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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yandere/20148584

1편




 2023년. 휴대폰이 맛이 간게 아니라면 난 2년씩이나 시간여행을 해버린 셈이 됐다.


"일단 앉아봐. 핸드폰 좀 그만보고."


 계속 어버버거리는 내게 그녀가 말했다. 아직도 휴대폰 화면을 이리저리 눌러대며 얼타는 내가 못마땅한지 여전히 문틈 사이로 고개를 뒤로 젖힌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방 밖으로 나와보니 내가 살던 집이 아닌 누가 혼자 자취할 것 같은 적당한 크기의 투룸이 나왔다. 혼란스런 머릿속을 정리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뭔가 내 방하고 비슷하게 생겨먹은 아까의 방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있었다. 그제서야 난 여기가 내 집이 아닌 다른 누군가, 그녀 말대로 그녀의 집임을 실감했다.

 조용히 식탁 한 자리에 그녀가 앉자 나도 쭈뻣거리며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식탁은 그리 크지 않아 세 뼘 정도 되는 거리를 둔 채 그녀와 마주하였다. 팔짱을 끼고 날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나도 모르게 눈을 다른 쪽으로 피해버렸다.


"적어도 이쪽을 보면서 대화했음 좋겠는데."


"..."


 다시 그녀가 팔짱을 낀채 말하자 난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다시 그녀 쪽으로 향했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눈빛이 날 향하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니깐 니 말은 넌 분명 어제 혼자 술마시다 잤는데 눈 떠보니 여기 내 집에서 나와 끌어안고 있었고, 또 엄마 전화 받아보니 자기가 군대 전역했다하고."


"네..."


"그리고 핸드폰 봐보니 난 분명 2021년에 있었는데 갑자기 2년뒤로 시간여행해서 2023년에 있었다?"


"..."


 그녀가 상황을 정리해 내게 묻자 난 또다시 시선을 돌려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선 돌리지 말랬지."


"네..."


 다시 시선을 그녀 쪽으로 향했다.


"야."


"너 나 놀리려는 거 아냐?"


"아니에요 정말로..."


"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네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근데 어쩌라고 사실인데...

 속으로만 그녀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되뇌인채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계속 바라보기 부담스런 눈빛이다.


"저 근데..."


"말해봐."


"그, 누나 정말...제 여친 맞아요?"


"뭐?"


 이런. 괜히 물어봤나. 그녀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안그래도 계속 보기 부담스런 눈빛이 더더욱 부담스럽게 변해버렸다.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아, 아니 지금 도저히 정신을 못차리겠어서...애초에 나한테 여친이라니..."


"하아..."


 그녀가 한숨을 쉬더니 다시 팔짱을 낀채 날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내 이름은 기억하지?"


"네...서지현..."


"다행이네. 기억이 죄다 날아 갔다길래 아까 알려준 것도 까먹은 줄 알았는데."


"..."


"군대에서 대체 뭔 일이 있었던거야?"


 알 수가 있어야죠. 저도 궁금합니다 진짜. 아니 것보다 군대라니? 지금 나도 모르게 나 군대 갔다오고 전역한건가?


"하아...일단 씻어. 냄새나니깐."


"아, 네..."


 그러고보니 몸이 되게 찝찝했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저..."


"또 왜?"


"그, 아까 절 알몸으로...끌어안고 계셨잖아요..."


"...계속 말해봐."


"그, 어제..."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말해."


 그녀의 볼이 살짝 붉어지더니 조금 목소릴 높였다.


"어제 그렇게 해댔다는 건 설마..."


"..."


 잠시뒤 그녀가 두 볼을 화악 붉히더니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말했다.


"야, 야! 그, 넌 기억 안나겠지만, 우린 연인...연인 사이니깐 그런 건 당연한 거 아냐?"


"아, 네..."


 왠지 계속 말하게 하면 저대로 폭발할 것 같았다. 실은 이쪽도 부끄러워서 당장 달아나고 싶을 지경인데. 갑자기 깨어나보니 처음보는 여성과 알몸으로 끌어안고 있었고 어젯밤에 그렇게 해댔다니...

