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오후라 졸린 탓일까, 키키모라의 뜬금없는 말에 주인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주인님은 '자본론' 읽어보신 적 있나요?"

 "아아, 자본론? 칼 막스의 자본론 맞지? 아직 안 읽어봤는데?"

 "어머, 꽤나 유익하다구요? 게다가 유행이기도 하구요. 굳이 읽지 않는 이유라도 있나요? 설마..."

 키키모라는 뭔가 의심 간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지만 피곤한 주인은 그것을 캐치하지 못한 채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냐, 요즘 일하는 것만으로 바빠서 말이지. 대신 예전에 그 사람이 쓴 '나의 투쟁'은 읽어 봤어."

 "아아, 스탈린 님이 알면 재미있겠네요."

 "뭐?"

 키키모라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주인님 스타일이 재미있다구요. 어디서 사셨나요?"

 "아아, 이 바지? 한국에서 산 몸빼 바지인데 일할 때 편하더라고."

 주인은 답답한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해 키키모라에게 말했다.

 "아 맞다. 오늘 창고 정리해야 하니까 쇼거스도 불러줄래?"

 "쇼거스 동무 말인가요?"

 "뭐?"

 우연의 일치일까? 또다시 키키모라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동료 말이에요."

 "아아, 동료 맞지. 둘이 친하니까."

 주인은 점차 속이 답답해지는 거 같았다.

 "아냐, 내가 쇼거스 불러올께. 너는 공구 좀 가져와줘."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근데 낫은 들고 오지 말아줘."

"....... 알겠습니다."

 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키키모라의 왠지 모를 표독스런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 주인이었다.

 다행이 창고 정리는 순조로웠고 주인은 일을 마친 후 시계를 처다보았다. 어느덧 시간은 18시.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쇼거스, 혹시 오늘은 저녁 메뉴가 뭐야?"

 "네, 오늘은 돼지숙청볶음이에요."

 "뭐?"

 오늘 자신은 도대체 몇 번째 이 한 글자짜리 질문을 하는 것일까, 라고 주인은 속으로 한탄했다.

 "돼지숙주볶음이에요, 주인님."

 "어, 그래. 맛있겠네. 혹시 술도 있을까?"

 "예. 보드카 꺼내면 될까요?"

 "그래. 뭐든 좋겠지. 맞아, 혹시 쇼거스도 자본론 읽어봤어?"

 "아뇨. 들어는 봤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왜 그러시죠?"

 "아냐, 약간 답답해서."

 정말이지, 뭔가 꺼림칙한 하루였다.

 "그렇게 기분이 꿀꿀할 때는 단 게 좋대요. 자, 공산당이에요."

 "뭐?"

 "콩사탕이에요. 여기요."

 "아, 고마워."

 사탕의 맛은 주인의 심정마냥 텁텁함이 남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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