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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여버리는 것보단 재밌어야 한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문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문장이 하고자 하는 의미는 이해했다.

간단히 말해서 그만큼 글을 쓰는게 어려우며 다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꼬집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닌자가 나와서 다 죽여버린다는 부분이었다.

소드마스터도 있고 마법사도 있고 무림인이나 초능력자들도 있을진데 왜 하필 콕 집어서 닌자라고 말한걸까?


분명 무언가 닌자에게 특별함이 있기에 그러한 선택을 했을 터. 

그렇다면 닌자가 나와서 다죽이는것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하지 않을까?


나는 그게 무엇인지 확인해보기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했다.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닌자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외부인이 여길 어떻게?!"


그건 바로 진짜 닌자에게 부탁하는 것!

뭐든지 그 직업으로 먹고사는 진짜 전문가들이 가장 잘 알고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나는 일본에 있는 숨겨진 닌자마을에 방문해 가르침을 요청했다.

꼭꼭 숨겨져있어서 찾는데 꽤나 고생했고,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침입자라며 수리검에 맞을뻔하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서 성공적으로 닌자에 대해 취재를 하나 했는데...


"왜 제가 닌자수업을 받고있는거죠?"


"어허 또 그소리냐? 닌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닌자가 되는게 제일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마침 너 또한 재능이 있는 편이니 이대로 가르쳐서 전력으로...가 아니라 닌자에대해 제대로 알려주기 위함이다."


그런 장로님의 말에 닌자 수업을 받게 되었다.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들긴하지만 장로님의 말씀도 틀리진 않았다.

뭔가를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그것을 직접 겪어보는것!


그래! 닌자가 내가 된다! 닌닌!


그렇게 대충 1년정도 수업을 받았을까 어느날 장로님이 날 불러서 말했다.


"슬슬 중닌(중급닌자)시험을 봐도 되겠구나."


"중닌(중급닌자)시험을 말입니까!"


그 말에 나는 기쁨을 참지 못했다.

중닌(중급닌자)이란 수련과 잡일만하는 하급닌자에서 벗어나 의뢰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직책.

어엿하게 한사람분을 할 수 있게되었다는 증명이자 자격!


장로님은 지금 내게 그런 중닌(중급닌자)이 되는 시험을 보라고 하셨고.

그 말은 즉 내가 한사람분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거라는 졸업통지서를 써준것이나 마찬가지!


그야말로 감개무량!


"물론 받겠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즉시 시험을 승낙했고 며칠뒤.


"그럼 예정대로 이 고독의 동굴 안에서 독충과 독사들 그리고 함정과 다른 마을에서 온 닌자들을 상대로 죽지않고 한달간 살아남으면 된다."


"...네? 뭐라구요? 아니 뭔가 이상한데 이거 중닌(중급닌자)시험 맞아요?"


"중닌(중급닌자)시험? 아니... 내가 들은건 특닌(특급닌자)시험을 준비하라는 거였는데?"


"???"


"뭐 작은 착오가 있었나보네. 신경쓰지말고 들어가."


"아니 작은 착오가 아니잖... 이거놔 이거 안놔?!"


내 항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주변에 숨어있던 장로와 닌자들이 나타나 날 동굴 속으로 던져넣었다.


"시바아아아아알!!!!"


"이것도 다 너의 재능을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다. 무사히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겠다!"


멀리서 들려오는 장로의 말에 뿌득하고 이빨이 갈렸다.


이따위 짓을 해놓고 무사히 돌아올거라 믿고있겠다고?


"오냐 나가서 그 얼마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뽑아주고 말테다!"


장로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으로 나는 어떻게든 시험을 버텨냈다

독충과 독사도 함정도 다른 마을의 닌자도 나의 복수심을 꺽을 순 없었다.


오히려 날 꺽지 못하는 시련은 날 강하게 해준다는 말처럼 한달 사이에 확연히 실력이 늘어났을 정도였다.


그렇게 다른 마을 닌자들이 모두 죽고 함정도 모두 해체되고 독충과 독사도 거의 다 잡아먹었을 무렵


쿠구구궁-


동굴을 막고있던 입구가 열렸다.


드디어! 마참내! 꿈에 그리던 복수의 시간이 찾아왔구나!


한달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싸우느라 지친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복수심을 연료로 나는 어느때보다 빠르게 입구로 향해 달려나갔고.


"그어어어-"


"이게 뭐야 시발?"


좀비가 된 장로를 발견했다.


아니 주위를 둘러보니 장로뿐 아니라 다른 닌자들도 모두 좀비가 되어있었다.


그 순간 머리속을 빠르게 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나는 급히 동굴에 들어가기전 꺼내놓았던 스마트폰을 찾아 켰고.


스마트폰을 통해 알아낸 정보로 내 생각이 맞았다는걸 알게 되었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니 실화냐...?"


내가 특닌(특급닌자)시험을 치루는 한달동안 세상은 좀비 아포칼립스로 장르로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지구작가새끼 내 언제가 한번 이럴줄 알았지. 개연성도 안지키더니 이젠 아예 드리프트까지해버리네."


"그어어어-"


알지도 못하는새에 세계급의 좀비 드리프트가 벌어졌다는 사이에 통탄하고 있자니. 점점 주변의 좀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생전의 날쎈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느릿하고 굼뜬 동작에 나는 공포와 혐오감보다는 슬픔이 먼저 들었다.


"젠장 이러면 복수도 제대로 못하잖아요 장로님."


얼마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다 뽑아주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는데.

뽑을 머리카락은 커녕 머리 윗부분이 아예 날라간 상태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결국 나는 조용히 명복을 빌어주며 그들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닌자 좀비들을 모두 몰살하고 난뒤. 나는 하나하나 시체를 수습해서 장례를 치뤄주었다.

비록 1년이 조금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법 정이들었고 인간적으로도 좋아하던 사람들이었으니 이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간이 제사를 지내다 나는 문득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렸다.


"글을 쓸 때는 갑자기 닌자가 나타나서 전부 다 죽여버리는것보다는 재밋어야한다고 했지."


어쩌다보니 내 인생을 바꾸게 된 그 한문장과 지금의 ㅈ같은 상황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지구작가 양반 좀비 드리프트 할때는 혼자 재밌다고 낄낄 거렸겠지?'


하지만 이걸 어쩌나. 

나는, 이 특급닌자 김장붕이는 하나도 재미가 없는데 말이야.


"어디 당신의 작품이 얼마나 재밌는지 내가 체크해줄게."


부디 닌자인 내가 좀비들을 모조리 쳐죽이는것보다는 재미있어야 할거야.


아니면 좀비로 만든 5700자의 장문 편지를 보게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