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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가 토로한 본심, 얀붕이는 그것이 우스웠어


얀붕이는 성녀에게 단호하게 말했어, 당신들만으로는 그 악마를 결코 죽이지 못한다고


그건 그저 허세가 아니였어, 그 용을 닮은 악마는 바로 탐식의 악마


곧 지상의 모든것을 먹어치우며 그 힘을 키워나가겠지


성검없이는 결코 그 악마를 해치울 수 없었어


성녀 역시 그 말에 반박하지는 못했지,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듯 했지만, 


성녀는 결국 물러났어, 


한때나마 주군으로서 그녀가 항상 한없이 커보였는데, 지금의 그녀는 작고 초라해보였지     


성녀가 떠나고 얀붕이는 그녀의 말을 곱씹어보았어


이제와서 죽지 말아달라고? 이미 자신은 그 날부터 죽어있었던 상태였어


성녀라는 직책을 가졌지만 그녀는 정말 이기적인 여자였어


죄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게 아니라 죄를 사면받고 싶은 것 뿐이잖아 


분노해서 그녀를 때리고 욕하면 이 분이 조금은 풀릴까?


아니지, 저 여자는 그것조차 속죄로 여기고 오히려 기쁘게 받아드리겠지


그건 안돼,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야


버려진 자의 슬픔을 당신도 조금은 맛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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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준동, 교도국 동부지역의 황폐화


한때 도망쳤던 탐식의 악마는 모든 인간과 가축을 먹어치우며교도국의 수도로 진격해오고 있었어


드디어 얀붕이가 움직여야 할 때가 온거야


망설임없이 성검을 들고 출전하려는 얀붕이의 앞을 가로막는 자가 있었어


그녀는 기사단장, 대공녀였지


지금껏 감히 얀붕이를 마주할 수 없었기에 그를 계속 피해다녔지만,


이번만큼은 피해서는 안됬어


지금 그를 붙잡지 않는다면 다시는 그 얼굴을 보지 못할것 같았어


얀붕이의 무고함이 입증된 그 날 이후로, 대공녀는 끊임없이 후회하면서도 


가슴속 한편으로는 얀붕이와 다시 재결합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숨기고 있었어


그가 자신을 욕하고 저주해도 좋았어


자신이 했던 것처럼 따귀를 때리고 채찍으로 내리쳐도 좋았어


그저 다시한번 그의 옆에 설수 있다면


다시한번 그 작은 손을 맞잡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것도 감내할 수 있었어


자신을 가로막는 대공녀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얀붕이


당장 비키지 않는다면 힘으로라도 제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


하지만 대공녀는 굳게 자리를 지킬 뿐이였지


결국 시작된 전투, 기사단장인 대공녀는 결코 그 실력인 녹록치 않았어


그녀는 교도국에서 누구나 최고라고 인정하는 성기사,


용사의 검이라도 그녀를 쉽게  꺽을 수는 없었어


오히려 기본기는 그녀가 얀붕이보다도 위에 있었지


하지만 얀붕이는 용사의 힘을 쓰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어


수명을 대가로 사용되는 압도적인 파상공세들,


결국 대공녀의 검을 부숴버릴때가지 압도적으로 밀어붙이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어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대공녀를 얀붕이는 그 어떠한 말도 건내지 않고 그저 지나쳤지


멀어져가는 얀붕이에게 달려와 뒤에서 껴안는 대공녀


이제는 그 어떤 방법이건 상관없었어


기사단장으로서의 체면, 대공가의 후계자로서의 위신, 그딴건 이제 아무래도 좋았어


얀붕이의 앞에 무릎꿇고 그의 다리에 매달려, 새카맣게 타버린 후회와 회한의 눈물을 흘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너의 결백을 믿지못해서 미안해


너를 때리고 아프게해서  미안해


절망에 빠진 너를 비웃고 모욕해서 미안해


아무것도 모르고 네 약을 버려서 미안해


나는 쓰레기야, 너의 마음을 짖밟고 아프게 했어


하지만 그럼에도 난 너가 필요해


너가 없는 세상따위는 난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어


어떤식으로든 너가 항상 있어줄 거라 생각했어


이런식으로 모든걸 끝내고 싶지않아


그러니 제발 저한테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울먹이는 대공녀를 가만히 쳐다보는 얀붕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넌저히 물어봤어


한가지 물어볼께요,


당신을 용서한다면,


당신을 제가 다시 받아준다면,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있던지, 나를 알아볼 수 있고


또한 나를 변함없이 사랑해 줄 수 있나요?


