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후순이와는 언제부터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어린시절 부터 함께였다.


시골 촌동네. 버스는 자주 오지 않고 시내로 나가려면 적어도 1시간은 꼬박 걸어야 했다.


그런 촌에서 후순이는 몇 안돼는 내 또래중 하나였다 후순이와 부랄놈 하나. 동갑내기는 이정도 밖에 없었고.


그런만큼 우리는 어렸을때부터 항상 함께  다녔다.


지금은 아무리 촌동네라 해도 30년 전에는 잘나갔던 동네인 모양이라 동네안에 작은 초등학교가 있었고 우리는 그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부랄친구놈은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며 병원에 자주 들르게 되었고 연락이 점점 뜸해졌다.


결국 나와 그녀둘이서 자주 붙어다니게 되었다.  한 학년이 8명 정도라 우리 둘이 붙으면 타지역에서 온 아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놀았다.


어릴적 난 다소 소심하던 성격탓에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덕분에 또래 남자애들한테는 후순이와만 논다고 놀림을 받고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살았다.


주변과 잘 어울리지 않는 내가 불쌍했는지 후순이는 나와 다른 친구들 사이를 중개하려 했지만 도무지 나와 그녀석들은 어울리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가 중3이 되었다 동네밖 시내쪽 중학교로 진학을 했으나.


난 결국 친구하나 없는 공기가 되었다 유일한 친구라고 해봐야 어릴적부터 함께하던 부랄놈밖에 없다.


후순이는 원래 활발하던 성격 덕에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완만하게 보냈다. 아니,오히려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을것이다 친구는 넘쳐나듯 많았고 얼굴은 꽤 예쁘게 변했다.


"저 얼굴에 반한 새끼들이 한두놈이 아니였지.." 부랄친구놈이 날 보며 말했다 "그래서 뭐" 내 대답은 건조했다 후순이는 이미 내곁을 떠났으니까.


늘어난 인간관계,사춘기,공기랑 다름없는 소꿉친구. 


후순이가 나한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관심조차 갖지 말아 달라고 부탁 받았으니.


.

.

.


(중2 가을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후순이가 혼자 울고 있는걸 우연히 봤다)

"어..? 후순아 괜ㅊ"  "말걸지마." 


(어?)


"너 때문이야.." 

"뭐..?" 

"너때문이라고.. 중학교 와서 니새끼 때문에 되는게 하나도 없어..!" 


"후순아 그게무ㅅ"

"어째서 오빠들이 널 아는건데? 너때문에 주변 평가는 계속 내려가고 너랑 소꿉친구라는 사실이 비웃음 거리만 되잖아 성민이는 괜찮은데 왜 넌 그모양이야?"

"니새끼가 말 걸때마다 얼마나 좆같은지 알아? 옆에 다른 년들이 무슨눈으로 쳐다보는지 아냐고! 말섞는거 자체가 쪽팔려 뒤질거 같아!"


"...."


"아직도 못알아 처먹겠어? 당장꺼져 그리고 다시는 아는척 하지마 쳐다보지도 말고"


.

.

.


"너 임마  후순이 좋아하는거 아니였냐?"


"이젠 아니야.."


"뭐야 포기하게? 세월이 아깝다 야"


"지금까지 살면서 낭비한 세월이 얼만데 뭐"


"우리 이제 중3이거든.."


"그보다 괜찮냐?"


"ㅇ? 뭐가."


"그..나랑 말섞으면 존재감이 옅어진다던가?"


"뭔 개소리야ㅋㅋ"


"그러니까.."


"그만해 임마 ㅋㅋ 쓴소리 듣기 싫어서 너랑 말 안섞을거면 아직도 이러고 있겠냐?"


"진짜 뭐라 하는놈들이 있구나 충격이네"


"아오 씨 좋게 말을 해줘도 나쁜것만 듣네"


"너말고 친구가 없어서 그래"


"..."


"잘가"


"어 너도."


.

.

.


좋아했다. 그래 그 말을 부정할수는 없다 난 후순이를 좋아했다. 사귀고 싶다 생각했다. 언제나 함께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서로 얼굴을 붉히며 대화 할 때면 이 아이도 나를 좋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였다


후순이는 나를 밀어냈다 


.

.

.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후순이와 나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채 떨어졌다 후순이는 좋아하던 선배를 따라 근처 적당한 학교로 갔다


부랄친구놈 성민이는 근처 잘나가는 고등학교로 갔다


난 서울은 아니지만 경기도 쪽 잘나가는 고등학교에 기숙사 합격으로 들어갔다


새 학교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로 공기같이 지냈다 


후순이와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성민이가 자주 연락을 해줬고 덕분에 타지에서도 배게를 끌어안고 자는 일은 없었다


어느날 전화를 하던 와중 진성민 이새끼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했다


"후순이랑은 연락 안하지?"


"어 근데 왜?"


"..니가 연락한번 해줘라"


"..뭐?"


"요즘 후순이한테 이상한 소문이 온 곳으로 퍼져서 직접 물어보다가..."


"묻다가 뭐? 왜 말을 흐려"


"..너희 사이에 그런 일 이 있었는지 몰랐어"


"그 년이 말했구나? 근데 왜 소문이 무슨 문제 있어?"


