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라이브

 평소 왁자지껄 시끄럽던 모험가 길드는 오늘 따라 묘한 침묵과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건 지금 의뢰를 맡기로 왔다며 접수처에서 실랑이 중인 한 노인 때문이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것도 마을에서 겨우 마련한 돈이란 말입니다."


 외딴 마을 근처에 생긴 고블린 소굴을 소탕해달라며 왔다는 노인.


  그런 그에게 접수원은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게 규정이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노인의 간절한 애원에도 한결 같이 방법이 없다고만 말하는 접수원.


 그에 몇 번 더 애원하던 노인은 갑자기 돌아서더니 모험가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그들에게 고개 숙여 절하며 간곡히 말했다.


"모험가님들 부디 부탁드립니다. 얼마전 마을 처녀 한 명이 약초를 캐러 갔다가 납치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제발 저희 마을을 구해주십시오."


 그러고선 그 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않는 노인.


 그러나 그런 모습에도 모험가들은 딱히 나서는 이 없이 모른 채하기 바빴다.


 딱 한 명, 그를 도우려고 나서려던 이가 있긴했으나


"읍! 읍읍!"


 동료에게 입이 막힌채 붙잡혀 나서지 못했다.


 그의 이름은 김장붕.


 정의로운 성격으로 이세계 여신에게 선택 받아 용사소환된 자였다.


 그러나 아직 소환 초기라서 힘이 약한 시점.


 같이 모험을 지원해준다며 왕국에서 붙여준 기사에게도 제압당하는 실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고블린 정도는 손쉽게 해치울 수 있기에 노인을 도우려했으나


"죄송합니다. 용사님, 다 설명해드릴테니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기사의 말에 결국 반항을 포기하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장붕마저 조용해져, 길드에 완전한 침묵이 내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노인은 완전히 단념한건지 흐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길드를 나갔다.


"한스 경 기사로서 명예도..."


 그제야 자신을 풀어 준 기사에게 원망어린 눈초리를 보내려던 장붕은 주변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험가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긴장이 풀린 듯 의자에 완전히 몸을 기댔고,


 노인의 접수를 받았던 접수원은 아예 다른 이들에게 둘러쌓여 위로를 받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당황한 장붕은 화내려던 것도 잊고 기사에게 물었다.


 그에 한스는 머리를 글적이며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용사님은 고블린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흉측하게 생긴 작은 인간형 몬스터로 개체 하나는 약하지만 무리를 지으면 작은 마을 정도는 습격할 수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험을 떠나기전 배웠던대로 읊는 장붕은 불만을 담아 뒤쪽의 말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사는 아랑곳 않고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기억하고 계시는 군요. 거기에 굉장히 흔하기도 하죠."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고블린 따위는 얼마나 많든 단박에 해치울 수 있는 자들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사자나 늑대 같은 맹수도 무리를 지은 인간, 특히 마을을 구축한 곳은 함부러 건들지 않습니다."


"예?"


 여전히 이해를 못한 듯한 장붕에게 기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게다가 그런 맹수들은 수도 적죠. 그런데 고블린은 아닙니다. 마을도 습격하는 것들이 지천에 깔려 있습니다."


"잠시만요. 그럼"


"용사님의 세계는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세상의 마을은 모두 도시 근처에 있고, 외딴 마을 따위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곳에 마을을 형성하려는 인간 자체가 없습니다."


"하, 하지만 만에 하나...!"


"정말 기적적인 확률로 그런 마을이 생겼을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 있는 마을의 연약한 처자가 혼자 마을 밖으로 나가고, 다 늙은 노인이 단신으로 이 먼 도시까지 올 수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