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저.... 인터넷 기사님"


"네?"


"그,,, 말 안햇죠?"


"무슨....말씀이신지요?"


"아. 아니에요. 고생하셧습니다. 여기 ...커피 한잔 드세요"


나는 이 여자가 주는 캔커피를 받으며 생각했다.

첫번째. 일단 여기서 빨리 도망가자

두번째. 이 커피는 꼭 마시지 말고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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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통신사 소속 인터넷 설치 기사다.

최근에 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이 늘어남에따라

인터넷 설치와 A/S 요청도 엄~~~~청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컴맹인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끼고 있다.

온갖 야동은 토렌트로 다 공유하고 있으면서 인터넷이 느리다는 새끼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잊어먹엇다며 고쳐달라는 새끼

모뎀에 전기도 안꼽아놓고 인터넷이 안된다는 새끼


요즘 학교에선 도대체 뭘 가르치는걸까

저런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명문대를 가는걸까

신기하기만 하다.



오늘 A/S를 요청한 이 명문대생도 똑같다.

다짜고짜 인터넷이 느리니 고쳐달란다.

아무래도 대학 입학하면서 혼자 자취하는 듯 한데

꼴랑 100MB 짜리 유선인터넷 제일 싼거 쓰면서

하는 짓은 10GB 고객 보다 더하다.


적당히 인터넷 사용기록이나 로그를 보고

청년이 혈기왕성한건 이해햐지만 야동좀 그만보라고 한마디 쏴주면

아무말 못하겟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이상한 점이 많다.

첫번째. 공유기부터 ..이게 안테나가 몆개야

20만원쯤 할만한 고급 공유기를 쓰고있다.

인터넷은 꼴랑 100mb짜리 쓰는데 이런 공유기를 쓰는 이유를 물어보니

자기가 PC에 노트북에 태블릿에 수업용 웹캠까지 쓰기때문에 

친구가 공유기는 좋은걸 쓰라 그러면서 추천해준 거란다.


이런건 접속 클라이언트가 엄청 많거나, 내부망 데이터사용량이 많을때나 쓰는건데...

어디에나 한명 쯤 있는 ㅈ문가를 친구로 두셧구만



두번째. 인터넷 사용기록이 깔끔하다.

일단 내 계획이 헝클어졋다. 

실제로 저 고급 공유기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넷이 너무 느리다.



그럼 이제, 저 고급 공유기를 뜯어볼 차례다

공유기 내부 접속기록을 살펴봐볼까.

....

....

....

..

어라?


"손님? 그... 수업용 웹캠이 하나 있다고 하셧죠?"


"네 기사님 저기 컴퓨터 옆에있는 무선 웹캠이요"


"이거 말고도 다른 장비들이 많이 잡히는데.. 혹시 다른 무선장비가 있으세요?"


"아까 말씀드린 노트북이나 태블릿뿐이에요"



공유기 접속 로그에는 그것보다 2~3개의 장비가 더 잡히고 있다.

그리고 웹캠과 그 뭔지 모를 장비에서 통신량이 어마어마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해킹인가?


웹캠까지 있어서 까딱하면 경찰에 신고해야하나

생각하는데


공유기 로그에 갑자기 문자들이 업데이트 된다

'가만히 내비둬'

'말 하지마'

'그냥 돌아가'



진짜 범죄현장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난 이번에 알게 되었다. 그냥 무시하고 도망가고싶다.


최소한의 온정으로 공유기를 재부팅시키고

이... 불쌍한 피해자에게 조치가 완료되었다고 한 뒤

빠르게 이 집을 나왔다.



내가 이 원룸의 문을 열자마자 같이 열리는 옆집의 문.

거기서 나오는 비슷한 나이또래의 여자애


"저.... 인터넷 기사님"


"네?"


"그,,, 말 안햇죠?"

....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무슨....말씀이신지요?"

시발 진짜 무섭다고.. 그냥 모르는 척 하고 빨리 도망가고 싶다고


"아. 아니에요. 고생하셧습니다. 여기 ...커피 한잔 드세요" 


이 여자는 내가 그 로그를 봤다는걸 분명 알고 있다.

이딴 캔커피 먹나봐라.. 뭐가 있을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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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인터넷 기사가 이리 불친절한지 모르겟다.

뭘 해준것도 아니고 좀 만지작거리더니, 공유기만 재부팅 시키고는

다 됐다며 쏜살같이 도망간다.


이렇게 해서 고쳐질거 같으면 내가 하고말지 뭐하러 A/S를 부르나?


"얀붕아. 뭐 안돼?"

옆집에 있는 얀순이가 인터넷 기사를 배웅하는 날 보고 묻는다.


"인터넷이 요즘 갑자기 느려가지고 A/S를 불러봣는데. 걍 니말대로 너한테 도와달라 할걸 그랫다 야"


"그냥 나 부르래도. 잠깐 들어가서 봐줄게"


얀순이는 참 착하다

비대면 수업이 공지되자, 남는거라며 웹캠과 무선공유기도 선물해주고

컴맹인 나를 위해 사용방법도 알려주고, 설치도 직접 해주었다.


그 전엔 인형뽑기에서 나온거라며 

괴상한 센스의 못생긴 ㅋㅋㅋㅋㅋㅋㅋ인형도 두어개 주었다.


공유기 설치해줄때 그 인형부터 찾더니

침대 맞은편에 떡하니 '여기는 이제부터 인형자리!'라며 얼토당토 않은 소리나 하는데

재밋고 유쾌한 친구다.


"거 이상한데 인형 던져두지 말래도, 여기가 인형자리!"

라면서 오늘도 인형을 침대 맞은편에 딱 둔다.

여자애들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얀순이는 인터넷 기사가 헝클어뜨린 웹캠의 위치도 바로 잡아준 뒤

다음에 뭔가 이상하면 자신을 부르라며 신신당부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