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를 죽여라"


콧수염이 도드라진 상관이 한 여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나에게 명령하였다.

화려한 꽃을 배경으로 웃고 있는 저 여자의 인생을 내 손으로 끝내라는 뜻이다.


나는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며 상관의 목젖이 움직이는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대답은?"


상관은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퉁명스런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하나뿐인거 아닙니까?"


"그렇다. 당장 영국으로 출발하도록. 필요한 조치는 취해두었다."


"이유는 안가르쳐 주십니까?"


"사냥개에게 이유가 필요하나?"


"가끔은 변덕도 부리는게 사냥개라 하죠."


"변덕을 부리는 사냥개는 살처분할 뿐이지."


"참나, 국정원 주제에 사냥개니 뭐니.."


"그만! 한번만 더 기관명을 말했다가는 살처분이다. 당장 출발하도록."


"약속대로 이번이 마지막 임무입니다."


"그래."


상관은 나를 보며 노골적으로 혀를 찻고, 나는 방긋 웃어주고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나는 대한민국에 소속된 암살자다. 물론 비공개지만.

세간에서 나는 그저 7급 국정원 소속 공무원이다.


과거 경찰로 일하던 나는, 폭동을 진압하다 사상자를 내었다.

그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내게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찾아와 제안을 했다.


나라의 어둠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일정 건수를 완료하면 과거를 지워주겠다는 만화에서나 보던 제안.

그런 웃기는 제안을 나는 받아들였다.


나 자신을 위해 이미 많은 피를 뭍혀왔다. 어린애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사살했다.

이번 임무 또한 마지막이니만큼 여운을 느끼는거지, 딱히 타겟에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본건 그저 상관 속을 긁으려 했을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항상 같은 감정을 유지해 강철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 콧수염의 얼굴이 일그러지는것도 볼만 할텐데.


1년 365일 북적거리는 인천 공항은 오늘도 여김없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더러운 짓거리도 나름 오랫동안 했지만, 이 장소의 기쁨과 열망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 더러워진 나머지 더 이상 양지를 바라보지 못하게 된 것일수도..


그리고 이런 내 마음을 상관은 아마 꿰차고 있을 것이다.

나를 철저히 안쪽부터 망가트려 나라를 위해 일하는 기계로 만들고 싶을테지.

이번 일만 끝나면 정말 모두와 연을 끊고 은거하리라.


[히드로, 히드로 행  탑승객들은 수속 준비를 마치시고 탑승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잡 생각은 버려두고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국은 오랫만인데. 


조금 지구 반대편에 있는 타겟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비행기에서 그녀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였다.

막 20세가 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나이의 소녀는, 외면과는 달리 얼룩진 과거를 살았었다.


부모님이 마약상이라 일찍 상대 조직과의 싸움에서 부모님을 여읜 그녀는 고아임에도 음악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쇼팽 콩쿠르로 대뷔, 그 뒤로도 음악계의 새로운 별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한국 정치권의 표적이 되었을까.


나의 유일한 취미는 음악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저주를 받으며 생활하다보니 정적이며 아름다운 것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녀의 연주가 궁금해졌다.

그녀같이 어린 천재는 죽기 직전에 어떤 음색을 들려줄까?


프레스티시모. 

별이 떨어질 시간이다. 공항에 도착해 준비를 한다.

첫 만남은 우연찮게. 그뒤는 우연을 가장한 헌팅으로 보이게.

깊은 관계에 도달하기 전 사살. 


유명인을 죽인 전적은 수도 없이 많다. 

보통 나의 주 타켓이였으니.


이제부터 나는 그녀가 일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말단 청소부다.

그렇게, 나의 총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소부로 위장 후 그녀의 행방을 찾던 중, 그녀의 팀이 지금 리허설을 진행중이라 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대 광장에서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리허설을 구경을 하였다.


알레그로 폰 브리오. 

가슴이 두근 두근 뛰는 소리가 귀를 울린다.


세계적인 교향악단의 영웅을 들을 수 있을줄이야.

눈은 물론 귀가 호강하는것 같다. 

만약 지금 내가 위장한 신분이 아니였다면, 분명 기립 박수를 쳤을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훌륭했지만, 그 중에서 피아노는 대를 달리했다.

모두의 받힘이 되어 악장을 이끄는 기수가 아닌,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릿지릿한 느낌을 받으며 피아노에 집중을 하던 도중에, 그녀와 눈이 맞은것 같았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고 있으므로 그럴리 없을텐데.


