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그런 건 필요 없으니까!!!”

 

 

“아뇨! 필요합니다!! 

언제 또 변하실 지 모르니 이제는 지금 아니면 안 됩니다!!”

 

 

“어차피 닥터가 다 해줬다면서!

콘챠!! 너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왜 그래?!?!

왜 나 샤워하는 것까지 시중을 든다고 그래??!!!”

 


“그러다가 다시 변하시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주인님!

이건 메이드가 할 일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거절도 그만하시죠! 

샤워만 벌써 1시간 째 하고 계시잖아요!”

 

 

 

…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바닐라랑 기분 좋게 아침을 보낸 것까지는 좋았다. 부들부들 거리면서도 홍조 띤 얼굴로 웃으며 인사를 해준 바닐라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기분이 좋다. 아무튼 그렇게 바닐라를 보내고 내 방까지 더듬거리며 왔는데… 

… 그랬는데 사령관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콘챠를 만났다.

 


콘챠도 이미 바닐라에게 얘기를 들었는지 나를 처음 보는 표정은 신난 티 팍팍 내면서 좋아했는데, 얘가 점점 소악마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점점 야릇하게 씨익 웃더니 두 팔을 쫙 벌려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온 몸이 착 달라붙게 나를 꽉 안고는 하는 말이…

 

“명령권 이행 권한을 가지고 계신지 확인해야 합니다. 인.간.님~?”

 


“… 이러는 거 보면 이미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어머? 모르겠습니다. 인간님~?

어서. 빨리 빨리 인증해주시면 좋겠는데요?

제 주인님께서 이런 것에 반응하지 않는 인간분의 명령은 무시해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날 안던 팔에 힘이 더욱 들어가면서 내 몸에는 강제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몸에 흐르던 피가 점점 막히는 기분이 든다.

 

“코.. 콘챠…? 나 슬슬 힘든데?

명령이야? 일단 힘 좀 빼봐…”

 

“후후… 안 되요.

주인님이 아닌 인간님의 명령을 들을 수는 없어요.

아직 인간님이 제 주인님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뭐… 이러는 거였다. 원래 이런 캐릭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심해서 그랬던 걸까. 콘챠가 나에게 약간 유아퇴행 같은 걸 한 느낌도 들고, 어리광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커다란 가슴으로 묘한 곳을 꾹꾹 눌러대며 애정을 갈구하는 아가씨를 보는 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냥 그런 야릇한 자극을 참기가 조금 많이 힘들었을 뿐이다.

 

 

“… 후우… 알았어. 

... 

...

... 사랑해. 콘챠.”

 


내 말을 들은 콘챠의 눈이 다시 땡그래졌다. 참 말하는 사람 무안해질 정도로 좋아해주니 안 할 수도 없고... 늘 해주는 말이었던 것 같지만 이 아이들은 언제나 세삼 좋아해준다.



“… …!!

… …

으으… 갑자기…

주인님… 저도 사랑합니다…”

 

 

내 품에 아예 자리를 잡았다. 나를 올려다 보던 고개를 떨구고 아예 내게 코를 박고 고개를 부빈다. 묶은 갈색 머리카락의 끝자락이 요망하게 흔들리고 온 몸으로 나를 감싸 안는 다 큰 아가씨가 나에게 이렇게 대뜸 달려들어 사랑 고백을 해 주는 게 진짜 참을 수가 없었다. 


“주인님… 진짜 주인님이다… 헤헤…”


“… 코… 콘챠야…

슬슬 때도 되지 않아?”

 

말한 사람이 무색하게 콘챠는 대답 없이 내 냄새만 열심히 맡고 있었다. 그 동안 많이 힘들긴 했나 보다. 나중에 시간 내서 콘챠랑 같이 차라도 마셔야겠다. 

 


“하아… 원래 콘챠가 이런 아이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거야?”

 

“… 주인님 앞에서는 이러고 싶었던 걸 그냥 참고 있었을 뿐입니다…

메이드가 주인님께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나요...”

