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응, 어쩔 수 없지. 좋은 사람 만나."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그리 말했다.


어쩔 수 있나. 소꿉친구인 자신보다, 더 마음이 가는 여자가 있다는데.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얀붕이는 쓴 웃음을 지으며 얀순이에게 사과했고


"아냐, 괜찮아."


얀순이는 차오르는 눈물을 감춘 채,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 뒤

얀붕이는 자살했다.


여자친구라고 믿은 여자가

얀붕이 통장의 돈을 뜯어가서, 다른 남자에게 바치는 것을 보고야 말아서.





"아, 시발 꿈!"


얀순이는 황급히 침대에서 깨어났다.

온 몸에 흐르는 식은 땀, 생생한 꿈.


꿈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한 그 일주일.


얀순이는 결심했다.

얀붕이를 절대 죽지 않게 하겠다고.




"아니, 나 포기 못 해. 그 년 걸레같은 년이야! 속지 마, 얀붕아!"


"왜, 왜 이래? 갑자기? 응? 너 이런 애 아니었잖아."


얀순이는 얀붕이를 몰아붙였다. 절대 그 년에게 넘어가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너, 이거 봐봐. 얘가 평소에 무슨 짓을 하는지 보라고!"


얀순이는 인터넷에 온갖 정보를 다 검색해서, 그 여자의 행적을 싸그리 모아 정리했었다.

그리고, 얀붕이 앞에 그 정보들을 내밀었다.


"너, 가지 마. 가지 마! 안 돼! 내 곁에 있어!"


"... 얘... 이런 애였어?"


충격받고 멍하니 서 있는 얀붕이를

얀순이는 꼭 끌어안았다.


"내 곁에 있어... 나도 너 좋아한단 말이야..."


석연찮은 표정으로

얀붕이는 얀순이를 슬쩍 밀었다.


"일단, 오늘은 집에 갈게. 나... 머리 속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우울해 보이는 얀붕이의 표정에

얀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 잘 해. 내 말 못 믿겠으면 직접 검색해 보고. 난 너 못 잃어."


얀붕이는 슬프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였다.




"뭐야, 시발..."


또 꿈이었다.


얀순이는 황급히 침대에서 깨어났다.

온 몸에 흐르는 식은 땀, 생생한 꿈.


"집에 보내면 안 되겠네..."





"그 년 걸레같은 년이야! 속지 마! 이거 봐봐!"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소리쳤다. 다시 모은 증거들을 가지고.


"... 얘 이런 애였구나..."


얀붕이는 의기소침한 채로

끌어안아 오는 얀순이를 슬쩍 밀었다.


"일단, 오늘은 집에 갈게..."


"가지 마, 가지 마! 나랑 있어! 나랑, 나랑 있어줘... 제발..."


얀순이는 밀어내는 얀붕이에게 저항하며, 다시 끌어안았다.

얀붕이는 얀순이를 밀고, 밀고 또 밀고

얀순이는 얀붕이를 안고, 안고 또 안고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얀붕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보도블럭에 머리를 부딛혀 피를 흘리는 채로

얀붕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왜 또, 씨발, 왜!"


얀순이는 황급히 침대에서 깨어났다.

온 몸에 흐르는 식은 땀, 생생한 꿈.


"그래, 갈 때 까지 가보자. 어디, 어떻게 되나 보자, 그래."




"일단, 오늘은 집에 갈게... 그러니이이이잇!"


파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얀붕이가 무너져 내렸다.


오른 손에는 전기충격기를 든 채로

왼 손으로 능숙하게 얀붕이를 받아든 얀순이는


생글생글 웃으며, 얀붕이를 업고 집으로 향했다.


"사랑해, 얀붕아. 넌 내가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


얀순이는 얀붕이를 자기 침대에 눕혔다.

끌어안았다. 얀붕이에게 나는 냄새가 기분이 좋았다.


포근한 얀붕이의 품에 안겨, 얀순이는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면

얀붕이가 사라져 있었다.


"... 어?"


얀순이는 즉시 옷을 챙겨입고 신발장으로 나섰다.

얀붕이의 신발이 없었다.


얀순이는 얀붕이의 집으로 달려갔다.



얀붕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얀붕이의 집 안에서

얀붕이가 고백하려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끌어안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얀붕아! 이리 와! 안 돼!"


얀순이는 다급하게 소리쳤고

얀붕이는 얀순이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했다.


"왜, 왜 그래, 나에게... 한 년은 미친년이고... 한 년은 꽃뱀이고..."


미처 얀순이가 붙잡을 새도 없이

얀붕이는 다리 밑으로 뛰어내렸다.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얀순이는 황급히 침대에서 깨어났다.

온 몸에 흐르는 식은 땀, 생생한 꿈.


"그래, 끝장을 보자. 변수 같은 거 다 차단하고, 얀붕이가 절대 죽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네."




전기충격기로 기절한 얀붕이의 팔에 수갑을 채웠다.

다리에도 족쇄를 채웠다.

혹시 몰라서, 입에 재갈을 채웠다.


"읍, 읍..."


깨어난 얀붕이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얀순이를 바라보았지만


"얀붕아, 이건 널 위해서야. 널 죽지 않게 할 거야. 나는 널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런 거야... 날 믿어줘, 날 믿어줘..."


얀순이는 미친듯이 중얼거리며, 얀붕이에게 달라붙었다.




"이러면 된 거야, 이러면 된 거야."


얀순이는 끊임없이 얀붕이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얀붕이에게 그 어떤 자유도 허락치 않았다.


얀붕이의 눈이 죽어버렸다.

얀붕이의 표정이 사라졌다.


그래도, 얀순이의 품에서 얀붕이는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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