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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파티는 마왕을 쓰러뜨렸다.



무척이나 강인했던 마왕.


그 마왕을 장차 3년간의 여행을 끝으로 우리는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난 거 같은 하루.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나는 파티원들로부터 믿을 수 없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 사실 처녀야."



나와 함께 지내던 파티원들...


그 파티원들이 사실은 모두 처녀라는 사실이었다.


그녀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나에게 자신들이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이란 걸 알렸다.



"응?"


"못 들었어? 우리 처녀라고."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파티의 검성, 비연.


예쁜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동양풍 옷을 입은 소녀.


그리고 매일매일 금태양 남친에게 어께동무 당하고 질질 끌려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던 그녀가.


지금 확실하게 자신이 처녀라고 말했다.



"뭔 소리야? 너 금발 남친 있었잖아. 매일매일 땀 흘리고 돌아왔다고 내게 과시하듯 보여줬잖아."



믿을 수 없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니가 왜 처녀야?


그럼 그 금태양의 남친은 도대체 누군데?



"그거... 내 동생이야. 그리고 땀 흘리며 돌아온 건 검술 수련을 해서 그래."



그녀는 진실을 고백했다.


그건 사실 자신의 동생이었다고.



"겉모습은 그래도 사실은 꽤 순수하고 순박한 얘야... 내가 시켜서 도와준 거고."



불량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사실은 되게 착한 아이라고.



"용사님 저도 처녀에요..."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파티의 성녀도 내게 말했다.


은발 머리를 가진 육덕진 몸매를 가진 수녀복을 입은 소녀, 루나티아.


몸에 딱 달라붙어 있는 수도복 사이로 검은색 가터벨트가 보인다.


솔직히 서큐버스라고 해도 믿을만한 몸매의 소유자. 저게 어딜 봐서 성녀야? 소리가 나올만한 여성이다.


그런 그녀는 매일매일 그 금태양에게 뒤로 박히는 걸 즐긴다고 나한테 커밍아웃을 했었다.



"뭔 소리야? 그 금태양이 맨날맨날 뒤로 박히는 거 좋아한다고 나한테 말했잖아. 너도 옆에 있었잖아."


"... 그거... 그냥 연기한 거에요. 제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항상 검성 비연이 금태양에게 끌려갈 때, 루나티아도 가끔씩 쫄래쫄래 따라가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나한테 말했다. 사실 자기는 뒤로 박히는 걸 좋아하는 개변태 년이라고.


야한 표정으로 나에게 음탐패설을 일삼던 그녀였다.



"저는 누구보다 순결해야 하는 성녀라고요.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년이 이제서야 진실을 말한다. 자신은 성 경험도 없을 뿐 더러 남자 손조차 잡은 적 없다고.


자신은 성녀라고. 그런 짓을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음... 용사. 나도 처녀야."



충격에 휩싸이던 중, 파티의 마법사도 내게 자신이 처녀라고 말했다.


너까지?


이젠 놀랍지도 않다.


보라색 머리를 가진 파티의 마법사, 벨라.


귀여운 마법사 복을 입은 츤데레 소녀.


물론 나한테만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리고, 금태양한테만 데레데레거리던 그녀였다.



"넌 그렇게 입고 지금 처녀라고 말이 나온다고?"


"성인인데 이 정도 옷은 입을 수 있지. 옷은... 그저 취향이야."



그녀는 매일매일 자극적인 옷을 즐겨 입곤 했다. 그것도 매우 야한 옷으로.


지금도 마법사 복을 어레인지해서 옆 가슴과 윗 가슴이 보이는 야한 복장이다.


누가 봐도 치녀라고 생각되는 복장을 입고 코스튬 플레이를 즐긴다고 항상 말해왔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도 지금 치녀가 아닌 자신을 처녀라고 말했다.



"정말로 처녀야?"



믿을 수 없었다.


나는 3년동안 얘네들을 걸레라고 믿어왔다.


그런 걸레들이 마왕을 쓰러뜨리고 하루아침에 처녀라니,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진짜거든요. 거짓말 같으면 신전에 있는 유니콘을 찾아가도 된다구요."



그리고 이런 내게 비연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유니콘에게 가보자고.


유니콘은 처녀를 감별해주는 영물이다.


처녀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뿔로 꿰뚫어 죽인다는 매우 포악한 영물.



확실히 유니콘 이야기까지 꺼낸 거 보면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만약 진짜로 유니콘에 데려갔는데 걸레라면 뿔에 찔려 죽을테니까.


목숨을 걸고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저렇게 자신 있게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나를 왜 속인 거야? 평소에 나는 도대체 왜 괴롭힌 거고?"



이쯤 되면 좀 궁금했다.



나는 그녀들에게 장차 3년을 속아왔다. 그녀들은 철저하게 속여왔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나에게 모욕감을 주고, 나를 파티 내에서 괴롭히기 까지 하였다.


노예처럼 부려 먹기 까지 하였다. 나는 이 녀석들에게 갖은 모욕과 괴롭힘을 당해왔었다.