 

“글쎄... 사람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 뭐.

… 

그래, 수고했어. 나 이제 돌아왔으니까 안심해도 돼.”

 


콘챠는 부비던 고개를 멈춰 다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처량하게 반짝이는 눈빛을 보는 게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런 얼굴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다.


“… 주인님.. 다음 번에는 이렇게 함부로 휙 떠나버리시면 안 돼요…

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 그래. 콘챠가 누구보다 수고해줬다는 거 나도 알고 있으니까.

다음부터는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돼.

내 앞에서는 나한테 하고 싶은 건 전부 해도 되니까.”


"... 으으... 그렇게 말씀하셔도...

...

...

그럼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요..."

 

바닐라의 언니라 그런지 하는 행동이 바닐라와 판박이었다. 얼굴을 나에게 묻고 내 품에서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폐 안에서 충분히 맛보고, 다시 조금씩 내뱉는다. 이런 특이한 호흡으로 나를 감싸주는 것이 바닐라와 너무 비슷해 보였다. 그러고는 날 보내지 않겠다는 것처럼 온 힘을 다해서 꽉 안아주는데, 바닐라가 해주었던 것처럼 콘챠의 애정이 직격으로 나를 때리는 기분에 너무 기뻤다.

 

 



“… 그… 땀냄새 나지 않아? 

왠지 모르겠는데 일어나니까 이 꼴이던데…”

 

 

“… 하아… 하아… 안 되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하셨잖아요.

어디 가지 마세요…”

 

 “어… 음… 알았어… 어디 안 갈게…

근데 샤워는 해도 되지 않아?”

 



“…! 샤워! 주인님! 샤워하실 건가요!”

 

“어….어? ㄱ… 그래야…지?”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 컴패니언도 그렇고, 배틀 메이드도 그렇고 애들이 기본적으로 애정 결핍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샤워하는 것까지 와서 도와주겠다는 건 생각 못했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꺄악!!”

 

온 몸을 내게 기대던 콘챠가 이제 일어나려던 찰나에 발을 살짝 접질렀다. 내게서 때어지는 순간 콘챠의 몸에 힘이 빠지면서 콘챠가 몸을 휭청거렸다.


“으…읍… 코…콘챠?”

 

“하아… 하아… 잠시…

주인님의 냄새 때문에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홍조를 띤 채로 야릇한 표정을 짖던 콘챠는 무자비할 정도로 성숙한 여성의 몸으로 내 몸을 기어오르다시피 꿈틀대며 일어나려 애를 썼다. 내 얼굴 가까이에서 숨을 뱉으며 여성의 페로몬을 내 머리 깊숙이에 각인시키고, 부드러운 살의 향기를 내뿜으면서 나를 미치게 만들었었다. 콘챠의 가슴에 거의 얼굴이 파묻혔는데, 이 이상한 메이드 복은 가슴의 아래 부분이 파여있었기에 내 얼굴에 콘챠의 가슴이 그대로 부벼졌고, 그것 때문에 나도 기절할 뻔했었다. 

 

콘챠는 그렇게 나를 뒤로 하고 샤워실로 달려갔다.

 




 


"주인님!! 제가 시중을 들어드리는 것이 그렇게나 싫으신가요??"


"아냐! 그게 아니니까 그냥 나 혼자서 하게 냅둬!" 


"그럼 대체 왜 거절하시는 건지 알려 주시면 안되나요??!

메이드로서 주인님께서 이러시면 상처 받습니다!!"


… 뭐, 이렇게 된 거다. 그래서 지금 콘챠는 샤워실 밖에서 무슨 애원하다시피 도와주겠다고 달려들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다 씻고 나가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물로 땀만 닦고 머리도 제대로 말리지 못한 채, 옷도 못 입고 샤워실의 문을 열었다.

 

 

“자! 난 다 씻었다!

이제는 그만 좀…”



 

“… …”

 

“… 콘챠?”

 

“… 주인님… 그런 모습은…

… 역시 주인님은 훌륭한 남성이시네요...

