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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때였나...?


알기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였지.


아직 날씨가 추운 어느 겨울날, 아직 잎이 자라지도 않는 이름 모를 커다란 나무 밑에서 우린 처음 만났었지.



"얀붕아~ 마트에 가서 식용유 좀 사오거라~"


완전 시골이라하기도 그렇다고 도시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마을이였지.


하지만 아마 시골과 가까웠을려나?


만약 그때 엄마가 심부름을 안시켰으면.... 아니면 내가 춥다면서 떼쓰며 안나갔으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 네....."


세상이 새하얗게 뒤덮인것만 같은 들판, 사람들만 지나갈 수 있도록 닥여진 길을 가로지르면서 눈으로만 이루어진 풍경을 봐라보고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응...?"


눈 덮힌 새하얀 언덕 위에 또래 정도 보이는 아이들이 여러명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이 무언가 이상했다 그들은 누군가를 둘러쌓은것 같았고 눈덩이를 마구잡이로 던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어리고 순수해서 자신만 넘치는 정의감에 휘둘러진 것일까 아니면 신이 만들어주신 기회인 것일까.


아무튼간에 그 언덕위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고 있었지 그리고 그곳엔....


"사라져라 이 유령아!"


"하하하핫!!"


남자애 여러명에서 한 여자애를 괴롭히듯 눈덩이를 던지고 있었던 것이 었다.


그 여자아이는 몸을 웅크리며 너무나도 괴로워하고 있었고 그 모습은 나를 가만두게 하지 않았다.


"그만해!"


그들을 중재할려는 얀붕이의 외침은 넒은 언덕에 울려퍼지고 괴롭히던 아이들은 정색하며 나를 쨰려보기 시작했다.


"너 뭐야?! 괜한 참견하지마!"


대장으로 보이는 덩치큰 애가 내 가슴을 툭툭 밀면서 꺼지라는듯 인상을 쓴다.


"이게!"


정신을 차리고 있을땐 나를 밀던 아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자신보다 체격이 월등하면서도 그들은 여러명이다 솔직히 너무나 무모하다 못해 자살 행위나 다름 없었지만 정신 없이 싸우다보니 애들은 도망가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얀붕이도 많이 얻어 맞고 다치기도 했지만 한 사람을 도와줬다는 생각에 고통보다는 만족감이 앞서 있었다.


"괜찮아...?"


자신의 몸을 털며 아직 겁에 질려 있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어준다.


"으....."


"걱정하지마 괴롭힌 애들은 내쫒았으니까."


순수하며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에 그제서야 경계를 서서히 풀며 괴로워하던 아까워 표정은 거두고 안도감이 잦아든 미소를 짓는다.


"고.. 고마워...."


아깐 싸우느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조금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은색의 고운 머릿결은 주변이 눈으로 덮힌 배경과 잘 어울러져 있었고 하늘 처럼 푸른색 빛을 뜨는 눈동자와 곱상한 이목구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금 특별한 외모를 가지고 있네? 그런데 어쩌다가 괴롭힘을 당하게 된거야?"


"그.. 그게...."


낯을 많이 가리는 것인지 조금 수줍어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가 말하기를 꺼려하는것만 같았다.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괜찮아."


"아.. 아니야...!"


힘들면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얀붕이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용기를 쥐어짜내듯이 크게 외친다.


"그러니까..... 나는  외모가 남들보다 다르니까.... 막 유령 같다면서......"


괴로운 기억을 떠올린 것인지 다시 절망감에 물든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버릴것만 같았다.


"나쁜 애들이네.... 사람을 괴롭히는것도 괴롭히는건데 그 이유도 말이 안되는데?"


"안된다니....?"


의문이라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얀붕이는 다시 한번 환하게 미소지으며 자신있게 답한다.


"그야 이렇게 예쁜 여자애가 유령이라니, 세상에 이렇게 예쁜 유령이 어디 있다고 그래?!"


그녀를 위로나 아부 하는것이 아닌 그의 진심어린 본성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얀붕이의 눈에는 그녀가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미소녀로 보였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힌 받는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간것이다,


"뭐..?! ㅇ..예쁘다니.... 내가.. 그럴리가.....!"


너무나 뜻밖의 답변이라는 듯이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뺨도 빨갛게 붉혀버린다.


"아니야 정말 예뻐! 내가 보장할게!"


"그래....?"


살짝 수줍어하면서도 기쁜것인지 어려품한 미소가 귀여움을 자아낸다.


"그럼 난 부모님께 부탁 받은게 있어서 말이야 가봐야될거 같에 안녕!"


"잠깐...!"


자신에게 심부름이 있다는것을 깨달으며 뒷늦게 나마 서두를려하는 그의 행동을 불러 세운다.


"그.... 구해줘서... 고마워....."


