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나오는 아우로라는 멸망전 개체라는 설정이므로

읽기 전에 아래의 명작 복습을 한 번하고 읽는걸 추천합니다.


멸망 전의 어느 기록 24화

멸망 전의 어느 기록 25화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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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큭, 호출된 이유를 알고 있나? 아우로라"

   

"아, 아니……"

   

   

나는 사령관실에 혼자 불려왔다.

   

이전과 인테리어는 별로 바뀌지 않았지만, 상냥한 사령관 덕분에 여기에 들어오는 것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이렇게 일대일로 마주하면 긴장하게된다.

   

   

"너, 내가 오기 전에는 소완과 주방을 맡고 있었지?"

   

"……응."

   

   

이전에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재료들을 어떻게 마련할지, 이런 걸로 그나마 먹을만하게 만드는 법을 연구했었다.

   

어떻게든 모두에게 맛있는 식사를 먹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 사령관에게 쓸 때 없는 짓 하지말라고 발로 걷어 차였을 땐, 마음이 시들어 버렸지만.

   

   

하지만 지금의 사령관이 와서 모두 바뀌게 되었다.

   

매일, 세끼 맛있는 식사를 준비한다.

   

내가 준비한 식사를 모두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마다 기쁨이 넘쳐 흘렀다.

   

   

"내일부터 네 년은 식당 주방에 설 필요 없다."

   

"에…… 하, 하지만 사령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이건 대체, 라고 물으려는 순간, 사령관을 웃으며 일어났다.

   

   

   

"컴패니언과 배틀메이드, 애니웨어의 주방 로테이션을 짰다. 이에 따라 주방에 들어오게 할 거다."

   

   

사령관의 손에 들린 나를 제외한 메이드분들의 이름이 적힌 표.

   

확실히, 이 분들은 지금까지 많이 도와주셨지만……

   

   

"크큭, 이 녀석들이 앞으로 보조를 한다. 그러니까 네 년은 이제 주방에 설 필요가 없다!"

   

"……응. 알겠어……."

   

   

그건, 그렇다.

   

모두가 협력하면, 나 하나쯤은 빠져도 별로 문제는 없다.

   

주방장님과 메이드분들, 모두가 우수하니까.

   

   

……그래도

   

나는……

   

나는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러니 너에게는 다른 일을 맡기려고 하는데"

   

"다른, 일?"

   

   

사령관은 나에게 어떤 일을 시키려는 걸까.

   

생체 전기로 역장을 만들어 싸울 수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역시…….

   

   

"따라와라!"

   

"사, 사령관?"

   

   

제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 사령관에게, 저항도 못하고 따라간다.

   

나, 남자에게 손을 잡히다니…….

   

사령관의 크고 따뜻한 손이 나를 끌고 간다.

   

그러면서도 걷는 속도를 나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 이 사람이라면

   

요리를 못하게 된 건 조금 불만이지만

   

사령관과 함께라면, 나는 어디로든 따라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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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큭, 아우로라 놈, 절망하고 있겠지

   

갑자기 자신만 불려서, 다른 작업을 강요당한다.

   

게다가 오르카호를 싫어하는 나에게 이끌려서 돌아다닌다!

   

귀까지 붉어지다니, 엄청 열받은 건가!?

   

그렇다면 빨리 걷지 않고, 되도록 천천히 걸으며 주변에 마구 드러내주마!

   

아, 역시 기분 좋구만, ‘학대’라는 건!

   

   

"앗, 사령관이랑 아우로라다!"

   

"손잡고 있고, 사이좋네~"

   

“이 햇츙햇츄, 햇쮸충햇추, 햇츙안햇츙!”

   

"아우로라씨, 얼굴 빨개졌어요!"

   

   

봐라, 눈치 없는 년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리제 녀석은 이 몸조차 오싹할 정도로 심한 말을 하는군.

   

크큭, 매정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상처받아라, 아우로라!

   

조금 더 걷다보니 오르카호의 2층, 구석진 구역에 도착했다.

   

   

"사령관? 저기, 이건 대체?"

   

"크크큭, 놀라지 마라?"