샤워가 싫으시다면 그것이라도 풀어드리는 게…”

 

 "...?? 응?!"

 

분명 하반신은 간신히 수건으로 둘러서 가리고 나갔지만, 콘챠 앞에서 기가 막히게 수건이 풀려져 버렸다. 하필이면 그때 내게 필사적으로 몸을 비비던 콘챠의 모습이 떠올라서 30cm가 넘는 내 것이 터질 듯이 커져있었다. 

 

그래서 콘챠는 손으로 슬쩍 가슴 가리개를 위로 살짝 올리려 했고, 반대 손으로는 야릇한 손놀림으로 치마자락을 슬쩍 올렸다. 지금 콘챠의 살결을 보기라도 한다면 내가 미쳐버릴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난 내 하반신을 가리는 걸 포기하고 콘챠의 손을 잡았다. 고작 손이었지만 손에라도 콘챠의 살이 닿으니 내 아랫도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들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다녔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록 그 생각이 드는 법이지. 난 그걸 몰랐고, 콘챠의 흥분한 숨소리와 살짝씩 보이는 커다란 가슴의 살결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 미치겠다....


 

“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 그… 그… 콘챠… 하지마. 진짜

그 이상 하면 나 미쳐버릴 지도 모르니까 하지마.”

 

“…네? 그… 그런…

주인님은 저로는 충분하지 않으신 건가요…?”

 

“아니! 콘챠 정도의 여자라면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야!

지금 그렇게 손으로 살짝 살짝 하는 것만 해도 미칠 것 같거든?

콘챠가 숨쉬는 것만 해도 흥분되서 미칠 것 같은데,

근데… 지금은 안 돼.”

 


누가 봐도 내가 콘챠를 덮치고 있는 그림이지만, 정작 상황은 그 반대니 웃긴 노릇이다. 마음 같아서는 진짜 덮쳐서 몇 시간이서 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참은 것이 얼만데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내 표정이 너무 진지했는지 콘챠는 농담도 던지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뱉고 있는 나를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가… 요...

주인님께서 원치 않으시면… 참아야 하는 것이 메이드의 본분이겠죠…”

 

 

콘챠는 나를 미치게 하던 손놀림을 멈추고 다시 옷을 단정하게 입었다. 아까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메이드로서 단정한 모습도 너무 야하게 보였다. 그런 모습에 더 커지고 있는 내 물건을 숨기려고 나는 다시 샤워실로 돌아갔다. 



“저, 주인님.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 어? 뭔데?”

 

이성이 날라갈 뻔 했던 것을 간신히 붙잡으며 숨을 몰아 쉬던 내게 콘챠가 물었다. 전에 페로와 함께 했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었기에 망정이지, 이렇게 갑자기 나를 몰아 붙이면 속절없이 덮쳐버렸을 것이다.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솔직히 그냥 덮치고 싶다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다.

 


“그… 왜 그렇게 저희와 동침하는 것을 거절하시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너무 참으시면 주인님의 육체에도 안 좋은 영향이 갈텐데…”

 



안 좋은 영향이라... 차라리 그것뿐이라면 좋겠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데. 

 

“… 혹시라도 내가 어떤 곳에 있는지 까먹을 것 같아서.”

 

“네?”

 

“내 몸에 안 좋은 건 괜찮아. 그건 그냥 버티면 되니까.

근데… 만약 너희를 덮치고, 밤을 보내고, 짐승처럼 쑤시기만 하다 보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계속 까먹을 거 같아서...

그래서 안 하는 거야.”

 

"...”

 

“그래… 나도 하고 싶지.

솔직히 말하면 아침에 너희들을 볼 때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미치도록 하고 싶은데… 지금 내가 즐기면서 살기에는 나중에 애들 얼굴을 볼 낯이 없어.”

 


처음 왔던 그 날. 벽에 대롱대롱 걸려 있었던 더치걸을 떠올렸다. 그 초췌한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다짐했었다. 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리고 동시에 나도 이 지옥에 함께 뛰어들겠다고. 이 함선에는 아직도 더치걸처럼 힘든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혈기가 점점 수그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

... 죄송합니다.”

