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잘 안하고 감정표현도 잘 안하는데다가 되게 사나운 맹금류 하피랑 같이 사는데 얘들은 사람이랑 다르게 밥을 자주자주 먹어야한데서 식비는 맨날 깨진다


처음에는 되게 사나워서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발길질을 하고 발톱으로 긁고 난리를 피웠는데 지금은 가만히 앉아서 내가 뭐하는지만 맨날 보고 있음


그래서 친해진건가 싶어서 다다가면 입으로 물어대고 날개를 크게 펼치면서 노려보기만 하니까 이게 친해진건지 아닌건지도 긴가민가 하다


맨날 거실 정중앙에서 내가 뭐하는지 다 보기만 하고 밤이 되면 침실 앞에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잠도 안자는거 같아.


이제는 학습했다고 냉장고에 고기 들어있는걸 아니까 자기 혼자 쓱쓱 꺼내서 몰래 먹고 먹었냐고 추궁하려들면 적반하장으로 자기가 발톱세워.


언제는 또 내 옷장을 열고 막 뒤지길래 뭐하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물기 뚝뚝 떨어뜨리는 채로 발가벗고 있길래 바닥 봤더니 씻고 나와서 말리지도 않고 바닥에 물난리를 해놨더라... 부끄럽지도 않은지 자기 옷 갈아입고는 가는 길에 내가 있으니까 입질막 하면서 비키라고 하고.


결국 하루는 몸살나서 침대에 누워있었더니 몇분정도 날 쳐다보고 있다가 어디로 걸어가길래 또 냉장고 털어먹는다고 그런갑다 했는데 뒤뚱뒤뚱 거리면서 찬물 받아낸 큰 바가지에 수건을 어떻게 들고왔는지 그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 안다치게 하려고 조심하면서 이마에 물수건 계속 갈아주더라.


몸살 나아서 아침에 일어났을때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앉아있길래 간호해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또 입질하고 발톱으로 할퀴려고 들어서 고마운 마음이 싹 가셨다. 이제는 밤이 되면 대놓고 방안에 들어와서 내 위에 올라타고 쳐다보고 있더라.


너네는 이런 하피같은 애랑 같이 살지 마라.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알을 4개나 낳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