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그와 대화하면 뭔가, 내가 항상 위인 것만 같았다.

소심한 그의 성격. 늘 나만 생각해주는 그의 행동.

 

그와 사귀는 이유?

 

간단했다.

 

편했으니까.

 

여러 남자들을 거치며 그만큼 편했던 사람이 있을까?

 

없지.

 

", 니 남자친구 좀 불쌍한거 아니냐?“

 

"뭐가.“

"아니. 병신아.“

 

코인 노래방 뒤편의 흡연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떠든다.

 

"원래 걔랑 오늘 놀기로 했다며.“

 

", 어때?“

 

"성격 참 좆같네.“

 

치익

 

흡연실에 배치되어 있는 탈취제를 몸에 뿌린 후 집으로 향했다.

 

쌓여있는 부재중 전화.

 

"얀붕아, 무슨일이야?“

 

[오늘 바빴어..?]

 

", 어머니가 좀 편찮으시다 하셔서.“

 

[그렇구나..]

 

침대에 누워 통화했다.

 

그의 고백을 받아준 것도 그저 한순간의 일탈.

 

[내일 아침에 만나.]

 

"그래.“

 

등하교 시에 그와 만나는 것도 일상.

 

그가 내게 매달리는 이 상황이 좋았다.

 

야자시간 내 반에 찾아오는 그가 좋았다.

 

내가 놀러가니까 바빠서 만나지 못한다고 면전에 얘기했을 때 울상짓던 그의 모습이 좋았고.

 

약속시간을 어겨 이 추위에 한시간 넘게 서있던 그가, 나를 발견하니 집지키던 개 마냥 바라보는게 좋았다.


아무리 재밌는 모습도 보다보면 질리기 시작하고, 친구가 소개시켜 준 연상의 남자에게 빠지기 시작한 난 그와의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얀순아.......“

 

처음으로 봤다.

 

그의 우는 모습을.

 

"솔직히, 무미건조했잖아. 너도, 나도.“

 

무릎까지 꿇으며 비는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제발...한번만, ..?“

 

"됐어.“

 

마지막까지 구차한 그의 모습이 웃겼다.

 

 

 

 

 

 

1년이 지났다.

 

"하읏!“


그와 헤어진 이후 소개받은 남자와 결국 연인의 관계로 이어졌으며,

자취방에 살고있는 연인은 늘 나와 몸을 섞었으며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갔다.

 

"오빠 언제와..?“

 

[곧 가니까 기다려]

 

역 앞 벤치에 앉은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았다.

 

두시간이 지나서야 그가 도착했고

나는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들어가서 쉬고있지.“

 

미안하단 말 하나 없었지만 괜찮았다.

아니 괜찮았어야 했다.

 

그는 늘 약속시간을 어겼으며 큰 문제는 내가 의심을 갖기 시작할때부터 이뤄졌다.

 

"오빠, 어디야?“

 

[곧 가 기다려.]

 

"도대체 뭐하는건데!?“

 

[아 곧 간다니까 시발.]

 

10? 그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도대체 뭘한다고.

 

그의 집 앞에 도착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됐다.

 

"..으아....“

 

[0516]

 

순식간에 비밀번호를 누른 후 보이는 광경은 내 상상을 빗겨나지 않았고.

 

헤어지게 됐다.

 

웃기지 않은가? 애인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지는..

밖에서 기다리는 애인을...

 

"..“

 

사랑했던 사람의 추함을 바라본 반동때문인가? 그 광경이 너무 충격적이었던 것 때문일까? 아니면 어리석은 자신의 반성일 것일까...

얀붕이가 너무 보고싶었다.

 

순수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던 그가.

 

생각해보면 어리석지 않은가?

아니 웃음만 나온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얀붕이에게 했던 행동을 당하고 나서야.

그렇게 겪어보고 나서야.

그가 보고싶어진다니.

그렇게 그리워지다니..

 

내가 너무 어렸었던 것 같았다. 아니 대학물을 잘못 마신건가?

아니 역류했나? 뭐가 잘못된거지..?

 

[전화 받았습니다.]

 

"얀붕아..?“

 

군대에 간 얀붕이는 늠름해진 목소리로 날 반겨줬다.

 

[.. 누구십니까?]

 

"나야..얀순이..“

 

[..]

 

"..지냈어?“

 

시간이 지나보니 알겠다.

그는 나에게 매우 많이 양보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미안했어.“

 

[아냐 내가 잘못한 것도 있긴 해, 네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걸 몰랐었으니까.]

 

전역한 얀붕이와 오랜만에 늘 가던 식당을 갔다.

 

예전에는 왜 저 얼굴이 못생겨 보인다고..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그때 당시에는 주변에 보여지는 이미지만 생각했던 것 같았다.

주변 친구들은 화려한 남자친구를 데려오는데, 얀붕이는 초라해 보였으니까.