 

“응? 콘챠가 죄송할 게 뭐가 있어?

방금은 그냥 내가 못 참은 건데.”

 

“주인님께서 그런 줄도 모르고… 저만 마냥 좋아했던 것 같아서…”


 

“… 아냐. 그렇게 날 좋아해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데.

계속 좋아해 줘. 너가 준 사랑이 없었으면 난 아마 여기서 못 버텼을 거야.”

 



“…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럼 편하게 마무리하고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콘챠는 말 끝을 흐리고 나갔다. 하아… 이렇게 분위기 침울해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서 콘챠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직 나를 보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들었다. 나중에라도 어서 그 아이들을 도와주어야겠다. 그래야 나도 편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

 

샤워를 마치고 옷도 깔끔하게 차려 입었다. 옷가지들은 샤워실 밖에 나가 있었던 콘챠가 미리 준비해주고 나간 뒤였다. 바닐라가 내가 없던 사이에 청소라도 해주었던 것인지 하얀 내 방이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제법 깨끗해져 있었다. 벽에는 메모도 써주고 갔다.


'돼지우린지 사람 사는 방인지 헷갈립니다. 주인님.

부디 청소는 하고 사시면 좋겠습니다.'


...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고, 말투가 사나운 건 여전한 것 같다. 아침에 봤을 때는 분명 달달하고 좋았는데. 방도 그렇게 더럽진 않았는데...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메모를 살펴봤는데 작은 글씨로 무언가를 더 써놨다.


'미안하시기라도 하면 아침에 해주셨던 거 다시 해주세요.'


... 아니다. 변하긴 했다. 그것도 아주 귀엽게.



 

그렇게 사령관실로 나가니 내 방문 앞에서 콘챠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헤실거리지 않았다. 고급 메이드다운 깔끔하고 정갈한 옷차림으로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몸을 살짝 숙이며 양 손으로 치맛자락을 들어올려 고풍스러운 인사를 건냈다.

 

 

“콘스탄챠. 주인님께 인사드립니다.”

 

그래. 이게 원래 콘챠의 모습이었지. 메이드로서 진지한 모습을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새삼 신비로웠다.

 

“그… 너무 격식 차리는 거 아니야?

그렇게까지 해달라고는 안 했는데.”

 


“… 메이드로서 주인님을 모시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이 있지 않겠습니까? 주인님.”

 

“그래도 난 예전처럼 나한테 들러붙으면서 어리광 피우는 콘챠가 그립단 말이야.

너무 유혹하면 참는 게 힘들다는 거지, 이렇게 딱딱한 태도는 너무 가슴 아픈데…?”

 

 

내 말을 듣더니, 콘챠는 씨익 웃으면서 다시 내게 달려와 안겼다. 웃는 표정은 처음 봤던 그 야릇한 표정 그대로였지만, 안기는 것은 보다 더 품격이 있었다. 얌전히 꼬옥 안기는 것이 점잖은 아가씨의 애틋한 사랑 표현을 보는 기분이었다.

 


“저도 주인님의 그런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인님 앞에서 참는 건 너무 힘들어서… 주인님께서 부디 이해해주세요.”

 

“이해는 무슨… 나도 콘챠가 이러는 편이 훨씬 좋다아…

고마워. 콘챠.”

 

“고맙긴요. 주인님의 감정이 제가 느끼는 감사함에 비할까요.

제가 더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러면서 날 안고 있는 두 팔을 내 등에서 교차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등 위를 기어 간질이는 콘챠의 손끝의 걸음걸이가 장갑을 끼고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야릇했다. 콘챠의 손톱 하나 하나가 내 등의 예민한 곳을 살짝 자극하는 것이 장난스럽기도 했지만, 여성으로서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하아… 주인님을 다시 뵈니 좋네요…

잠시만 이러고 있을 수 있을까요…”

 

“그래. 얼마든지.”

