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사람이 태어나 걷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어릴 적 굳게 믿었다. 


여자 경험 없던 나는 처음 버스에서 나의 옆자리에 앉은 그녀가 커피를 쏟아 나의 옷을 더럽혔고 나는 괜찮다며 극 구 사양했지만 굳이 번호를 준 그녀가. 어쩌면 운명이 아닐 까 믿었다.


빵집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준 그녀가 그런 문자를 받고 가슴이 설레 여서 잠도 못 자고 내일 입고 갈 옷을 구하는 내가. 운명이라고 믿었다.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습관이 있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자주 싸워 나는 항상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지낸 일종의 트라우마다. 그리고 그날은 미치도록 그런 것이 심했다.


화사한 옷을 입고 온 그녀가 손을 뻗고 눈 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마시고 나와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그녀가 혹시나 싫어할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날은 너무나 빠르고 느리게 지나갔다.


그녀는 그날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하여 문자는 보내 만남을 가지자 하였고 이런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 운명으로 변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 만남은 그날 이후로 계속되었다. 나는 최대한 그녀와의 이런 운명이 계속되길 바랬다.


나는 그녀가 화를 내면 가만히 들어주고 울면 달래고 심심하다면 놀아주었다. 마침내 긴 시간이 흘렀고 그녀와 나는 빠르게 가까워져 갔다.


물론 나도 종종 나도 힘들 때가 있었다. 그녀의 한탄을 들으면 나도 힘이 빠져야 했고 그녀가 슬픈 말을 하면 같이 슬퍼하면서 그녀를 위로해야 했다. 그녀가 원하는 말을 품으며 이야기 할 때, 또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을 때 그녀는 나에게 화를 냈다.


나도 그럴 때면 지치고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내 잘못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같이 아파해 주지 못한 내 탓이요. 그녀가 화를 내게 만든 내 탓이라고

하지만 버틸 수 있었다. 나에게는 그녀가 화를 내도 나중에는 풀어질 것이고 다시 나와 이야기를 하며 감정을 쌓아간다는 그 동안 쌓아온 깊은 정으로 쌓여온 조그마한 그녀에 관한 신뢰가 있었으니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그녀는 나와 이야기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세세한 이야기까지 말하고는 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그녀를 알아간다.

어떤 요리를 좋아하는지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지 어떤 취미가 있는지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반대로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연습했다. 중고로 구매한 기타에서는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의 반주가 나왔다. 그녀는 음악의 취향이 자주 바뀌기에 그녀가 예전에 좋아했던 추억에 가까운 노래를 연습했다.


나에게는 나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다. 부모님과 달리 나는 그녀와 행복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믿음이 굳건히 자리 잡은 직장 친구는 힘든 학창 생활 덕분에 없지만 그 덕분에 그녀와 더욱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오히려 좋았다.


시간이 지나 나는 쓸만한 집을 구매했다. 은근슬쩍 그녀가 바라보며 어머! 저거 좋아본다. 라며 말했던 가구들을 구매 후 진열했고 그녀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집을 꾸미었다. 그녀가 바라던 이상적인 집 나는 이곳에서 그녀와 살아가는 꿈을 꾼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집 구했어"


그녀는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집들이 가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 말에 나는 지금 올 수 있는지 문자를 보냈다. 나는 알고 있다.

그녀가 여유로울 시간대와 그녀가 한가한 날을 그녀의 회사가 끝나는 시간을 마침 회사가 끝나 여유로울 시간 석양 빛이 아름다운 시간 나는 그녀의 답장을 받았다.


"정말? 그럼 나 진짜 지금 간다! 맥주나 준비해라~"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과 붉은 와인을 준비했고 그녀가 오기를 기다리고 그녀가 도어락을 누르는 것을 기다렸다.


삑- 삑- 삑-


"뭐야? 이거 진짜 내 생일이네"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그녀의 생일이다. 혹시나 하는 나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설정했다. 마음에 안 들고 거북하면 들어오기 전에 도망치는 일종의 배려 그러나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그녀는 밝은 톤으로 이리저리 말하면 문을 열었다.