아직도 부끄러운 것인지 홍조를 띄우며 몸을 움츠린다.


"아 괜찮아! 사람이 곤경에 쳐했으면 도와야지!"


"저기... 이름을 알려줘....!"


마지막 용기를 짜내면서 어쩌면 난생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감 있게 외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난 얀붕이라고해! 이 근처에 살고 있어!"


"정말....?! 나도 여기 근처에서 살고 있는데...."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얀붕이는 새로운 친구가 늘어난것마냥 신나하며 대답한다.


"그래?! 그럼 우리 자주 놀자! 분명 즐거울거야!"


그런 말을 듣자 그녀는 감동과 기쁨 그리고 고마움이 담긴 미소를 그를 애처롭게 쳐다봤다.


"난.. 얀순이야...! 앞으로.. 그.... 치... 친....."


"친하게 지내자고?! 당연하지! 앞을 잘부탁해!"


그러면서 마지막 미소를 짓거는 그는 어디론가 달려나가 버렸다.


얀순이는 달려 나가는 그를 잡아볼려고 했지만 이미 떠나가버린 얀붕이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수줍으면서도 만족스러운 웃음 짓고는 그녀도 자신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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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는 얀순이와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 했다.


집도 거의 옆집이다 할 정도로 가깝고 우리는 서로에게 잘 맞았다.


처음에는 다소 소심해서 낯을 많이 가려했었지만 지내다 보니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되었고 얼마안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와 얀순이는 점점 더 자주 오랫동안 만나게 되었고 어쩔땐 하루 종일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둘 다 부모님에게 혼난적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항상 즐거웠고 매일을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주고 받았다.


처음에는 나와만 지내던 그녀도 점점 사교성을 익혀가더니 나말고도 다른 아이들과 조금 서먹하면서도 나름 친근하게 지내게 될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소심하고 부끄러워하던 그녀는 희미해져갔고 이젠 사교성 좋은 어여쁜 소녀가 되어있었다.


그녀는 내가 없었다면 매일 괴롭힌만 당하는 소녀로 남았을거라며 항상 나에게 감사 했다.


난 딱히 해준게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미소를 볼때마다 뿌듯함이 전해져 왔었다.


이 근방의 초등학교는 한 곳밖에 없었고 우리는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반은 달라도 매일을 함께 놀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는 결말이 있는법..... 영원할것만 같았던 우리의 우정도 결국 갈라져야할 시기가 찾아와 버렸다.....


초등학교 2학년 여름이였을까?


아마 이제 막 여름 방학을 맞이하고 모두가 신나할 시기였다.....


"얀붕아!"


그녀와 처음 만났던 이름 모를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나는 그녀에게 말해야만 했지....


"얀순아....."


그땐 겨울이라 온 주변이 새하얗고 나무는 잎 없이 그저 묵묵히 서있었지만 지금은 여름을 맞이하고 무성하지만 푹신하게 자라난 잔디들과 간지런히 가지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이 한대 모여 어디에도 없는 좋은 휴식공간을 마련해주는 그림 같은 공간이 되어 있었다.


"오늘도 날씨 진짜 좋다! 오늘 뭐하고 놀까? 내일은 강가에 가보는거 어때?"


"......."


밝고 환하게 말할 수록 내 마음은 점점 찢겨져 나가는것만 같았다.


매일매일 오늘은 뭐하지 내일은 뭐할까 하면서 말하는것도 이제 할 수 없었다......


"얀붕아....?"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내 표정은 너무나도 어둡고 컨디션인 좋지 않아 누가보면 인상을 쓰는것만 같았다.


얀순이도 그걸 눈치챘는지 살짝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우리 이제 못만나...."



"....!"


그런 나의 갑작스러우면서도 충격적인 고백에 방금만해도 밝았던 그녀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 갔다.


"ㅇ... 왜..... 왜 못만난다는거야....? 내가 뭐 잘못했어....? 내가 미안해...!"


처음 만난 이 장소에서 처음 만났을때의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다.


모든것에 자신이 없고 두려워 했으면 할 수있는거라곤 괴로워하며 몸을 움츠리는것 밖에 없는 나약했던 그때 처럼....


"그런게 아니야..... 실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금방이러도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니 참아 말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고 사라진다면 나중에 더 큰 상처를 입게 되겠지.....


"나....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곳을 떠나..... 여기와 좀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


"그럼.... 이제 못만나...?"


이미 눈가에 물방울을 잔뜩 머금고 있어 당장이라도 흘러 넘칠것만 같았다.


그녀의 슬픈 얼굴에 괜히 나까지 괴롭게 되버린다.


"아마 아닐거지만 그래도 만나기 엄청 어려울거야....."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미 말해 놨어... 너만은.... 특별하게 처음 만난 이곳에서 마지막에 말해주고 싶ㅇ..."