 

그렇게 우리 둘은 계속 안고 있었다. 사령관실의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바다에 반사되어 오늘따라 더욱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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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휘관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콘챠?”

 

“네. 회의 때 경호대장의 모습을 보니 주인님을 직접 뵙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흠… 직접 만난다고?

괜찮을 거 같아?”

 

“그럼요. 이번에는 저쪽에서 직접 연락을 취해온 것이니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에 대한 지휘관들의 태도가 적대심에서 호기심으로 변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이 기회에 바깥에 한 번 나가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약간 찜찜한 구석이 없지는 않은데…

 

“흠... 불편해보이시네요.

정 불안하시면

저~기 벌 받고 있는 경호대장과 함께 가시는 건 어떠신가요?”

 

“으브븝…! 으브브브…!!”

 


 

“리리스. 조용히 해.”

 

“읍..!

… … …”



“그러게 내가 몇 번이나 말 했잖아.

리리스는 나와 가장 오래 만났으니까 다른 아이들한테도 친절하게 대해달라고. 

왜 그렇게 신경이 날카로웠던 거야?”

 

“… … 으브브… …”

 

누가 들으면 입에 재갈이라도 물린 줄 알겠네. 난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충실히 지켜주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 설마 내가 말하지 말라고 해서 계속 그러는 거야?”

 

“으브!”

 

리리스는 입을 꾹 다문 채로 끄덕끄덕거렸다. 리리스가 양 손을 들고 무릎을 꿇은 채로 사령관실 벽 한 켠에 벌을 새운지 5분 정도가 지났다. 내가 명령이라고 하니까 군소리 없이 터벅터벅 사령관실의 구석으로 걸어가서는 좋다고 벌을 받고 있긴 한데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보는 것은 부끄러운 모양이다. 어차피 지금 사령관실에는 콘챠랑 내 방을 청소해주고 나온 바닐라 밖에 없지만.

 

“하아… 말해도 되니까 왜 그런 건지 얘기나 들어보자…”

 

“말해도 되나요?! 주인님?!”

 

“… 그래.”

 

“그! 무능한 녀… 아니! 애들만 있었으면 제가 주인님을 지킬 수 있었는데!

없었단 말이에요!! 

그 때에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제가 주인님 곁을 모실 수 있었는데!

하다 못해 제 동생들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근데 없었단 말이에요! 그 무식한 애들이!

주인님이 얼마나 힘들게 노력해주시는 지도 모르는 멍청이들!”

 

 

“… 그래서 회의할 때 애들 앞에서 다리 꼬고 틱틱 댔다 이거야?”

 

“네! 주인님을 잃게 만든 쓸모 없는 애들이니까요!

그래도 이번에는 총은 안 쐈다고요!”

 

하아…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어떻게 할까… 분명 내가 기억하는 리리스의 호박색 눈동자는 슬픔과 애절함이 철철 넘치는, 사람 심금을 울리는 눈동자였는데… 왜 애들이 전부 나와 관련된 것들만 나오면 감정을 주체를 못하는 걸까. 저 밝게 빛나는 호박빛 눈을 보면 리리스는 벌써 자기만의 세상에 푹 빠진 것 같다.

 


“… 리리스?”

 

사령관실에 있는 책상에서 일어나 무릎 꿇고 있는 리리스에게로 다가갔다. 나도 그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서 리리스와 눈높이를 맞췄다. 리리스는 바로 앞에 있는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열심히 비벼댔다. 벌 받는 자세로 손을 하늘 높이 뻗고, 무릎도 꿇고 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내 곁으로 꾸물대며 걸어와서 내 얼굴의 채취를 자신의 얼굴에 묻히고 있었다.

 

“헤헤헤… 주인님 냄새… 헤헤…”

 

얼굴을 비비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지 얘 얼굴이 벌을 받고 있는 표정이 아니다. 한껏 신나서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다. 아마 펜리르처럼 꼬리 같은 것이 있었다면 바닥의 먼지를 전부 쓸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런 반칙 같은 애교를 보면 나도 절로 웃음이 난다.