오늘은 그녀 염탐을 위해 온 것이지, 아직 만남은 이르다.

나는 감에 의지해 살아왔다.

때로는 감이 모든 것을 압도하기에 나는 1악장이 끝나는 즉시, 자리를 옮겼다.


그 생각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나보다.

1악장이 끝나자마자 내게로 달려와 소리를 지른다.


"알레그로 비바체!" 


2악장은 아닐텐데? 


"흠칫하는걸 보니 청소부가 아니라 관객이 맞는거 같네요. 몰래 들어오셨나요?"


이런, 그녀다. 계획이 헝크러졌다. 

아직 그녀와 대면을 하기엔 이르다.

좀 더 그녀의 취향이나 성격을 알아야...


"그쪽은 누구에요?"


어떻게 대답해야하지?


"고민이 많은 얼굴이네요."


그녀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얻은 소녀처럼 발랄했다.

화사한 얼굴은 그녀가 많은 이들의 뮤즈라는 사실을 뒷바침해주듯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얀챈 그룹에서 보낸건가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매우 뜻밖이었다.

이 여자가 어떻게 동양의 조그마한 한국 기업을 알고 있는거지?


"역시 한국인이네요. 참 알기 쉬워요, 당신들은. 비리 몇개를 가지고 있다고 이렇게 행동해주면 저 잘못있어요~ 하고 말하는 거잖아요?"


나는 그녀를 죽이라는 원인 따윈 모른다.

암살대상 답게 그녀는 자신이 노려지는 이유를 아는지, 대놓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말려들면 안된다. 

서둘러 머리를 굴려 중국어로 난 당신을 모른다고 말했다.

일단은 자리를 피해 다음 일을 모색해야한다.


"푸훕. 그런 사람이 베토벤의 영웅을 듣고 있었어요? 아니, 아까까진 말이 통했잖아요. 진짜 허술해"


암살 건수만 수십건인 내게 허술하다니.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 만약 너의 말대로 내가 널 죽이러 온 사람이라면 당장 도망가서 경찰에 알려야하는거 아니야?"


마지막 임무에서 삐끗하다니, 너무 들떴었다. 인정한다.

허리춤에 숨겨놓은 총을 장전한다. 

여차하면 공개적 장소에서 쏜다.


"제가요? 왜요?"


"왜라니"


"저를 죽여주세요."


그녀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는 듯, 매우 여유로웠다.

그녀의 뚯대로 흘러가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은 채로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하였다.


"무슨 의미지?"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요. 진짜로 죽고 싶으니깐. 

단지, 자살은 죄악이라 독실하게 믿어서 직접 죽을 수는 없고, 다음을 고민하던 중에 우연찮게 부모님의 유품에서 동양의 한 나라랑 마약을 유통한게 보여서 이렇게 도발을 했어요. 진짜로 생각대로 움직여줄 줄은 몰랐지만."


"너처럼 유망한 사람이 왜?"


죽고 싶어하는 사람은 처음본다.

나는 죽기 싫어 사람을 죽이는데.


"허무해요, 세상이. 그저 반복적으로 하얀색과 검은색을 누르는 세상. 그래서 다들 마약을 했던걸까요?"


"모든 음악인이 꿈꾸는 자리에서 너무하는군."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꺄르르 웃던 그녀는 황당스러운 말을 꺼냈다.


"그러면 당신이 삶의 재미를 알려주던가요."


"내가 왜?"


"그러면 얌전히 마지막에는 죽어줄게요. 대신 거절하는 순간 당신 얼굴을 온 세상에 퍼트릴거에요. 그럼 아무리 암살자시더라도 힘들껄요?"


힘들 뿐 만이 아니라, 앞으로 뒷세계에서도 벗어나기 곤란해진다.


"아다지오, 아다지오. 좀 더 느리게 생각해봐요. 평온히. 환상교향곡 속 주인공처럼 저를 춤추게 해주세요. 그리고, 단두대에서 쑤캉!"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어딘가 망가져보였다.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녀를 여기서 쏠까?


생각 끝에 도출된 결과는 잠시의 유흥일뿐, 딱히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조용한 곳에서 그녀를 죽이는게 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순전히 나만을 생각했던 결말.


"거래완료다."


"대가는 제 목숨이고요. 잘 부탁드려요.한국에서 날라온 사신님"






..........






"그럼 데이트 코스부터 짤까요?"


"킬러와 데이트. 영화에 나올법하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한지 모르겠어"


그날 전화번호를 교환한뒤, 그녀는 시도때도 없이 나를 불러냈다.