 

그리고 얀붕이를 다시 찾은 이유도 쓰레기 같지만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좋아하던 얀붕이를 다시 잡으면 충분히 다시 잡힐거라는 자신감.


다시 만나자고 하면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새끼 개꿀 빨았네!“

 

그의 친구들도 전역을 축하해 주기 위해 왔으며 그의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웠다.

 

"뭔 개꿀이야 시발, 킹익은 아가리 닥치고.“

 

"꼬우면 현역 가지 말았어야지.“

 

친구들끼리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 난 그저 멍하니 듣기만 할 뿐.

 

"여자친구?“

 

"전여친이긴 한데 지금은 친구.“

 

"하하..“

 

덧없이 웃기만 하는 자리.

 

 

 

 

여기는..

 

내 옆에 누워있는 얀붕이와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자신의 몸

 

...

 

맞다 술자리가 끝나자 마자 얀붕이와 같이..





 

 

 

 

"얀붕아 어디쯤이야?“

 

[아 미안, 나 일 때문에.]

 

역전됐다.

 

힘들이며 차려입은 옷이 쓸모없게 됐다.

 

얀붕이는 나와 교제할 때부터 폰트를 직접 만들고 싶다 했다.

자신이 만든 글자를 남들이 쓰는걸 보고싶다고 늘 얘기했고 난 한귀로 흘렸다.

전역한 얀붕이는 꿈을 이뤘고 직업을 얻었다.

 

그럼...나는?

 

같은 집에서 살고있긴 하지만

그와는 어긋나 있었다.

 

그를 옭아맬 방법도 없다.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이제는..

 

"왔어..?“

 

".“

여자친구? 애인?

아니다.

 

아니야.

 

그는 내 몸을 원하지도 않았다.

 

"얀붕아?“

 

"됐어.“

 

속이 비치는 란제리를 입고 그를 유혹 하겠다는 계획조차 물거품이 됐다.

늘 이랬다. 그와 같이 살고있으나, 그는 나를 바라봐 주지 않았다.

아니 그러면 왜 같이 사는거지?

 

아니, 언제부터인지 그가 없으면 살수 없을것만 같다.

 

얀붕이의 선을 긋는 행동에 동거를 거절하고 집을 떠난 나는 단 이틀만에 집에 돌아왔다.

싸늘해진 얀붕이의 눈을 보며 무릎을 꿇고 울면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집을 떠날때는 얀붕이의 무미건조한 반응에 화가나 아무한테나 몸 대주면 재워주겠지 라며 소리치며 나왔는데...

 

도대체 어느순간부터 그에게 매달리게 된거지?

 

"얀붕아..?“


얀붕이는 나와 같은 침대를 사용한다.

 

한번은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 나를 봐주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의 옷을 벗기는 도중에 들켰고 한번더 이런일이 있을땐 더 이상 같이 못산다며 못을 박은 이후로는.. 시도하진 않는다.

 

"잘자네..“

 

그의 얼굴을 보며 한탄했다.

그때 술자리가 끝나고 몸을 섞었을 때 아이가 생겼다면..?

그와 함께 있지만, 텅 빈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오늘 바빠?“

 

"?“

 

처음이다. 그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할줄은.

그는 나와 처음 사겼을 때처럼 따뜻했으며 입가를 닦아주거나 길가에선 찻길에 서지 마라고 슬그머니 당겨주거나...

 

"흐윽..“

 

"왜그래?“

 

그가 편의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사줬을 땐 눈물부터 났다.

 

"고마..워서..“

", 이런걸로.“

 

방긋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왜 내가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렇게 남을 생각해주는..

 

그가 너무나도 보고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을 것 같았다.

그만큼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내 기분을 맞춰주며, 필요한게 뭔지, 마음에 안든게 뭔지...

부모님 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인데, 왜 그때는..

 

"헤헤..“

 

나는 그의 행동에 방긋 웃었다.

 

손을잡고 집으로 향하는 길.

 

옛날과 달리 먼저 말을거는쪽은 나였으며, 그는 웃으며 반응해줬다.

 

"먼저 씻을래?... ..?“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잡은 손을 놓았다.

 

"얀붕아?“

 

손에 느껴진 감촉이 사라지기 직전 그의 손을 다시 잡을려 했지만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갔으며 나는 주저앉았다.

 

"그만..그만!“

 

그는 뒤를 돌아 내 머리를 두 번 쓰다듬어 주었고 다시 걸어갔다..

 

"제발..제발..“

 

머리를 쓰다듬을때 싸늘한 그의 눈이.

귀찮은듯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칼날처럼 심장을 쑤셨지만 어떡할 수가 없다.


욕실로 들어간 그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한번 생각한다.


얀붕이가 그때 울면서 매달렸을때 이랬을까?

더이상 생각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 했더라..?


이제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얀순이는

얀붕이를 다시 잡을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