 

“리리스!”

 

 

 

 

“… 햐! 

네!! 주인님!”

 

“리리스 직책이 뭐지?”

 

“주인님의 곁에서 24시간 경호하는 경호대장입니다!”

 

리리스는 자기 직책에 자부심을 느끼는 모양이다. 신나서 설명하는 리리스의 표정이 비할 대 없이 환하다. 저러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나는 표정을 한 순간에 바꾸고 정색하며 말했다.

 

“그런데 왜 날 못 지켜줬어?”

 

 

 




“… 네?”

 

“아니, 생각해보면 그렇잖아.

리리스는 내 경호대장이고, 다른 지휘관들은 전부 할 일이 있어서 나간 건데,

그러면 지휘관들을 탓할 수는 없던 노릇이고, 리리스는 날 경호해줘야 했잖아?

근데 결국 나는 쓰러지고, 하마터면 너희들 모두 위험해질 뻔했어.

내 말 맞지?”

 

“… 그… 그치만… 철충이…”

 


갑작스러운 나의 변화에 당황한 듯 하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했던 아까의 태도는 어디 간 걸까?

 

“알아. 철충이 엄청 많이 왔었지.

근데 리리스 제 1 임무는 뭐라고?”

 

“…주… 주인님을… 지키는 겁니다…”

 

“근데 리리스는 지켰어? 못 지켰어?”

 

“… 못… 못 지켰습니…다….”

 

“그럼, 리리스가 잘 한거야?”

 


“아… 아… 아닙니다…

….훌쩍…

…죄…죄송ㅎ… 훌쩍…. 합니다…

주인님….을… 지켜야… 하는…데…”

 

… 조금 세게 몰아붙였나? 얼굴에서는 벌써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리리스라고 해도 이런 모습을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건 부끄러운 일이겠지?

 

“콘챠? 바닐라?”

 

“네. 주인님.”

 

“오늘 청소랑 이것 저것 해줘서 고마워.

나중에 같이 차라도 마시자.

그래… 오늘은 이만하면 된 것 같아. 그만 가서 쉬어. 몸 상하겠다.”

 

“... 알겠습니다.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두 메이드 모두 내가 나름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고맙게도 리리스는 없는 사람 마냥 나에게 인사하고 지나갔다. 그래도 나랑 리리스가 신경 쓰이긴 했나 보다. 나갈 때 방문을 닫는 소리가 한 박자 늦게 들린 걸 보면 말이다. 하긴, 리리스가 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건 아닐 테니까.

 

“… 훌쩍… 훌쩍…”


 

“갔나…?

…그… 리리스… 울지 마…

너무 그러면 내가 뭐가 돼… 리리스를 혼내려는 건 아니였단 말이야…”

 


“그… 그래도… 주인님을 못 지킨 건… 맞으니까…

… … 훌쩍…”


 

에구구… 이러다가 오늘 하루 종일 이 표정이겠다. 자기 동생들 앞에서는 그렇게나 듬직하더니, 왜 내 앞에서는 이렇게 어린애가 되는지 모르겠다. 리리스를 슬쩍 안고는 토닥여준다.


"에고... 그렇다고 이렇게 울 건 아니잖니."


난 내 옷 소매로 리리스의 부드러운 얼굴을 부벼서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렇게 서러웠어?"


"... 으브브..."


리리스는 말없이 부르르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가 그렇게 서러웠어?

얼마나 서글펐으면 그렇게 엉엉 울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우리 리리스가?"

 

"... 훌쩍... 훌쩍..."


계속 눈물을 억지로 삼키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아까 눈물을 뚝뚝 흘리던 때에 비하며는냐 나은 편이다.



"주... 주인님을 못 지켜서... 죄...죄송해서...

... 저 때문이었나요...?"


"그럴리가 없잖아.

그냥 말로만 그랬던 거야."




"... ... 훌쩍...

그냥.... 주인님이 몰라주셨을까봐...