음악의 세계에 갇혀 살며 누리지 못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며 장기 휴가를 내고는 여행을 다녔다.


"영국은 질렸어요. 베를린의 필 하모닉을 먼저 가보고.."


"인생의 낙이 앖다는 사람이 원하는건 많네?"


"원래 가진게 많을수록 바라는게 많아요"


"그러면서 죽고 싶어하고."


"정말, 말 한마디를 안지려하네요. 그럼 여자한테 인기없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킬러씨는 재미있네요."


"얀붕이란 이름 있다."


"그런 킬러씨도 저를 야, 너 라 부르잖아요."


"얀순이라고 불러주리?"


"그거 좋네요. 앞으로 계속 그렇게 불러주세요."


죽일대상과 이렇게 나돌아다니는건 처음이였지만,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였다.

그녀는 쾌활했고, 자유로웠다.


왜 굳이 그녀를 죽이려하는 나를 데리고 다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포코 아 포코. 조금. 조금씩.

나는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느그나라."


"네?"


"몰라."


"항상 그렇게 단답식만. 저를 재밌게 해준다는 목적은 벌써 잊은건가요? 너무 슬퍼요."


예쁜 얼굴에 눈물을 흘리는 연기까지 더해지니 괜히 짜증이 난다.

죄책감을 느끼기엔 너무 망가져버린 나는 그냥 그녀의 머리를 툭 치고는 말을 했다.


"한번 가보던가."


"정말요? 음.. 됐어요! 그 전에 얀붕씨한테 죽을거같으니깐."


"잘 아네."


"킬러인 얀붕씨에게 저는 어떤 존재일까요?"


"죽여야할 존재."


"아직은 제가 마음속에 안들어왔나요?"


"응. 들어올리도 없고."


"흐응~ 저도 죽기까지는 멀었나보네요."


"무슨 의미지?"


"비밀이에요. 그때가 되면 알게될 비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

가끔 그녀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한다.


"시시하군."


"시시해서 아름다운 법이에요. 꽃도 질때가, 별도 떨어질 때가 가장 아름다운 듯이 말이에요."


이상하게도 곧 사라질 듯이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매우 아름다웠다.

마치, 성냥개비의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듯이.


..........


"그거 알아요?"


꽤 많은 세월이 흘렀고, 나는 어느새 그녀와 유럽 전역을 한바퀴를 돌았다.

그 마지막 여정인 프랑스를 둘러보고 유로스타를 통해 영국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온다.


그녀도 그걸 체감했는지, 여행이 끝으로 다가올 수록 말이 많아져갔다.

쉴세없이 재잘거리는 그녀를 이제는 무시하지 않았다.


"말을 안했는데 어캐 알아."


"에펠탑은 처음 지어질 당시에 그렇게나 욕을 먹었데요"


"알아"


그래서 건축가 에펠은...아이씨! 그냥 모른다하고 들어야죠!"


"아는걸 어떻게 모른다해."


"저도 얀붕씨 몰라요!"


그러고선 그녀는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는, 사이요궁에서 멀리 걸어갔다. 


그녀는 한번 삐지면 쉽게 풀리지 않았기에 한숨을 쉬며 뒤따라갈때,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이거 배신자 아닌가?"


특유의 콧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걸어오는 상관.

그의 얼굴은 건수를 잡은 사람처럼 비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뒤로 얀순이를 납치하는 풍경. 

내가 미지근하게 움직이니, 결국 본국에서 다른 손은 쓴 것이다.


잠시 멈춰섰다.

잡념이 나를 방해했다.

여기서 그녀가 죽어도 결국 임무는 완수되는거 아닌가?


'아다지오, 아다지오, 좀 더 느리게 생각해봐요. 평온히.'


그녀가 언제 이런말을 했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갑작스레 일어난 사건.

그 속에서 생각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해냈을때, 나는 내 목표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얀붕이. 돌아와라. 돌아와서 다시 10년간 일하면 이 건 역시 덮어주도록 하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내게 웃음을 지어보인다.

평소라면 재수 없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몇 년간 놀아다닌 부하의 잘못도 눈감아주고, 나 어쩌면 최고의 상사? 

중얼거리는 콧수염에게 항상 가지고 다녔던 총을 발포했다.


소음기를 장착했더라도 이렇게 인파가 많은 곳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광장에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상사를 넘어 그녀에게 달려간다.


"으윽! 얀붕!! 이건 반역이야! 너는 공개 수배 될 것이라고!"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항상 날 위해서만 살아왔는데, 내겐 나 혼자만이 존나했는데.