그녀의 밝고 쾌활한 목소리와 그녀의 밝은 얼굴 나는 기타를 치며 서툴게 노래했다. 잔잔한 반주와 잔잔한 노래 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연습해왔던 때와는 다르게 떨렸고 나의 동공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이건 불안감이었다. 그녀가 나를 싫어할 까봐. 거부할까 봐. 혹시나 정말 혹시나 내가 그녀를 보고 판단 했던 것들이 단순히 나의 망상이었다면 그녀가 나를 정말 사랑하지 않을 까봐.


하지만 나의 헛된 상상과는 달리 간신히 바라본 그녀의 눈은... 울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그리고 그날 나는 그녀와 사귀게 되었고 그날 밤 결혼을 약속했다.


행복했다. 이미 전부 알았다고 착각했던 그녀의 새로운 면을 하루하루 동거하며 새롭게 알아갔다. 그녀를 더욱 자세히 알았고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어느 순간 그녀는 나에게 거리를 두었다.


그녀에게 안마를 해주어도 요리를 해주어도 그녀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행복한 얼굴을 하지 않는다. 그저 무료한 표정으로 지낼 뿐 나는 그것을 그저 익숙함이라고 안락한 포근함이라고 여겼다.


그날 우연히 소문을 듣지 못했다면


우연히 들은 소문,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그녀의 회사에 신입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신입과 비상구에서 키스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는 소문 그런 소문을 은밀히 나에게 도착했다.


그녀가 너무나 피곤해 하던 날 휴가를 내고 그녀의 회사에 배웅을 자주 갔기에 그럴 때 마다 그녀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기에 들을 수 있었던 소문 나는 그 소문에 무너졌다.


머리가 아프다. 솔직히 믿기 싫다. 함부로 그녀를 의심하기 싫다. 그렇기에 나는 확실히 그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이 나를 감싸왔다. 함부로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하지만 그 죄책감이 허탈함으로 바뀐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분명 감고 나온 머리가 헝클어진다. 속이 먹먹하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본 것일까. 왜 그 신입이라는 놈이 나의 약혼자와 술을 마시고 밥을 먹고 그 신입이라는 놈은 그녀와 술을 마시고 있을까? 나는 그녀를 쫓아 타고 온 차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했다.


그녀를 추적하며 생각한 망상에 가까운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그녀를 쫓으며 생각난 요즘 그녀의 태도는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를 절규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일까 내가 못한 것이 무엇일까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이 나의 착각 이었다. 그녀와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나날이 그녀가 좋아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 했던 것들이


어쩌면 그 모든 감정들이 모두 가짜 같았다. 모든 게 확실하지 못하게 되었다. 서로의 감정을 공유해야 할 나의 짝이 이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불안하고 두려운 사람으로 변질되었다.


"우욱...."


속이 울렁거린다. 솔직히 말해 이 모든 상황이 역겹다. 세상이 변하는 것 같다. 내가 그녀를 위해 행동하고 그 행동에 행복해 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행복하던 추억은 이제는 그저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는 쓰레기가 되었고 그 추억에 행복해 하던 내가 병신과 같이 느껴진다.


역겹고 허망하고 그저 괴롭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면 행복한 가정을 꿈꾸었던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지금 당장 폭발하여 저 연놈을 죽이고 싶다.

 

하지만 죽이고 싶다. 그 한 생각에 나는 오히려 침착해졌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녀를 다시 데려오고 저놈을 죽이면 다시 돌아 갈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한번 깨어버린 신뢰에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는 그녀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 나의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은 증오가 되었고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랬던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길 바라고 있었다. 


아아. 그래 어쩌면 모두 내 착각 이었다. 그녀와 나는 전혀 운명이 아니었던 거다. 그저 흔히 지나가는 인연일 뿐 운명 따윈 아니었고 그저 지나가야 할 인연을 계속 간직한 나의 죄다.