그게 너무... 서러워서... 훌쩍..."


“알지. 내가 왜 모르겠어.

리리스가 나 없을 때 열심히 해준 거 내가 어떻게 몰라? 

리리스가 없었으면 이렇게 다시 보지도 못했을 텐데. 알지. 다 알아.”


 

“... 훌쩍...

… 진... 진짜요?”

 

코 먹는 소리가 내 귀까지 들린다. 리리스는 울 때 목소리가 좀 떨리는 아이다. 그러다가 코도 훌쩍이면 같이 몸을 떤다. 안겨 있는 아이가 그러니 떨림 하나하나가 미안해지기도 하고, 내가 너무 했던 건가 싶기도 하고… 너무 불쌍해지는 것 같다.

 

“그럼. 나도 거기에서 리리스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내가 리리스 생각하면서 버텼던 거 알고 있어?

거기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마 리리스 없었으면 못 버텼을 거야.”

 

“주… 주인님…

... 훌쩍!”

 

리리스가 앞에 있는데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지. 내가 리리스 생각을 했다고 하니 리리스의 눈이 또 땡그래진다. 입은 오물어 들어서 훌쩍거리는데 눈은 또 초롱초롱해지는 것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이번에 지휘관들한테는 너무 했어.

그 아이들도 열심히 자기 일을 했을 텐데, 너무 리리스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거야.

그건 잘못했지. 안 그러니?”

 

“… …

… 그래도… 저 혼자가 아니었으면… 주인님을 지켰을 텐데…

… … 주인님이 안 돌아오실까…

혹시나 영영 돌아오시지 못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맞아. 지휘관들이 철충들을 막아주고, 리리스가 나랑 같이 있었으면 난 무사했을 지도 몰라.

리리스 실력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그래도 이번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닥터가 기술도 만들 수 있었잖아.

어차피 한 번은 겪게 될 일이었어.”

 

“… … 한 번이요…?”

 

“그래. 한 번.”

 




리리스는 안절부절 못하는 자세로 좌우를 살폈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건지는 나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나를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눈빛이 너무 이쁘고 가슴 저리게 했다.


“… 그럼… 두 번 다시 가시면 안 되요…”

 

부둥부둥거리며 안아주던 나를 리리스가 내 옷을 살짝 잡으면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 약간 시골 강아지가 낑낑대는 걸 보는 기분이다. 이걸 어떻게 참냐…

 

“으으으으… 이 귀여운 녀석!”

 

그냥 부둥거리기만 하려 했는데 안고 있는 팔에 힘이 꽉 들어가버렸다. 

 

“하약!! 주... 주인님…!!

조… 조금 아파요!”

 

“…! 아… 아팠어? 미안…

갑자기 놀랐겠다...”

 

팔에 힘을 살짝 풀고 말했다. 리리스가 조금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갑자기 힘이 꽉 들어가니 리리스도 놀란 모양이다. 

 

“하… 하아… 

아뇨..! 괜찮아요… 주인님...”

 

… 괜찮은 것 같긴 하다. 은근슬쩍 이런 걸 더 바라는 눈친데… 기분 탓이겠지?

 

 


“… 아무튼, 다시는 리리스한테서 안 떨어질게.

그러면 됐지?”

 

“… 네… 리리스도 주인님만 있으면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래. 너무 다른 애들 괴롭히지 마.

나는 리리스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리리스를 사랑하니까.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마. 앞으로는 어디 안 갈 거고, 계속 사랑해줄 거니까.”

 


“...

... 으으...

...주인님…”

 

“그래. 나 어디 안…

으악!!”

 

리리스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었다. 방구석에 쭈구리고 앉아서 리리스를 슬쩍 안아주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성인 여성 한 명이 달려들었으니 나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내 위에서 리리스가 고개를 나에게 파묻고 자신의 몸을 꾸욱 눌러온다. 리리스의 얼굴 표정을 잠깐 봤을 때에 아주 싱글버글하니 웃고 있었다. 보는 나까지 웃음이 날 정도로 말이다. 