설령 악마의 자식이 아니라 악마 그 자체라고 해도?


이건 그저 이유없이 물어보는게 아니예요


연인간의 애정확인 같은게 절대 아니예요


신중하게 대답해주세요, 당신의 영혼을 걸고서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부디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다고 당신을 결코 원망하지 않을꺼니까


대공녀는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


신께 맹세할께, 너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찾아내겠어


설령 그것이 아무리 추악한 모습이라 해도, 영원토록 너만을 사랑하겠어


정말 이런 나라도 용서해 주는거야?


너를 고통스럽게 만든 나를?


질문의 형태였지만 그것은 확언을 받아내기 위함이였지


네, 좋아요. 용서해 드릴께요


악마를 죽이고 오면 예전에 못다한 결혼을 함께 준비해요


수명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요, 생각해놓은 방법이 하나 있으니까


저는....... 어떤형태로든 당신에게로 반드시 돌아올꺼예요.


대공녀에게 살짝 입을 맞추며 용서를 확인시켜주는 얀붕이


그저 얀붕이에게 용서를 받았다는 기쁨에 젖은 대공녀는 그저 행복한 미래만을 그리며 얀붕이의 말을 까맣게 잊고 말았어


그리고 그것은 더욱 큰 비극의 시작이였지


홀로 악마를 찾아 사라진 얀붕이.


얀붕이가 떠나고 보름후, 신전은 발칵 뒤집어졌어


그 이유는 세가지였지


하나는 주인을 잃고 다시 신전의 성좌로 돌아온 성검때문이였고,


또 하나는 대공녀의 손에 나타난 성흔때문이였지


마지막으로는 무섭도록 빠르게 교도국의 수도로 날아서 오고 있는 악마때문이였어


새로운 용사의 탄생,그렇다면


이전의 용사는 과연 어떻게 되어버린걸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용사에게 큰 변고가 닥친것은 분명했어


이미 모두가 악마와의 싸움에서 패배해 죽임을 당했다 여기고 있었지


하지만 교도국의 사제들은 이미 '전 용사'따위에게는 관심이 없었지


이제는 대공가의 막강한 힘에 용사라는 호칭까지 거머쥔 새로운 용사, 


대공녀에게 손을 싹싹 비비며 앞으로 이루어질 권력이동에서 떨어질 콩고물을 탐하느라 바빴지


하지만 정작 용사가 된 대공녀는 그런 타락한 사제들을 직접 검으로 베어버렸어


흉흉한 기세의 대공녀에 겁먹고 감히 항의조차 할 수 없었지


지금 대공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직하나, 


얀붕이를 해친 악마를 조각조각 도륙내 그의 원수를 값는 것 뿐이였지


'돌아오겠다고 했잖아, 그래서 보내줬던건데


어째서 약속을 지켜주지 않은거야..............!!'


이미 그녀에게는 이전과 같은 삶의 의지가 없었어


그저 복수를 다하고 얀붕이의 시체를 찾으면 그 이상 이세상에 미련은 없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는 그녀를 찾아왔지


용을 닮은 거대한 몸뚱이를 들고 하늘에서 부터 내려온 악마


신앙심 깊은 사제들과 성기사들조차 악마의 위세에 겁에 질려 감히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하지만 악마는 마치 양인듯 마냥 온순하게 자리만을 지킬 뿐이였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이 말이야


덕분에 겁먹기만 했던 교도국의 사람들도 얌전한 악마에 의아함을 가지고, 


나중에는 호기심에 직접 악마를 보러 오기까지 했지


하지만 그런건 대공녀와 성녀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 그저 남은것은 잔혹한 복수뿐        


신의 사도로서의 마음가짐따윈 온데간데 찾아볼 수 없고 그저 광기어린 증오심만이 가득했지


최상의 몸 상태로 펼치는 용사의 참격과 성녀의 신성마법이 무수히 쏟아지며 악마를 서서히 죽여갔어


서서히 최고의 고통을 줘서 죽이겠다는듯이 일부러 급소를 노리지 않고 가장 고통스러워 할 방법으로 아주 천천히 말이야 


하지만 마치 죄를 받아드리겠다는 마냥, 악마는 그저 반항하지 않고 묵묵히 그 공격을 맞고만 있었어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결코 성녀와 용사를 해치려 하지 않았지


이제는 오히려 서로의 입장이 바뀐 듯이, 누가 악마이고 인간인지 판단이 되지 않았지   


분을 풀때로 푼 용사는 마침내 쓰러진 악마의 가슴팍에 성검을 꽂아넣었어


그런데 손의 감촉이 뭔가 이상했어, 


분명히 살덩어리를 파고 자연스럽게 검이 들어가야만 했는데 도중에 철판같은것이 검에 걸린거야


순간 찬물을 끼얹은듯 머리속에 무언가 번개같이 스치고 가는 대공녀,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했지...........어떤 형태로던지.............


