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결국 그냥 내가 썼네..

자급자족이 답인가...

근데 약간 후회파트가 짧아서 후회물처럼 느껴질진 모르겠다.



후순이와 후붕이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어.

결혼하란 말에 지친 남자와 찝적대는 남자들에 지친 여자.

서로 명목상의 배우자가 필요했기에, 이 자리에 와 있었어.


"남처럼 살죠."


후순이가 말했어.


"명목상으론 결혼이지만 서로에게 마음 없는 거 아니까. 어차피 가짜 관계니까 서로한테 관심 끄고 살죠. 당신이 바람피든 뭘하든 상관안할테니까 당신도 저한테 신경꺼주세요."


후붕이는 고개를 끄덕였어.

이렇게까지 극단적일줄은 몰랐지만, 뭐 그도 결국 필요한 건 결혼했다는 사실 뿐이었으니.


#


"밥은... 먹고 가지?"


후붕이가 말했어.

그래도 말은 부부관계인데, 매일 아침을 안 먹고 가는 그녀가 신경쓰여 2인분을 차리고 그녀에게 말했어.

그가 요리에 자신이 있기도 했으니, 크게 힘든 일은 아니었지.


"신경 꺼. 남처럼 살기로 했잖아?"


그녀는 쌀쌀맞게 대꾸했어.

뭐, 그에게 악감정이 있는건 아니었어.

그냥 원래 그녀의 성격이 그랬어.


후붕이는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그녀를 잘 대해 주려 노력했어.

주위를 배척하려는 그녀는, 어딘지 쓸쓸해 보였거든.


사람은 쉽게 바뀌는게 아니라했던가, 후순이는 계속 후붕이에게 쌀쌀맞았어.

후붕이가 아침을 챙겨줘도.

그녀가 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올때면 항상 간식이 올려져 있어도.

후순이는 후붕이의 호의를 무시했어.

후붕이도 딱히 상처받지는 않았어.

처음부터, 그런 관계였으니까.

애초에 그도, 힘들어보이는 그녀를 도울 방법이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아 그가 그나마 자신있는 요리를 한 거였으니까.


#


결혼계약을 한지 1년쯤 되는때였던가.

일하고 있는 후순이에게 급한 전화가 걸려왔어.

그녀의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고,

큰 수술이 필요하다고,

쉬운 수술이 아니라고.


병원으로 급히 달려가 엄마를 뵙고,

후순이는 너무 힘들었어.

괜찮으실까.

수술은 잘 될까.


우울했어.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어.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졌지만, 전화를 걸만한 사람은 없었어.

그야, 그녀는 주변을 배척했으니까.

자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며 달렸으니까.


그냥 정처없이 걸었어.

편의점에서 소주를 한병 사서.

아무 생각없이 걸었어.

도착한건, 결국 집이었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후붕이가 일을 마치고 돌아와 술을 한잔 하고 있었어.


그녀는 그냥 그 맞은 편에 앉았어.

그리곤 말없이 술을 들이켰어.


후붕이는 후순이를 바라봤어.

무슨일이냐고 묻진 않았어.

그냥,


"안주... 먹고 싶은거 있어?"


그렇게 물었어.


"아무거나"


후붕이는 주방으로 가더니 금방 간단한 안주거리를 만들어왔어.

다시 맞은 편에 앉아 같이 술을 마셨어.


"엄마가... 아프시대."


후순이가 입을 열었어.


"암이시래. 수술을 해야 하는데... 잘될지는 모르겠대."


후붕이는 묵묵히 듣고 있었어.

그게 지금 그녀가 가장 필요한 것일테니까.


"너무 힘들었어. 우울했어. 그랬는데... 아무도 없더라"


후순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왔어.


"계속 앞만보고 달려왔더니, 푸념할 사람 한명도 없더라."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후붕이를 바라봤어.


"나. 너무 뻔뻔한가."

"남처럼 살자고 한건 난데.."


후붕이는 그냥 후순이의 눈을 바라봤어.