 일단 자세한 건 머리 좀 식히고 그녀 말대로 씻고나서 물어봐야겠다. 아니 근데 내 집도 아닌데 맘대로 샤워실 써도 되나?


"...됐고 빨랑 씻으러 가자."


"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도 따라서 일어났다. 투룸이라 그런지 화장실은 그래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처음보는 여성의 집에서 화장실 찾으러 해맸으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니 다행이다.

 그렇게 천천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는 순간...


"그, 아니, 왜 같이 들어오는 거에요?!"


"어?"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화장실 안으로 뒤따라와 옷을 하나씩 벗고 있었다.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 걸 겨우 지탱해냈다.


"아니, 우린 항상 같이 씻었으니깐..."


"예?"


"기억안나?"


 안나는데요. 애초에 어떤 변태가 매일 같이 샤워실 안에서 알몸으로 같이 씻어요?


"...싫어?"


"그...싫은 건 아니고, 저기, 부담스럽다고 해야되나? 그래도 같이 씻는 건 좀..."


"하. 그래 먼저 씻어."


 그녀가 왠지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조용히 화장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샴푸는 저기 선반 위에 있으니깐 그거 쓰고."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화장실 문을 닫았다.


 세찬 물줄기가 닿자 겨우 혼란스런 마음이 정리가 됐다. 그래 상황정리를 해보자. 난 분명 어제 내 집에서 혼자 맥주 3캔을 마시다 내 방 침대에 기어들어가 골아떨어졌고, 눈을 떠보니 처음보는 그녀의 집에서 그녀의 침대위에 알몸으로 그녀와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 말론 자기가 내 여친이란다. 그리고 처음보는 휴대폰에 전화가 왔는데 그녀가 받아보니 엄마였고, 엄마 말론 내가 군대에서 전역했다고 한다. 그리곤 그녀가 그 휴대폰은 내꺼라고 말하며 줬더니 내 지문으로 잠금화면이 풀리고 달력에는 오늘이 2023년이라 나오고...

 시팔 이게 뭐야. 정리를 하면 할 수록 머릿 속이 더욱 어지러워지는 느낌이다. 대체 이게 뭔 상황이지? 아니 나도 모르게 난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었고 군대를 갔다와서 전역을 했다? 대체 뭔 상황인데 이게.

 게다가 저 여잔 대체 누구야? 내 여친맞아? 누나라고 하는거 보니 나보다 나이는 많아보이고 또 어제는 나랑 질펀하게...해댔다하고... 애초에 나한테 저런 여자친구가 생겨? 보니깐 내 취향이긴한데...적당한 숏컷에 쿨하고 또 은근 예쁘고...아니 지금 뭔 소리하는거야.

 겨우 진정됐던 마음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근데 지금 몇시지? 휴대폰엔 8시라 나왔던데...새벽3시에 잤는데 5시간밖에 안잔건가? 아니지 그녀 말대로라면 난 갑자기 미래로 간거니깐 더 오래 잤을 수도... 아니야 또 그녀 말대로라면 난 친구와 술퍼마시다 그녀 집으로 와 그녀와 질펀하게 한 판...뜬거니깐 어쩌면 5시간 보다 덜 잔거일 수도 있다. 그러고보니 몸이 왠지 피곤하긴 하다. 아까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피곤하단 것도 못 알아차린건가.




"..."


 아무래도 기억이 날아간건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세찬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렇게 정신없어 하며 말까지 더듬다니. 대체 얼마만에 보는 모습이지? 오랜만에 현우의 저런 모습을 보니 귀엽단 생각이 들며 웃음이 나왔다. 

 물줄기 소릴 뒤로 한채 조용히 식탁위에 놓여진 현우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예전같았음 샤워할 때 휴대폰도 같이 들고갔을텐데.




 샤워를 마치고 나와보니 그녀가 속옷차림으로 날 맞이해 주었다.