"그래.. 지금 필요한건 나보다는 너야"


그리 말하고는 여러 일들을 말해 줬는데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았다


후순이는 좋아하던 선배를 따라 고등학교로 가서 결국 연애에 성공을 했다 


하지만 그걸 질투한 한 여학생이 후순이가 걸레라던지 실은 엄청난 인성 파탄자라는 소문을 퍼뜨린 모양이고


그 소문을 들은 선배가 후순이에게 몸을 요구했고 후순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거절. 


선배에게 이별 선고를 받았고 이제는 그 선배까지 합세해서 후순이를 공격하고 있다.. 대충 이정도다


(그래서 나더러 어쩌라는 거지)


"그래서 내가 왜 연락해야 되는지는 말하지 않은거 같은데"


"후순이가 나한테 직접 부탁했어. 니가 전화나 톡도 보지않는다고 부탁이니까 한번이라도 연락하게 해달라더라"


"싫어"


속내를 모르겠다 나더러 꺼지라 한건 자신이면서 이젠 자기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고 나를 찾는 꼴이라니 


나를 등신호구새끼로 보는게 틀림없지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옛 친ㄱ" 

"옛 친구지 말그대로 이젠 친구도 뭣도 아니야"


"..."


"끊을게 너한테 화난게 아니야"


.

.

.


그 일이 일어난 후 성민이의 연락이 점점 뜸해졌다 전화를 해도 항상 죄책감과 회의감에 빠진 목소리만이 들려오고 전과같은 힘찬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결국 성민이 와의 연락도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내 몸 사이즈만한 배게를 샀으니 그닥 슬프지는 않아..배게가 매일같이 젖어 있는건 땀 때문이다


방학시즌이 왔고 친가에 잠깐 들렀더니 우리집 대문 앞에서있는 후순이를 발견했다 


허리까지 오던 머리는 짧게  쳐져 있었다


항상 생기가 가득하던 눈에 빛이 들어가지 않았다


항상 올라가있고 꿈틀거리던 입가는 축 처져 있었다


자신만만하던 몸짓은 위축돼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래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난 후순이를 무시하고 대문을 열기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후순이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매를 잡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기..그..후붕아..안..녕..?"


이미 걸린 이상 넘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어"


"그..이전에는 그..아 저기 잠깐만!"


말을 더듬길래 듣기 싫어서 집에 들어가려 했더니 나를 막는다


"왜 말을 거는거야?"


"..어..?"


"말걸지 말라 그랬던건 너 아닌가 나 보기가 좆같다면서 쪽팔린다고"


"그..그건.!"


"이제 기댈 사람 하나 없으니 돌아오는거야? 내가 제일 만만해서? 병신호구새끼라?"


"..미안해"


후순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 미안해..그때는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봐.."


"뭐?"


"중학교로 가고 주변 사람이 늘어나서 부담감이 점점 늘어났어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거짓말이나 다른사람 험담이나 하고 있으면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항상 거짓말과 험담만 하고 다니고 결국 다른사람이 내 험담을 하는걸 듣고 나서야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조금 알겠더라 그랬더니 또 무서워 졌어 다른사람들이 내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게.. 거기다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선배가 나한테 너와의 관계를 물어보고 주변에서는 너랑 관계 자체를 맺는걸 무시해서 결국 선배한테도 무시당할까봐

너한테 그런 심한 말을 해버렸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래서 하고싶은 말이 뭔데"


"다시..친구가 됐으면 좋겠어.. 옛날 그대로의 관계를 바라지는 않으니까.. 제발 부탁이야.. 다시 내 친구가 되어줘.."


"하나만 묻자 넌 언제부터 나한테 미안해진 거야?"


"어?"


"내가 맞춰볼까 그건아마 선배랑 헤어지고 학교내에서 좋지 못한 입장에 놓였을때. 내말 맞지?"


"자..잠깐만..."


"학교내에서 네 입지가 줄어들고 어딜가나 니 험담이 들리니까 넌 아마 불안했을거야 살면서 그런적은 단 한번도 없었을 테니까"


"..."


"넌 결국 니가 필요한대로 행동하는거야 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따위는 하나도 없고"


"아니야..나 정말..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해 너한테 사과하기 위해 전화도 해보고 톡도 해봤지만 전부 먹통이라..! 너희집까지 찾아온건데!"


"당연하지 차단했으니까 그 일이 있고 나서 나쁜소리 또 들을까봐 차단했거든"


"..미안해..정말 미안해.."


"미안할 필요 없어 대신에"


그녀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용서 받을수 있을거라는 기대겠지


"대신에?"


"당장꺼져 다시는 아는척 하지마 쳐다보지도 말고"


후순이의 미소는 금새 절망을 가득 품은 얼굴로 변했고 이윽고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 날 이후 난 후순이를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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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후챈에서 사료만 받아 먹다가 하나 써보는데 글을 자주 쓰지도 않고 생각할때는 "오 개쩌는데" 하다가도 정작 써보면 "오 좆같은데"

의 반복이라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하나만 완성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각종 파트 쓰다가도 계속 막히고 후회파트 쓰는건 이게 정말 후회가 맞는건가 맛보시는 분들이 맛있게 드실수 있나 생각 하면서 썼는데 암만봐도 부족해 보이네요 피드백 해주시면 감사하고 인터넷에 처음으로 올려보는 글입니다 한심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