"괜찮아"


그가 말했어.


"힘들때는... 그냥 푸념해도 돼. 살짝 기대어도 돼."


후붕이가 술을 한모금 마셨어.


"너는 너무 힘들게 살더라.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마."


그 후로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어.

같이 살게된 후, 둘은 처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


#


다음날 아침, 후붕이는 아침 일찍 출근했어.

후순이는 식탁에 놓인 아침밥을 봤어.

항상, 그는 그녀를 위해 신경을 써줬는데.

그녀는, 후붕이에게 짜증만 냈어.


이젠, 혼자있긴 싫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이젠, 그와의 관계가 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렇지만... 너무 멀리 온 거 아닐까.'

'이제와서, 어떡해야 하는걸까.'


그때 후순이의 눈에 달력이 들어왔어.

그래도 기억은 해놓았던 결혼기념일.

그게 딱 일주일 뒤였어.


'선물이랑 같이 그날... 고백하면'


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주말에 쇼핑을 가기로 했어.


#

(후순이 시점)


나는 걷고 있었어.

어떤 선물이 좋을까 하고 고민하면서.


건너편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어.

후붕이였어.

옆에는 나보다 어리고, 예쁜 여자가 같이 걷고 있었어.

후붕이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고, 그 여자는 놀리듯이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어.


누가봐도, 사이좋은 커플의 모습.


처음 든 감정은, 어이없게도 배신감.

그러나 이내 그게 얼마나 모순적인 감정인지 깨달았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걸던 그의 얼굴이 따올랐어.

그리고 그런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지나쳐갔던 나날들이 떠올랐어.

그를 만난 첫날, 내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


[당신이 바람피든 뭘하든 신경안쓸테니까]


내가 저주스러웠어.

그딴 말을 한 내가 저주스러웠어.

그리고 그 말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내가 저주스러웠어.


근처 골목에 앉아 펑펑 울었어.


처음으로, 마음의 안식처를 찾았었는데

처음으로, 마음을 맡길만한 상대를 찾았었는데

내가 첫 만남때 그런말만 하지 않았어도,

 아니 그 후로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지금은 서로의 마음이 통하여서,

결국 서로 좋아하게 되어서,

내가 그의 옆자리에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를 향해 웃으며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 성격 때문에.

후붕이의 옆은 다른 여자의 것이 되었어.

그날 나를 위로해줬던 그의 다정한 목소리는 다른 여자를 향하고 있었어.

나보다 더 예쁘고, 나보다 더 그를 위해주는.


읏고있는 후붕이의 표정은 처음보는 것이었어.

그야 당연한걸까.

당연한거겠지.

자신의 호의를 짓밟는 '남'에게 웃어줄리 없는 건

자신을 좋아해주는 애인에게 웃어주는 건


하하...


난 그대로 집으로 뛰어가, 잠이 들었어.


#


후순이는 다음날 깨어났어.

결혼 기념일 당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후붕이의 안색을 살폈지만,

그는 그냥 평소와 똑같이 아침을 해두고는 출근했어.

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뭘 기대하는거야'라고 중얼거리더니 집을 나섰어.


#


그날,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자, 후붕이가 그녀를 맞아줬어.

어안이 벙벙한 그녀에게 후붕이는 반지를 내밀며 자신과 진짜 결혼해주지 않겠냐고.

홀로 외로이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사실 속은 연약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고 말했어.


사실 그날 쇼핑하던 여자는 직장 후배로, 고백 선물을 고르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서 불렀고, 사랑꾼이라고 놀리는 그녀에 의해 볼이 빨개졌던 그 상황에 후순이가 후붕이를 딱 본거지.


후순이는 울기 시작하더니 후붕이에게 안겨들었어.

좋아한다고.

그런데 자기가 했던 말 때문에 영원히 못 이뤄질 것 같아 무서웠다고.

곁에 있고 싶다고.


그렇게 둘은 결혼한지 1년째 되는날, 진짜로 결혼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