 

비바치시모. 비바치시모. 

그녀가 처음 들려준 운명교향곡이 머릿속을 울린다. 

세상이 가속하는 느낌이다.


상사에게 그토록 원하던 한 방을 먹여줬는데도 몸이 근닐거린다.


혼란스러운 인파를 헤치고 그녀에게 달려간다.

상당히 저항을 했는지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었지만, 멀리 못간 채로 끌려가고 있는 그녀.

나와 처음 만났을땨와는  달리, 그녀 표정에서는 두려움이 보였다.


"얀붕씨!!"


내가 다가옴에 그녀도 나를 눈치챘고, 상관의 부하들도 준비를 했다.

결론적으로, 그녀를 구하는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과정이 조금 복잡해 일이 끝날때즈음, 그녀를 데리고 국경을 넘어야했지만.


"깔깔깔"


그녀는 내 품에 안겨서 하염없이 웃었다.

도망가는 와중에 신발도 잃어버렸는지 고왔던 맨 발에는 흙과 알갱이가 잔뜩 묻어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그녀는 내게 안겨서 발을 휘져으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


"킬러가 타겟을 구하다니. 진짜 영화같잖아요!"


".."


그렇다. 어느샌가 나는 그녀를 살리고 싶어졌다.

나라를 배신하면서까지, 내 최우선 순위를 바꾸면서까지 그녀를 살리고 싶었다.


"제가 죽질 않기를 원하죠?"


역시 내 마음을 아는 듯한 그녀의 어투.

항상 이랬다. 

그녀는 항상 내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


".."


"싫어요. 전 죽을거에요."


".."


말없이 그녀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린다.


"전 죽을거에요.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돼서, 죽을거에요. 당신의 마음을 지배하고 싶어요. 

말러의 교향곡 6번. 저는 비극이 좋아요.

평생, 저를 그리워해주세요.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당신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요.

당신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싶어요.

당신이 저 때문에 괴로웠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당신이 더욱 더 제게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할거에요.

그리고 당신이 완벽하게 제게 들어온 날! 죽여주세요!

당신의 모든게 전부! 제 것이 되는거에요!!"


역시, 그녀는 어딘가 망가져있었다.


"파쇼나토! 열정적으로 저를 갈구해주세요! 지오코소! 그리고 익살스러운 광대처럼, 저를 죽여주세요. 얀붕씨, 사랑해요. 너무나 사랑해서, 당신을 망가트리고 싶어요. 저만 바라봐주세요. 저도 당신의 모든 것이 되어줄게요."


마음을 이미 정했는지 나를 바라보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


"얀순아"


"네. 듣고 있어요."


"난 네 덕분에 국제수배자가 됐는데?"


"꺄르르- 이걸로 얀붕씨는 절 평생 못 잊겠네요."


진정으로 즐거운지 품에 안겨 바둥거린다.

그런 그녀에게 읆조리듯 내 생각을 말해준다.


"저번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을 물었지?"


"얀붕씨라면 제가 특별히 연주해줄 수 있어요. 미녀와 킬러. 최고의 조합 아닐까요?"


"나는 멘델스존의 교향곡 '스코틀랜드'가 좋다.

4악장은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결말은 밝고 힘찬 해피엔딩이니깐."


"어..."


쏟아지는 말에 당황한듯 마구잡이로 내뱉던 말을 멈추는 그녀.


에네르지코. 

나는 그녀를 고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정상인이 될때까지, 그녀를 죽게 두지 않으리라.


"사랑한다, 얀순아."


"어.. 그치만... 저.."


"유럽 말고 더 둘러보고 싶다며"


"..."


"이번에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자."


그녀의 다리가 버둥거림을 멈췄다.

투명한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투영하는 것을 느낀다.


"단, 이번에는 킬러로서가 아닌 보디가드로서 널 지켜줄게."


"역시 죽을래요"


"난 나름 진심으로 말했는데."


"지금 죽지 않으면 행복해서 죽어버릴거 같아요."


눈까지 돌리며 웅얼거리는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춘다.

석양이 지는 멕시코의 국경에서 우리는 뜨거운 날을 보냈다.


"내가 너를 너에게서 지켜줄게."





얀붕이의 고립을 유도한 국정원 상사인 얀진이가 얀붕이의 배신 소식을 듣고 발작하기까지 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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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 중에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리메이크한 글

앞으로도 계속 옛날 글 조금씩 바꿀거 같아


링크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