대공녀는 급하게 성검으로 가슴팍 주위의 살을 도려내며 심장이 있을 중심부로 파고 들어갔어


온몸에 더럽고 진득한 검은색 피가 달라붙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어


설마, 아니야........그럴리가........!!


제발, 내 착각이길......!! 그저 헛수고였기를!!


하지만 불길한 느낌은 항상 적중하는 법이였지


마침내 악마의 속에서 드러난 것은 철갑옷을 입은 뽀얗고 앳된 작은 얼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너무나 사랑하는 그 얼굴


얀붕이가 온몸에 푸른 혈관들이 달린채 보라빛 피막안에 쌓여있었던 거야,


가슴팍에는 자신에게 찔린 성검 때문에 피를 꾸역꾸역 토해내고 있었어


허망하게 주저앉는 대공녀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아, 빨리 얀붕이가 돌아오면 같이 결혼준비를 해야하는데.........


가구도 새로 사고, 초대장도 돌려야 하는데, 지금 이럴 시간이 아닌데.........


아기용품같은 것도 미리미리 사두는게 좋겠지? 


얀붕이를 닮은 귀여운 아들이였으면 좋겠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려 드는 대공녀


그런 그녀에게 힘없이 죽어가는,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만큼은 너무나도 매섭게 질타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어


"정말 마지막으로....믿었는데.....왜.....알아봐 주지 못한건가요.....


이.....모습으로라도.......당신들 곁에......있고 싶었는데........" 


원망보다도 체념과 허무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말이였지

 

"멍청이들이예요......당신들도.......그리고.....나도....."


그리고 그 이상 성녀와 대공녀가 얀붕이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두번 다시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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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며칠전, 땅의 끝에서 아무도 모르게 벌어지고 있었던 처절한 전투,


악마는 용사의 힘에 전율을 느끼고 있었어


한때 병신이였던 얀붕이가 말끔히 상처를 지워내고 이제는 자신을 사냥하고 있었지


생명을 불태워 시전되는 신성마법들과 성검은 악마에게 너무나 치명적이였어


악마는 자신의 가벼운 주둥이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어


용사인것을 굳이 왜 말해줘서!


아니, 사실 진실을 말해줬어도 별 문제는 없었어, 


다만 용사가 이런식으로 너죽고 나죽자며 나올것을 예상하지 못한게 문제였지


이제는 처참히 땅바닥에 뒹굴며 용사에게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인 악마.


그리고 마찬가지로 힘을 너무많이 사용하여 곧 머지않아 죽을 운명인 용사,


죽기직전, 용사는 그에게 이상한 질문을 했어.


악마는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차피 자신도 저 용사녀석도 곧 죽기직전, 굳이 숨길것도 없었지


"우리 일곱 악마는 죽기직전 후계를 계승시킨다, 


각 대죄에 맞는 행동을 하면 자격이 주어지지.


헌데 왜 이런걸 물어보냐, 신전에서 알아오라고 시키더냐?"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는 용사, 


용사가 그 다음 꺼낸말은 악마라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지


"그럼 당신은 폭식의 악마니 당신을 먹으면 되는거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악마의 심장에 단숨에 칼을 꽂아 절명시키곤 심장을 적출해 내는 얀붕이,


혐오스러운 보라빛 심장이 꿈틀거리며 얀붕의 손아귀에서 날뛰고 있었지


'당신을 정말 마지막으로 한번만 믿어보겠어요,


한때 너무나도 사랑했던 나의 공녀님,


그러니, 부디 저를 기억해주시길


당신의 맹세가 그저 헛된것이 아닌 진실된 것이길


후회없을 선택을 하시길 기원할께요'


얀붕이는 눈을 질끈 감고, 악마의 심장을 베어물었지.







성녀 끝내면 드래곤 육아물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