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쓰인 로마자 표기는 https://arca.live/b/liteuis/23456700 참고



1. 종류


중세 국어에는 총 3개의 성조가 있음. (세종은 4개로 서술했지만, 현대 학자들은 이를 세종이 중국어의 성조 개념을 빌려 설명한 것으로 봄)

평성(平聲): 낮은 소리 (기호: L 또는 `)

거성(去聲): 높은 소리 (기호: H 또는 ´)

상성(上聲): 올라가는 소리 (기호: R 또는 ˇ)


한글로 쓸 때는 거성은 왼쪽에 점 하나(예: 아〮), 상성은 왼쪽에 점 둘(예:  아〯)을 붙임.

(예시의 한글 성조 표기는 폰트 설정에 따라 안 보일 수 있음)


여기까지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도 배우는 내용이고, 여기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중세 국어에서 상성(上聲)으로 나타나는 한 음절(한글로 한 글자) 단어들이 고대 국어나 같은 시기의 중세 국어 글에서 두 음절(한글로 두 글자)로 표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


한 음절 - 두 음절 (뜻)

둘〯 twǔl - 두울〮 twùwúl (숫자 2)

개〯 kǎy - 가히〮 kàhí (동물 개)


특히 두 음절 형태인 단어가 전부 처음이 평성(낮은 소리), 마지막이 거성(높은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에 따라 학자들 중 아예 중세 국어의 상성(올라가는 소리) 자체가 별개의 성조가 아니라 평성(낮은 소리)와 거성(높은 소리)의 결합이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음. 이에 따르면  중세 국어의 성조는 낮은 소리, 높은 소리 단 2개가 됨.


정리하자면

중세 국어의 성조: 낮은 소리(L), 높은 소리(H) 2개. 올라가는 소리(R)은 낮은 소리와 높은 소리의 결합(LH)

이하 서술에서는 이 견해를 따르겠음.



2. 기본 규칙


중세 국어의 아주 기본적인 규칙들인데, 이 특징 때문에 중세 국어의 '성조'를 중국어의 성조 같은 개념이 아닌, '고저 악센트'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많음.


1) 한 어절 안에서, 처음 나타나는 높은 소리(H) 또는 올라가는 소리(LH) 뒤로는 전부 높낮이가 일정하게 고정된다.

(일정하게 고정돼서 '어떻게' 높낮이가 설정되는 지는 바로 다음에 설명)


뭔 소리인지 예시를 보며 알아보자.

중세 국어의 '며느리'라는 단어는 '며'가 낮은 소리(L), '느'가 높은 소리(H)임. 그러면 '느' 다음에 오는 애들이 어떤 높낮이를 가졌는지는 성조 표기를 안 봐도, 일정한 규칙이 있어서 알 수 있다는 거임. 이 단어에 '며느리를', '며느리는'...처럼 조사가 붙어도 그 조사를 포함해서 우리는 '느' 다음 높낮이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음.


근데 이거 잘 보면, 처음 나타나는 높은 소리(H)나 처음 나타나는 올라가는 소리(LH) 뒤라는 게 결국 처음 나타나는 H 뒤라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정리하면, 한 어절 안에서 처음 나타나는 높은 소리(H) 뒤로는 전부 높낮이가 일정하게 고정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음.


2) 거성불연삼 (거성은 세 번 이상 연속해서 오지 않는다)

한 어절 안에서 처음 나타나는 높은 소리(H) 뒤의 높낮이는 다음과 같음:


높은 소리 다음 음절의 개수

1개: ~H | H

2개: ~H | L-H

3개: ~H | H-L-H

4개: ~H | L-H-L-H

(H: 높은 소리, L: 낮은 소리)


보면 알겠지만, 마지막은 높은 소리(H)이면서, 거성(높은소리, H)가 세 번 이상 연속되지 않도록 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음.


아까 예시로 들었던 '며느리'를 보면, '느'가 처음 나타나는 높은 소리(H)고, 그 다음 음절은 1개('리')이니, 다음은 반드시 높은 소리(H)라는 것임. 즉, '며느리'는 'L-H-H'(myènúlí)로 나타남. 

여기에 조사를 붙인 '며느리를'도 마찬가지임. '느' 다음 음절이 2개('리를')이니, 다음은 반드시 낮은 소리 - 높은 소리(L-H)가 되어, '며느리를'은 'L-H-L-H'(myènúlìlúl)로 나타남.


3) 모음이 합쳐지면 낮은 소리 + 높은 소리 = 올라가는 소리

모음 둘이 합쳐져 하나가 될 때의 규칙


바로 그냥 예시를 보면, 부처를 뜻하는 '부텨'에는 높은 소리(H)가 없음(L-L). 여기에 서술격 조사 '이라'(현대 국어의 '~이다')를 붙여 보자. 


중세 국어에서 조사나 어미들은, 자기 앞에 높은 소리가 없으면 자기가 높은 소리가 되는 애들이 있고, 서술격 조사 '이라'도 이 중 하나임. 그럼, 높은 소리가 없는 '부텨'(L-L)에다가 '이라'를 붙이면 '부텨이라'(L-L-H-?)가 되겠지? 그리고 높은 소리 다음에 음절이 하나니까 높낮이는 L-L-H-H로 결정될 거고(pwùthyèílá). 하지만, '텨'와 '이'가 합쳐져서 실제로는 '부톄라'(L-LH-H, pwùthyěylá)로 나타난다는 것임.


조금 더 복잡한 걸 보자. '누의'(현대 국어의 '누이')도 마찬가지로 높은 소리가 없는 명사임(L-L, nwùùy). 여기에 자기 앞에 높은 소리가 없으면 자기가 높은 소리가 되는 애들 중 하나인 주격 조사 '이'(중세 국어에 주격 조사 '가'는 없었음)를 붙이면, '누의이'(L-L-H, nwùùyí)가 되겠지? 그런데 '의'와 '이'가 결합해서 올라가는 소리인 '의'가 되어 '누의'(L-LH, nwùǔy)가 됨. 이게 재밌는 게, '누의'(L-L, nwùùy, 누이)하고 '누의'(L-LH, nwùǔy, 누이가)가 자모음은 다 똑같고 성조로만 이게 원형인지 주격인지 구분된다는 거임.



연습 문제:

주어진 단어를 가지고 뜻에 맞게 중세 국어로 작문하고, 올바른 성조를 붙이시오.

뜻: 사람이 부처이고, 부처가 사람이다.

부텨 (높은 소리 없음)

사ᄅᆞᆷ ('사'가 올라가는 소리)

~이오 ('이라'의 활용형, '~이고')

답: 사〯ᄅᆞ미〮부톄〯오〮부톄〯사〯ᄅᆞ〮미라〮 (sǎlòmí pwùthyěyGwó, pwùthyěy sǎlómìl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