"싫어....."


단호하면서도 불안정해하는 짦은 한마디와 함께 내 말은 끝나기도 전에 끊겨버린다.


시야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하며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정신을 차렸을땐 그늘 사이로 희미하게 스며드는 햇빛과 내게 올라타 있는 그녀만이 있었다.


"싫어...! 가지마! 너와 떨어지는건 죽어도 싫어!!"


내게 안기며 결국 눈물을 계속해서 쏟아내더니 이내 오열해버리고 만다.


"미안해..... 이렇게 떠나버린다 해서..... 나도 마음이 아파...."


아직 뭣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있어 이별의 아픔은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


아마 어느 고통보다도 괴롭고 힘들어 할 것이다....


그런 나의 사과를 받아들였는지 말았는지 그저 내 가슴에 얼굴을 가린체 계속해서 울기만 했던 얀순이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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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마 꽤 긴 시간이 흘른것 같았다.


지금 그녀는 울음을 그쳤지만 나무 밑에서 내게 기댄체 그저 긴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어느순간 부터 끊겨버린 둘간의 대화, 원래 였다면 둘 사이의 주고 받는 여러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어야 했다.


"내가 아무리 떼써봐도 너는 떠나버리고 말겠지....?"


먼저 침묵을 깨고 말을 먼저 시작하는건 얀순이 였다.


"응.... 아마 그러겠지...."


둘의 사이와는 맞지 않게 알 수 없는 정적과 무거운 기류만이 감돌았다.


"잘가....."


"응...?"


결국 내게 이별을 선언하는 그녀.... 나와 떨어지는것을 극복해낸걸까...? 아니다.... 지금 그녀의 절망적인 표정은 아직도 자신이 괴로워한다고 말해주는것만 같았다.


"어쩔 수 없잖아....? 떠날 수 밖에 없다면....."


겨우 그쳐진 눈물이 다시 세어나오기 시작한다.


"잘가......"


쥐어짜내듯이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내겐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 졌다.


"미안해....."


"대신... 부탁이 있어...."


"부탁...?"


이제 오랫동안 못만날 것인데 갑작스럽게 무언가를 부탁한다는것은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녀의 다음 말에 납득이 되버렸다.


"만약... 정말 만약..... 다시 만난다면..... 나를 연인으로 맞이해 줄 수 있어....?"


어느때도 간절하고 기대에 차있으면서도 또 어느때보다도 걱정하면서도 불안해 보였다.


"좋아해...... 처음만났을때 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해..... 줄곧 이 말을 하고 싶었어...."


승부수를 던지듯이 마지막 용기를 짜내어 말하는것 같았다.


솔직히 그녀와 있으면 즐거웠다 매일이 가슴 설레는 나날이였지만 때론 그것이 우정으로서의 설렘이 아닐때도 있었다....


물론 나와 그녀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는 각각 다르겠지만 그 마음을 먼저 말하는것은 평소 용감하고 자신감 넘쳐 했던 내가 아닌 소심하고 뭐든지 두려워하는 얀순이였다....


처음으로 그녀가 나보다 용기를 낸것이였다.


그렇다며 나도 용기를 내야한다.


"응..... 알았어... 만약 다시 만난다면 그땐 친구가 아닌 연인으로 너를 맞이할게...."


평소의 나답지 않게 자신 없었지만 확신할 순 있었다.


"정말...?!"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알던 밝고 항상 웃어주는 얀순이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았다.


"응..."


"그럼.... 약속해줘... 손가락 걸고...."


"그래..."


그녀와 나는 연약하여 다른것의 도움 없이는 존재 할 수 없는 허약한 약지를 서로에게 맞걸고 평소에 하던 말을 읊어간다


""손가락 걸고 약속... 어긴다면 평생 소원 들어주기.....""

 

조곤하면서도 엄숙한 약속의 말을 나누고 슬슬 떠나야할 때가 찾아와 버렸다....


"이제 가봐야할것 같에..."


정말로 이별의 순간이 찾아와 버렸고 나는 씁쓸하면서도 고달픈 말을 전하며 언덕을 내려갈려 하자....


"잠깐...."


그녀가 나의 손을 붙잡는다 그리고....


쪽......


뺨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우면서도 생소한 감촉이 전해져 온다.


"또 보자....."


평소에 듣던거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무게감이 전해져오는 한마디....


"응....."


그런 짦은 대답과 함께 정말로 언덕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막을려는것 같지만 희미하게 들려오는 연약한 비명이 내 귀를 괴롭힌다.


"미안해 얀순아.... 그리고 고마워... 실은 겁많고 허풍만 있는 나보다 먼저 말해줘서...."


그런 독백을 마음 속으로 말하자 어느센가 나의 괴롭게만들던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해서... 그날 나와 얀순이는 이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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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속편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