   

   

뭐, 무리겠지만.

   

자신이 앞으로 들어갈 감옥을 보면서, 절망하지 않는 죄수는 없다.

   

어제 막 완성되었지만, 언제든지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자, 나의 취미, ‘학대’와 ‘술’을 융합시킨 공포의 장소!

   

마침내 그랜드 오픈이다!!

   

   

   

"여, 여긴……"

   

"본적 없나? 이건 ‘바’라는 거라고?"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는 어른의 휴식처다.

   

나는 술집에서 마시는 술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다 사라져버렸다.

   

그렇다면 오르카호 내에 만들고, 덤으로 바이오로이드에게 운영까지 시키는 계획!

   

바이오로이드도 부려먹으면서 ‘학대’하고, 나는 즐길 수 있다.

   

크크큭, 일석이조의 최고의 작전이 아닐 수 없구만.

   

   

"지,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어이, 아우로라!"

   

   

자, 건물은 완성했다.

   

술도 식재료도 준비 완료다.

   

이제는 ‘점원’이 필요하군?

   

   

"너, 여기 점장이 돼라. 네 가게다."

   

"…………에?"

   

   

크큭, 싫겠지.

   

이런 귀찮은 일, 일부러 하고 싶은 놈은 없다.

   

허나, 발뺌은 통하지 않는다구?

   

내 명령, 거기다 이전부터 식사에 관여했다는 실적!

   

게다가 파티시에르면 틀림없이 술안주도 다양하게 잘 만들터!

   

네가 할 수밖에 없다, 아우로라.

   

   

"내가…… 이 가게를……"

   

"그렇다. 영광이지? 크크큭"

   

   

멍하니 가게를 바라보는 아우로라

   

자, 퇴로를 막는 결정타를 날려볼까!

   

   

"봐라! 이미 간판도 준비했다고?"

   

"아……"

   

   

평소에 자주 들었던 고전 팝송에서 따와, 무려 이 몸이 직접 제작한 간판이다.

   

크큭, 이제 더는 도망칠 수 없어.

   

이미 이렇게 모든 걸 준비해뒀으니까!

   

   

   

"아, 으으……!"

   

"야, 아우로라. 뭐야… 너 왜 울고 있는거야?"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아우로라.

   

소난다… 결국 절망에 이기지 못해 울기 시작했나.

   

어른스럽게 있어도, 결국은 도구에 불과한 바이오로이드.

   

내 ‘학대’에는 견디지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었구나, 가엾게도, 크크크크.

   

   

   

"히극…우으으…흐에엥… 저, 정말 고마워! 사령관!! 나, 나, 진짜 열심히 할게……."

   

"!? 어, 어, 그래. 앞으로도 이 몸을 위해 분골쇄신하도록!"

   

   

뭐, 뭣이!?

   

이 녀석, 이렇게 울면서도 나에게 예의를 차린다고!?

   

‘학대’에 마음을 꺾이면서도, 나에 대한 반항을 포기하지 않는건가!

   

역시 아우로라, 썩어도 준치라고 멸망전부터 살아온 바이오로이드의 정신력이라 이건가……

   

재밌구만, 제법 꺾을 만한 보람이 있는 녀석을 점장으로 한 것 같군!

   

   

"자, 인테리어도 볼까. 들어와라!"

   

"응!"

   

   

이미 홍보지를 식당에 붙여놨다.

   

오늘부터, 술을 마시는 바가 개점한다는 정보는 오르카호 전체에 퍼질 것이다.

   

바이오로이드년들에게도 자비를 베풀어서 내 떡고물이라도 나눠주지!

   

술은 연료, 병기에게도 좋은 연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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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큭, 번창하고 있구만, 아우로라"

   

"아, 사령관. 어서와!"

   

   

포티아씨의 도움도 받아, 오늘 밤에 무사히 오픈할 수 있었다.

   

나의 가게, 내가 주인인 가게…….

   

   

"봄베이 사파이어, 스트레이트로. 안주는 맡기지"

   

"응! 최대한 빨리 준비할께!"

   

   

오자마자 카운터석에 앉은 사령관.

