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여기로 너를 불렀는지 알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해?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네. 정말로 자신의 행동에 전혀 자각이 없어? 베디, 너 지금의 베디가 된 지 얼마나 되었어?  꽤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되고, 적은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될거야. 그런데 이게 뭐야? 그 행동들은 대체 뭐야?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돼? 상태가 심각해. 일단 지난주만이라도 떠올려 봐, 베디. 지난주 수요일부터 생각해 봐. 지난주 수요일에 에단씨를 만났어? 만났지? 만나서 무엇을 했어? 왜 말을 못 해? 왜 우물쭈물해?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설마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거야? 얼굴이 붉어진 채로 방을 나서면서 어디 가느냐고 물으면 “잠깐 볼일이 있어요 공주님.”이라고만 하고, 나나 모르가나님이 다른 이유를 알아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 돌아올 때마다 에단씨의 향기가 배어 나오는데, 선물 같은 걸 기뻐하며 바라보고 있길래 누가 줬냐고 물으면 “주웠어요.”고 하는데, 그걸 우리가 그대로 믿을 거라 생각했어? 베디, 지금의 베디가 되기 전에는 어떤 상태였어? 나와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너는 자신을 뭐라고 소개했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고 능력이 이 지경이 된거야? 세계수가 베디를 베디로 만들 때 뭔가를 건드렸어? 아니면 원래 이 정도로 음란했던 거야? 어쨌든 이 이야기는 일단 넘기도록 하자.
그래, 지난주 목요일은 어떨까? 에단씨를 만나러 갔지? 거짓말할 생각은 마. 시장에 잠깐 먹을 걸 사러 갔다고 했지. 혼자였어? 아니지? 에단씨와 함께 있지 않았어? 같이 있지 않았다고? 당황하는구나. 분명 지난주 목요일에 너가 직접 “에단님께서 이런저런 먹을 것을 사주셨어요.”라고 말했었어. 기억 안 나?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어.
다음은 지난주 금요일이야. 지난주 금요일에는 저녁 늦게까지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지. 무슨 일이 있었어? 눈 돌리지 마. 늦은 밤에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 표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 세계수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암컷 같은 얼굴을 그렇게 잘 구현했을까 감탄했어. 바로 들어와서 샤워하러 갔지? 거기서 뭘 했어? 대답 안 해도 돼. 부족했겠지. 그래서 토요일 오전과 일요일 오후 내내 방에 없던 거 아니야? 우리가 걱정 돼서 모르가나님이 에단씨에게 리아씨를 통해 연락을 보냈어. 베디를 봤냐고. 분명 그 연락을 같이 듣고 있었겠지? 에단씨에게 장착된 상태로 말이야. 평소의 에단씨답지 않게 연락이 늦었어. 네가 관여 했겠지. 에단씨도 당황했을거야. 베디, 너는 에단씨를 곤란하게 만들었어.
특히 일요일에는 얼마나 해댔던거야? 돌아오자마자 피곤하다며 바로 쓰러지더니, 그 뺨이 계속 붉게 물들어 있었던 거, 알아? 그저께, 그러니까 이번 주 월요일은 베디의 불침번 당번이었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너무 뻔하지만, 할 말이 많으니 그저 그렇다고 넘길게. 불침번 당번 날이었으니까.
그런데 어제는 왜 방으로 갔어? 거짓말 할 생각 마. 좋은 일은 아니지만 에단씨를 향한 눈과 귀는 많고,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나와 그쪽 사람들은 아는 사이야. 에단님께 감사의 뜻을 전하러 갔다… 인가. 무엇이 감사했어? 여러모로 도와주신 일에 감사했다고? 그건 맞는 말입니다. 나 엘리자베스도 에단씨에게는 늘 감사하고 있어. 그런데 일하고 계신 에단씨에게 성행위를 하는 것이 정말 감사의 의미만 담긴 거야? 오히려 업무를 방해한 것 아니야?
또, 에단씨가 오늘 왕성에 출장 간다는 사실은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우리는 몰랐어. 아침부터 베디만 방 밖으로 나갔고, 내가 시장을 지나다 에단씨가 왕성으로 가려고 하고, 베디가 따라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알았어. 내가 베디를 어디서 붙잡았어? 에단씨와 함께 왕성으로 출발하려는 마차에 타려고 하는 순간에 데려왔어. 에단씨는 어색한 표정이셨고, 네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어. 뭘 할 계획이었어?
베디, 나는 네가 에단씨를 좋아하는 걸 나무라는 게 아니야. 나 엘리자베스도 에단씨를 좋아해. 에단씨가 가까이 있으면 나도 이상한 기분이 들고 행복해져. 에단씨를 좋아하는 다른 기사들도 많을 거야. 그중에는 음란한 이야기책에나 나올 법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아. 너도 그럴 수 있어. 그 행위 자체를 나무라는 게 아니야. 문제는 빈도야.
베디, 네가 베디가 된 이후 지금까지, 거의 절반 이상의 날 동안 에단씨와 성행위를 했어. 이건 아발론 역사상 유례가 없어. 대체 너에게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 에단씨에 대한 그 마음은 어떻게 갖게 된 거야? 나를 수호할 때 관찰하면서? 내가 에단씨를 좋아하는 마음을 같이 느꼈어? 그런데 나는 에단씨와 있으면 행복하지만, 에단씨와 항상 성행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생긴 적은 없어. 혹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네가 가져간거야? 베디 너는 내게서 욕망만 모아서 가져간거야?
책에서 봤어. 천재 마법사가 타인의 욕망을 뜯어내 자신에게 이식하는 이야기를. 너도 그런 존재야?
베디, 내 눈을 봐. 울지 마. 울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야. 자, 내 눈을 똑바로 봐.
예전에는 네가 나보고 왕국을 지키기 위해 태어났다고 했어. 나는 그러기 위해 태어났다고 했지. 나는 왕위를 계승하려고 노력했어. 에단씨와, 모두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했기 때문에. 그런데 이제 입장이 뒤바뀔 것 같아. 네가 나를 말릴 것 같아. 그 이유도 분명 에단씨 때문이겠지. 아니, 에단씨의 ‘그것’ 때문이겠지.
베디, 너는 좀 더 처신을 바로잡아야 해. 내가 대표로 나서서 말하는 거야. 모르가나님과 멀린, 케이도 네 행동을 알고 있고 걱정하고 있어. 그래서 이야기를 나눈 끝에 네게 직접 말하기로 했어.
그거 알아? 무서운 원탁에서도 슬슬 네 행동에 의구심을 표하기 시작했어. 그걸 우리가 막아주고 있던 거야. 알아? 아까도 말했지만 에단씨를 보고 듣는 사람이 많아. 거기엔 다른 지역의 기사들도 있어.
베디, 너와 나는 브리타니아 왕국 궁정의 기사와 공주야. 우리는 브리타니아 왕국의 영광의 상징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네가 계속 그렇게 행동하면… 우리는 브리타니아 왕국의 발정의 상징이 되어버릴지도 몰라.
알아듣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