"히이익...!!! 왜 벗고계신 거에요!"


"난 샤워안해?"


"아니, 그렇긴한데..."


"예전에는 그냥 서로 벗고다녔는데."


"아니 진짜 그랬다고요?"


"됐어. 나 씻게 빨리 나와."


"아, 네, 네..."


 재빠르게 화장실에서 나오자 그녀가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좀 있다 세찬 물줄기 소리가 들리자 난 화장실에서 떨어져 다시 식탁위에 앉았다. 겨우 진정됐던 마음이 다시 복잡하게 얽혀들어갔다.


"대체 뭐야 저 사람..."


 위이잉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바라보니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내 휴대폰...내께 맞는진 의심스럽긴 하지만 천천히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익숙한 이름이 적혀있었다.


 '강현'


 ...강현? 중학생 때 만난 내 절친. 내 기억이 맞다면, 죄다 날아가버려서 기억이 의미있긴 한 건가 싶지만 암튼 분명 자동차면허 딴다고 깝치던 그 새끼. 얘가 갑자기 왜 전활 걸지? 아니 것보다 얘한테 전화 걸려오는거보면 내 휴대폰이 맞긴한가보다...


"...여보세요?"


"어이 클라우드 템플러. 어젠 잘들어갔냐? 새끼 군대 전역했다고 울면서 퍼마시더니."


"어, 어? 어...그래 잘 들어갔지..."


 클라우드 템플러. 어떤 쓰레기 해설가와 이름이 같아 강현이 주로 부르던 내 별명이었다. 내 별명 아는거 보면 강현 맞네...


"새끼 목소리 왜 그래? 그렇게 퍼 마시더니 정신이 나가버린거냐?"


"하하...정신이 나간 것 같긴 하다..."


"그렇게 적당이 좀 퍼마시지 그랬냐 병신."


"아니, 지금 내가 군대 갔다온게 맞냐?"


 그러자 강현이 웃으면서 말했다.


"막 전역하더니 아직도 실감이 안나냐? 너 전역했어 임마. 그리고 난 곧 입대하고 씨팔..."


"아..."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져나왔다.


"암튼 오늘도 한 잔 조지러 가야지?"


"아니...미안한데 오늘은 좀..."


"나 입대한다고."


"마시러가야지."


 왠지 그 처절한 목소리에서 동정심을 느껴버려 술자리 약속을 잡아버리고 말았다.


"그래 그렇게 나와 줘야지. 오늘 저녁에 부를거니깐 빨랑 술깨고 있어라."


"어, 어..."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래도 강현 이새끼까지 이러는거 보면 갑자기 2년뒤로 와버린게 현실이 맞는거 같다.

 다시 겨우겨우 정리하던 혼란스런 머릿 속에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래. 이따 저녁에 이새끼 만나면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좀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갈 채비를 하였다. 말없이 나가버리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녀가 샤워를 마치기까지 기다렸는데...


"...야 어디가."


 곧 샤워를 마친 그녀가 속옷차림으로 나오자 내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집에 가려고..."


"아직 얘기 안끝났는데 가긴 어딜가?"


"그, 엄마가 부르기도 하고..."


"...하, 알겠어. 데려다 줄 테니깐 기다리고 있어봐."


 그녀가 한숨을 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니 데려다 주실 필요는..."


"너 니 집 가는 길은 알아?"


"...아뇨."


"그럼 잠자코 기다리고 있어."


"네..."


 지도앱을 쓰면되긴 했지만 왠지 그 말을 꺼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곧이어 그녀가 옷을 다 차려입자 나한테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어, 저기 잠깐..."


"왜? 우린 연인 사이라고. 넌 기억 다 까먹은 것 같지만 우리가 연인사이인건 변하지 않잖아 안그래? 손 잡는 것 정돈 당연한거 아니야?"


"아니 그렇긴 한데..."


"그럼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결국 그렇게 그녀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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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더 길게 쓰려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이정도까지 씀

3편은 더 길게 쓸거니깐 암튼 직무유기아님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