 

“갑자기 그런 말 하시는 건 너무 반칙이에요!”

 

“하… 하하… 그랬구나…”

 

“리리스도! 쮸인님을 너무너무너무 사랑해요!!

쮸인님도 상상 못할 만큼 엄청엄청 진짜진짜!! 사랑해요!!!”

 

혀 짧은 발음을 해가면서까지 담백한 사랑고백을 해준다… 나는 이런 애정공세가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게다가 이 몸으로 돌아온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몸의 이곳저곳이 좀 당기는데 갑자기 이런 격한 포옹을 받으니 아프긴 하다. 그래도 이런 거 싫지는 않잖아. 오히려 좋지, 뭐.

 


“으으으… 주인님주인님주인님주인님주인님주인님” 


음… 이건 좀 무서운데… 이제는 아예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거친 숨결이 간지럽다.

 


“주인님의 냄새… 너무 오랜만이야… 주인님 진짜 다음에는 어디 가면 안 되요...”

 

아주 자기 세상으로 들어간 것 같다. 그런 모습도 귀여워 미치겠지만 그래도 나름 훈육으로 시작한 건데 마무리는 제대로 해야겠지?

 

 

“아야야야… 그래… 앞으로는 리리스 몰래 어디 안 갈게.

그래도 나중에 지휘관들에게 사과하러 가야겠지?

같이 가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 으… 여기서 그 얘기를 해야 하나요…”

 

“그럼 해야지. 나는 리리스가 제대로 사과하고 다시 그 아이들과 친해지면 좋겠는데?

내가 오기 전까지는 서로 의지했던 자매잖아.

내가 왔다고 이렇게 다시 분열하는 건 싫어. 알았지?”

 

“… 네… 알겠어요…”

 

“그래. 주인님은 착한 리리스가 좋아.”

 

 

방구석 땅바닥에 누워서 이러는 것도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나름 낭만이 있는 것 같다. 혼내는 일이 낭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일인 것은 분명하니까 말이다. 콘챠도 그렇고, 리리스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도 그래 주면 좋겠는데… 뭐, 이건 이제부터 차차 해나가야 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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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https://arca.live/b/supernerimk2?category=%EC%86%8C%EC%84%A4&target=title&keyword=%EC%A1%B0%EA%B8%88+%EC%9D%B4%EC%83%81%ED%95%9C  


모음 : https://arca.live/b/lastorigin/20710101


리리스가 잘못했으면 혼내야지.

띠겁다는 라붕이들의 의견은 적극 반영합니다.

사실 원래 그 리리스 할 때도 이럴 생각으로 만든 거긴 했는데 뭐 어때.


다음은 대충 칸과 호드의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호드 전부를 다 다루기는 힘들 거 같고, 호드 애들 중에 보고 싶은 애들 있으면 말해주라.

하이에나랑 샐러맨더 빼고. 애들은 캐릭터성을 모르게슴. 근데 그러고 나면 남는 애가 없네? 

대충 한두 명? 정도면 적당할 듯? 없어도 되고. 칸에게만 집중하는 게 나도 편하니까.


오늘 분량이 너무 짠거 같다고 생각이 든다면 마즘. 13000자 밖에 없슴

근데 챈 대충 보고 다니니까 5000~6000자 이상이면 안 읽는 다는 라붕이들도 있어서 분량을 좀 줄일까 생각도 하는 중임

분량 줄이는 거야 그냥 하면 되니까.


학교 시작하니까 충격이 너무 크네.

이왕이면 이 소설이 인기 있을 때 완결 짖고 싶은데 완결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 거 같고...

그렇다고 막 몇 개월 후에  쓰면 읽을 사람이 증발해버릴 테니 최대한 연중하거나 하지는 않겠다만.

지금은 학기 초라 너무 힘들고 그러지는 않는데 점점 시간이 없어지면 어찌될지 모르겠다.

그러니 진도 쫙쫙 빼야지 뭐.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