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악마와 천사의 관계. 굳이 말하자면 나쁘지는 않다. 사상의 차이 때문인지 갈등이 있었지만, 딱히 문제 될 거 같지 않기에 서로 터치를 하지 않는다.


천마대전? 예전에 서로 종족 단합 대회라면서 으쌰으쌰 박터지게 놀던 것도 대전이라면 대전이겠지.


악마가 호전적인 성격인지라 서로 과격하게 놀지언정 다른 종족한테까지 자기 종족 놀듯이 대하지 않는다.

천사는 공물을 받아 인간들을 병에 걸리지 않게 축복을 내려주고 악마는 제물을 받아 인간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니 기브 앤 테이크는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천사 쪽에서는 악마를 과격한 존재, 악마 쪽에서 천사를 문제 해결할 시늉도 안 해주는 좀팽이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건 서로 비밀.


지금 이 천사는 단순 호기심으로 소환을 하고 싶어 하고 인간계에 내려간 김에 변장하여 악마 소환하는 책을 얻고 돌아온 참이었다. 악마 소환이 나쁜 짓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꺼려지고 무서운 행위이지 않은가.


나름 변장이라 한 것도 다 들켰고 천사가 한다는데 깊은 뜻이 있겠지~라며 별 생각 없이 줬고 조심하라며 과자도 한 봉지 주었다. 여기 천사가 내려 올 때마다 늘 사가는 과자라 서비스 차원으로 준 것이다. 자기만 모른다. 바보.


악마 소환 재료는 공물에서 조금 삥땅을 쳤다.


"음....진은 이렇게 염소의 피로...그리고....사티로스도 염소인가? 나중에 해봐야지. 일단 염소의 피...공물이 염소니까 이 정도야 뭐 안 들키겠지? 어차피 피는 쓸 데도 없는데..."


여차저차 책을 참고하여 바른 방식으로 마법진도 그렸다. 제물은 자기가 인간계 내려갈 때마다 사 온 과자, 서비스로 받은 과자다.


"다음 내려갈 때까지 이 맛난 걸 못 먹겠네..."


침울하게 중얼거리며 칼끝으로 손가락에 피를 내고 떨어뜨린다. 앗 따가!

그 순간 환한 빛이 나고 어둠이 자신의 눈을 가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피가 메마른 흔적은 남아 있는데


"어! 내 과자! 과자 어디 갔어! 먹튀야?! 경찰 불러!"


자신이 아껴놓은 과자만이 사라진 게 아닌가. 맛있는 그 과자...내 과자...내 시간 내 노력...


악마에 대한 증오감이 무럭무럭 자라려는 찰나, 마른 피들이 자신이 떨군 피 쪽으로 모여 피 안개를 만들어 낸다.


"뭐야 제물이 너무 빈약한데? 이런 신선함은 20년 악마 생활 처음이야. 장난 좀 쳤는데 야 미안하다. 그렇게까지 미워하지 말아줘~"


뒤돌아 앉은 채 와작와작 과자를 먹고 있는 정장 차림의 멀끔한 악마. 푸른 피부와 흑수정마냥 반짝이고 까만 뿔이 아주 아름답다.


"오 이거 맛있는데? 그런데 여긴 어디지? 저기 그 인간아... 누구세요?"

"천사입니다."

"네?"

"네"


악마는 먹던 과자를 입을 벌린 채 떨어뜨렸다.


...아까운 내 과자...3초 안 지났는데 내가 먹을까?


"...귀여운 천사 아가씨가 악마를 왜 소환하셨나요?"

"하면 안되요?"

"안된다는 법은 없는데... 그래 뭐 정석대로 소환하셨고 나름 대가도 지불하셨으니 가능한 만큼은 소원 이루어 드릴게요."

"뭐든지?"

"과자 한 봉지로 뭘 하려고요?"

"음. 그러게요?"


악마는 천사에게 터벅터벅 다가가 털썩 앉는다.

하얀 피부와 하얀 새의 날개와 황금빛 링과 금안을 가진 꼬마 여자 천사

푸른 피부와 검은 박쥐 날개와 검은 뿔과 역안에 금안을 가진 청년 악마


'우와 인상 나쁘다.'

'얼굴 찹쌀떡같네. 꼬집어보고 싶다.'


"딱히 부탁할 건 없고, 소환되나 궁금해서 해봤어요."

"그래도 처음으로 악마 소환한 천사인데 내가 좀 더 서비스해 줄게!"

"정말요?"

"정말로!"


천사는 고뇌한다. 악마는 천사는 과연 무슨 부탁을 할지 기대가 크다.


"방금 먹은 과자 다시 주세요."

" "

"아 안되나."


오우 이런 부탁은 신선해. 산해진미를 달라던가 부와 명예를 얻도록 한다던가 그런 건 흔한데


"과자 한 봉지? 진짜?"

"...과자 두 봉지?"


아주 재밌어. 너무 흥미진진해.


"세... 세 봉지!"

"알아서 알았어. 아무튼 많으면 좋겠다 이거지!"

"네!"

"좋았어! 그런데 대가가 부족해. 남은 대가는 뭐로 할까~"

" "

"볼 만져봐도 될까?"

"넹?"

"나도 천사 불 기회 흔하지 않아서 그래. 이거 은근히 엄청난 대가 요구하는 거야!"


거짓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랑거리 정도지 엄청나지는 않다.

천사는 고민하다 눈을 꼭 감는다.


악마는 천사의 볼을 만지작거린다.


"오~ 보들거려. 인간 애기 피부보다 더 보들거린다? 피부관리 잘하나 봐?"

"믱우뮁우..."

"얍."


천사의 볼을 꼬집어 늘렸다가 손을 뗀다.


"아파!"


천사가 화를 내기 전에 악마는 재빠르게 신비한 돌멩이를 쥐여준다.


"자 계약 성립! 한 삼일 뒤에 다시 소환해. 거기다가 너 피 떨구면 돼. 알았지? 그거 일회용이다?"


악마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


하루가 지나자 악마는 누군가에게 소환된다.


"악마시어! 저의 복수를 도와주소서!"

"그래! 조건은 100골드... 지만 80골드하고 이거."

"...? 과자 봉투?"

"그거 스무개 정도 사와. 알았지?"

"알았습니다! 대신 확실하게 그 망할 자식을 죽여주소서!"

"오케이~"


약속한 삼 일.

천사는 돌에 피를 떨구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이내 과자를 한 아름 안고 있는 악마가 소환된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많이 먹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천사와 악마의 만남이다.


~~


여기 디시보다 좋은듯.

글쓰면 포인트도 주는데 도박이 있다. 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