   

나에게, 새로운 역할을 준, 사령관

   

   

 

"사령관, 체고야~ 이 누나랑 재밋눈고 하로 갈래?"

   

"잠깐, 워울프! 죄송합니다. 사령관!"

   

"크큭, 신경쓰지마 신경쓰지마"

   

   

많이 취한 워울프씨가 사령관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광경이다.

   

   

"잘 마셔라, 병기들아. 연료보급은 중요하니까 말이지"

   

"Aye Aye Sir! 딸꾹, 우헤헤헤……"

   

   

사령관도 꽤나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준비된 것도 전부 상등품의 술뿐.

   

나도 최대한 솜씨를 발휘해서 안주를 준비한다.

   

   

"자, 사령관. 여기!"

   

"크크큭, 좋구만"

   

   

크으, 하면서 술을 마시는 사령관.

   

   

………………

   

…………

   

……사령관.

   

   

"어라-? 아우로라도 마시고 있었나? 얼굴이 빨간데~"

   

"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시, 싫다, 나도 참.

   

넋을 잃고 사령관을 보고 있던 건 절대 아니야!

   

   

"후-, 못봐주겠구만. 병기들아, 정신 차려라"

   

"후에~? 뮤슨 말쓰미신가여~?"

   

   

워울프씨……

   

어지간히도 술에 취한 것 같다.

   

   

"과음은 독이란 말이다. 내 도구라면 자기 관리정도는 하란 말이야!"

   

"이 뉴나가, 쟈기 관리졍됸 확시리 해요~"

   

   

워, 워울프씨……!

   

아무리 사령관이 상냥한 편이라도, 그렇게 기대는 건!

   

   

"네.년.한.테 말하고 있잖아! 아앙!?"

   

"히햐~, 미아냉, 미아냉~!"

   

   

사령관이 워울프씨의 뺨을 잡아 당긴다.

   

그 옆의 스카디씨는 또 절찬리 대폭소 중이다.

   

   

"푸훕, 사령관, 그거 이상……"

   

"아햐햐햐햐!"

   

"나쁜 건 네 년의 이 입이냐!? 으랴아!!"

   

   

사령관도, 모두가, 즐거워한다.

   

내 가게에서, 모두가 웃어주고 있다.

   

   

문득, 나는 벽면에 적힌 가게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Long Live The Queen]

   

   


앞으로도, 나는 이곳에 있을 것이다.

   

이 행복에 둘러쌓여 살아갈 것이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달콤한 나날들을…

   

   

   

사령관…… 정말……

   

정말… 고마워.

   

   

그리고, 많이 부족한 나지만……

   

부디,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사령관과 함께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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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시에르가 갑자기 왜 바텐더냐고? 스마조에게 물어봐!

일러에서 아우로라가 들고있는 술이 봄베이 사파이어인데 이거 솔의 눈 맛임

역시 사악한 사령관 미각수듄;; 쏘야거르고 컵라면 먹을때부터 알아봤어야하는건데...

   

사실 같은 바니걸 스킨인 레아가랑 트리뭐시기를 알바로 출연시키려했는데 얘들끼리 딱히 연관도 없는거 같고
3편에서 레오나에게 출연을 ntr당한 워울프가 스카디, 에이미랑 같이 술마시러 다닌다길래 이걸로 틀었음

에이미는 닥터 편에서 같이 나올꺼 같아서 스카디만 쪼금 나와써 ㅎㅎ...

   

   

근데 이제 착각물의 한계와 내 한계가 합쳐져 원패턴 일색이라 내가 봐도 루즈해지고 갈수록 재미가 없어지는 거 같아 점점 퀄도 떨어지고있고...

애초에 뒤도 생각안하고 단편으로 끝내려던걸 혼자 ‘아니? 추천하고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린다고? 스게에에에!’ 하다가 일절! 이절! 뇌절! 하면서 여기까지 온거니 별수없긴하지만 ㅋㅋ

   

술 한 잔 마셨습니다... 글이 별로 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재밌다고 해주는 차칸 라붕이들 덕에 최선을 다해 힘을 내서 썼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