게 말하시지 않으신거에요! 어째서!!”

 

“...”

 

“절 걱정하신 거에요? 그런 협박같은건 허풍일게 분명하잖아요! 그냥 거절하면..!”

 

“파르”

 

“...”

 

“아버님이 그런말을 그냥 하시진 않을거란거, 알잖아.”

 

“그래도.. 그래도...”

 

“괜찮아~ 너는 내가 고용한 메이드니까 후작가에 가게 되더라도 내가 어떻게든 같이 대려갈게~”

 

“그런.. 그런문제가 아니에요...”

 

“네가 수인이라고 해도 내 전속 메이드니까 후작가에서도 별로 불만을 말하수는 없을...”

 

“그 문제가 아니라고요!!!”

 

“파..파르..?”

 

“저.. 저는 아가씨를.. 아가씨를 좋아해요! 사랑한다고요!! 다른사람한테.. 아가씨를 뺏기는건.... 싫다고요.....”

 

“파르....”

 

아가씨께서 나를 끌어안으며 말씀하셨다.

 

“응, 알고있어. 네가 나를 좋아하는건~”

 

“그런데..그런데 어째서..”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거든~ 네 진심이 어느정도인지.”

 

“심술쟁이... 그러면 내일 결혼은 다시 거절하러...”

 

“아니? 안그럴건데?”

 

“네? 그게 무슨 소리...”

 

“내일이면 우리는 이 저택에 없을텐데 어떻게 말하게~”

 

“네?”

 

“파르, 우리 도망치자.”

 

“도..도망치자니 그게무슨..!”

 

“내가 가지고있는 목걸이랑 팔찌같은걸 팔면 돈좀 될거야~ 그걸로 어디 먼곳에 가서 둘이서 살자!”

 

“...진심이세요?”

 

“응.”

 

“... 아마도, 아니.. 분명 힘들거에요.”

 

“응.”

 

“귀족일때가 그리워 질지도 몰라요.”

 

“응.”

 

“...그때가서 후회해도 늦어요.”

 

“음~ 후회는 안할거야~ 파르랑 같이 있으면 어떻게 살든 행복할게 분명한걸?”

 

“정말.. 언제나 제 상상을 뛰어넘네요..”

 

“자! 그러면 지금 바로 준비하자!”

 

“네 알겠습.. 아가씨? 어째서 제 옷장을 여시는거죠?”

 

“응? 내 옷은 전부 드레스밖에 없어서 눈에띈단 말이야~ 파르~ 네 옷좀 빌릴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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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끝났지?”

 

“네, 아가씨.”

 

“그나저나 경비는 어떻게 따돌린담..”

 

“그거라면 제가 아는길이 있습니다.”

 

“응?”

 

“평소 사모님께서 시간을 보내시는 저택 뒤 정원 담벼락에 개구멍이 하나 있으니 그곳으로 나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오! 역시 파르야~ 그러면 어서 거기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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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입니다.”

 

“흐음~ 수풀뒤에 숨어있는 개구멍이라니, 진짜 사랑의 도피를 하는 느낌이 팍팍 나는걸~”

 

“ 자 그러면 아가씨 먼저..”

 

“.. 릴리 여기서 뭐하니?”

 

뒤에서 들린 것은 사모님의 목소리 였다.

 

“어머니...? 어째서 여기에..”

 

“산책을 하고 있었단다, 릴리? 방금 사랑의 도피라고 말한거니?”

 

“... 절 방해하지 마세..”

 

“잘 가렴 내딸.”

 

“네..?”

 

“네가 가겠다는데 내가 어찌 말릴수 있겠니~ 날이 밝기전에 어서 가렴~”

 

“어..어째서 그렇게 쉽게 보내주는거죠..?”

 

“... 이 어미도 너처럼 하녀와 사랑에 빠진적이 있었단다. 하지만 그것을 아버님에게 들켰고 그 아이는...”

 

“...”

 

“그러니까, 나처럼 되기전에 어서 도망치렴~”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어머니.”

 

아가씨께서는 말이 끝나자마자 개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내가 밖으로 나가려 하자 사모님께서 말하셨다.

 

“파르, 릴리를 잘 부탁한다.”

 

“..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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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아버님도 우릴 찾지 못할거야.”

 

우린 1주일동안 마차를 타고 어느 시골영지로 오게되었다.

 

“여기가 사모님의 고향인가요?”

 

“응,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오게될줄은 몰랐네.”

 

“일단 이곳에서 정착하려면 집부터 알아봐야..”

 

“아! 그거라면 옛날에 어머니네게 들은게 있어! 따라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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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를 따라 마을 옆 숲길을 20분정도 걸었다.

 

“분명 이쪽길이 맞을텐데... 아 찾았다!”

 

“저건.. 이런 숲속에 집이..?”

 

“어머님이 어릴적 자주 놀았던 곳이레~ 여기면 괜찮을거야~”

 

“여기서 아가씨와 저의 새로운 샐활이 시작되는 거군요.”

 

“.. 저기 파르~”

 

“네?”

 

“이제 날 아가씨가 아니라 이름으로 불러줘~”

 

“이.. 이름으로..요..?”

 

“응~ 이제 귀족도 아니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저택에서 살던때보다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도 아가씨.. 아니 릴리와 함께할수 있다.

 

“자! 어서 들어가서 확인해보자!”

 

“앗! 뛰면 위험합니다 릴리!”

 

릴리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분명 앞으로도 좋은일이 가득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