나는 그녀가 그놈과 술을 마시고 그놈과 행복한 얼굴로 호텔로 들어가면서 불안한 얼굴로 초조하게 휴대폰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고는 나는 무척 허탈한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잠깐 사이에 이제 그녀를 보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원망도 사랑도 분노도 이제는 없다. 후회 뿐이다.


더욱 빨리 헤어져 서로 각자의 길을 걸었어야 서로 상대에게 낭비한 시간이 계속 떠올라 이제는 그저 내가 병신 같았다 이게 다 내 잘 못이다. 일찍이 만나면 안되는 상대


이제 와서 생각하니 우리는 성격도 음식도 하나도 맞지 않았다. 그저 내가 억지로 끌고 왔을 뿐 그녀도 그것에 질려서 떠난 것이다. 자신의 진짜 짝으로 나는 그것을 그저 지금까지 끌고 온 어리석은 놈이고


자! 이제는 서로 각자의 삶으로 헤어질 차례이다.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도어락을 바꾸고 그녀의 짐을  담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 나와 동거를 시작한 그녀의 짐은 상당히 적었다.


그나마 옷들과 화장품을 담았을 뿐 나머지 짐은 아무리 보아도 없었다. 그 흔한 노트북도 그녀는 없었다. 내가 공유하여서 같이 사용했을 뿐 애초에 내가 몸만 오라며 같이 살자 면서 유혹했으니 


참으로 병신이었지


하하. 하하하. 이제는 웃음이 다 나온다.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었을 까. 그렇게 나는 그녀의 모든 짐을 치우고 그녀의 흔적을 버리고 도어락을 망치로 부숴버리고 열쇠로 여는 식으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그때 그 호텔로 출발했다. 그리고는 기달렸고 그녀가 그놈과 나오기를 얼마나 지나갔을까? 날이 저물었고 새벽이 되었고 드디어 그녀가 나왔다. 그녀의 표정은 반신반의 했다.


주변을 경계하는 표정과 무언가 알 수 없는 표정 그것이 일 절의 통화하나 없었던 나 때문에 짓는 것인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제 그녀의 간단한 표정조차 모르겠다.


나는 차에서 내리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역시 나 가까이 다가갔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저 안타까움 뿐 그녀는 나를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 당신이 왜! 잠. 잠깐만 다 설명을"


나는 그녀가 무어라 말하기 전 그녀에게 그녀의 짐이 담긴 캐리어를 주었다. 캐리어는 내 것 이었지만 그저 작별 선물이다.


"손"


그녀가 손을 뻗어 캐리어를 받았다 그 순간 나는 손을 뻗어 강제로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뺏었다. 이것은 나의 것이다.


"악! 이게 무슨 짓..... 자기야?"


"...잘 있어. 그리고 미안했어"


생각해보니 난생 처음으로 그녀에게 강압적으로 힘을 썼다. 하지만 그렇다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는 그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도망치듯 차로 걸었다, 그녀는 나를 붙잡으려는 듯 했지만 나는 쾅! 하고 차 문을 닫고는 차문을 잠구었다.


똑! 똑! 똑!


"자기야 잠깐만 잠깐만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줘... 내가. 내가. 미안해"


그녀의 애처로운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며 밟았고 차는 무심하게 배기음을 뿜으며 출발했다.


왜 인지 나의 자동차 조수 석에 항상 있었던 그녀가 사라진 것이 그제서야 강하게 느껴졌고 허무함과 함께 무언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 이제 끝이 났다. 길었던 우연이 끝이 났다. 운명이 아닌 것을 운명으로 만들기 위한 나의 고집이 결말을 낸 것이다.


맺고 끊기를 잘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조언이 기억났다. 그래  이제 완전히


나는 이제 솔직히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으니 하지만 다시 오겠지 이제 나는 알았으니까 운명과 인연의 차이를


그 작은 차이를 깨닫기 위해 나는 무려 5년이라는 세월을 버린 것이다. 나는 나의 한심함을 비웃으며 다시 일어나 평범하게 평소처럼 내일 회사에 입고 갈 옷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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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써봄 40분이나 걸렸다. ㄷㄷ 반응 좋으면 2편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