혹시 이에 대한 합당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나를 꼭 속여야 했던 이유라도 있는 걸까?


나는 혹여나 싶어서 물어보았다.



"그게... 사실은... 놀리는 게 재밌어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저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솔직히 재밌긴 했죠?"


"개꿀잼이었지."



허허. 귀염둥이들이네.


들어보니 거창한 이유 따윈 없었다.


단순한 재미 때문에 나는 3년동안 나를 속여왔던 그녀들이었다.



"괜찮아. 재밌어서 나를 속인 거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하하."



나는 웃어넘겼다.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얘네들에게 하도 당한 게 많아서 그런지 이제 와서 이런 걸로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이미 나는 분노라는 감정은 지난 3년동안 모두 털어 넣은 지 오래였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은 생각보다 그렇게 화나진 않았다.



얘네들이 나를 속인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사소한 거 하나까지 거짓말을 했고, 나를 갈궜는데.


이 정도 장난은 아주 양반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를 속인 건 괘씸하긴 해도 결과적으로 나는 강해졌고 마왕을 쓰러뜨렸잖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충분히 감사하게 느낀다.


얘네들은 나를 위한 충분한 각성제가 되어주었다.



우리 사이는 윈윈인 관계였다.



"아... 아무튼 이제 안 속이기로 결정했어. 게다가 마왕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꽤나 멋있었으니까. 그러니... 이제 혹시나 좋은 관계로... 내가 뭐라는 거야."


"그... 그래요. 용사님. 저는 지금은 성녀라서 야한 건 안 되지만... 나중에 성녀 자리를 내려놓으면 그떄는... 이것저것... 할 수도 있어요."


"그래. 과거 같은 건 그냥 털어버리자. 우리가 맛있는 음식 사줄게. 그러니 기분 풀어? 그리고... 원하다면 디저트도... 줄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걸로다가... 기대해줘."



근데 얘네들 뭐라는 거야?


아무래도 나에게 무슨 목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왠지 나를 보며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몸을 베베꼬며 슬며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냐 아냐. 괜찮아. 나는 뒤풀이에 빠질게. 너희들끼리 해."



내가 굳이 뒤풀이에 참여해야 하나?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딱히 이렇게 좋은 날, 이 녀석들과 밥을 먹고 싶진 않았다.



"이제 서로 약속대로 갈 길 가자. 남은 인생 각자 행복하게 살자."



어차피 마왕만 쓰러뜨리면 헤어질 관계였다. 나는 마왕만 쓰러뜨리면 떠나기로 결심했고, 지금도 딱히 그 마음이 변한 건 없었다.


나는 이제 곧장 파티를 떠날 것이다. 어차피 이곳에 더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자...잠시만요. 이게 끝이에요?"



나는 마음의 정리를 모두 끝냈다. 이제 서로 헤어지는 것만이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달리 파티원 들은 그렇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 더 할 말이 또 있나?



"저희 처녀라구요. 처녀라는 의미 몰라요?"



그녀는 내가 가려고 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 팔을 잡으면서 부끄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어보았다.



"처녀라는 건 한 번도 경험 없는 여자를 뜻하잖아."


"그... 그래요. 그 말이에요."



누굴 바보로 아나? 처녀라는 뜻도 모르게?


나도 처녀의 뜻정도는 안다.


근데 처녀인 게 뭐 어쨌다고.



비연이 처녀든 말든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그냥 우리 사이는 비지니스 파트너 같은 느낌이지.



"그런데 이게 끝이에요?"


"응. 끝이지. 그럼 뭐 더 있어?"


"... 하는 거... 봐서... 줄 수도... 있을 지도 몰라요."



내가 떠나려 하자, 비연이 다시 내 팔을 잡았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비연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그리고 나를 잡는 손도 왠지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아냐 아냐. 내겐 너무 과분한 거야. 그런 건 아껴놨다가 좋은 남자한테 줘야지."



처녀를 준다라...


굳이? 필요 없는데?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가방에서 순간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1년 전에 사둔 스크롤. 항상 마왕을 쓰러뜨리고 사용하기만을 고대하던 순간이동 스크롤이었다.


이제 나는 이 스크롤을 사용해 파티를 떠날 것이다.



"용사님. 자... 잠시만요. 지금 바로 교회에 연락해서 성녀 자리를 내려 놓을게요."


"가... 가지 마. 용사. 놀린 게 화나서 그래? 미안하다니까.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화 풀어. 응?"



내가 순간이동 주문서를 꺼내자, 파티의 성녀 루나티아도 나를 잡으며 매달렸다.


그리고 아까까지 한껏 건방진 미소를 짓던 파티의 마법사, 벨라도 이제는 나를 울먹거리는 눈으로 붙잡았다.



"괜찮아. 너희들도 지금까지 고마웠어. 이제 인생에 축복만이 가득하길 빌게."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비소 지으며 인삿말을 전해준 뒤, 순간이동 주문서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