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얀순아, 난 진짜 자기가 너무 좋아."


밝은 미소를 지으며

얀순이를 끌어안는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카페 안에서, 얀순이를 꼭 껴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어휴, 요즘 것들이란..."


"남사스럽게 저게 뭐하는 짓이야..."



저 사람들이 옳다.

나도 하고 싶지 않다.



"어머, 자기, 이렇게 날 사랑해주는 거야?"


얀순이가 씨익 웃으면서 포옥 안긴다.

눈이 뱅글뱅글 돌아간다.



나는 얀순이에게 애정 표현을 하고 있다.

내 의지가 아닌, 얀순이의 의지로.




멍하니 얀순이가 흔드는 동전을 바라본다.


"이번엔 영화관에 같이 가자. 내가 너한테 푹 안길 테니까, 넌 호탕하게 웃으며 날 끌어안는거야."


음침하게 웃으며

얀순이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꺄악! 너무 무서워!"


"자기, 다들 놀라잖아."


대범한 것처럼 얀순이를 끌어안는다.

주변 사람들이 여기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고 싶지 않다.

이러고 싶지 않다.


벗어나고 싶다.




얀순이의 하루는 바쁘다.

직장에서 출근하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갈궈대며 실적을 만들고, 늦게 들어오고.


나는 내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이 문자로 보고한다.

아침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청소를 한다.

그 다음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얀순이의 속옷을 가지고 말 할 수 없는 것을 한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녹음해서 사본을 얀순이에게 보내고, 문자를 받고 보낼 때마다 스크린샷을 찍어서 얀순이에게 보낸다.


내 모든 행적은

모두 얀순이에게 알려진다.


얀순이는 가만히 회사에서 내 행적을 지켜볼 뿐.


나는 내 몸 안에 갇힌 채로

멍하니 내가 무엇을 하는지 바라보고 있다.




"여보! 다녀왔어?"


밝게 웃는 나는

퇴근하는 얀순이가 미처 신발도 벗기 전

얀순이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어머, 옆집은 금슬이 참 좋은가봐."


지나가던 이웃이 한 마디를 던지고

나는 그 이웃에게 산뜻한 미소를 보내며 고개를 숙인다.


구해달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가, 다시 내려간다.




손발에 수갑이 채워진다.

입에는 입마개가 채워진다.

온 몸이 침대에 묶인 채로


얀순이가 동전을 흔든다.


"자, 잠깐 자유를 줄게.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구속되어있는 자유의 시간

나는 얀순이에게 욕설을 하고, 침을 내뱉고 싶다.


입마개만 아니었어도.


"눈빛 너무 뜨거워... 나도 사랑해, 얀붕아."


다시 동전이 흔들린다.


"자, 다시, 넌 나를 너무 사랑하는 남편이야. 내일은, 회사로 찾아와서, 왜 연락이 안 되냐고 나를 들들 볶아야 해. 알았지?"


이러지 마.

이러지 말아줘.






"왜! 연락을 안 해! 응? 아무리 바빠도, 문자 하나 할 시간 없어?"


얀순이의 회사에서 짐짓 큰 소리로 야단을 친다.

얀순이는 잔뜩 움츠러든 채로 고개를 숙인다.


"어머, 얀순 과장님, 남편에겐 저렇게 꽉 잡혀 사시네..."


"와... 남편 집착 진짜 어마무시하다. 전에도 보니까 문자 답장해야 한다고 얀순과장님이 쩔쩔매던데..."


옆에서 들리는 소리가 내 심장을 찌른다.

그게 아닌데. 그런 게 아닌데.


"앞으로 똑바로 해. 연락 잘 하고! 내 눈 밖으로 벗어날 생각하지 마. 알았어?!"


"... 네, 여보."





"뭐할까? 응? 이번엔 뭐 할까?"


"자기 원하는 거, 하고 싶은 거 다 해."


나는 씨익 웃는다.

내 의지가 아닌, 얀순이의 의지로.





소재 제공 및 과거글 모음 : https://arca.live/b/yandere/8328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